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권지헌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같이 찍은 사진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유독 이렇게 나란히 기댄 그림자 사진만은 남겨두고 있었다.사진첩이라고 해도 일상적인 사진들을 인화한 것들이었다. 먹었던 음식, 걸었던 길이 대부분이고 투샷은 그림자 사진 한 장과 권지헌 아파트에 있던 행인이 찍어준 사진 한 장뿐이었다. 허설아가 피식 웃었다."대학교 때 내가 찍은 거예요. 사진첩도 내가 만든 거고요.""네?""이 펜꽂이도, 이 키링도 다 내가 만든 거예요."유화 이모가 놀라며 물었다."옷장 안에 있는 옷들도 사모님이 사주신 거예요?""맞아요. 다 내가 산 거예요. 이렇게 한데 모아놓고 보니까 그때 이렇게 많이 선물했나 싶네요."유화 이모가 물었다."그럼 도련님은 사모님한테 뭐 선물하셨어요?""대부분 내가 다 돌려줬어요. 그때 지헌이가 직접 알바해서 학비랑 생활비를 부담했고 창업도 하려고 했으니까 돈을 함부로 쓰길 바라지 않았거든요."허설아가 사진첩을 넘기다 사진 한 장을 가리켰다."이 목걸이 지헌이가 선물한 거예요. 내가 환불하라고 했지만요." "환불 안 하셨어요. 여기 서랍에 있는데 보실래요?" 유화 이모가 서랍을 열자 과연 그 목걸이가 있었다.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던 허설아는 돈을 아껴서 다른 데 쓰라고 하며 선물을 전부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 선물들이 전부 다 이 방에 그대로 있었다.어쩌면 그때 허설아의 거절이 한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허설아가 선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바보같이, 왜 다 간직해둔 거야.""버리기가 아까우셨나 봐요. 졸업하기 반년 전쯤에 이 물건들을 전부 가져오시면서 아무도 손대지 말라고 하셨거든요."졸업하기 반년 전이라면 허설아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지고 이별을 통보했던 시기였다.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내가 찼거든요."유화 이모가 따라 웃었다."만둣국 드시고 계세요, 부엌에 국 올려둔 게 있어서 보고 올게요."허설아는 봐도 괜찮지만 유화 이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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