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331 챕터

제241화

허아연이 정중하게 말했다."고마워요."두 사람이 차 앞에 다다르자 주현우가 차 문을 열어주었다. 허아연이 차에 타자 주현우는 허리를 굽혀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목발도 챙긴 뒤 운전석으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차를 타고 먼저 허씨 본가로 향했다.허아연이 데리러 온 걸 본 허민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정아도 참, 멀쩡한데 무슨 검사를 하라는 거야? 여름에 날씨가 더우면 입맛이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아연이 다리도 다쳤는데 왜 귀찮게 해?"말을 마치고 나서야 허민수는 주현우도 왔다는 걸 알아채고 인사를 건넸다."현우도 왔구나."겉으로는 툴툴대면서도 허민수는 두 사람을 따라 병원에 검진받으러 갔다.검진을 마쳐보니 예전 지병 외에 특별히 큰 문제는 없었다. 의사가 말했다."일흔이 넘으신 분이 젊을 때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이 정도 건강 상태이시면 충분히 좋은 편이에요.""이 나이가 되면 몸의 기능들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받아들이세요."허아연도 의사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허민수가 좀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허민수가 요양 병실로 돌아간 뒤 허아연은 의사 진료실에 잠시 더 머물렀다. 자세한 내용을 여쭤보고 나서야 목발을 짚고 허민수 병실로 돌아갔다.……그 시각, 허민수 병실.허아연이 의사 진료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사이, 주현우는 병실에 남아 허민수 곁을 지켰다.병실에는 허민수와 주현우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허아연이 아레아 베이에서 나온 지도 한참 됐고 이혼 절차를 밟는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아직도 서류가 마무리되지 않자 허민수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했다."현우야, 너랑 아연이 어떻게 된 거야? 아연이 말로는 절차를 밟는 중이라던데 지금쯤이면 이미 서류도 다 마무리됐어야 하는 거 아니야?"허민수의 물음에 주현우가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저 아연이랑 이혼할 생각 없어요."허민수가 깜짝 놀라며 주현우를 바라봤다."이혼할 생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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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병실 안.병상에 기대앉은 허민수가 주현우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한동안 주현우를 꼼짝 않고 바라보다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아연이는 고집이 세. 먼저 이혼하자고 말을 꺼낸 이상 너희 둘이 다시 돌아설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다."허민수가 이어서 말했다."아연이는 내가 손수 키운 애니 성격을 너무 잘 알지. 이혼 합의서를 너한테 줬다는 건 정말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거야."허민수의 말은 두 사람이 다시 합치는 걸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깨진 거울은 붙여봤자 소용없는 법이었다.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허민수가 오른손을 가볍게 휘휘 저으며 말했다."됐어, 됐어. 너희 일은 나도 뭐라 안 할게, 너희가 알아서 해."허민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 밖에서 진단서를 들고 목발을 짚은 채 걸어오는 허아연을 본 간호사가 얼른 다가갔다."허아연 씨, 진단서 들어드릴게요. 천천히 오세요."간호사가 허아연이 들고 있던 진단서를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부축했다.허아연이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감사해요."병실 안, 주현우와 허민수는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자연스럽게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잠시 후 허아연을 부축하며 들어온 간호사가 진단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허아연 씨, 저는 이만 일 보러 갈게요. 필요한 거 있으면 간호사 벨 눌러주세요.""네, 감사해요."간호사가 나가자마자 허민수가 툴툴거렸다."내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다들 호들갑이야."툴툴거리던 허민수는 병원에 더 있으려 하지 않고 두 사람과 함께 돌아갔다. 주현우가 차를 몰아 허아연과 허민수를 데려다줬다. 허씨 본가에 도착하니 오후 세 시였다.허민수는 오전 내내 발 벗고 뛰어다니느라 점심도 못 먹은 주현우에게 저녁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정아 이모는 집에 머무르는 주현우를 봐도 예전처럼 반기지도 않고 도련님 소리도 없었다.묵묵히 할 일만 했다.주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마당에서 업무 전화를 받는 사이, 허민수가 허아연에게 말했다."현우가 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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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허민수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허아연은 한번 마음을 정하면 돌이키는 법이 없었다.주현우의 말을 듣고도 허아연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걸 본 허민수가 말했다."너한테 현우랑 다시 잘 해보라고 설득하려거나 압박 주려는 게 아니야. 그냥 내 생각을 얘기한 거니까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할아버지는 다 이해하고 지지해."허민수의 말에 허아연이 차를 따라주며 웃었다."고마워요, 할아버지."주현우가 한 말을 들었어도 이미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도 않았고 그 말 때문에 돌아설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두 번 다시 지난 3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주현우는 통화를 마치고 돌아와 거실에서 허민수와 함께 바둑을 두었다.허아연은 옆에서 노트북을 열고 일을 했다.저녁을 먹고 본가에서 허민수와 시간을 좀 더 보낸 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주현우는 오늘 일을 제쳐두고 온 거였고 허아연은 반차를 내고 왔다. 돌아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결혼 전에는 말이 참 잘 통했는데, 지금은 서먹하기만 했다.절반쯤 왔을 때 주현우가 불쑥 물었다."발은 언제 다시 검진받으러 가?"주현우의 물음에 허아연이 말했다."시간 될 때 가야죠."대충 둘러댄 대답이었다.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면 주현우가 또 데려다주겠다고 나서는 게 싫었다. 허아연이 선을 긋자 주현우가 고래를 돌리고 바라봤다.허아연은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잠시 후 차가 허아연 집 앞에 멈췄다. 허아연이 차 문을 열려는데 주현우가 문을 잠가버렸다.허아연이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채 고개를 돌리고 말을 꺼내려는데 주현우가 먼저 차갑게 물었다."허아연, 나랑 평생 이렇게 남남처럼 지낼 거야? 평생……"주현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아연이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오씨 가문 쪽에서 지은 언니랑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고 있죠? 가능하다면 주현우 씨도 빨리……"이번엔 주현우가 허아연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오지은이 너 찾아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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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전화기 너머 주현우의 화난 말투에 오지은은 가슴이 철렁했다.그래도 침착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 오지은은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말했다."아연이한테 별다른 말은 안 했어. 할머니가 요즘 몸이 안 좋으신데 너랑 아연이 이혼에 대해서 자꾸 물어보시더라고. 그날도 아연이가 병원에 있다는 걸 듣고 할머니가 기어코 가서 알아보라고 하시는 거야.""그래서 잠깐 보러 갔다 온 거야.""그리고 아연이한테 남자친구 찾아주겠다고 한 건 너 때문에 아연이 좋은 시절 몇 년을 날렸잖아. 그러니 우리가 좋은……"오지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현우는 이미 다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주현우는 오지은의 변명을 더 듣지도 않고 말했다."오지은, 내가 아연이랑 이혼을 하든 말든 너희 오씨 가문이랑 무슨 상관이야? 너랑 무슨 상관인데?"허아연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걸 의식한 오지은은 당혹스러웠다.그렇다고 주현우한테 화를 내거나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기에 숨을 죽인 채 말했다."현우야, 예은 언니한테도 약속했잖아. 나 잘 챙겨줄 거라고……"오지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3국 프로젝트, 오성 그룹은 빠져. 오지은, 앞으로 또 아연이 찾아가거나 쓸데없는 소리 하면 그 결과는 네가 알아서 감당해."오지은과 오예은은 성격이 다르다는 걸 주현우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그래도 오예은의 동생이고, 오예은의 심장이 오지은 몸속에서 뛰고 있다는 걸 생각해서 지금까지 다 넘어갔었다.하지만 오씨 가문이 주현우의 결혼까지 간섭하려는 건 너무 선을 넘는 짓이었다. 오지은은 전화기 너머에서 불같이 화내는 주현우에게 다급하게 변명했다. "현우야, 아연이 화났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아연이한테 사과할게. 그날은 진짜 그냥 병문안 간 김에 물은 거야……"주현우는 오지은의 변명을 더 듣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순간 차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주현우가 핸드폰을 옆 수납함에 탁 던지는 소리에 허아연도 살짝 놀랐다.허아연은 예상 밖이라는 듯 주현우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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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아래층 방에 있던 강유미 이모가 인기척에 급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주현우가 허아연을 안고 돌아온 걸 본 도우미들이 반갑게 인사했다."사모님.""사모님."웃으며 인사를 받아줄 기분이 아니었던 허아연은 주현우에게 내려달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주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아연을 안은 채 2층으로 올라갔다.주현우는 안방에 도착해서야 허아연을 살며시 내려놓으며 태연하게 말했다."발 다 나으면 그때 나가 살겠다는 얘기해."강제로 아레아 베이에 끌려오자 아무리 성격 좋은 허아연도 결국 화가 치밀었다. 오른손을 들어 주현우 가슴팍을 세게 퍽퍽치며 히스테리를 부리듯 따졌다. "주현우 씨,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나 몇 년을 참고 살았어요. 이 정도까지 물러서면서 그냥 깔끔하게 이혼하고 헤어지고 싶다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허아연의 감정이 격해지자 주현우가 오른손을 들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조용히 쓸어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허아연, 만날 때마다 이혼 얘기 꺼내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얘기할수록 더 이혼 못 해."주현우의 태연한 말에 허아연은 순간 말문이 막혀 헛웃음만 나왔다. 갈 곳을 잃은 두 손은 허공에 멈춰있었다. 허아연이 고개를 들고 주현우를 한참 쏘아보다 물었다."주현우 씨, 도대체 왜 그래요?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예요?"점점 가늘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분명 나한테 마음도 없잖아요. 난 그냥 깔끔하게 끝내겠다는데 왜 놔주지 않는 거예요? 왜 안 보내줘요?""정말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요?"마지막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말을 마친 허아연도 눈시울이 붉어졌다.주현우를 좋아하면서 3년을 품어주고 맞춰줬다. 하지만 허아연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다.허아연에게 가슴팍을 맞은 자리가 욱신거렸다. 자기를 미치게 할 거냐는 말에 주현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아레아 베이로 다시 데려왔다고 이렇게까지 반응이 격할 줄은 몰랐다. 주현우는 시선을 내려 창백한 얼굴로 빤히 올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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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주현우 씨, 제발 부탁할게요. 네? 제발 그냥 놔줘요. 제발 사인하고 이혼해 줘요, 네?" "처음에 나랑 결혼한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몇 년 동안 나도 갚을 만큼 갚았잖아요. 현우 씨도 이제 화 풀릴 때가 됐잖아요.""주현우 씨, 우리 이혼해요!"허아연이 괴로워하며 두 손으로 주현우의 등을 꽉 잡았다. 주현우는 허아연을 안고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달랬다."내 잘못이야. 내가 네 마음 몰라줬던 거야. 네가 신경 안 쓰는 줄 알았어.""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아무것도 네가 처리할 필요 없어.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돼."주현우는 아무 말 없이 흔쾌히 다 받아주는 허아연이 정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주현우의 위로에 문득 예전에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주현우가 침묵했던 게 떠올랐다.허아연이 주현우의 등에서 힘없이 두 손을 떨어뜨리며 말했다."주현우 씨, 나 지쳤어요. 이미 당신과 끝낼 마음의 준비 다 했어요. 다시 시도해 볼 생각도 없고 기회도 안 줄 거예요."허아연은 한없이 지쳐 보였다. 주현우가 두 손으로 허아연의 얼굴을 감싸더니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밤에 큰 결정 내리는 거 아니야. 게다가 오늘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잖아. 일단 씻고 푹 자. 그다음에 우리 지난 일들 다 털어놓고 얘기하자.""그리고 아연아, 나 밖에서 어떤 여자한테도 손 안 댔어. 오지은과는 더더욱 아무 일 없었어. 일단 물 받아줄 테니까 씻어. 좀 진정하고 냉정하게 생각해."허아연이 이렇게 무너지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조금 전 허아연의 모습에 주현우도 마음이 괴로웠다. 허아연은 주현우의 위로가 그냥 공허하게 느껴졌다. 너무 지쳐 있었다.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허아연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주현우에게 얼굴을 감싸 쥔 채 허아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 순간, 허아연의 두 손바닥이 화끈거리며 아팠고 다친 오른발도 좀 쑤시기 시작했다. 허아연이 빤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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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허아연이 두 손으로 주현우의 손목을 움켜잡았다.주현우는 억지로 풀지 않고 조용히 허아연을 내려다봤다.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주현우 씨, 이걸로 더 싸우고 싶지 않아요.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요."주현우가 허아연 옷깃에서 손을 뗐다.허아연의 이마 위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조용히 말했다."2층이라 높진 않지만 넌 지금 다리도 다쳤고 밑에도……"주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아연이 말했다."나 그렇게 유치하지 않아요."허아연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주현우가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허아연은 변기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렇게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가 겨우 일어나 씻었다.잠시 후.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감정은 어느새 평소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허아연이 발을 절뚝이며 천천히 걸어나오자 주현우가 다가와 번쩍 안아 침대 끝에 살며시 앉혔다.주현우는 허리를 숙여 정수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뒤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허아연 맞은편에 앉았다.다시 아레아 베이로 돌아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앉아 있으니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3년을 살았는데 꿈 같았다.주현우가 빤히 쳐다보자 허아연이 먼저 나긋나긋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이혼하겠다고 하면 당신이 원하는 걸 이뤄서 홀가분해할 줄 알았어요. 어차피 내가 싫어서 냉대하는 티가 다 났으니까요."잠깐 멈칫하던 허아연이 말했다."주현우 씨, 그런데 이제는 당신을 모르겠어요.""싫어한다고?" 주현우가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내가 언제 너를 싫어했다고 그래? 싫었으면 결혼했겠어?"허아연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허아연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주현우가 손을 꼭 잡고 나지막하게 설명했다. "예전에 네가 수작을 부려서 결혼한 거라고 오해했어. 그래서 일부러 네 반응 보려고 한 일들이 많았어.""네가 참고 맞춰줄수록 내 판단이 맞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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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아니면 두 사람 나이의 사랑은 보통 죽고 못 살 정도로 뜨거워야 했다. 허아연은 말하지 않았다.순간 방 안이 고요해졌다. 서로의 심장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그때 옆에 놓인 주현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주현우가 고개를 돌려보니 업무 전화였다.주현우는 바로 받지 않고 허아연의 얼굴을 꽤 힘주어 어루만지며 말했다."하루 종일 바삐 보냈는데 좀 전에 크게 화까지 냈으니 지금은 푹 자. 내일 데려다줄게.""먼저 업무 전화 좀 받고 올게."말을 마친 주현우는 허아연 뺨에 입을 맞추고는 휴대폰을 들고 옆방으로 갔다.침대 끝에 앉은 허아연은 문이 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눈빛이 공허했다. 주현우가 휴대폰을 들고 서재에 들어왔을 때는 벨소리가 이미 끊겨 있었다.통유리창 앞에 선 주현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서야 다시 전화를 걸고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 주시다니 중요한 지시라도 있으십니까?""아직 안 쉬었죠, 방금 집사람과 얘기 나누고 있었어요.""아이고, 과찬이십니다."그 뒤로 두 사람이 업무 얘기를 잠깐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시청 고위 관계자가 전달 사항이 있다며 걸어온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옆 서랍장 위에 탁 내려놓은 주현우는 바로 안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겼다.허아연을 싫어한다고? 싫어할 리가 없었다.예전 일들을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예은이 떠올랐다.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내 약지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사실 오예은이 살아있었다 해도 두 사람은 결혼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결혼 상대로 선택했을 사람은 허아연이었다.주현우는 허아연이 어릴 때부터 아내로서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예은을 잊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도 가끔 꿈에 오예은이 나오곤 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살려달라고 사람들을 부르러 달려가던 모습이 보였다.그 뒷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주현우는 마음이 뭉클했다.통유리창 앞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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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주현우가 너무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옆방에 전화받으러 가면서도 문을 잠그고 나갔다. 안 그랬으면 진작 아레아 베이를 떠났을 것이다. 허아연이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자 주현우는 손가락으로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려 자기 얼굴을 바라보게 했다.허아연이 주현우를 밀어냈다.주현우는 오른쪽 무릎을 침대 위에 꿇고 허아연의 손목을 잡더니 살짝 몸을 기울여 그대로 침대 위에 가두었다.허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는데 주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허아연 귓가에 바짝 붙어 끈적이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연아, 나 힘 반도 안 줬는데 넌 벌써 상대가 안 되잖아. 나 화나게 해서 달려들면 진짜 덮칠 수도 있어."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을 부라리며 쏘아봤다.꽤 사나워 보였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라 주현우는 그런 허아연이 무섭기는 =커녕 오히려 재미있었다. 허아연의 매서운 눈빛에도 주현우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낮게 속삭였다. "그동안 이렇게까지 싸우고 버티는 거 나도 너무 힘들었어. 우리 앞으로는 잘살아 보자, 다시는 속 썩이지 않을게." "내가 보여준 성의가 아직 부족하다면 법무팀 시켜서 내 명의의 자산과 지분 전부 다 넘겨줄게. 내일 바로 처리하라고 하면 돼."허아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허아연이 진지하게 굴수록 주현우는 오히려 더 놀리고 싶었다.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허아연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려 고정시키고 다정하게 말했다."오늘 밤 한 말 다 진심이야. 나 아직 어떤 여자도 손댄 적 없어. 전에 건 다 연기한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확인해 봐도 돼."허아연이 세게 발버둥 쳤다. "주현우 씨, 제발 이런 염치없는 변태 같은 소리 좀 하지 마요."허아연이 싫다고 하면 할수록 주현우는 더 말하고 싶었다."아연아, 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잖아. 진짜 끝내려면 부부 관계는 한 번쯤 제대로 해야 하지 않아? 안 그러면 나중에 내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어?"허아연은 화가 나서 위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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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음……"거칠게 몰아붙이는 주현우의 키스에 허아연은 한참 뒤에야 겨우 밀어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주현우가 흐뭇하게 허아연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자자."흔히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잠자리 한 번이면 화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제대로 된 부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 주현우도 강제로 허아연을 덮쳐서 상처줄 리는 없었다. 그래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유혹하는 것이었다. 강제로 주현우 품에 안긴 허아연은 힘이 풀렸다. 결혼하기 전부터 주현우가 못됐고 제멋대로라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그 때는 주현우 때문에 죽고 못 살았다. 다른 데서는 절대 못 했을 경험을 하게 해줬고 늘 상상도 못 한 세계로 데려갔다. 허아연의 청춘에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던 사람이었다.허아연처럼 모범생에 착한 여학생일수록 나쁜 남자한테 더 쉽게 빠지곤 했다. 주현우 같은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주현우와 잠자리라도 한 여자라면 앞으로 평생 우려먹을 자랑거리가 됐을 것이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고 밤에는 크게 한바탕 싸운 데다 또 주현우에게 몇 번을 치이고 나니 허아연은 진짜로 지쳤다.주현우 품에서 잠시 버둥거리다 말고 말했다."주현우 씨, 몸으로 때우려고 유혹해 봤자 마음 안 바뀌어요."주현우가 허아연을 안은 채 피식 웃었다."이게 무슨 몸으로 때우려고 유혹한 거야. 정말 그렇게 하면 그땐 울면서 나한테 떠나지 말라고 할 걸." 허아연이 질색하며 말했다."제발 조용히 좀 해요."주현우는 불을 끄고 허아연을 더 꽉 끌어안았다."아연아, 아까 신음 소리가 너무 좋았어."허아연이 손을 올려 주현우를 탁 치며 말했다."그만 말하라고요."주현우는 그 말에 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허아연이 손을 밀어내 봐도 주현우는 계속했다. 몇 번 실랑이하던 허아연이 주현우 팔뚝을 꽉 깨물고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며 말했다."주현우 씨, 계속 거짓말할 거예요? 경험 없는 사람이 지금 이래요?"주현우는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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