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91 - Chapter 100

153 Chapters

제91화

허설아는 진퇴양난이었다.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과 거의 얼굴에 닿을 듯한 숨결을 느끼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입을 열었다."저 형수님 아니에요. 저는 대표님과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 말에 권지헌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기 너머 권지혁이 들어도 형이 지금 엄청 기분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허설아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속으로 후회했다.이 시간에 권지헌네 집에 나타나고, 심지어 이런 자세로 있는데......권지헌과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해도 누가 믿겠어.권지혁은 권지헌과 형수가 싸운 거라고 생각했지만 허설아는 자기가 권지헌의 대학 시절 여자 친구였다는 건 부인하지 않았다."형수님, 형이 화나게 했으면 형 카드 긁으세요. 형 돈 많아요! 돈 많이 쓰면 기분 풀리실 거예요.""형은 몇 년 동안 형수님을 위해서 쭉 순결을 지켜왔어요. 여자 친구가 없었어요. 형 믿으셔야 돼요."권지혁은 권씨 가문 사람으로서 허설아가 권지헌을 오해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권지혁이 말할 때 권지헌도 말리지 않았다.일종의 묵인이었다.권지혁은 점점 자연스럽게 캐물었다. "형수님, 두 분 언제 결혼할 생각이세요? 저도 미리 귀국해서 결혼식 참석할게요!"허설아가 고개를 들어 권지헌을 보며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간절한 눈빛이었다.지금 허설아가 뭐라고 해도 권지혁은 두 사람이 사랑 싸움을 한다고만 생각할 것이다.권지헌이 설명해야 소용이 있을 것이다.그런데 권지헌은 오히려 손을 꼭 잡았다. 건조하고 따뜻한 손바닥으로 허설아의 손을 장난감처럼 쥐고 만지작거렸다. "지혁아, 말이 너무 많아."권지헌에게 혼나자 권지혁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신난 듯했다.형이 말이 많다고는 했지만 자기가 한 말을 한마디도 부인하지 않았다.곰곰이 생각하던 권지혁은 지금 한국이 아직 날도 밝지 않은 시간인지라 정말 형의 뭔가를 방해한 것만 같았다.아쉬운 마음으로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권지헌이 이어폰을 벗었다.하지만 허설아를 놓아줄 생각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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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권지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권지헌은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사실 최근 허설아를 다시 만난 이후로 계속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눈을 감으면 꿈에서 전부 허설아 얼굴이었다. 활짝 웃는 모습, 화나서 분노하는 모습, 과거, 현재 수없이 떠올랐지만 하나같이 예외 없이 전부 권지헌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했다.권지헌은 그런 허설아가 싫었다.권율 그룹에 낙하산으로 들어와 회사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보고서도 쌓여 있어서 눈만 감으면 회사의 어느 분기 매출이나 홍보 기획안이 둥둥 떠다녔다.그런데 허설아를 본 그 순간부터 권지헌의 머리는 생각이 멈춘 적 없었다. 오히려 지금 허설아가 품에 안겨 있으니 요동치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평온해지는 게 느껴졌다. 허설아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얼마나 있을 거예요?"아무리 돈을 받는다고 계속 이렇게 안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허설아 말투에 은은하게 짜증이 섞여 있었다. 권지헌이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 컴퓨터의 시간을 확인했다.출근 시간에 맞춰 시간을 계산해서 말했다."네 시간. 걱정 마. 야근 수당 줄게."네 시간이 지나도 출근에 지장 없었다.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일을 안 해도 되며 허설아가 이득인 셈이었다.허설아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우리 얘기 좀 해야 할 것 같아요."지난번에 충분히 명확하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권지헌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뭘 얘기해?"허설아가 나지막하게 뱉은 한숨이 권지헌 가슴에 닿았다. 권지헌의 팔이 허설아 허리를 감싸 품에 기댈 수 있게 했다.귓가에 들리는 심장 소리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교향곡 같았다.허설아는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미 결혼한 부하 직원한테 갑질하려는 거예요?""예전에도 날 안 좋아했고 나한테서 멀리 떨어지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대표님, 건망증 있어요?"권지헌의 품에 기대고 있으면서도 입 밖으로 뱉는 말에는 전혀 온기가 없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의 심장박동이 한 박자 빨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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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말을 마치고는 눈을 감았다.저항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는 게 나았다.권지헌은 허설아의 잠꼬대 같은 소리를 듣고도 화내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자세를 조정해서 품 안에 있는 허설아가 편하게 잘 수 있게 했다.눈을 감은 허설아는 권지헌이 클릭한 게 서은석이 보낸 연민규 자료라는 걸 알 수 없었다.연민규와 허설아의 사진들도 있었다.전부 연민규가 자기 SNS에 올린 사진들을 긁어모은 것이었다.사진 한 장은 필터로 찍었는데 아래에 촬영 시간도 있었다.다정해 보이지는 않았고 연민규가 휴대폰을 들고 허설아는 식탁 앞에 앉아 카메라를 보며 브이를 그리고 있었다.옆에는 중년 남자도 있었는데 카메라를 보지 않은 채 새우 껍질을 까고 있었다.허설아 그릇에는 전부 새우살이었다.이 사진에는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촬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허설아가 대학 다닐 때였다.권지헌은 허설아가 아버지 병이 위중해서 아무 남자나 찾아 결혼한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연민규가 허준 그룹에서 일한 이력을 생각해 보면 아마 더 일찍부터 알고 지냈고 결혼할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았다.마우스를 더 내리자 연민규가 전처와 이혼한 건 술을 마시고 가정폭력을 해서 전처가 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쓰여 있었다.가정폭력이라는 글자가 권지헌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권지헌 마음속 숨길 수 없는 분노에 불을 지폈다.가정폭력이라니?감히!온몸의 피가 굳어버리는 것 같았고 손에 힘을 팍 주어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왔다. 막 잠든 허설아가 깨어났다. 고개를 들어 권지헌을 본 순간, 비몽사몽한 가운데 숨길 수 없는 살기를 띤 눈을 마주쳤다.활활 타오르는 듯한 불꽃이 칠흑 같은 동공에서 번뜩이고 있었다.허설아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왜 그래?"권지헌이 고개를 숙여 품 안에 있는 여자 코끝을 톡 치며 반강제로 말했다."안 자면 나랑 얘기해."허설아는 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권지헌 옆에서는 잠도 안 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최근 야근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잤고 방금도 머리 쓰고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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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날이 점점 밝아졌다.허설아가 깨었을 때는 여전히 권지헌 품 안이었다.권지헌의 팔을 밀어냈지만 밀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몇 번 더 밀었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허설아는 화가 나서 권지헌의 팔을 확 물어버렸고 꽤 선명한 이빨 자국이 한 바퀴 남았다.권지헌은 그제야 손을 놓아주고 화장실에 가게 했다.막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권지헌이 문을 두드렸다."서랍에 칫솔이랑 수건 있어. 깨끗한 거야.""네."발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허설아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서랍을 열자 안에 뜯지 않은 수건과 칫솔이 있었는데 전부 중성적인 디자인이었고 아마 손님용으로 준비한 것 같았다.이 집에서 손님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양치질하면서 거울을 보던 허설아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권지헌 집은 모든 물건이 한쪽에만 놓여 있고 다른 쪽 선반이든 서랍장이든 전부 비어 있었다.아마 반쪽은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해둔 것 같았다.양치질를 멈춘 허설아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다.허설아는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그건 다른 사람 일이었다.권지헌이 누구랑 결혼하든 어느 여자의 물건이 이 집을 채우든 허설아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어쩌면 이 집에 다른 색깔이 더해질지도 몰랐다.강지연이든 유혜원이든 권지헌에게 커피 사다 주는 여자든 아니면 권씨 가문이 권지헌에게 주선한 다른 맞선 상대든 알 수 없었다. 사람의 머리는 참 이상했다.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떠올랐다.허설아는 손으로 물을 받아 얼굴을 씻었다.밖으로 나갔을 때 권지헌도 안방 욕실에서 나왔다.이미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셔츠 한쪽을 벨트 안으로 넣지 않은 걸 보니 아마 오늘 셔츠 클립을 안 한 모양이었다.특별히 중요한 공식 회의가 아니면 권지헌이 입는 정장도 좀 더 캐주얼했다.하지만 그 옷깃이 참 보기 거슬렸다.허설아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대표님, 옷이요."권지헌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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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조민규의 시선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낀 허설아가 급히 권지헌의 허리를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조민규가 제발 오지 말라고 빌었다.권지헌이 씩 웃으며 허설아의 목덜미에 손을 얹고 머리카락 사이로 여유롭게 목덜미를 쓰다듬었다.허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권지헌이 느긋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이것만 있으면 돼요. 먼저 밑에 내려가서 기다려요.""알겠습니다."조민규는 비서 실장이자 권지헌의 특별 보좌관이었다.권지헌 집에는 가정부가 없어서 평소에 조민규가 권지헌 입맛에 맞춰 아침 식사를 사왔다.오늘은 조민규가 오는 걸 깜빡한 것이었다.하지만 허설아의 반응에 권지헌도 재미있어졌다.조민규가 황급히 나가자 허설아는 그제야 권지헌 품에서 빠져나왔다.품에서 벗어나자마자 권지헌을 나무랐다. "누가 올 거라고 왜 말 안 했어요!""오지랖도 넓네? 아침도 못 먹게 해?"허설아가 가려는데 권지헌이 천천히 말했다."지금 내려가면 조민규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게다가 네 시간 아직 안 됐어."권지헌은 출근 전 빈 시간까지 계산했고 지금도 대가로 요구한 시간 범위 안이었다.허설아는 진퇴양난이었다.어쩔 수 없이 앉아서 권지헌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1인분이라고 했지만 조민규는 권지헌이 아침에 갑자기 입맛이 바뀔까 봐 보통 다양한 조식을 준비했다.죽과 계란을 허설아 앞에 놓고 찐빵을 펼쳐놓았다.권지헌이 직접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우유 한 잔을 따르고 커피를 추가했다.허설아는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혀서 만두를 깨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렇게 드시면 위에 안 좋을 것 같아요.""괜찮아. 당장 죽진 않아."권지헌이 이렇게 말하는데 허설아도 할 말이 없었다. 자본가의 목숨은 목숨이 아닌 모양이었다.허설아가 몇 입 먹는 걸 보고 나서야 권지헌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갔는데 남편이 찾지 않아?"허설아가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핑곗거리를 찾았다.한참 만에야 서툰 변명을 찾아서 얼버무렸다."남편도 요즘 집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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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권지헌은 허설아 얼굴의 표정 변화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아쉽게도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허설아는 침착하게 말했다."몰라요. 저도 연희 할머니 한 번도 못 봤어요.""한 번도 못 봤다고?"결혼 기간이 짧았어도 상대방 부모는 만나봤어야 정상이었다.허설아가 찐빵을 하나 집어 들고 야금야금 뜯어 먹었다.밥을 먹는다는 핑계로 당황한 표정과 떨리는 손을 숨겼다.다행히 2년 동안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들었고 이웃들이 물어보는 것만 해도 한둘이 아니었기에 대답은 미리 여러 번 시뮬레이션한 상황이었다.익숙했다.다만 상대가 권지헌이라서 조금 당황스러웠을 뿐이었다."네, 연희 아빠는 대표님도 만나 보셨잖아요. 나를 안 좋아해요, 아이도 실수였고요. 연희 아빠는 내가 애를 낳은 줄 몰라요. 나도 그 사람이 내 딸 책임져 주기를 원하지 않고요."넓은 식탁 앞에는 두 사람만 있었다.얼마 먹지 않은 권지헌이지만 이 말을 듣고 나서는 젓가락을 완전히 내려놨다."임신하고 출산한 걸 몰랐다고?"권지헌의 목소리가 가슴에 울려 퍼졌다. 허설아가 시선을 올려 권지헌의 보석 같은 깊은 눈을 마주치고는 생긋 웃었다."몰라요. 말했잖아요, 나 연희 아빠 사랑해요. 그래서 애를 낳고 싶었어요. 대표님은 여자가 아이로 남편 마음을 잡고 싶어 하는 거 이해 못 하겠죠?"허설아가 수줍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긴 속눈썹을 깜빡였다."대표님한테 이런 얘기해서 웃음거리가 됐네요."커피를 탄 차가운 우유를 공복에 마신 탓인지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권지헌은 허설아를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허설아는 권지헌에게서 반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활짝 웃는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태연하게 다른 남자 얘기를 하고 있었다.권지헌은 다시 되물었다. "후회 안 해? 지금 이렇게 됐는데도 후회 안 해?"그 남자는 허설아를 사랑하지도 않고 심지어 가정폭력까지 하는데 기꺼이 아이를 낳아줄 수 있었다고?권지헌은 자신이 무슨 답을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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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너무 무리하지 마. 네가 매일 이렇게 지내면 나 수술 안 받을 거야."허민정이 걱정하는 건 자기 병 때문에 허설아한테 짐이 되는 거였다.한밤중에도 집에 못 들어오게 하고 야근까지 시키다니.허설아 상사에 대한 불평까지 튀어나왔다."지난번 그 총각이 밤중에 야근하라고 시킨 거야? 에휴, 진짜 고생이네. 보기엔 괜찮은 사람 같던데 왜 사람 같지 않은 짓을 하는 거야?"허설아는 좀 미안해졌다.자기가 남의 집에 와서 실수로 잠들어버린 건데.허설아는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몇 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허설아가 다 먹은 걸 본 권지헌이 일어섰다."가자. 출근해야지.""대표님……"조금 망설이던 허설아의 시선이 흔들렸다.조민규가 아직 밑에 있었다.허설아가 권지헌을 따라 내려가면 조민규와 정면으로 마주칠 것이다."몇 분 있다가 내려가면 안 될까요?"권지헌이 웃으며 쳐다봤다.허설아의 속셈을 들추진 않았다.허설아는 조민규가 정말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몇 년 같이 일한 것도 그렇고 허설아가 쓰는 향수도 드문 거라서 조민규 같은 사람이라면 아까 그 순간에는 생각 못 해도 지금쯤은 알아챘을 것이다.권지헌은 말하지 않았다."그래. 5분 있다가 내려와."허설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감사합니다, 대표님."짐을 덜은 듯한 허설아를 본 권지헌이 먼저 발길을 돌려 아래층에 내려가 차에 탔다.조민규가 뒤를 힐끗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허설아 씨는 회사 안 가요?"방금 내려온 뒤, 조민규는 한참을 생각했다.권지헌 품에 안긴 여자가 왠지 너무 눈에 익었다.자세히 생각해 보니 긴 웨이브 머리, 라인이 드러나는 원피스를 즐겨 입고, 집 문 앞 놓인 하얀 하이힐과 소파에 놓인 가방까지...조민규는 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대표님이 허설아 씨와 사귄다고?그런데 허설아 씨는 남편이랑 아이도 있잖아?조민규는 생각할수록 비서 실장으로서 사장님한테 명확한 답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권지헌이 도대체 어떤 태도인지 봐야 했다.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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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조민규가 운전했다.권지헌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 시간 정체를 감안하면 차로 30분 걸렸다.가는 내내 허설아는 창밖만 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권지헌도 여유롭게 손에 든 보고서를 봤다.두 사람 사이에 뭔가 가로막힌 것 같았다.하지만 조민규는 이제 알 것 같았다.대표님은 아마 허설아한테 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허설아는 그런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그럴 수밖에.허설아는 대표님 오기 전까지 가정도 화목하고 행복했으니까.누가 됐든 옆에서 끼어들면 좋아할 리 없었다.허설아 표정이 안 좋은 건 순전히 멀미 탓이었다. 권지헌이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상자를 열어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건넸다.허설아가 고개를 숙이자 보이는 하얀 손가락은 예술품 같았으며 마디마디가 대나무 마디 조각처럼 아름다웠다. 허설아 앞에 놓인 손바닥 안에 박하사탕이 있었다."멀미할 때는 이거 먹어."남자의 차갑고 평온한 목소리가 허설아 귓가에 울렸다.그의 손바닥에서 사탕을 집었다.손가락이 권지헌의 손바닥을 스치며 따뜻한 온도를 느낀 순간, 허설아의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나지막하게 고맙다고 말하자 권지헌이 손을 거두고 짧게 답했다."멀미하는 사람은 직접 운전하면 좀 나아. 전에 운전면허 따라고 했는데 네가 미루기만 하고 안 갔잖아."허설아는 권지헌이 자기가 멀미한다는 걸 안다는 게 의외였다.박하사탕 맛이 입안에 퍼졌다.어지러운 느낌도 많이 나아졌다.남자는 허설아를 보지 않았고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미간을 찌푸린 채 무슨 메시지를 처리하고 있었다.허설아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예전엔 멀미가 점점 나아질 줄 알았어요. 게다가 나도……"혼자 운전 배우러 가고 싶지 않았다.인터넷에 올라오는 운전학원 강사가 엄청 무섭고 욕한다는 글들을 볼 때마다 허설아는 운전 배우러 가는 게 두려워졌다.허설아는 몇 번 같이 운전 배우러 갈 사람을 찾았다.첫 번째는 권지헌이었는데 거절당했다.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땄다고 했다.두 번째는 강시우였는데 같이 가자고 동의했지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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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조민규가 은근슬쩍 말했다."대표님, 허설아 씨는 남편이 있지 않나요?"뒷좌석의 남자가 침묵했다.잠시 후 입술 사이로 약간의 즐거우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섞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정글 속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 같았다."이제 없어."조민규는 권지헌의 의미를 알아듣고 따라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곧이어 공과 사를 구별하는 태도로 얘기했다. "대표님, 허설아 씨가 프로젝트 몇 개를 아주 잘 진행했는데 앞으로 대표님과 직접 소통하라고 할까요?""좋아."-허설아 팀이 최근 받은 프로젝트는 게임 부서에서 보낸 것이었다.한 여성향 연애 게임 프로젝트였다.대략적인 프로젝트 계획은 전부 나열되어 있었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허설아가 하나하나 줄을 그어 다시 가져오게 했다.지금은 보고 전 마지막 단계였다.게임 남주 한 명의 성우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테스트용 더빙 효과는 남주와 여주가 키스한 후 약간 숨이 가쁜 웃음소리와 몇 마디 간단한 대사였다.짧아 보이지만 성우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안초희가 옆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며칠째 수백 명 남자들의 헐떡이는 소리 들었더니 우리 남편이 내가 바람피우려는 거라고 생각하더라니까!"허설아가 헤드폰을 끼고 다음 오디오를 틀었다.확실히 가장 적합한 걸 찾을 수가 없었다.모든 목소리가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남주 이미지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을 수 없었다.허설아가 물컵을 들자 맞은편의 김아림이 무심하게 말했다."내 생각엔 우리 대표님 목소리가 딱 맞는데!"허설아는 물을 뿜을 뻔했다.김아림도 참, 이런 말도 서슴없이 하다니.그런데 안초희도 엄청 동의했다."어머, 어머. 말도 마. 우리 대표님 목소리 진짜 완벽하시네. 한 번만 숨 가쁘게 말해 주시면……"김아림이 말했다."대표님한테 가서 헐떡여 달라고 할 배짱 있어?""내일 왼발부터 회사에 들였다고 잘릴 일 있어?"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더니 이성적으로 말되 안 되는 생각을 접었다.안초희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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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안초희가 먼저 설정해둔 게임 남주 성격을 말했다."남주 설정은 대학 시절 캠퍼스의 전설적인 인기남이자 고고한 남신이에요. 차분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여주를 좋아하지만 말을 안 해요. 음색은 저음이 필요해요.""나이가 어려보이는 소년미를 유지하면서 성격은 성숙해야 해서 성우한테 요구하는 수준이 좀 높아요."회의실 분위기가 그렇게 딱딱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게임 기획안에는 다섯 명의 남주가 나왔다.연애 게임이고 타겟은 여성 게이머였다.회의실에는 전부 여직원이었고 게임의 홍보 포인트 중 하나도 전원 여성 스태프라는 것이었다.시장의 플레이어들의 이쪽 요구에는 아직 큰 공백이 있었다.회의 분위기도 그렇게 경직되지 않았고 안초희도 편하게 말했다."설아 씨, 남주 성격 따로 조정할 부분 있어?""더빙 부분 말고 남주 성격도 별로 마음에 안 들어."허설아가 뒤로 기대며 화면에 확대된 남주 소개를 봤다."짝사랑은 아름다운 거지만 연애한 후에도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남주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거야.""이 부분 카피랑 스토리 다시 조정해야 할 것 같아."안초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사귀기 시작했는데 뭘 숨겨. 여주를 안 좋아한다고 말하면 재미없지. 카피 팀에 조정하라고 할게."허설아가 오디오 하나를 클릭했다."이거 들어보세요. 제가 셀렉한 건데 남주랑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저음의 듣기 좋은 성우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속으로 예상한 것보다는 조금 부족했지만 이미 수백 개 목소리 중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몇 명의 여직원들은 상의 후 일단 이걸로 정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권지헌을 보았다."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난 문외한인 부분을 전문가한테 지시하는 취미 같은 거 없어요. 이건 여러분이 정하세요."권지헌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말이 잘 통했다.회의 후 권지헌이 뒤쪽 데이터를 가리켰다."이 부분 담당자는 남고 나머지는 자리로 가서 일 봐요."안초희가 허설아 어깨를 툭 치고 파이팅 하라는 제스처를 했다.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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