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apítulo 441 - Capítulo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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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허민수와 부모님한테 걱정을 끼친 것이다.허민수의 방에서 나온 허아연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어릴 때부터 지내던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열자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까지 새로 펴져 있었다.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분명 주민경이 자주 드나들며 사람을 시켜 청소를 해뒀을 것이다.책장 앞에 선 허아연의 눈에 자신의 일기장이 들어왔다.그 순간 허아연은 일기장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책장에서 꺼내지는 않았다.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주현우도 분명 그 일기장을 봤을 것이고 허아연이 예전부터 좋아했던 사람이 줄곧 자신이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그게 아니라면 머리가 새하얗게 셀 리가 없었다.다만 한번 놓치면 다시는 그때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10시가 넘어 두 사람이 본가를 나설 때 권승준이 자연스럽게 허아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허 선생님, 저도 있잖아요."허아연이 허씨 본가로 당당히 돌아온 뒤로 권승준은 아예 허 선생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휘영청 맑은 달빛 아래 밤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권 비서실장님, 고마워요."권승준은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걸음을 맞춰 걸었다.30분쯤 뒤 허아연을 호텔에 데려다준 권승준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허아연과의 결혼 날짜도 이제는 알아봐야 했다.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차를 세우고 집에 들어선 권승준은 권유성이 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입가에 웃음을 띤 채 권승준이 시원시원하게 물었다."할아버지, 오늘은 방에서 나오셨네요?"권승준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권유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성시에서 온 그 아가씨랑 연애하는 거냐?"평소 권유성은 권승준의 사생활을 거의 묻지 않았고 대화를 나눠도 대부분 업무 얘기였는데 오늘은 뜻밖이었다.권승준이 컵에 물을 따르며 자연스럽게 답했다."맞아요."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할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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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권승준이 부정하지 않자 권유성의 표정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권유성이 마침내 권승준을 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너와 허아연 관계, 신중하게 생각해."권승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권유성이 다시 말했다."앞으로 네가 나아갈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중요하다. 감정 문제로 실수하는 건 원치 않아."어려서부터 권승준은 늘 믿음직스러워서 어떤 일이든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었다. 권유성도 조언을 건넨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이유까지 함께 밝힌 것이었다.권유성이 탐탁지 않아 하자 권승준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에요. 허 선생님은 신분을 바꿔서 돌아온 거예요. 이제 주현우의 아내도 아니고 주현우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권유성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찡그린 채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아무리 신분을 바꿔서 돌아왔다지만 신분이 바뀌어도 여전히 허아연인데 주현우가 순순히 놓아줄까? 너희 둘이 잘되도록 물러설까?"주현우가 허아연에게 품은 정이 진심이든 아니든, 지난 2년 동안 한결같이 애틋한 좋은 남편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켜왔다.새하얗게 센 머리가 바로 허아연을 사랑한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였다.때문에 권유성은 권승준과 허아연이 잘되는 걸 원치 않았다. 훗날 일이 커져서 모두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됐다.특히 권승준은 신분이 더욱 특별했다.권유성의 걱정에도 권승준은 전혀 흔들림 없이 느긋하게 말했다."허 선생님이 어떤 신분이든 주현우한테 돌아갈 리는 없어요. 그리고 저랑 허 선생님, 주현우의 허락 같은 것도 필요 없고요."말을 마치고 더 이상 권유성과 시비를 따지고 싶지 않았던 권승준은 말을 돌렸다."할아버지, 처리할 서류가 좀 있어서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허 선생님과의 관계,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한 거예요."권승준의 말이 끝나자 권유성이 곧바로 쏘아붙였다."내가 보기엔 넌 전혀 신중하지 않아."평소 신중한 권승준이었기에 권유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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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주현우 씨도 그냥 마음의 짐을 좀 덜려는 거예요. 내가 아무 일 없다는 걸 알면 서서히 내려놓을 거고요."주현우가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있다는 건 허아연도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감정이 있었다면 두 사람이 오늘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니까. 허아연의 담담한 태도에 안서준이 말했다."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나중에 불편한 일 있으면 바로 얘기해."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쯤 차는 시내 중심가에 거의 다다랐다.그때 안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였다.안서준이 전화를 받자 담당 수사관이 급하게 말했다."안 대표님, 지난번 여동생분 교통사고 용의자를 잡았습니다. 지금 시간 되시면 한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30분 안에 도착할게요."말을 마친 안서준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모습을 본 허아연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안서준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경찰이 교통사고 용의자를 잡았다고 나한테 와달라고 하네.""아."허아연은 짧게 대꾸하고 곧바로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경찰이 왜 사건 피해자인 자신이 아니라 안서준에게 전화를 걸었을까.혹시 이번 일이 오지은이 벌인 게 아니라 오지은과는 무관한 걸까.그럼 안씨 가문과 관련이 있는 걸까.안서준이 아직 경찰서에 가본 것도 아니었기에 허아연은 더 캐묻지 않고 계속 업무 얘기를 이어갔다.안서준이 경찰서로 간 뒤 허아연은 기사에게 스타라이트 테크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뜻밖에도 오늘 유지원이 회사에 놀러 와 있었다.2년 전보다 키가 훌쩍 자란 데다 예전에 불편했던 다리도 수술을 해서 지금은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을 마친 상태였다. 2년 넘게 못 봤는데도 유지원은 허아연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고 대화가 잘 통했다.아래층에서 유지원과 잠시 놀아준 뒤 허아연은 위층으로 유건희를 찾아갔다. 경주 그룹과의 협력에 합류할 생각이 있는지 물으며 자신이 차세대 원격 제어 기술에서 이미 성과를 냈다는 얘기도 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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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안서준은 원래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저녁 8시, 허아연이 한민규 일행과 함께 실험실에서 돌아오자 휴대폰에는 주민경이 만나자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 폭탄이 쌓여 있었다.주민경의 열정에 허아연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런 기분이 참 좋았다. 어릴 때 함께 붙어 다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차 뒷좌석에 앉아 주민경이 보낸 메시지를 다 읽은 허아연은 얼른 전화를 걸었다."민경 씨, 미안해요. 오늘 오후에 스타라이트 테크 실험실에 가면서 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갔어요."허아연의 해명에 주민경이 곧장 본론을 얘기했다. "시연 씨, 지금 어디예요? 만나고 싶어요."허아연을 만나고 싶었다.지금 이 순간 주민경은 한시라도 빨리 허아연을 만나고 싶었다.조급해하는 주민경에게 허아연이 상냥하게 말했다."민경 씨, 나 지금 막 실험실에서 나와서 시내로 돌아가면 10시가 넘을 것 같고 좀 피곤하기도 해요. 내일 오전에 만나는 거 어때요?"주민경을 대할 때면 허아연은 마치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어린 동생을 대하듯 유난히 다정하고 참을성 있었다. 전화기 너머 주민경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호텔로 찾아갈게요. 시연 씨 일단 잠부터 자고 푹 쉬어요.""네."허아연도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허아연도 요즘 들어 주민경이 훨씬 얌전해지고 말도 잘 듣는 성격으로 변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 느낌이 틀리지 않다면 주민경은 허아연과 주현우의 교통사고가 났던 그 무렵 갑자기 훌쩍 철이 든 것 같았다.뭔가 많은 걸 느낀 사람처럼 보였다.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는데 한민규가 백미러로 허아연을 힐끗 보며 말했다."주씨 가문 막내딸 성격 참 좋더라요, 시원시원하고 사람도 진솔하고."경주 그룹과 스타라이트 테크가 협력 중인지라 한민규 일행도 주민경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부잣집 아가씨답게 철없는 구석이 있긴 해도 시원시원하고 순수한 사람 같았다. 오지은과 비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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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오지은과 무관하다는 안서준의 말에 허아연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오늘 오전 담당 수사관이 안서준과 통화할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허아연의 담담한 반응에 안서준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너 정말 차분하네."허아연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어요."허아연의 말이 끝나자 안서준은 냉장고에서 우유 한 병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장흥 그룹 짓이었어." "몇 년 동안 네가 정식으로 동승 그룹에 합류한 뒤로 특허 프로젝트를 두 건이나 따냈고 WR과 협력 계약까지 맺은 것 때문에 장흥 그룹이 배가 아팠던 거야. 그래서 이번 교진시 출장 기회를 틈타 너한테 손을 쓰려고 한 거야. 그러면 동승 그룹의 산업 기술 분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테니까.""동시에 두 지역 사이 갈등도 부추길 수 있고."말을 하던 안서준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주현우가 그때 막아주지 않았으면 아마 이미 뜻대로 됐을 거야."안서준이 이 얘기를 하는 동안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안서준이 말한 장흥 그룹은 강성시의 또 다른 기업이었다.실력이 동승 그룹보다 조금 떨어진 탓에 몇 년째 이인자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이번 교진시 방문도 장흥 그룹이 오랫동안 애써서 따내려 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동승 그룹에 밀려난 건 산업 기술 분야의 허아연이라는 비장의 카드 때문이었기에 이번 기회를 틈타 없애려 한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허아연이 말했다."그럼 앞으로 외출할 때 좀 더 주의하고 신경 쓸게요." 사업상 경쟁이라는 게 늘 떳떳하지만은 않다는 걸 경주 그룹에서 부대표로 있을 때부터 허아연은 이미 알고 있었다.허아연의 말에 안서준이 답했다."그래, 앞으로는 나도 사람을 더 붙여서 네 안전을 지켜줄게."이번 일에 관해 좀 더 상의한 뒤 허아연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문을 닫고 가방을 옷걸이에 건 허아연은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이번 교통사고는 결국 허아연이 주현우에게 빚진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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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너무 두려웠다.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아주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보던 주현우가 갑자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아연아, 우리 사이 앙금이 다 풀려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자신을 거부하는 허아연에게 주현우도 감히 큰 걸 바랄 수는 없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평범하게 얘기라도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설령 평범한 친구 사이라 해도 주현우는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길 생각이었다.안시연이 허아연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 주현우의 죄책감은 조금 줄었지만 3년의 결혼 생활을 떠올리면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그때의 주현우는 너무 어리고 너무 자만했었다.허아연에게 상처를 준 건 바로 주현우 본인이었다. 지난 일들을 떠올리던 주현우는 고개를 돌려 책장을 바라보았다. 액자 속 사진에서 허아연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 사진은 주민경에게 부탁해서 받은 것이었다.허아연과 함께 한 시간을 기념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서로의 추억 외엔 딱히 없는 듯했다. ……같은 시각, 오씨 가문.이은빈이 회사에서 돌아온 오지은을 대뜸 붙잡고 캐물었다."지은아, 현우 교통사고 범인 찾았다며. 안씨 집안 때문에 현우가 다친 거고 안씨 집안 라이벌이 안시연을 없애려 한 거였대."오지은이 말을 하기도 전에 이은빈이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아니면 내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을 거야."이은빈의 걱정 섞인 말에 오지은이 답했다."엄마, 나 바보처럼 지금 이런 상황에 안시연 건드릴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게다가 요즘 권승준과도 가깝게 지내는데 굳이 건드릴 이유도 없고요."이제는 오지은도 주현우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허아연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보다 차라리 멀쩡하게 새 삶을 시작하게 두는 편이 나았다.그게 오히려 주현우에게 더 큰 타격이었다.오지은의 침착한 태도에도 이은빈은 여전히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허아연 그것도 참 대단해. 죽었다더니 어떻게 또 멀쩡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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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잠시 뒤.허아연이 준비를 마치고 내려오자 주민경은 벌써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저 멀리서 걸어오는 허아연을 본 주민경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바로 달려가 두 팔을 벌려 끌어안았다.그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며 서러움도 함께 밀려왔다.두 팔로 주민경을 안고 오랜만에 느끼는 품에 허아연도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걸 다 알 수 있었다. 서로 다 알고 다 이해하고 있었다.한 손으로는 주민경의 껴안고 다른 손으로는 가볍게 등을 토닥이던 허아연이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민경아, 널 속여서 미안해."주민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자신의 정체를 눈치챘다는 걸 허아연은 이미 알고 있었다. 주민경에게 사과하던 허아연은 문득 자신이 떠나던 그날 밤이 떠올랐다. 유건희와 함께 조금 떨어진 화단에 서 있던 그때, 불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다가 끝내 정신을 잃고 쓰러지던 주민경의 모습이 보였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 허아연은 너무 미안해졌다.주민경을 속이고 싶지 않았지만 주현우에게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주민경은 사과하는 허아연을 안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연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알아. 네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알아. 무사하면 됐어, 살아있기만 하면 됐어."허아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주민경은 팔을 풀고 쫑알쫑알 보고했다."참, 아연아. 허씨 본가와 네 아파트 내가 계속 사람 시켜서 제때 청소했어, 할아버지가 너한테 남겨주신 물건들도 다 잘 챙겨뒀어.""내가 한 일들이 헛되지 않을 줄 알았어, 꼭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주민경의 말에 감동이 밀려온 허아연은 다시 꼭 끌어안았다.허아연이 다시 안자 주민경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이 메어 말했다."아연아, 이제 안 떠날 거지? 우리 이제 헤어지지 말자."주민경의 만류에 허아연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약속했다.이전까지는 교진시에 계속 머물 생각이 없었지만 주민경의 헤어지지 말자는 말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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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그 순간 주민경이 허둥지둥 허아연을 보며 해명했다."아연아, 맹세하는데 진짜 내가 오빠 부른 거 아니야. 여기 온다는 것도 전혀 몰랐어. 미리 알았으면 여기 너 데려오지도 않았을 거야."허아연이 주현우를 싫어하고 지금까지 모든 일이 다 주현우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걸 아는 주민경도 눈치껏 두 사람을 부추기지 않았다.오늘 오전 내내 함께 있으면서도 주민경은 주현우 얘기를 하거나 재결합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허아연의 결정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주민경의 해명에 전서진이 손에 든 서류로 머리를 가볍게 톡 치며 말했다."됐어, 나와 네 오빠도 두 사람 여기 있는 줄 몰랐어. 그렇게 허겁지겁 해명 안 해도 돼."말을 마친 전서진이 허아연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아연아."전서진의 아연이라는 부름에 허아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서진 씨."그리고 주현우를 보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주 대표님."주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주현우는 마음이 욱신거렸다. 다른 사람한테는 다 살갑게 굴면서 유독 주현우한테만 거리를 두고 있었다. 주현우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허아연을 바라볼 뿐이었다. 허아연은 주현우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재주가 있었다.허아연과 주현우가 어색하게 대치하고 있는 걸 본 전서진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연아, 이렇게 만났는데 같이 밥 먹자. 우리가 룸 예약해뒀어."전서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민경이 곧바로 거절했다."그건 됐어, 나 아연이랑 단둘이 할 얘기가 많아서 같이 밥 먹는 건 사양할게. 두 사람 얼른 가서 밥 먹어."주민경의 말에 전서진은 할 말을 잃은 채 바라보기만 했다.자기 오빠의 속마음은 전혀 모르고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다니, 정말 답 없는 팀원이었다.전서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주민경이 얼른 등을 떠밀며 말했다."두 사람 얼른 들어가, 나랑 아연이 얘기 나누는 데 방해하지 말고."그러자 허아연도 웃으며 말했다."서진 씨 마음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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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그래서 더는 설득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나누며 함께 밥을 먹었다. ……같은 시각, 안쪽 룸.방금 밖에서 허아연과 마주친 뒤로 주현우는 약간 넋이 나간 채 이따금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봤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런 주현우의 감정 변화를 전서진은 다 지켜보고 있었다.전서진이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허아연이 아직 결혼만 안 했으면 너한테도 희망은 있어, 다만 너무 서두르면 안 돼."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전서진이 또 이어 말했다."권씨 집안에서는 권승준이 할아버지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야."권씨 집안이라면 두 사람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짐작할 수 있었다.전서진의 위로에 주현우는 시선을 거두며 무심하게 말했다."됐어, 나 그런 위로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야."하지만 허아연이 그리운 건 사실이었다. 다시 잘해보고 싶은 것도 진심이었다.주현우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자 전서진도 맞장구를 쳤다."그래그래, 안 할게. 대신 다음에 또 나한테 같이 술 마시자고 하지 마."전서진의 말에 주현우가 심드렁하게 눈을 흘겼다. 그 뒤 두 사람이 룸에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쯤 허아연과 주민경도 마침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다.주현우는 자연스레 두 사람의 비용까지 계산했다.레스토랑 입구에서 주현우가 계산한 걸 본 주민경은 자연스럽게 말했다."고마워요, 주 대표님."허아연이 주현우를 주 대표님이라 부르자 주민경도 따라 불렀다. 주현우는 그런 주민경을 바보 보듯 쳐다보았다.식당 앞에 서 있는 네 사람. 전서진이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내 주현우의 속도 모르고 계속 방해만 하는 주민경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했다."민경아, 3구역 공사 현장에 문제가 좀 있어서 네가 가서 봐줘야겠어." "지금 나랑 같이 현장 가자."말을 마친 전서진은 주민경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대로 끌고 나갔다.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던 주민경이 전서진을 돌아보며 말했다."무슨 문제인데, 난 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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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허아연이 답을 마치자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주현우는 허아연과 무슨 얘기라도 더 하고 싶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서로 나눌 만한 화제조차 얼마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주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뇌진탕은 다 회복됐어? 머리 아픈 거나 하지는 않아?"주현우가 그날의 교통사고를 언급하자 허아연이 답했다."괜찮아요, 별다른 후유증은 없어요.""나 때문에 그 사고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요."허아연 때문에 휘말린 건 사실이었기에 마침 주현우의 차를 타고 가는 지금이 사과하기 적당한 기회인 듯 싶었다. 허아연의 예의 바른 태도에 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주현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주현우는 웃다가 한참 만에야 말했다."허아연, 설령 우리가 앞으로 다시 합칠 가능성이 없다 해도 나한테 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 어쨌든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다 같이 자란 사이잖아."허아연이 매번 예의를 차릴 때마다 주현우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은 고개를 돌리고 다시 앞쪽 도로를 바라볼 뿐이었다.교진시는 여전히 너무 작아서 문만 나서도 주현우와 마주치기 일쑤였다.조용한 차 안, 주현우는 계속 화제를 찾아 얘기를 나누려 했지만 허아연이 계속 입을 닫고 있어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차가 시내 중심에 들어설 때쯤, 앞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난 탓에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 갇히고 말았다.꽉 막힌 도로를 보던 허아연이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 모습을 본 주현우가 고개를 돌려 허아연에게 물었다."시간이 급해?"주현우의 물음에 허아연은 손을 내리며 조용히 답했다."급한 건 아니에요, 그냥 습관적으로 시간 확인한 거예요."사실 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주현우와 오래 함께 있고 싶은 마음도 딱히 없었다.다만 아직 교진시를 떠나지 않았고 주현우도 이미 정체를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모든 걸 의연하게 마주할 필요가 있었다.차가 꼼짝없이 막혀 있는 동안 곁눈질로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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