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61 - Chapter 70

104 Chapters

제61화

주현우의 빈정 섞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유건희는 개의치 않고 대범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미리 감사드립니다, 주현우 대표님."이어 허아연에게 당부했다."허아연 씨, 내가 준 책 중에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요."유건희의 모습은 여전히 학교에 있을 때 그대로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잘 볼게요."허아연은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쳐다봤다.주현우가 또 유건희와 신경전을 벌이려는 걸 본 허아연이 황급히 말했다."항공편 시간이 다 된 것 같네요. 우리 빨리 차에 타시죠."허아연이 말을 마치자 오지은이 바로 다가와 유건희에게 먼저 인사했다."유 대표님, 저는 오성 그룹 대표 오지은입니다. 오성 그룹도 최근 2년 동안 무선 전력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어서 교진시로 돌아간 후에 유 대표님과 얘기 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유건희는 오지은이 내민 손을 잡지 않고 몸을 돌려 비서를 보며 물었다."민환아, 오성 그룹 들어봤어?"젊은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저도 못 들어봤어요, 대표님."오지은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을 거두고 바로 다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와 웃으며 유건희에게 명함을 건넸다."유 대표님, 제 명함입니다. 돌아가신 후 우리 회사에 대해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그러죠."오지은이 건넨 명함을 받은 유건희는 바로 비서에게 건넸고 비서가 대신 챙겼다."주현우 대표님, 허아연 부대표님,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죠.""주현우 대표님, 그럼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각자 차에 올라 공항으로 향했다.허아연과 주현우가 탄 건 벤츠 비즈니스 밴이었다.두 사람이 뒷좌석에 앉고 오원빈이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오르려 할 때 주현우가 전혀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허아연, 아까 날 잡아당긴 건 무슨 뜻이야? 유건희 감싸주려고?""그런 뜻 아니에요."허아연이 부드럽게 설명했다."유건희 대표님은 연구하시는 분이라 말을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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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주현우의 말에 오원빈은 순간 웃음을 거두고 급하게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아닙니다. 대표님."오원빈이 대답을 마치고 바로 운전하는 유승우를 톡 치자 유승우도 바로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운전했다.앞에 두 사람이 조용해지자 주현우가 다시 허아연을 쳐다봤다."뭐야? 이제 자포자기해서 대놓고 나랑 싸우려고?"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아연이 오지은 얘기를 하자 주현우는 오히려 제법 흥미로워져 싸우고 싶어졌다.결혼한 3년 동안 허아연은 주현우를 단속하거나 스캔들 때문에 다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정상인답지 않게 착했고 심지어 뒷수습까지 해주었다. 허아연의 참을 수 있었던 건 다 신경 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갑자기 싸우려고 달려드는 허아연에게 기꺼이 응하고 싶었다.주현우가 계속 물고 늘어지자 허아연은 시선을 거두고 방금 썼던 안대를 다시 당겨쓰고는 주현우에게 등을 돌린 채 의자에 옆으로 누워 쉬었다.별일도 아닌데 주현우가 굳이 따지려 하니 싸우기 싫어졌다.어차피 돌아가면 이혼 절차 밟을 건데 주현우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그 모습을 본 주현우가 손을 뻗어 허아연을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물었다."왜 안 싸워? 아까는 말 엄청 잘하던데?"허아연이 주현우의 손을 치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주현우 씨, 오원빈 씨하고 기사님도 계시잖아요. 좀 체면 차려요."만약 싸우는 내용이 밖으로 새 나가면 나중에 유건희를 만날 때마다 민망할 것이다.오원빈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유승우가 바로 대꾸했다. "부대표님 걱정 말고 편히 싸우세요. 싸우는 내용 절대밖에 안 퍼트립니다."유승우의 말에 허아연은 더욱 입을 꾹 닫고 몸을 돌려 잠을 청했다. 주현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오원빈을 쳐다보자 오원빈이 급하게 기사를 쳐다봤다."기사님만 입이 달렸습니까?"유승우는 그제야 자신이 분수를 모르고 말이 너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중요한 건 이 두 사람의 싸움이 꽤 재밌다는 거였다.평소의 허연아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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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주현우의 질문에 허아연은 생각에 잠겼다.눈에는 여전히 안대를 쓴 채 한참을 생각하던 허아연이 주현우의 품에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주현우 씨, 걱정 마요. 나는……"이어지는 말이 좋은 말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든 주현우는 허아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입을 막았다."대답 안 해도 돼. 계속 자."주현우가 말을 마치자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을 입에서 떼어냈다. 안대를 벗지 않았고 더 이상 주현우와 말하지 않았다.질투?3년 동안 주현우의 스캔들 상대는 셀 수도 없이 많았고 며칠에 한 번씩 사건이 터졌다.처음에는 슬프기도 하고 주현우가 왜 그런 사람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나중에는 직접 찾아오는 여자들이 많아지고 심지어 그 뒷수습까지 하라고 하자 무감각해졌다.그래서 오지은이 이번에 돌아왔을 때도 별 느낌이 없었고 그냥 그만하자는 생각만 들었다.정말 끝이었다. 허아연이 아무 소리 없이 품에 웅크리고 있자 주현우는 허아연의 온갖 관대함이 떠올랐다.어떤 정상적인 아내도 허아연만큼 관대할 수는 없었다.픽 웃으며 허아연의 허리를 감싼 손가락으로 허아연의 팔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오후 5시 30분, 비행기가 막 착륙하자 유서희의 전화가 걸려 왔다."아연아, 너랑 현우 지금 공항 도착했어?"허아연이 한 손으로 전화를 받고 다른 손으로 캐리어를 끌며 말했다."어머니, 저희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요.""그럼 저녁에 집에 와서 밥 먹어. 진우가 모레 부대로 돌아가니까 가족끼리 모여서 밥 먹자.""알겠어요, 어머니."유서희의 전화를 끊은 허아연은 고개를 돌려 주현우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니가 본가에 와서 밥 먹으래요. 진우 오빠가 모레 부대로 돌아간대요.""응."주현우가 허아연에게 대답하며 허아연의 캐리어를 슬쩍 받아서 들었다.두 사람이 나란히 앞에서 걸어가고 오원빈과 유승우가 다른 짐들을 끌고 뒤를 따랐다.공항을 나와 유승우가 주현우와 허아연을 본가까지 데려다줬을 때는 이미 저녁 7시였다.날이 이미 어두워졌다."아연아, 현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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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귤을 까던 허아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집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까 그럴싸하게 연기해야지."주현우가 저녁에 반찬을 집어주고 허아연이 아플 때 돌봐주기도 했지만 이걸로 오지은을 본 순간 손을 뿌리치던 모습을 허아연은 잊을 수 없었다.허아연의 말에 주민경이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그것도 그렇네. 아빠 엄마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요즘 엄청 신경 쓰고 계시니까."허아연은 웃기만 하고 회의 때 일이나 주현우가 손을 뿌리친 일, 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이제는 다 중요하지 않았다.그 시각 마당 밖.주현우가 막 전화를 끊자 주진우가 저택에서 나왔다.달빛이 마당에 쏟아져 마당을 유난히 밝게 비춰 주변의 화초들이 생기 넘쳐 보였다.주진우가 나오는 걸 본 주현우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웃으며 인사했다."형."주진우가 다가와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 아연이랑 무슨 일이야? 이혼하려고?"정원 조명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고 주현우는 그 말에 픽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주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주현우를 보고 말했다."그럼 아연이가 왜 네가 요즘 일 마무리하면 절차 밟으러 간다고 했어?"그 말에 주현우는 더 크게 웃더니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주진우를 보며 물었다."형, 담배 피워요?"주진우가 정색하며 말했다."안 피워."주진우가 담배를 안 피운다고 하자 주현우는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바람을 막고 담배에 불을 붙인 주현우는 길게 한 모금 빨고는 약간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뒤에 있는 벤치에 나른하게 앉았다.두 다리를 느슨하게 벌리고 머리를 살짝 뒤로 젖히더니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속이지 않으면 매일 달라붙어서 난리 치지 않겠어요?"주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현우가 담배 재를 털어내며 다시 덤덤하게 말했다."이혼할 생각 없어요. 할아버지한테 아연이랑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을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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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뭔가 말하려던 주진우는 허아연의 일기장을 봤다는 주현우의 말에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쳐다보는데 한바탕 밤바람이 불어왔다.주진우가 갑자기 물었다."그럼 너는 아연이를 좋아해? 진심이야?"주현우는 고개를 돌려 주진우를 쳐다봤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거의 다 타버린 담배에 덴 주현우는 그제야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리고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양손을 다시 주머니에 도로 넣고 앞에 있는 화단을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아연이 일기 보기 전에는 제대로 살고 싶었어요. 빨리 아빠가 되고 싶었고요."주현우가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자 주진우가 물었다."아직도 오예은 못 잊었어?"주진우가 오예은을 언급하자 주현우는 웃기만 하고 말하지 않았다.초점 없이 마당의 야경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주현우가 일어서며 말했다."들어가요."말을 마친 두 형제는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넓은 마당에 불어오는 바람이 몸에 닿아 아주 시원했지만 주현우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오예은을 잊지 못 했냐고 한다면 아직 잊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만약 오예은이 없었더라면 주현우도 없었을 것이다.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을까.별장 계단 앞까지 걸어왔을 때, 주진우가 갑자기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이혼할 생각이 없으면 앞으로 아연이랑 제대로 살아. 아연이는 그런 생각이 많은 애가 아니야. 두 사람 무슨 일 있으면 많이 이야기 나눠."주현우가 웃었다."알았어요."잠시 후 두 사람이 집에 들어가자 유서희가 주현우에게 쩌렁쩌렁 물었다."현우야, 너랑 아연이 오늘 밤 아레아 베이로 돌아갈 거야? 아니면 본가에 있을 거야?"주현우가 허아연을 보며 물었다."본가에 있을래?""아레아 베이로 돌아가요. 내일 출근해야 해서 저녁에 돌아가서 정리해야 해요.""그래. 그럼 너희 돌아가."집안 어른들에게 인사한 뒤 주현우는 허아연을 차에 태워 아레아 베이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 허아연은 조수석에 앉았다.주현우가 뒷문을 잠갔기 때문이었다.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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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허아연은 유미 이모 일행에게 자신과 주현우가 오늘 밤 돌아온다고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갔다.유서희가 아레아 베이에 묵지 않자 허아연은 안방까지 가지도 않고 게스트룸 문 앞에서 멈춰 섰다.하지만 캐리어를 옆에 놓고 문을 열려는데 평소 쓰던 게스트룸 방문이 열리지 않았다.착각인가 싶어 힘을 주어 몇 번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방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방문이 잠겨 있었다.순간 허아연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집이 점점 자기 집 같지 않았다.허아연 앞에서 걷던 주현우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돌아서니 허아연이 실망 가득한 눈으로 게스트룸 문 앞에 서 있었다.이 순간 주현우는 묻지 않아도 허아연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아레아 베이가 자기 집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허아연을 한참 쳐다보다가 여전히 게스트룸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주현우가 소리 없이 다가갔다. 손을 뻗어 허아연의 캐리어를 잡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왜? 엄마가 떠나면 집에 지키는 사람이나 널 감시할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어?"주현우는 한 손으로 허아연의 캐리어를 끌고 한 손으로 허아연의 목덜미를 누르며 허아연을 안방으로 데리고 갔다.허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없이 주현우를 따라갔다.그렇지 않으면 잘 곳이 없었다.만약 가서 유미 이모 일행을 깨우면 유서희가 내일 아마 또 올 것이었다.침실로 돌아온 허아연이 욕실에서 씻고 나오자 주현우는 이미 밖의 욕실에서 씻고 나온 상태였다.주현우가 잠옷을 제대로 여미지 않아 가슴 근육이 거리낌 없이 허아연 눈앞에 드러났다.주현우는 집에서 늘 이렇게 거리낌이 없었다.허아연이 주현우에게 눈길을 주지 않자 주현우가 머리 닦던 타월을 캐비닛 위에 던져놓고 허아연에게 심드렁하게 말했다."와서 머리 말려줘."허아연이 주현우를 힐끗 쳐다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직접 말리세요."주현우가 꼼짝하지도 않고 허아연을 쳐다봤다.두 사람이 리조트에 갔을 때 주현우가 시켜도 허아연은 말을 듣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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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주현우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으로 헤어드라이어를 든 허아연이 잠시 멈칫하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동작도 멈췄다.고개를 숙인 허아연은 피곤해 보이는 주현우 모습에 허리를 숙여 헤어드라이어를 내려놓고 나지막하게 귀띔했다."머리 다 말랐어요."그 말에 주현우가 느긋하게 허아연을 풀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아연이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돌아서려는데 주현우가 허아연의 팔을 다시 잡아당겼다.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쳐다보자 주현우가 허아연 손의 헤어드라이어를 빼앗아 한쪽에 놓았다.시선을 피한 허아연이 주현우가 잡은 손을 뿌리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시간 늦었어요. 일찍 쉬어요."하지만 주현우가 몸을 숙여 허아연에게 키스했다.허아연이 미리 예상한 듯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피하고 다른 한 손은 주현우 가슴에 대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허아연의 저항에 주현우는 씩 웃으며 살짝 힘을 주어 허아연을 잡아당겼다.비틀거리며 주현우 품에 안긴 허아연의 왼손은 여전히 주현우 가슴에 대고 있었다.말 없는 저항이 이어졌다. 허아연이 계속 주현우를 밀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자 주현우는 허아연의 두 손을 붙잡아 등 뒤로 눌렀다.움직일 수 없게 된 허아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며 물었다."주현우 씨, 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바쁜 일이 마무리되면 절차 밟으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요즘 애매한 태도는 또 뭐란 말인가?주현우는 허아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등 뒤에 고정한 채 고개를 숙여 허아연에게 키스했다. 원하지 않았던 허아연은 고개를 홱 돌려 주현우가 키스하지 못하게 했다.주현우도 개의치 않고 빈 오른손으로 허아연의 얼굴을 잡아 볼과 목, 귀에 키스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키스가 허아연 귀에 닿자 허아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주현우에게 말했다. "주현우 씨, 장난 이젠 적당히 해요.""장난?"주현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너랑 장난쳐?"주현우가 허아연의 손을 놓아주었다. 두 손이 허아연 잠옷 옷깃으로 향하더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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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허아연 배의 상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주현우가 물었다."허아연, 배의 상처 뭐야?"주현우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자 허아연이 순간 정신을 차렸다. 허아연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그 상처를 가리려 했지만 주현우가 허아연의 손을 잡고 가리지 못하게 했다.이때 허아연이 두 손으로 침대를 짚고 일어나 앉아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옷을 끌어 올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작년에 맹장 수술했어요.""맹장 수술?" 주현우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허아연의 얼굴을 쳐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허아연이 옷으로 상처를 가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전화했는데 당신이 차단했잖아요."허아연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꼼짝 않고 허아연을 한참 쳐다보던 주현우는 허아연이 계속 시선을 피하자 흥미를 잃고 일어나 통창 앞으로 걸어갔다.창문을 열고 담배를 집어 들어 불을 붙였다.옅은 담배 연기가 천천히 창밖으로 흩어졌고 주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주현우가 허아연의 전화를 끊거나 허아연의 전화번호를 차단한 적도 있었다. 허아연이 주현우를 찾을 때마다 엄마 얘기나 할아버지 얘기가 아니면 전부 주현우 집안일이었다.허아연은 거의 자신을 위해 주현우를 찾은 적이 없었다. 주현우와 밥 먹고 싶다거나 주현우를 만나고 싶어서 연락한 적이 없었다. 항상 다른 사람의 당부를 따라서였다. 때문에 주현우는 허아연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다.그런데 하필 허아연이 수술하러 간다는 전화를 놓쳤을 줄 몰랐다.담배 연기를 세게 한 모금 내뿜은 주현우가 재떨이에 반쪽 남은 담배를 비벼 껐다.주현우가 몸을 돌려 허아연을 보며 해명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침대에 있던 허아연이 말했다."알아요. 신경 안 써요."주현우가 바쁘다는 것도, 다른 사람과 다른 일이 모두 허아연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허아연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허아연은 전부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러든 아니든, 신경 쓰든 안 쓰든 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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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어슴푸레한 방 안, 주현우는 허리를 숙이고 허아연 곁에 다가가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허아연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주현우는 또 꼬박 밤을 새웠다.……다음날.허아연은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했다. 아직 회사 정문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오지은이 멀리서부터 환한 얼굴로 허아연을 불렀다."아연아."허아연이 웃으며 몸을 돌려 오지은에게 인사했다."지은 언니."한쪽에서 김민희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오지은 대표님."가까이 온 오지은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또 너희 경주 그룹에 왔어. 그런데 아연아, 내 손에 지금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나는……"오지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 뒤에서 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허아연 부대표님."왠지 묘한 의미가 담긴 오만한 말투였다. 허아연이 돌아보니 오만한 분위기에 한정판 개량한복을 입은 여자가 허아연과 오지은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여자는 허아연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그 옆에는 다른 여자 한 명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아마 여자의 비서인 듯했다.허아연이 상대방을 훑어보고 침착하게 말했다."누구세요……? 저한테 무슨 일이세요?"허아연 앞에 온 여자가 웃으며 자기소개했다."임나연이에요."이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주현우 씨 아이 임신했어요. 그래서 이야기 좀 하려고요."주현우의 아이?여자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옆에 있던 오지은도 충격을 받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뚫어지게 쳐다봤다.주현우가 몇 년 동안 놀기 좋아했다는 건 오지은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언니가 떠나고 주현우도 감정을 해소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현우가 이렇게 아이까지 가질 정도로 조심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이러면 앞으로 두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허아연은 아무 감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여자에게 물었다."몇 개월이에요?"임나연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느긋하게 말했다."3개월이고 남자아이예요. 이미 형태가 잡혔어요.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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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허아연의 일련의 조치에 오지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정신을 차린 오지은이 업무도 신경 쓰지 않고 차를 몰고 따라갔다.30분 후, 의사가 마스크를 벗고 수술실에서 나와 느긋하게 말했다."사모님, 임나연 씨는 임신이 아닙니다. 오해일 뿐이에요."의사의 말이 끝나자 임나연이라는 여자도 씩씩거리며 수술실에서 나왔다."당신 너무 의기양양하지 마. 이번에 임신 안 했다고 해서 다음번에 임신 못 한다는 건 아니야."허아연은 임나연 말을 듣더니 느긋하게 걸어가 여자의 턱을 들어 올리고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에 정말 임신하면 직접 주현우 찾아가. 나한테 찾아오면 주현우처럼 자비 베풀 일은 없으니까." 임나연이 허아연의 손을 쳐내고 "흥" 하고는 허아연을 밀치고 자기 사람을 데리고 먼저 갔다.허아연은 수술실 문 앞에서 상대방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리고 손을 들어 상대방과 닿았던 옷소매를 가볍게 털었다.아주 담담했다. 이때 오지은이 다가와 허아연을 보며 물었다."아연아, 3년 동안 너 계속 이렇게 지낸 거야?"허아연은 시선을 거두고 오지은을 향해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사에게 인사하고 떠난 허아연은 걸어가며 김민희에게 말했다."민희 씨, 중원 그룹 공사는 진도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해요. 안전과 품질이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오후 회의에 장도원 대표님도 오시라고 해요."허아연의 침착함에 오지은은 갑자기 모두가 허아연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경주 그룹으로 돌아온 오지은은 주현우의 사무실로 가서 방금 일을 곧이곧대로 전달하고 감탄하며 말했다."현우야, 난 아연이가 이렇게 차가울 줄 정말 몰랐어. 직접 데리고 병원 가더라니까.""우리가 아연이를 너무 잘못 알았던 것 같아요."사무실 안에서 주현우는 되레 웃으며 말했다."3년 동안 사모님 역할 그냥 한 줄 알아?"오지은은 웃고 있는 주현우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어쩐지 주현우가 자랑스러워하며 기뻐하는 것 같았다.주현우가 말하며 일어났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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