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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مؤلف: 풍월
그 시각, 송지아는 이미 허경빈과 만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약속 장소로 정한 곳은 외진 골목 안에 자리한 프라이빗 다이닝이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데다 별실이 잘 갖춰져 있어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걱정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여기 길이 꽤 복잡한데. 너희 집 기사님은 위치를 알고 계셨어?”

허경빈이 자리에 앉은 송지아에게 물었다.

“기사님과 온 게 아니라 택시 타고 왔어.”

“택시?”

허경빈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럼 식사하고 나서 근처를 좀 걷자. 집에는 내가 데려다줄게.”

송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조기 수프가 맛있어. 닭볶음도 괜찮고…”

허경빈은 메뉴판을 한 장씩 넘기며 먹을 만한 음식을 골랐다. 맞은편에 앉은 송지아는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차를 조금씩 마셨다.

은은한 차향이 피어오르자 며칠 전 새언니와 나누었던 대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허경빈에게 고백을 받은 바로 그날 밤이었다.

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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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53화

    두 사람은 식사를 하는 동안 딱히 정해진 화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가 끊겨 어색해질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사소한 이야기만으로도 신기할 만큼 말이 잘 통했다.식사를 마친 뒤에는 나란히 거리를 걸었다. 밤공기는 제법 쌀쌀했지만 길가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따뜻했고, 오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주말 저녁의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그때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외국인 남성이 두 사람 곁을 스쳐 지나갔다.허경빈은 그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다가 괜히 헛기침을 했다.“외국 남자들은 다 저렇게 키가 크고 잘생겼어? 몸도 좋고?”“그럭저럭?”“너 외국에 있을 때 외국인 남자 친구는 안 사귀어 봤어?”“공부하느라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었어. 오빠도 워낙 엄하게 굴었고.”허경빈의 눈빛이 조금 밝아졌다.“그럼 경성에 돌아온 뒤에도 아무도 안 만났어?”“어른들이 몇 명 소개해 주셔서 같이 밥을 먹은 적은 있어. 그래도 정식으로 사귄 사람은 없었어.”송지아는 잠시 생각하다 솔직하게 덧붙였다.“사실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그 말을 들은 허경빈은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송지아에게 과거의 연애 경험이 있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만나면서 경험하게 될 모든 처음을 자신과 함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게 벅차올랐다.허경빈은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않은 채 말했다.“몰라도 괜찮아. 내가 가르쳐 주면 되니까.”송지아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말하는 것만 들으면 연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 같았다.그러나 허경빈은 지금껏 제대로 연애해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하채린과 얽힌 일이 워낙 크게 번지는 바람에 기자들이 그의 과거를 남김없이 파헤쳤고, 그 과정에서 연애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까지 이미 알려진 뒤였다.방주헌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두 사람이 사교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문 속 한 쌍이기도 했다.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모습만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52화

    그 시각, 송지아는 이미 허경빈과 만나고 있었다.두 사람이 약속 장소로 정한 곳은 외진 골목 안에 자리한 프라이빗 다이닝이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데다 별실이 잘 갖춰져 있어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걱정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여기 길이 꽤 복잡한데. 너희 집 기사님은 위치를 알고 계셨어?”허경빈이 자리에 앉은 송지아에게 물었다.“기사님과 온 게 아니라 택시 타고 왔어.”“택시?”허경빈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기분 좋게 웃었다.“그럼 식사하고 나서 근처를 좀 걷자. 집에는 내가 데려다줄게.”송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는 조기 수프가 맛있어. 닭볶음도 괜찮고…”허경빈은 메뉴판을 한 장씩 넘기며 먹을 만한 음식을 골랐다. 맞은편에 앉은 송지아는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차를 조금씩 마셨다.은은한 차향이 피어오르자 며칠 전 새언니와 나누었던 대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허경빈에게 고백을 받은 바로 그날 밤이었다.송지아가 집으로 돌아오자 새언니는 따로 그녀를 불러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 허경빈이랑 무슨 일 있지?”송지아의 심장은 순간 크게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두 사람이 같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뒤로 눈만 마주치면 꿀이 뚝뚝 떨어지더라. 네 오빠가 술에 취해서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새언니, 저랑 걔는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너는 네가 허경빈을 대할 때 유난히 다르다는 걸 모르겠어?”“제가 허경빈한테 특별하다고요?”송지아가 되묻자 새언니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너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늘 지나치다 싶을 만큼 예의 바르고 조심스럽잖아. 그런데 허경빈 앞에서는 오히려 솔직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입으로는 그렇게 싫다고 하면서도 민정이를 데리고 그 사람 집까지 고양이를 보러 갔지. 지난번에 그 사람이 우리 집에서 술을 마셨을 때도 네가 직접 집에 데려다줬고.”“그건 허경빈이 술을 많이 마셨으니까…”“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51화

    “그럼 사실상 남성 기능을 잃은 거네요?”허경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유주만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보호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마음은 우리도 이해합니다.”곁에 있던 의사가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책임을 병원 측에 돌리면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요. 애초에 그 환자는 다친 뒤에야 우리 병원으로 전원해 왔는데 말입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씁쓸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래도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구치소에 있는 전 여자 친구가 임신 중이니까요.”“듣기로는 설씨 집안도 이제 그 여자를 고소하지 않을 생각이라더군요. 어쩌면 성대한 혼례까지 치러서 며느리로 맞아들여야 할지도 모르죠.”설도윤이 진이화와 결혼한다고?두 사람이 그토록 끔찍하게 서로를 상처 입혔는데도 부부가 되어 한집에서 살아야 한다니.그렇다면 평생 서로를 괴롭히며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설씨 집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이화가 가진 아이를 지키려 할 터였다. 전에는 설씨 집안이 진이화의 약점을 쥐고 마음대로 휘둘렀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주도권은 진이화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참으로 지독한 악연이었다.허경빈은 유주만과 점심까지 함께 먹은 뒤 병원을 나섰다. 겨울 햇살이 희미하게 내려앉은 병원 정원을 지나던 중, 뜻밖에도 설씨 가족과 마주쳤다.설도윤은 환자복 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아 어머니와 격렬하게 다투고 있었다.그는 당장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설씨 가족은 여전히 병원 측과 책임 문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라 퇴원 수속을 밟으려 하지 않았다.“여기 계속 있다가는 온 세상 사람들이 내 일을 다 알게 될 거예요!”설도윤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지금 저를 위해 이러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죽으라는 거예요!”남성 기능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도윤에게는 견디기 힘든 치욕이었다.차라리 그날 진이화가 휘두른 칼에 그대로 죽었더라면 나았을 것 같았다.살아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50화

    송윤재는 식사를 대접한 지 사흘 만에 아내와 딸, 작은 포메라니안 유미를 데리고 다시 남쪽으로 돌아갔다.다른 아이들은 이미 개학한 지 오래였고, 송민정도 이곳에 머무느라 학교에 빠진 날이 적지 않았다. 세 식구는 미처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서둘러 떠나야 했다.송민정은 결국 허경빈의 집에 찾아가 고양이 하랑이를 만나지 못했다. 떠난 뒤 허경빈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온 아이는 아쉬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렸다.“삼촌, 하랑이 꼭 잘 돌봐 줘야 해요. 방학하면 제가 보러 갈게요.”송민정은 눈가를 붉힌 채 몇 번이나 당부했다.“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고, 장난감도 꼭 사 줘야 해요.”화면 너머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아이를 보고 있자니 허경빈도 마음이 아팠다.그는 지금 송지아의 마음을 얻으려는 중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녀뿐 아니라 송씨 집안 사람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허경빈은 송민정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남쪽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 털빛이 곱고 예쁜 랙돌 고양이 한 마리를 구했다. 그리고 친구가 직접 송윤재의 집까지 데려다주도록 세심하게 준비했다.이 정도면 송민정도 기뻐하고, 송씨 집안 사람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송지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네가 민정이한테 고양이를 사 줬어?”“너한테까지 벌써 소문이 났어?”허경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송씨 집안 사람들이 분명 자신이 얼마나 세심하고 다정한지 이야기하며 칭찬하고 있을 것 같았다.“오빠가 직접 전화해서 알려 줬어.”“일부러 전화해서 나 칭찬했어?”“민정이가 어릴 때부터 온갖 동물을 좋아했잖아. 그런데 우리 가족이 강아지는 키우게 해 주면서도 고양이만큼은 계속 안 된다고 한 이유가 뭔지 알아?”“왜?”허경빈은 그 문제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우리 오빠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거든.”송지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지금 병원에 갔어.”허경빈의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49화

    “안은 거야?”허경빈은 그제야 송지아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었다. 따뜻한 체온이 떨어져 나가자 두 사람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스며들었다.그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네가 누군가에게 들키면 곤란하다고 했잖아.”“원래는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네가 그렇게 끌어안는 바람에 정말 무슨 사이처럼 보이게 됐잖아!”송지아는 이 남자가 정말 눈치가 없는 것인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유 삼촌이 나를 알아보기라도 했다면 우리 사이를 아무리 해명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야. 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사람들이 오해하게 만들려고?”“일부러?”허경빈이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가리켰다.“내가 그런 데까지 머리를 굴릴 수 있는 사람처럼 보여?”송지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말이 이상하리만큼 설득력 있게 들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허경빈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 뒤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한 건, 무조건 나와 사귀라고 강요하려는 뜻이 아니야.”그는 송지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네게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한테도 한 번쯤 기회를 줘. 그러다 보면 어쩌면…”허경빈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졌다.“괜찮은 남자 친구 한 명을 얻게 될지도 모르잖아.”송지아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가까스로 표정을 가다듬은 그녀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이제 나 별실로 돌아가도 돼?”“너 먼저 가. 나는 조금 있다가 들어갈게.”송지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 뒤 먼저 복도를 떠났다.허경빈은 그 자리에 홀로 남아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송지아가 모퉁이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조금 전의 일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았다.생각할수록 자신의 고백이 형편없게 느껴졌다. 그는 짜증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거칠게 헝클었다.‘미치겠네. 허경빈, 넌 진짜 멍청한 놈이야.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멍청이. 고백하는 자리에서 머리카락을 전부 뽑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대체 왜 한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48화

    송지아는 허경빈과 벽 사이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커다란 유리창 너머로는 차가운 밤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그 그림자가 희미한 조명이 내려앉은 복도 벽 위에서 어지럽게 일렁였다.허경빈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만 해도 송지아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올라 숨결마저 뜨겁고 가빠졌다.하지만 그의 말이 길어질수록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리기 시작했다.이 남자에게는 정말 낭만적인 감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모양이었다.진지하게 고백하던 중에 머리카락이 전부 뽑히면 무슨 모양의 가발을 사야 좋을지까지 고민하다니.송지아는 별실을 나온 지 이미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오빠가 자신을 찾거나 걱정할지도 몰라 허경빈의 말을 끊으려던 순간,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미처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이었다.송지아의 몸이 앞으로 크게 기울더니, 순식간에 허경빈의 품 안으로 깊숙이 끌려 들어갔다.허경빈은 한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 안고, 다른 한 팔은 허리 뒤로 단단히 둘렀다. 두 사람의 몸이 빈틈 하나 없이 밀착되면서 얇은 옷감 너머로 서로의 체온과 호흡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허경…”송지아의 심장이 놀랄 만큼 빠르게 뛰었다. 당황한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허경빈이 나직하게 숨을 죽였다.“쉿.”곧이어 복도 저편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한두 사람이 아니었다.송지아는 온몸을 허경빈의 가슴에 기댄 채 꼼짝하지 못했다. 귀가 그의 가슴에 바짝 닿자 단단한 흉곽 너머로 울리는 심장 소리까지 선명하게 전해졌다.쿵, 쿵.느리고도 힘찬 박동이 귓전을 두드렸다. 맞닿은 몸을 타고 번지는 진동에 그녀의 심장도 덩달아 박자를 잃고 흔들렸다.“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있어. 누가 오고 있어.”허경빈이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댄 채 낮게 속삭였다.깊고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뜨거운 숨결이 귓바퀴를 가볍게 스쳤다. 가느다란 불꽃이 여린 살갗을 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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