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는 거센 바람이 유리창을 스치며 잘게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그러나 실내의 공기는 전혀 다른 의미로 얼어붙어 있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밀착된 야릇한 자세였지만, 조금 전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난감한 정적만 흘렀다.“지아야, 이건 내가 설명할 수 있어…”허경빈은 다급히 발을 뻗어 콘돔 두 상자를 맞은편 소파 밑으로 걷어차 버렸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혀까지 꼬일 지경이었다.두 사람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다. 이대로 송지아가 자신을 음란한 생각만 가득한 변태, 오로지 그녀의 몸만 탐내는 불한당으로 오해하기라도 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길이 없었다.“일단 좀 일어나. 무거워.”허경빈의 몸 절반이 송지아를 짓누르고 있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더구나 그의 한 손은 바짓단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있었다. 뜨거운 손바닥이 맨살에 닿아 허벅지를 달구자, 낯설고도 미묘한 감정이 밀려들어 송지아의 마음을 어지럽혔다.허경빈이 몸을 비켜 주자 송지아는 서둘러 상체를 일으켰다. 흐트러진 호흡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뺨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은 입맞춤 탓에 살짝 부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옷매무새도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다.누가 보아도 실컷 괴롭힘을 당한 사람처럼 보였다.허경빈도 자신이 조금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뜨거운 열기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그녀를 그대로 한입 한입 모조리 삼켜 버리고 싶었다!“뒤돌아 있어. 절대 돌아보지 말고.”허경빈은 군말 없이 등을 돌렸다. 그사이 송지아는 흐트러진 옷자락을 끌어 내리고 옷매무새를 정돈했다.허경빈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 방주헌을 저주했다.방주헌, 이 망할…!“여기 잠깐 앉아 있어.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경빈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잠시 뒤 안쪽에서 쏴아 하는 물소리가 길게 이어졌다.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한 송지아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한참 뒤 허경빈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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