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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761 - チャプター 770

882 チャプター

제761화

소년원을 나간 뒤에도 반드시 유시진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지나윤은 줄곧 믿고 있었다.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건 유시진 목소리가 아니라 차가운 기계 안내음뿐이자 지나윤 마음은 점점 식어갔다.이제 유시진과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그날 이후, 지나윤은 다시는 유시진을 만나지 못했다.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유시진은 그대로 지나윤 인생에서 사라졌다.가끔 깊은 밤, 세상이 조용해질 때면 지나윤은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소년원에서 유시진과 만나고 가까워지다가 사랑하게 된 시간들이 전부 자기 혼자 꾸었던 꿈은 아니었을까, 그저 환상이었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시간이 흐르며 지나윤은 더 이상 유시진을 찾아 헤매지 않았다.애초에 찾을 수도 없었다.대신 지나윤은 그 소중한 첫사랑을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조심스럽게 숨겨뒀다.그리고 매일 밤 몰래 휴대폰 속 유일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봤다.언젠가 하늘이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푼다면 다시 유시진과 만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그런데 그날이 오기 전에 먼저 기다리고 있던 건 이경성의 추방 통보였다.“황 도령 말이 맞아. 저 애를 계속 이씨 집안에 두면 집안이 망한다더라... 원호야, 윤화야.”“너희 먼 친척 중에 아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니? 남편도 죽고... 성이 지 씨였던가?”그날 밤.이경성과 이원호, 채윤화가 긴 대화를 나눈 뒤, 지나윤은 그대로 지연순에게 입양 보내졌다.지나윤은 이씨 집안이 싫었지만 그래도 이원호와 채윤화는 자기 친부모였다.그런데 이미 다 큰 나이에 갑자기 낯선 사람 집으로 보내져야 했다.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이경성이 내린 결정에 이씨 집안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당연히 지나윤 의사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그렇게 지나윤은 지연순 딸이 됐고 B시로 옮겨가 살게 됐다.“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경성이 날 내쫓은 걸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몰라.”지나윤은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엄마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어.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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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네가 이씨 집안을 돕든, 안 돕든 난 무조건 네 편이야.”유시진 품에 안긴 채 지나윤은 귓가에 닿는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응...”지나윤 마음속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이씨 집안을 돕지 않아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다.하지만 거리에서 시위하던 사람들 그리고 감금된 이원호를 생각하면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두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고 거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지나윤?”유시진이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대신 귓가에는 고른 숨소리만 들려왔다.유시진은 천천히 몸을 떼어내더니 그대로 벙쪘다.지나윤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요즘 너무 지쳤던 걸까?’유시진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스쳤다.부디 그 피로가 자기 때문만은 아니길 바랐다.유시진은 조심스럽게 지나윤을 안아 들고는 그대로 침실 침대 위에 눕혔다.옆의 아기 침대 안에서는 지우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팔다리를 사방으로 뻗은 채 뒤집어져 자는 모습이 꼭 말랑한 찹쌀떡 같았다.짧고 통통한 팔다리를 보면 괜히 한번 꼬집고 싶어질 정도였다.유시진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한동안 지우를 바라보던 시선은 천천히 지나윤 쪽으로 향했다.지우와 달리 지나윤 잠버릇은 얌전한 편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걱정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이에 유시진은 천천히 몸을 숙이고는 지나윤의 미간 쪽으로 손을 뻗었다.손끝이 조심스럽게 지나윤 눈썹 사이에 닿더니 아주 천천히 구겨진 미간을 펴주듯 쓸어내렸다.그 덕에 굳어 있던 눈썹도 조금씩 부드럽게 풀렸다.그 순간 두 사람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잠든 지나윤 얼굴이 그대로 유시진 눈동자 안에 담겼고, 그 얼굴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워 가슴이 괜히 들끓었다.유시진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조심스레 지나윤 뺨을 쓰다듬었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유리 공예품이라도 만지는 사람처럼 말이다.혹시라도 지나윤이 깰까 봐 조심하면서도 또 손을 떼고 싶지는 않았다.결국 유시진 손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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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엄마!”지우가 지나윤을 보자 또렷하게 엄마라고 부르자 여자는 웃으며 지우를 바라봤다.그렇게 지나윤을 부르더니 곧바로 유시진에게 달려가 남자의 손을 덥석 잡더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아빠!”유시진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응.”그 소리에 지나윤은 바로 유시진 쪽을 바라봤다.‘너는 지우 아빠 아니잖아.’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장우영이 찾아와 유시진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사업 이야기는 아니었고 전부 이씨 집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어젯밤 도와준 그 여자 말인데요. 이씨 집안으로 시집간 사람이었어요.”“남편은 이경성 먼 친척 쪽이고, 예전엔 LY그룹 산하 공장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했다고 하네요.”장우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이경성 사망 후 유언에 따라 생활 및 교육 자금 명목으로 100만 달러를 받았고요.”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지나윤은 점점 미간을 찌푸렸다.LY그룹 공장 작업반장인 데다 100만 달러까지 받았다면 누가 봐도 넉넉하게 살 수 있는 형편이었다.그런데 왜 식당 청소 일을 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상황까지 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원래는 나쁘지 않게 살았는데 남편이 도박에 손대는 바람에 100만 달러를 순식간에 다 날렸다네요.”장우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거기에 1년 전 이안영이 이씨 성을 가진 직원들을 대규모로 해고했죠.”“특히 간부급은 거의 다 잘렸고요. 그 여자 남편도 그때 일자리를 잃었다네요.”“이후 빚은 점점 불어났고 결국 어젯밤 우리가 본 상황까지 온 거예요.”“그랬군요...”지나윤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이안영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그리고 이원호 장관님 관련해서도 알아낸 게 있어요.”장우영 말에 지나윤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현재 이원호 장관님은 이경성 어르신의 개인 저택에 사실상 감금된 상태인 것 같아요. 기간은 벌써 반년 가까이 됐고요.”유시진은 그 말을 하면서 조용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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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장우영이 돌아간 뒤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공기는 움직이지 않는 시멘트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평소 그렇게 시끄럽던 지우조차 아무 소리 없이 혼자 얌전히 놀고 있었다.유시진은 커피 두 잔을 내려 한 잔을 지나윤에게 건넸고, 여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유시진을 바라봤다.“유시진, 너 용안파랑 원한 있어?”유시진은 순간 멈칫했다.“왜 그렇게 생각해?”“그게...”지나윤은 잠시 망설였다.하지만 결국 2년 전, 고아라와 함께 병원에서 조커를 만났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털어놓았다.“내 생각이 맞다면 그날 밤 조커는 나 보러 온 게 아니었어.”지나윤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너 보러 간 거였어.”유시진은 아무 말 없이 지나윤을 바라봤다.지나윤의 말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고 오히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조커 같은 킬러 실력이라면 정말 지나윤을 죽이려 했다면 병원에서 이미 끝났어야 했다.그러니 그날 밤 지나윤이 살아남을 가능성 자체가 없었다.그 순간 유시진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자기가 의식도 없이 누워 있던 동안 지나윤이 그런 위험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가슴을 후벼팠다.만약 조커 진짜 목표가 지나윤이었다면 지나윤은 그때 이미 죽었을 것이다.위장 사망이 아니라 정말로 죽었을 것이었다.그때 갑자기 유시진 손이 지나윤 손을 꽉 붙잡자 여자는 놀라 눈을 들었다.유시진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마치 놓치는 순간 지나윤이 사라질 것처럼 굴었다.이에 지나윤은 유시진이 뒤늦게 겁먹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챘다.지나윤 역시 병원에서 조커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리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섬뜩했다.한동안 유시진 손에 잡힌 채 가만히 있던 지나윤은 결국 천천히 손을 빼냈다.손안이 비어버리자 유시진 눈빛에 순간 짙은 아쉬움이 스쳤다.“걱정하지 마. 조커 목표는 내가 아니었으니까...”지나윤이 조용히 달래듯 말했지만 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유시진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목표는 너였어.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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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그래서 채윤화는 이경성이 지나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소년원에 보내고, 다른 집안으로 입양 보낼 때까지도 단 한 번도 지나윤 편에 서주지 못했다.이원호 역시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를 더 자주 떠올리게 되는 법이었다.채윤화와 이원호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깨닫게 됐다.자기들이 지나윤에게 얼마나 못난 부모였는지를.둘은 평생 친딸을 위해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다.심지어 이경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지나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조차 알려 하지 않았다.책임을 외면하면 죄책감도 덜어질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이 이제라도 지나윤에게 잘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또한 지나윤도 더 이상 그 둘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그뿐만이 아니었다.지나윤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두 사람은 깨달았다.이제 와 후회하고 보상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영영 사라졌다는걸.“정말... 정말 너니, 채영아? 안 죽었구나. 살아 있었구나.”채윤화는 떨리는 손으로 지나윤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손끝이 조심스럽게 지나윤 뺨에 닿자 여자는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하지만 기쁨에 겨워 눈물을 쏟는 채윤화를 보자 끝내 매정하게 밀어내지 못했다.지나윤은 진짜 살아 있었다.눈앞에 있는 게 환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채윤화는 그대로 지나윤을 힘껏 끌어안았다.옆에 서 있던 이원호 역시 눈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한참 뒤 감정을 겨우 추스른 이원호는 먼저 유시진에게 다가갔다.“고마워요, 유 대표. 유 대표 아니었으면 우리 부부는 아마 평생 그 집에서 못 나왔을 거예요.”이원호는 두 손으로 유시진 손을 꽉 붙잡았고, 남자의 얼굴에는 감사함이 그대로 묻어났다.사실 이원호는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자기와 채윤화 남은 인생은 그 저택 안에 갇혀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이경성이 죽은 뒤 이안영은 정식으로 LY그룹을 넘겨받았다.처음에는 아직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오히려 이안영은 이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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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저택 안에서는 모든 통신이 끊겨 있었다.인터넷도 없었고 전화도 없었을뿐더러 휴대폰조차 만질 수 없었다.그랬기에 이원호와 채윤화는 그런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두 사람이 정성껏 키워온 이안영이 자기들에게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설령 자신들 체면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경성이 베푼 은혜만큼은 생각해야 했다.원래 이안영은 평범한 집안 아이였고 심지어 가정환경도 행복한 편이 아니었다.오랫동안 이경성이 뒤에서 도와줬고 마지막에는 직접 이원호와 채윤화에게 입양까지 맡겼다.어떻게 보면 이씨 집안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안영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감금된 채 살아가던 나날 속에서 이원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했다.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배은망덕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반면 채윤화는 매일 거실 불단 앞에 앉아 기도했다.지나윤이 저 세상에서라도 자기와 이원호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고.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시간이 반복될수록 이원호와 채윤화는 점점 탈출을 포기해 갔다.그래서 폭우 내리던 밤, 갑자기 누군가 저택 안으로 들이닥쳤을 때도 두 사람은 꿈을 꾸는 줄 알았다.아니면 너무 오래 갇혀 있어서 환각이라도 보는 줄 알았다.지금 와 생각해 보면 둘을 구해줄 사람도 그리고 실제로 구해낼 능력이 있는 사람도 유시진 말고는 없었다.“정말 고마워요, 유 대표...”채윤화 역시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고,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다.유시진은 미리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게 해두었다.놀란 마음부터 좀 진정시키려는 배려였다.“같이 먹을래?”유시진은 지나윤의 의사를 먼저 물었다.“그래.”지나윤과 유시진이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에는 이원호와 채윤화가 앉았다.적어도 이원호와 채윤화 눈에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한 장면처럼 보였다.죽은 줄 알았던 친딸이 살아 돌아왔고 같은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그 장면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모습이었다.네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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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다행히 유시진이 사둔 이 집은 아주 넓었고 방도 많았다.이원호와 채윤화는 손님방에서 잠들었지만 지나윤은 아직 잠들지 못했다.지금 지나윤은 서재에 있었고 오늘에서야 유시진이 서재 안에 피아노 한 대를 들여놨다는 걸 알게 됐다.유시진 역시 피아노를 칠 줄은 알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수준은 아니었다.지나윤 기억 속 유시진은 직접 연주하는 것보다 듣는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지나윤은 이 피아노는 유시진이 자기 때문에 준비한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지나윤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그 시각 유시진은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있었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자 손동작이 순간 멈췄다.이번에 지나윤이 연주한 곡은 가장 자신 있는 쇼팽의 야상곡이 아니라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었다.운명교향곡은 쇼팽의 야상곡보다 훨씬 웅장하고 격정적인 곡이었다.유시진은 설거지하면서도 서재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한 곡이 끝나고 고개를 든 지나윤은 문틀에 기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유시진을 발견했다.연주에 너무 몰입한 탓에 유시진이 언제 왔는지 얼마나 거기 서 있었는지도 전혀 몰랐다.곧 유시진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더니 한 손으로 피아노를 짚은 채 낮게 물었다.“무슨 고민 있어?”“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네 연주가...”“별로였어?”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별로가 아니라 너무 불안정했어.”그 말에 지나윤은 피식 웃었다.“애초에 운명교향곡 자체가 평온한 곡은 아니잖아.”“그래서 오늘 그 곡을 고른 이유는?”지나윤은 천천히 눈을 들어 유시진을 바라봤다.‘역시 유시진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네.’“너 말이야. 이안영이 그렇게까지 이씨 집안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이유 있잖아.”지나윤은 잠시 말을 고르다 입을 열었다.“혹시 두려워서 그런 거 아닐까?”“두려워서?”유시진은 눈을 살짝 크게 뜬 채 지나윤을 바라봤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눈빛이 변했다.“그러니까 지금 자기 위치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거야?”지나윤은 유시진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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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피아노 의자는 두 사람이 앉기에는 충분한 크기였지만 막상 나란히 앉고 보니 어쩔 수 없이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지나윤은 자기 몸 한쪽이 유시진 체온에 물든 것처럼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쇼팽의 야상곡 쳐줘. 난 그 곡 좋아해.”“네가 좋아한다고 내가 꼭 쳐야 해?”지나윤은 일부러 유시진 말을 받아치자 남자는 환하게 웃었다.“그럼... 지우도 좋아하잖아.”그 말에 지나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지우는 이미 잠들었거든? 그리고 겨우 한 살인데 너무 억지 아니야?”“한 살짜리라고 무시하지 마. 엄마의 음악 감각 물려받았으면 나중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될 수도 있어.”“그 말은 잘 들을게.”이상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지나윤은 결국 유시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이 곡은 어쩌면 지나윤과 유시진 사이를 이어주는 인연 같은 곡이었다.예전 소년원에서 지나윤이 유시진에게 들려줬던 멜로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유시진은 그 선율을 잊지 못했다.하지만 동시에 바로 그 곡이 너무 깊게 각인된 탓에 유시진은 한때 채연서를 이쁜이로 착각했고, 그 오해 때문에 지나윤과 수많은 엇갈림이 생겼다.그래서 지금 유시진에게 이 곡은 감정이 몹시 복잡한 존재였다.검은 건반과 흰 건반 위를 두 사람 손이 자연스럽게 오갔는데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지나윤과 유시진이 함께 연탄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리고 쇼팽의 야상곡 역시 처음으로 이런 분위기와 감정을 담아내고 있었다.마치 두 사람 사이 얽히고설킨 감정의 시간을 그대로 담아낸 듯했다.지나윤 역시 처음으로 쇼팽의 야상곡이 이렇게까지 여러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유시진과 함께 연주하는 게 조금 긴장됐다.유시진의 존재감은 너무 강했고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쉽게 의식됐다.하지만 지나윤은 음악 안으로 점점 더 깊게 빠져들기 시작했다.연주할수록 몰입은 더 짙어졌고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선율 역시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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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지나윤은 다급하게 자기 손을 유시진 손안에서 빼내고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졸려. 이제 자러 갈게.”거의 도망치듯 떠나는 지나윤 뒷모습이 유시진 눈동자 안에 담겼다.그 모습은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이원호와 채윤화는 당분간 유시진 집에 머물게 됐다.지우는 자고 일어나 집 안에 갑자기 사람이 두 명 더 늘어난 걸 발견하자 바로 ‘아바아바’ 거리며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심지어 몇 번이나 울기까지 하자 이원호와 채윤화는 완전히 어쩔 줄 몰라 했다.두 사람은 지나윤이 어릴 때도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었으니 지금 지우를 잘 돌볼 리도 없었다.그 모습을 보며 지나윤은 여기 있는 사람 중 아이를 제일 잘 보는 사람은 의외로 유시진이라는 걸 천천히 깨닫고 있었다.게다가 지우 역시 이상할 정도로 유시진을 잘 따랐다.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끼는 건지, 아니면 그냥 타고난 성향인지는 몰라도 지나윤은 분명 느낄 수 있었다.지우는 자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는 그렇게 마음을 주지 않았지만 유시진만큼은 정말 좋아했다.“계속 여기서 나랑 같이 있어도 회사는 괜찮아?”사실 지나윤은 오래전부터 이걸 물어보고 싶었다.“괜찮아.”유시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회사 쪽은 내가 없어도 어떻게든 돌아가. 근데 너는...”뒤에 이어질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네 곁에는 내가 필요하다는 말을 삼킨 건 지나윤이 자기 잘난 척한다고 생각할까 봐서였다.하지만 지나윤은 유시진 뜻을 충분히 이해했다.확실히 지나윤 혼자 힘만으로는 이안영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유언장 문제는 어디서부터 조사할 생각이야?”유시진 말에 이원호도 궁금해진 듯 지나윤을 바라봤다.“유언장? 네 할아버지 유언 말씀하는 거니?”“네.”지나윤은 고개를 끄덕인 뒤 지금까지 자기 추측을 이원호에게 설명했다.“설마 이안영이 간도 크게 유언장까지 조작했단 말이야?”채윤화가 충격받은 얼굴로 묻자 지나윤은 차분하게 말했다.“아직은 추측일 뿐이에요.”“근데 그게 아니면 이안영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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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베티 매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지나윤은 유시진에게 설명했다.“베티는 C국에서는 꽤 유명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야. D시 안에만 해도 가맹점 엄청 많고.”지나윤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근데 신원도로에 있는 저 매장은 예전에 내가 여기 왔을 때 몇 번 간 적 있어.”유시진은 지나윤 말이 어딘가 끊긴 느낌이라는 걸 눈치챘지만 굳이 재촉해서 묻지는 않았다.지나윤이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차를 세운 뒤 두 사람은 함께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사장님, 미니 케이크 좀 볼 수 있을까요?”지나윤은 카운터 앞에 서서 말하자 유시진은 주변을 둘러봤다.매장은 크지 않았다.사장이 직접 빵을 굽고 있었고 따로 직원도 두지 않은 듯했다.“어머, 이씨 집안 아가씨 아니에요? 진짜 오랜만이네요.”사장이 지나윤을 보자 반갑게 인사했고, 여자는 이에 좀 놀랐다.이렇게 오래됐는데도 자기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예전에 지나윤은 우연히 이 베티 매장에서 망고 포멜로 디저트를 사 먹은 적이 있었다.맛이 정말 좋았고 지금까지 먹어본 디저트 중 가장 자기 취향에 가까운 맛이었다.사장 역시 워낙 친근한 성격이라 두 사람은 그때 한참 이야기를 나눴었다.지나윤 표정 속 놀라움을 읽은 듯 사장이 바로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예쁜 손님은 잊고 싶어도 못 잊죠.”말하면서도 사장 얼굴에는 사람 좋은 웃음이 번져 있었다.사장 역시 꽤 단정하고 귀여운 인상이었지만 지나윤 같은 미인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됐다.당시 사장이 먼저 말을 걸었던 것도 지나윤이 너무 예뻐 보여서였다.그때 지나윤은 민망할 정도로 칭찬을 들었었다.“근데 이분은 남자친구예요?”사장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는데 시선은 계속 유시진 쪽으로 향해 있었다.“아니에요.”지나윤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근데 두 분 진짜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완전 선남선녀 느낌이에요.”지나윤은 사장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지금 머릿속에 연애 레이더가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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