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강민 씨.”서은주가 그를 올려다봤다.“계속해.”그가 낮게 말했다. 그녀의 손끝이 아래로 내려갔다.“이제 됐죠?”“조금 더 조여봐.”“……”서은주는 이를 살짝 깨물었다.육남혁과 연주 사이 이야기가 궁금한 건 사실이었지만 너무 의기양양해진 육강민은 갈수록 더 뻔뻔하게 요구를 늘려갔다.게다가 육강민 성격상 비위 맞춰준다 해서 순순히 말해줄 리도 없었다.육강민은 이미 감동의 소용돌이에 잠겨 있어 아내의 눈빛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정신 차렸을 땐, 어느새 문밖으로 쫓겨나 있었다.찰칵.문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에서 잠가버린 것이다.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괜히 문을 두드렸다가 가족들이 깨면 아내한테 쫓겨난 남자가 되는 건데… 그건 너무 체면 구겼다.결국 육강민은 욕실로 가서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끝내고 나니 잠도 오지 않아 서재에서라도 자려고 문을 여는 순간, 멈칫했다.형이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아버지도 있었다.둘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훑어보더니, 육진국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너도 쫓겨났냐?”육강민 입꼬리가 꿈틀했다.한주미는 육남혁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육진국은 대수롭지 않단 듯 새해 첫날부터 친구들이랑 낚시 약속을 잡았다.한주미는 아들이 일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낚시만 하는 남편을 결국 내쫓은 것이다.육남혁은 잠이 안 와 서재에서 책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왔고,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까지 왔던 것이다.새해 첫날 밤, 부자 셋은 서재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연주가 눈을 뜨니, 벌써 오전 열 시가 넘었다.낯선 방을 둘러보는 순간, 어젯밤 일이 하나둘 떠올라 입술을 깨물었다.술 취해서 육씨 가문에서 자다니, 드디어 미쳤구나!대충 정리하고 아래층에 내려오니, 박명숙과 육진국 부부만 있었다.육남혁과 육강민 부부는 아이들 데리고 놀러 나갔다고 했다.연주는 육남혁에게 전화해 위치를 받고 찾아갔다.가보니 각종 놀이시설이 모인 곳이었다.마침 육남혁은 연우진
자정 종이 울리며 새해가 밝았다.연우진은 육민찬 방에서 자게 되었다.어른들이 나가자마자, 육민찬이 옆 사람을 툭툭 건드렸다.“형, 자요?”“아니.”“보여줄 거 있어요!”“뭔데?”두 꼬마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몰래 소곤거렸다.육민찬이 새로 산 손목시계를 자랑했다.“봐 봐, 야광 시계!”“이거 레이저도 나가. 파란 불 쏘는 기관총 같지 않아? 다다다다다— 비우비우비우!”연우진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꿈틀했다.“…그래.”“멋지죠?”“괜찮네.”“형한테 줄게요.”“왜?”연우진이 의아해했다.육민찬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형이 좋으니까.”“……”육민찬의 저돌적인 고백이 연우진은 살짝 버거웠다.두 아이가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실랑이하는데 문이 열리자, 둘은 즉시 자는 척했다.육남혁이었다.이불을 잘 덮어주고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그는 연우진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아이는 깨어 있었기에 따뜻한 손길이 자기 뺨을 스치는 걸 분명 느꼈다.육남혁은 몸을 숙여 아이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그가 나간 뒤, 연우진은 손으로 입 맞춘 자리를 슬쩍 만져봤다.심장이 쿵쿵 뛰었다.충격과 감동이 한꺼번에 몰려왔다.아이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붉게 달아올랐다.하지만 육남혁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아이들이 잠든 뒤에도 육씨 가문 어른들은 잠들지 않았다.육남혁의 인생 문제를 놓고 즉석 가족회의가 열렸다.서은주는 박명숙 옆에서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한주미가 하루 종일 참았던 질문을 꺼냈다.“남혁아, 연주랑 대체 어떻게 된 거니?”그녀는 큰 아들을 위해 신년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맞선을 줄줄이 잡아뒀다.그 정성이 전부 물거품이 됐으니, 속이 뒤집힐 만도 했다.육남혁이 담담히 말했다.“얘기하자면 길어요.”“그럼 짧게 해.”“연주와 평생을 하고 싶어요.”한주미는 관자놀이를 눌렀다.곁눈질하니 둘째는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로 웃고 있고, 남편은 느긋하게 해바라기씨나 까먹고 있었다.한주미는 속이 뒤집혔다.
가족을 잃은 후, 연주는 설 연휴가 싫었다.아니, 증오했다.명절이면 모두가 웃고 떠들며 행복해하는데 그녀에겐 가족을 잃은 날이었으니까.차라리 진탕 취해버리고 싶었다.꿈속에서라면 가족이 다시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박명숙과 육진국 부부는 그렇게 육남혁이 연주를 번쩍 안아 들고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안는 폼이 제법 능숙했다.게다가 연주가 그의 목을 감는 자세도 너무 자연스러웠다.*육남혁은 연주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손이 비어 있지 않아 불은 켜지 못했고 침대 머리맡수면 등만 문득 켜져 방 한켠을 은은히 밝혔다.그 희미한 불빛 아래, 육남혁은 연주를 천천히 침대에 눕혔다.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려는데, 갑자기 연주가 눈을 떴다.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아무 예고도 없이 육남혁의 몸이 아래로 확 끌려갔다.재빨리 몸을 지탱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그녀를 덮칠 뻔했다.그 힘에 둘 사이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너무 가까워 육남혁은 그녀의 길고 짙은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는 것까지 선명히 볼 수 있었다.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말없이 그를 올려다봤다.육남혁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통제되지 않는 감각이 온몸을 들쑤시기 시작했다.“연주야…”육남혁은 자신의 옷을 움켜쥔 그녀의 손을 감싸며 달랬다.“응…?”술에 취한 연주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고 눈꼬리는 수줍게 붉었다.애교 섞인 흐린 음성이 그의 이성을 뒤흔들었다.아래층에선 아직 웃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수면등마저 꺼지고 방 안은 어둠에 잠겼다.창으로 스며든 달빛만이 실내를 비췄다.이대로 가다간 오늘 밤 자신이 달빛을 핑계로 짐승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착하지, 힘 풀자.”육남혁은 인내하며 달랬다.그런데 연주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당신도… 날 버릴 거예요?”육남혁 눈빛이 흔들렸다.“뭐?”잘못 들은 줄 알고 더 가까이 몸을 숙였다.“아빠… 나 아빠 많이 보고 싶었어요…”“…오빠도 아직 못 찾았고, 엄마 아빠는 잘 지내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서은주가 없어서, 육강민은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지냈고, 설날 저녁상도 대충 때우듯 넘어갔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가족들이 모두 모였고, 연주 모자까지 함께하니 유난히 더 북적이고 따뜻했다.그 모습에 박명숙은 눈시울을 붉혔다.이 나이가 되면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자식과 손주들을 곁에 두고 오손도손 함께 하는 것이다. “증조할머니, 왜 그러세요?”육민찬이 다가가자, 연우진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한 아이가 손수건을 건네고, 다른 아이가 눈물을 닦아주니, 기분이 좋아진 박명숙은 미리 준비해 둔 세뱃돈 봉투를 꺼내 두 아이에게 쥐여줬다.육민찬은 해맑게 웃으며 “고마워요, 증조할머니!” 했지만, 연우진은 조금 어색한 듯 연주를 힐끗 바라봤다.“이건 증조할머니가 주는 거니까 꼭 받아야지.”박명숙이 그의 주머니에 봉투를 넣어주었다.“감사합니다, 증조할머니.”“이건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는 거야.”한주미도 봉투를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평소 명절이라고 해도 연우진은 늘 엄마와 둘뿐이었다.육씨 가문은 4대가 함께 살고 있었기에 자연히 더 북적였고,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 연우진은 조금 수줍어했다.그 모습을 본 연주는 마음이 저릿했다.그때,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이 누군가에게 잡혔다.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단단함에 연주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육남혁은 동생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손만은 그녀를 꼭 감싸고 있었다.겉으로는 여전히 점잖은 척하면서 할 건 다 하고 있었다.연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원래부터 이 남자, 은근히 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괜히 크게 움직였다간 사람들 시선을 끌 것 같아, 결국 그녀는 손을 빼지 못하고 그대로 두었다.가만히 있질 않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괜히 간질간질하게 신경을 건드려 불편했다.육강민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챘지만, 모른 척해줬다.그러나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육남혁을 차라리 ‘육변태’로 바꾸는 게 낫겠다 싶었다.자기만
“두 사람 대체 언제 엮인 거죠?”“엮였다고? 말이 좀 거칠다.” 육진국이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도대체 뭘 낳은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하나는 제대한다고 내가 폭죽이라도 터뜨릴 만큼 좋아했는데, 웬 애 하나 안고 들어오질 않나. 여자 친구도 없던 놈이 애를 데려오니까, 처음에는 성전환수술이라도 한 줄 알았어요! 혼자 임신해서 낳아온 건가 싶었다니까요! 작은 놈은 그렇다 치고, 큰 놈은 30년 동안 아무 소식 없다가 겨우 움직임이 보이더니, 한 번에 둘을 데려왔잖아요.” 육진국이 웃으며 말했다.“당신, 전에 며느리만 데려오면 다른 건 다 상관없다고 했잖아.”“그건 그렇지만…”“연주가 마음에 안 들어?”“아니요!”“그럼, 우진이가 싫은 거야?”“너무 예쁘죠.”“연주에게 아이가 있는 게 걸려?”한주미는 한숨을 내쉬었다.“같은 여자로서 혼자 애 키우면서도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돼서 마음으로 탄복하고 있어요. 근데… 둘이 이렇게 갑자기 이어진 건 너무 뜬금없지 않아요?”혈연 따졌다면 애초에 육민찬도 친손주처럼 키우지도 않았을 것이다.“나 아까 강민이한테 물어봤어.”“걔한테 뭘 물어요?”“상에 수저 더 놓으라던 게 강민이잖아. 그럼, 뭔가 알고 있다는 거지.” 육진국이 차분히 분석했다.“게다가 남혁이가 사람 데려왔는데도 전혀 놀라지 않더라고.”“그래서 뭐라고 했는데요?”“남혁이 연주랑 사귀냐고 물었지.”“뭐래요?”“아니래.”“뭐라고요?” 한주미가 또다시 흥분했다.“지금 당신 아들 혼자 애 태우는 중이래.”한주미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꼴좋네요!”“……”육남혁 때문에 그동안 그녀의 속을 셀 수없이 뒤집어놓았었다.고개를 빼꼼 내밀어 거실을 보던 한주미는 연주한테 차까지 따라주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남편 옷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누구 수발드는 꼴을 보고 있으니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비위 맞추느라 허리가 남아나질 않겠는데요?”육진국은 뭐라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연우진의 입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엄마, 아저씨랑 사귀는 거예요?”“아니.”“그럼, 키스는 왜 했어요?”“그건… 그냥 사고였어.”연우진이 코웃음을 쳤다.“그 말 같지도 않는 변명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연주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저런 말들을 배워온 거지?차에 올라타자, 아이는 금세 쿨가이 모습으로 돌아갔다. 연주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고, 다리를 달랑달랑 흔드는 걸 보니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반면, 연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아저씨는 설에 뭐 해요?” 아이가 물었다.“설에 뭐 하는지 몰라?”“해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북적이지, 설에는 이렇게까지 시끌벅적하지 않거든요. 그리고…”아이가 말끝을 흐리며 엄마를 힐끗 봤다.연주의 집에 일이 터진 것도 하필 설 무렵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설은 기뻐하거나 축하할 만한 명절이 아니었다. *육씨 가문 저택.연주와 연우진 모자가 나타나자, 한주미는 놀라서 주걱을 떨어뜨렸다.일전에 큰아들이 연우진을 데리고 왔을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번엔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고 평소 침착하던 육진국조차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박명숙은 연우진을 유난히 예뻐해서, 곧장 불러 곁에 앉히고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죄송해요, 이렇게 또 폐를 끼치게 되었네요.” 연주가 어색하게 말했다.“아니야, 설이니, 사람 많아야 북적북적한 거지.” 한주미는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주걱을 주워들었다.입가엔 웃음을 걸고 있었지만, 살벌한 시선이 큰아들을 향했다.그 눈빛은 ‘너 이리 와.’라고 하고 있었다.지금 당장!육남혁은 연주에게 다가가 낮게 말했다.“잠깐만 앉아 있어. 금방 다녀올게.”순간, 식구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주에게 쏠렸다.육강민과 서은주는 이미 상황을 아는 터라 묘하게 웃음을 참고 있었고, 박명숙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저 둘 언제 저렇
사실 육강민은 서은주와 함께 파티장을 나설 때부터 그녀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가능성을 이미 떠올리고 있었다. 호텔에서의 그날 밤, 침대 시트에 남아 있던 선혈은 거짓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가슴속에 무언가가 뒤엉키고 있었다.복잡하고, 묘하게 무거운,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자기 핏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흥분이 스치기도 했다.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늘 냉정하고 침착했던 육강민은 태어나 처음으로 허둥대고 있었다. 이 사실이 그에게
“내가 너무 급했구나.”한주미는 웃으며 말했다.임신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었기에, 한주미는 더 묻지 않았고, 서은주가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옆에 서 있는 두 아들을 바라봤다.“너희 둘도 있었니?”아까 들어올 때, 아예 안 보이신 건가?그냥 공기 취급이었다.“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육강민이 입을 열었다.“말해봐.”한주미는 아까 너무 급히 들어오느라 흐트러진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있었다.“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육남혁이 미리 경고했다.“웬만한 일들을 다 겪었는데 놀라울
온라인에는 온통 육강민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육강민때문에 내 심장이 고장 났어!][내가 찾던 이상형이야. 기꺼이 당신의 종이 되어 드리리라!]파티장에 들어서던 서은주는 댓글을 훑어보다가 육강민 사진을 몇 장 발견했다. 그 중 꽤 잘 나온 사진도 있어 자신도 모르게 저장 버튼을 눌렀다. 성세 기념일 파티는 회사 계열의 특급 리조트 호텔에서 열렸고 그 화려함은 실로 압도적이었다.고급진 장식물들이 우아하게 걸려 있어 곳곳에 돈의 향기가 가득 풍겼다.서씨 가문에서 잘 대해주지 않았지만, 이순옥은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물 한 컵을 다 마신 뒤에야 서미진은 서은주를 바라보았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난 늘 너를 질투했어.”“네가 나를 질투했다고?”서은주는 담담하게 되물었다.“처음 너를 봤을 때 꼭 공주님 같았어. 똑똑하고 예쁜 네가 하늘의 별을 따 달라고 해도 큰어머니와 큰아버지는 기어이 따다 주실 사람들이었지.”“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늘 그렇지는 않지.”서은주가 작게 웃었다.“그분들이 돌아가셨을 때, 솔직히 말하면 나 좀 기뻤어. 너도 더 이상 콧대 높은 공주가 아니게 됐으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나랑 너를 비교했어. 나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