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방 안은 서로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하지만 허경빈은 자신의 손등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숨결만큼은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얕고 가볍게, 때로는 조금 거칠게 흩어지는 숨은 다급할 만큼 불규칙했다.따뜻하고 부드러웠다.송지아의 몸에서는 은은한 차 향과 함께 희미한 단내가 풍겨 왔다.허경빈도 지금껏 살면서 먼저 품에 안겨 오는 여자를 적잖이 겪어 보았다. 하지만 오늘처럼 별다른 이유도 없이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한 적은 없었다.송지아가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이제 그만 입을 막은 손을 내려 달라는 뜻이었다.“쉿.”허경빈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의 뜨겁고 묵직한 숨결이 그녀의 뺨 위로 내려앉았다.허경빈의 손가락이 천천히 풀어지자 송지아는 그제야 겨우 숨을 돌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몸은 여전히 지나치게 가까이 맞닿아 있었다.“조금 뒤로 물러나.”송지아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가슴은 아직도 두근두근 빠르게 뛰고 있었다.뺨에는 여전히 허경빈의 손바닥이 남긴 온기가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뜨겁고 따스했다.허경빈은 순순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정확히는 아주 작은 한 걸음이었다.기껏해야 손가락 한 마디만큼 멀어진 것에 불과했다.“조금 더 뒤로 가.”송지아가 다시 말하자 허경빈은 또 한 발짝 물러났다.그런 식으로 서너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두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생겼다. 송지아도 그제야 한결 편하게 숨을 내쉬었다.“나는 언제 집에 갈 수 있는데?”허경빈이 목소리를 죽여 물었다.“미안해. 원래 부모님이 오늘 저녁에 외출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안 나가시겠대. 아마… 저녁을 다 드시고, 드라마까지 본 다음에 족욕하고 방에 들어가셔야 널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아.”“그럼 대체 몇 시야?”“아마 열 시 반쯤?”허경빈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지아, 너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는 것 같은데.”“맹세하는데 정말 아니야. 그리고
송지아의 아버지가 불만스럽게 말했다.“나도 그만 이야기하고 싶지. 그런데 우리 지아가 경성에 돌아오자마자 그 녀석은 왜 또 불쑥 나타난 거지?”그는 생각할수록 수상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아무래도 그 녀석이 계속 우리 집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아. 떨쳐 내도 자꾸 따라붙는 귀신처럼 말이야.”마침 도우미가 잘 우러난 차를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그러면서 남몰래 송지아를 힐끗 바라보았다.귀신처럼 따라붙는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그 녀석이 지금도 이 집 안에 숨어 있으니 말이다!집안의 도우미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문 채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송씨 부부에게는 더더욱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아가씨가 이층에 남자를 숨겨 놓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허씨 집안의 도련님을!두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집이 발칵 뒤집히고도 남을 터였다.송지아는 차를 마시며 어색한 웃음을 두어 번 흘렸다.아버지는 최근 몇 년 사이 경영 일선에서 서서히 물러났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옛일을 추억하며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특히 딸의 학창 시절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허경빈이 빠지지 않았다.덕분에 허경빈은 최근 몇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꼴로 송지아 아버지의 입에 오르내리며 두고두고 욕을 먹었다.그런 아버지와 허경빈을 어떻게 마주치게 하겠는가.송지아가 다급히 그를 자기 방에 숨긴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아빠, 엄마. 오늘 저녁에 무슨 만찬에 참석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언제 나가세요?”송지아는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그러자 어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안 가기로 했어. 네 아빠가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면 무릎이 아프대. 오늘 저녁은 그냥 집에 있을 거야.”송지아는 순간 멍해졌다.도우미들도 일제히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이층에 숨어 있던 허경빈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그러는 사이 휴대전화 배터리는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송지아의 방에 있는 충전기는
송씨 저택.연락처를 주고받은 뒤에야 허경빈은 자신이 들어온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그제야 이곳이 송지아의 침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방은 따뜻한 색조로 꾸며져 있었고, 아늑하면서도 단정했다. 침대 머리맡에는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부모와 오빠뿐 아니라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가운데에 선 송지아는 머리를 높이 묶고 붉은색 니트 원피스를 입은 채 눈부시게 웃고 있었다.방 안에는 화장대와 책상이 놓여 있었고, 책상 위와 책장에는 외국어로 된 책이 제법 많이 꽂혀 있었다.허경빈은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조금 전 추가한 송지아의 프로필을 눌렀다. 공개된 게시물을 하나씩 살펴보자 그녀가 경성으로 돌아온 뒤 어떻게 지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새해 전야에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부모님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일주일 전에는 친구들과 스키장에 다녀왔다.며칠 전에는 오랜 동창들과 만나 식사를 했다.그 밖에도 소소한 일상의 흔적이 이어졌다.허경빈이 남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순간, 메시지 알림이 화면 위에 떠올랐다.아버지가 보낸 것이었다.[선물은 잘 전해 줬냐?]허경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한 시간쯤 뒤부터 허진강이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보내며 아들의 휴대전화를 폭격하기 시작했다.[경빈아, 아직 살아 있니? 아빠한테 답장 좀 해 다오.][설마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지? 아빠한테는 네가 하나뿐인 외아들이란다. 네가 노후를 책임져 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지만, 그래도 삼십 년 가까이 키웠으니 정이 들긴 했어.][우리 경빈이, 뭐라도 한마디 해 봐. 살아 있다는 것만 확인하자.]아버지의 호들갑에 머리가 지끈거린 허경빈은 결국 짤막하게 답장을 보냈다.[걱정 마세요. 아드님은 아직 멀쩡히 살아 있습니다.]답장은 곧바로 돌아왔다.[내가 뭐랬니. 송씨 집안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들은 아니라니까. 저녁에 집에 오면 뭐 먹을래? 아빠가 배달시켜 줄게.】배달 음식이라고?정
그렇다면 지금 송씨 집안에는 송지아와 저 남자, 단둘만 있었다는 뜻인가?허경빈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송지아의 부모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일부러 집을 비운 게 분명했다.하필이면 왜 이런 때 찾아왔을까.허경빈은 목소리를 낮추고 송지아에게 조금 다가가 멋쩍게 웃었다.“내가 아무래도 때를 잘못 맞춰 온 것 같네.”“이미 왔으니 차라도 한잔하고 가.”허경빈은 자신도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녀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그가 받아 든 것은 진피를 넣은 보이차였다. 찻물에서는 부드럽고 그윽한 향이 피어올랐고, 입안에 머무는 맛도 따뜻하고 깊었다.맞은편의 남자는 허경빈이 송씨 집안에 찾아온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어색한 미소만 몇 번 주고받았다.허경빈은 차를 마시며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분명 머리가 어떻게 된 게 틀림없었다.허경빈, 이 멍청한 자식아!잠시 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선물도 전해 드렸으니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그는 송지아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지아야, 설날에 시간 되면 같이 영화 보러 갈래?”“좋아요. 연락해요.”송지아가 웃으며 대답하자 남자의 얼굴에 기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허경빈은 슬며시 눈썹을 치켜올렸다.지아라고?자신이 알기로 송지아가 경성에 돌아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이름을 허물없이 부를 만큼 가까워진 건가?고작 영화 한 편을 함께 보기로 한 것뿐인데, 저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그 순간 허경빈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자신은 송지아의 연락처조차 없었다.그런데 저 남자에게는 있었다.남자를 배웅하고 돌아온 송지아가 그제야 허경빈을 바라보았다.“그런데 갑자기 우리 집에는 왜 온 거야?”“선물 주러 왔다고 했잖아.”“그럼 다 줬으니까 이제 가.”허경빈은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차 마시고 가라고
허진강도 나름대로 아들을 생각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기에, 이번만큼은 거절을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허경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버지, 이건 아들을 사지로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예요.”“그래서?”“이러다 정말 아들을 잃으실 수도 있다고요.”허진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받아쳤다.“너 때문에 학교에 불려 가서 이 늙은 얼굴로 망신을 당했을 때부터, 차라리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방주헌 정도만 놓고 보면 그럭저럭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육씨 집안 형제들과 하이석까지 아들과 비교하고 나면, 허진강은 가슴을 치며 세상의 불공평함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똑같은 아들인데 남의 자식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저토록 뛰어난지 모를 일이었다.자신과 아내의 유전자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학창 시절에는 반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었다. 그런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성적도 평범한 데다, 시도 때도 없이 사고를 쳐 속을 뒤집어 놓았다.결국 허진강은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듯 못을 박았다.“잔말 말고 반드시 가.”허경빈은 지난밤 꾸었던 낯 뜨거운 꿈이 떠오르자 송지아를 무슨 낯으로 만나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경빈아, 너 왜 그러니? 얼굴이 갑자기 왜 이렇게 빨개졌어?”어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난방이 너무 세서 좀 더운 것뿐이에요.”허진강이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덥냐? 얼굴이 원숭이 엉덩이처럼 새빨갛구나.”*허경빈은 송씨 집안에 선물을 전하러 가는 일이 영 내키지 않았다.자신은 물론이고 들고 간 선물까지 문밖으로 내던져질 것만 같았다.그는 단체 채팅방에 사정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친구들의 비웃음뿐이었다.하이석은 심지어 이런 댓글까지 남겼다.[얼마 전에 삼촌이 나한테 연락해서 건장한 경호원 두 명만 빌려 달라고 하셨어. 대체 어디에 쓰려는 건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네. 네가 끝까지 송씨 집안에 안 가면 사람을 시켜서 묶어
사실 그 이름은 정말 제비뽑기로 정한 것이었다.그 사실을 육남혁 부부가 알게 된다면 과연 무슨 표정을 지을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이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은 연우진의 눈에도 고스란히 들어왔다. 아이는 단번에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하더니, 나중에 연위성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남몰래 물었다.“외삼촌, 아까 그 윤 선생님이 제 미래 외숙모예요?”연위성은 아이의 대담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나랑 그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그런데 아까 두 분이 계속 눈빛을 주고받았잖아요.”“그건 그런 눈빛이 아니었어.”“그럼 눈으로 마음을 주고받은 거예요?”아이가 지나치게 조숙한 것도 골치 아픈 일이었다.어린아이의 말이라 누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느냐마는, 연위성은 연우진이 엉뚱한 말을 퍼뜨려 윤나송의 평판에 흠이라도 낼까 걱정되었다. 결국 장난감과 과자를 사 주며 아이의 입을 막으려 했다.그러나 연우진은 선물을 받아 들고도 의심스러운 눈으로 외삼촌을 바라보았다.“외삼촌, 지금 저를 매수하는 거예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 왜 제 입을 막으려고 해요?”어린아이에게도 나름의 빈틈없는 궤변이 있었다.이미 연우진의 마음속에서 연위성은 아무리 해명해도 결백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설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연주는 집으로 돌아가 산후조리를 시작했다.이제 누나가 된 육수린은 거의 매일 육시안을 보러 왔다. 작은 장난감이나 온갖 물건을 들고 와 아기의 눈앞에서 흔들며 놀아 주곤 했다.설이 가까워질수록 경성에서도 귀성 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강희진과 강정한이 회성으로 내려가는 날, 방주헌은 두 사람을 배웅하러 공항까지 따라갔다. 그는 강정한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치 생이별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강희진을 붙잡고 애절한 이별극을 펼쳤다.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이인 줄 알았을 것이다.“자기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은 두근거리고 온몸이 괴로워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