주현우는 이제 이혼 안 한다는 말 대신 위에서 조사가 들어오니 기다리라고 했다. 허아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주현우의 속셈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굳이 꼬집어 말하지 않았다.다만…… 결혼 전으로 돌아간다고?아니, 두 사람은 영원히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점심때, 유서희가 두 사람 밥을 챙겨 왔다.밥을 다 먹고 유서희가 아래층까지 배웅해 주는 주현우에게 말했다."아연이가 요즘 다리가 불편하니까 잘 챙겨줘, 잘 보여서 마음 돌리도록 해봐."주현우가 힘없이 대꾸했다."엄마, 내 일은 신경 쓰지 마요. 알아서 할게요."말을 마친 주현우는 차 문을 닫아주고는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위층 병실로 올라와 보니 유지원이 찾아와 허아연과 나란히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얼마 전 다리 교정 수술을 받은 유지원 병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매일 허아연 병실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허아연은 팔로 유지원의 작은 어깨를 감싸안고 가져온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주현우가 들어와도 동화에 빠져든 아이는 알아채지 못했고 허아연은 힐끗 쳐다보고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주현우는 방해하지 않고 티 테이블에 있던 책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가끔 허아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너무 따뜻한 모습이었다.만약 그때 주현우가 허아연의 일기를 발견하지 못해서 두 사람이 그냥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두 사람의 아이도 지금쯤 걸음마를 떼고 엄마 아빠를 부르고며 둘 사이에 누워 잠들었을 텐데.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책을 보고 있는데 유지원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허아연을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언니,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서 엄마 해줄 수 있어요?"허아연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유지원이 또 말을 이었다."장난감 다 주고 내 침대도 반 나눠줄게요, 아빠한테 예쁜 옷도 많이 사주라고 할게요.""목걸이도 사주라고 할게요. 아연 언니, 우리 집 와서 엄마 해줘요, 네?"그 말에 주현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오전에 권승준이 오더니, 이번엔 유지원이야? 허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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