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민수 할아버지."허아연이 가져온 과일과 과자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웃으며 인사하고는 허민수 자리에 앉았다.바로 할아버지들이 두던 바둑을 두며 이미 궁지에 몰렸던 흑돌을 몇 수만에 살려냈다.그 뒤로도 몇 판을 연달아 뒀지만 허아연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나민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아연아, 내가 오늘은 머리를 너무 썼어. 오늘 밤 너 집에 가지 말고 여기 있어, 내일 다시 바둑 두러 올 테니까. 지금은 이만 밥 먹으러 가야겠다."허아연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하며 웃었다."네, 할아버지. 그럼 내일 기다릴게요."옆집 나민수를 배웅하고 나니 정아 이모가 허민수와 허아연을 식사하라며 불렀다.식사를 하던 정아 이모가 허아연에게 고자질했다."할아버지도 참, 바둑 두다 지면 진 거지. 뭐가 그리 화가 나셨어요? 손까지 바들바들 떠시면서 말이에요."그 말에 허민수가 다급하게 해명했다."화난 게 아니라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 거야."허아연이 허민수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앞으로 바둑도 너무 오래 두시면 안 돼요. 이 나이엔 건강이 제일이에요."허아연의 말에 허민수가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나야 별일 없다만 아연이 네가 문제지. 말도 없이 집을 사고 아레아 베이에서 몰래 쏙 빠져나온 것도 어떻게 말 한마디를 안 해. 주 영감한테 듣고서야 알았잖아."허아연이 웃으며 설명했다."저도 제 공간이 하나 갖고 싶었어요.""그래서 너랑 현우는 어떻게 된 거야? 지금 별거 중이야? 이혼은 안 해?""주현우 씨가 재산 분할을 진행 중이니 일단 그냥 두려고요. 며칠 후면 신청서 제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머지는 이혼 서류 다 나오면 그때 얘기해요."재산 분할까지 하고 있다면 주현우도 이혼할 마음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허아연이 먼저 이혼 얘기를 꺼냈다는 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지.허아연이 며칠 눈에 띄지 않게 사라져주면 화도 가라앉을 것이다. 어차피 주현우는 오지은에게도 명분을 줘야 할 테니.본가에서 허민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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