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형은 관복 차림에 옥관으로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날카로운 기백을 뿜어내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병약한 기색이 가시고 한결 여유로운 빛이 감돌았으며, 걸음걸이에도 거침이 없었다.왕씨는 영문도 모른 채, 보이지 않는 어떤 압박감에 짓눌려 황급히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재, 재상 어른.”고 부인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준형이가 언제 온 거지? 도대체 어디까지 들은 걸까?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준형아, 너……”고 부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러나 고준형은 유소영에게 곧장 다가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공문서를 가지러 들렀다가 손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와 보았소.”손님이라니…….그 단어에 고 부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자신은 준형을 낳은 친어미가 아니던가!왕씨는 서 있는 유소영을 한 번 슬쩍 보고는, 상석에 앉아 있는 고 부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세자의 방금 전 말에는 뼈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 재상부에서는 유소영이 진정한 안주인이었고, 제아무리 시어머니라 할지라도 동서는 그저 손님일 뿐이었다. 그러나 손님의 처지에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주인 행세를 하며 며느리를 훈계하려 들다니…….왕씨는 까닭 모를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유소영은 세자가 싸늘한 기운을 애써 억누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가 먼저 나섰다. “부군께서는 공무로 바쁘시니, 재상부의 일은 제게 맡기시고 심려치 마셔요.”고준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상석에 앉은 고 부인을 향해 묵례를 올렸다.“편히 있다 가시지요.”고 부인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왕씨는 아예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아 숨조차 쉬기 버거웠다.한동안 세자를 보지 못했는데, 어찌 이리 차갑고 날카로워진 걸까?예전에는 온화하여 누구에게나 겸손하고 예의 바르지 않았던가.지금은 정말이지 미소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고준형이 앞채를 나서자마자, 유소영은 고 부인을 향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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