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군의 형님: Bab 61 - Bab 70

413 Bab

제61화

세자의 처소는 유경원이었다.그는 평소에 유경원 안에 있는 월하각에 머물렀는데 청우각과 가장 멀리 떨어지고 중간에 가산과 구름다리까지 사이에 두고 있었다.세자는 병약한 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 임유정을 청우각에 머무르게 했다고 했다.유소영은 청우각에 가본 적은 있지만 유경원의 다른 곳은 걸음한 적이 없었기에 오늘 온 시녀들은 모두 모르는 얼굴들이었다.눈치 빠른 어멈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마당에 있는 옥매화를 바라보았다.“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소저. 유경원에는 전문적으로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으니, 괜찮으시다면 이따가 제가 세자께 말씀드려 저것들을 모두 유경원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유소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만약 세자께서 꺼림직하다 하시면 어멈께 드릴 테니 가져가서 팔고 받은 돈은 아랫사람들에게 차 한잔 사주십시오.”어멈은 유소영의 통 큰 결정에 크게 놀랐다.옥매화 나무 한 그루에 금 한냥을 하는데 마당에는 적어도 몇십 그루가 있었다. 금 수십 냥을 시종들에게 포상으로 내리다니!높으신 분의 생각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다만 호사스럽고 통이 큰 유 낭자의 행보는 근검절약을 고수해온 세자의 행보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두 사람은 혼인하고 정말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유소영은 중요한 물건들만 챙겨 먼저 난향원을 떠났다.남은 것들은 시종들을 시켜 상자에 담아 차례로 유씨 저택에 보내질 예정이었다.난향원을 나온 순간, 그녀는 어깨에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큰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 들면서 상쾌해졌다.월하각.호위가 서재로 들었다.“세자, 유 소저께서는 이미 후작부를 떠나셨습니다.”서신을 쓰고 있던 고준형은 붓대를 내려놓고 싸늘히 말했다.“사람 몇 명을 보내 주변에서 안전을 지키도록 하거라.”호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세자, 유 소저의 신변에 위험한 일이 생길 거란 말씀이십니까?”고준형은 온화하지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장훈은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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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여전히 수심 가득한 딸의 얼굴을 보고 유성천이 물었다.“또 왜 그러느냐?”“제가 할머니를 유도하여 교지를 청한 일을 세자가 알고 계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사실을 털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안 그러면 제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유성천의 표정도 진지해졌다.그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내가 보기에 혼례를 올리기 전에는 불필요한 일들을 삼가는 게 좋아. 일단 세자의 의중을 한번 떠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모르고 계신다면 가장 좋고, 최대한 오래 숨겨야 해. 나중에 혼례를 올리고 합방을 치르게 되어 더 이상 물릴 수가 없을 때 고백해도 늦지 않아….”“아버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유소영은 얼굴이 화끈거렸다.유성천도 자신이 너무 앞서갔다는 것을 인지했다.부인이 일찍 세상을 뜨면서 딸은 혼례를 두 번이나 올리게 생겼는데 그녀를 위안해줄 사람 한 명 없었다. 아비로서 그는 가끔 말이 너무 직설적이다 보니 선을 넘을 때가 종종 있었다.유성천은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세자가 그 일을 알고 있다면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유소영은 어이없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말을 안 하느니만 못하네요.”그녀의 계획은 조심스럽게 떠보다가 상황을 보며 결정하는 것이었다.옆에 있던 아민이 물었다.“나으리, 아씨, 폐하께선 정말로 세자께 아무 말씀도 없으셨을까요?”유성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황제는 주도면밀하고 계산적인 사람이다. 같은 교지를 두 번이나 내리면서 노부인과 세자의 공훈을 모두 회수했으니, 가장 큰 이득을 본 셈이지.”유소영은 침묵했다.아버지는 상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계셨다. 그러나 이는 결코 제왕의 생각일 리 없었다.진실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어쨌거나 세자를 만나 다시 떠보는 게 우선일 것 같았다.탁!유성천이 갑자기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아무 걱정 말고 네 마음 가는 대로 하거라! 설령 세자가 그 일을 알고 혼약을 깨더라도, 다른 훌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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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후작부, 영향원.고 부인은 생신 연회가 지난 이후로, 매일 한숨을 쉬며 보내고 있었다.국화 어멈이 그녀를 위안했다.“마님, 폐하의 교지가 내려졌으니 마음을 넓게 가지십시오. 세자는 효성이 지극한 분이니 장차 유소영이 세자 부인이 되더라도 부인의 뜻을 거역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고 부인은 격렬하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준형이는 어찌하여 이렇게 경솔하게 혼사를 정할 수가 있단 말이냐! 아직도 그때 우리가 자기 몰래 임유정을 집안으로 들인 일로 우릴 원망하고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냐? 이번에 유소영을 처로 맞이한 건 우리에게 보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국화 어멈이 다급히 말했다.“마님,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마십시오. 세자는 대의를 마음에 품은 분이니 어찌 사사로운 보복을 위하여 혼인을 희생하겠습니까? 그분은 그저 너무 정직하고 선량한 분이셔서 은혜를 저버리지 못한 것뿐입니다.”고 부인은 옛날 일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그 아이가 너무 착해서 나와 나으리가 결단을 내리고 그 아이를 위하여 유정이를 집안으로 들였지.”“마님, 좋은 쪽으로 생각하십시오. 유소영이 친정으로 돌아가면서 살림 대권은 다시 마님의 손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까?”고 부인은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래! 이번 기회에 살림 대권을 잡고 점포의 소득을 정리해야겠어!’그것 외에도 그녀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유소영이 점포를 관리하면서 실수한 것은 없는지 샅샅이 찾아낼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충용 후작이 돌아왔다.그는 축 처져 있는 부인을 보자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누워 있지만 말고 이제 일어나시오. 준형이의 혼사는 어머니인 부인이 나서서 준비해야 하지 않겠소.”“나으리, 일부러 저를 괴롭히려 이러시는 겁니까! 준형이가 유소영을 처로 맞이한다는 생각만 해도 저는….”“그럼 뭐 어쩌자고? 대체 뭐 하자는 게요! 정신 차리시오! 황명은 거스를 수 없는 법이오. 목숨이 몇 개나 된다고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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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요망한 계집!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임유정은 벌떡 일어서서 유소영을 공격하려 달려들었다.아민이 재빠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임유정은 이를 악물고 유소영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천박한 년! 감히 네가… 나를 음모에 빠뜨렸어? 감히?”이제 와서야 임유정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왜 시아버지의 생신 연회 날에 세자가 그렇게 잔인하게 자신을 망쳐놓고 사통의 오명까지 자신에게 뒤집어씌웠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세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심지어 그는 매일 밤 그녀와 고장훈이 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악!”임유정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유소영! 절대 가만 안 둬! 절대!’유소영은 담담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 은화 한 잎을 내려놓았다.“오늘 차는 제가 대접한 것으로 하지요. 아민,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유소영이 떠난 후, 임유정은 상을 엎었다.시녀 춘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아씨… 속으면 안 됩니다. 어쩌면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정교한 전음통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임유정은 시뻘겋게 달이 뜬 눈으로 창밖을 노려보며 울부짖었다.“내가 저년을 너무 얕봤어! 저 천한 것이 내 인생을 망친 거야!”임유정은 당장 달려가서 고장훈과 충용 후작, 그리고 노부인에게 유소영의 추악한 본모습을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당분간은 말 못 할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생각할수록 그녀는 혈기가 머리로 쏠려 얼굴이 빨개지고 숨쉬기조차 불편해졌다.재상부로 돌아온 임유정의 생활도 편치 않았다.집안의 자매들은 그녀를 비웃고 조롱했다.하루도 이곳에 더 있기 힘들었다.“아씨, 나으리께서 부르십니다.”임유정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기가 죽었다.“아… 아버지!”찰싹!예고 없이 날아온 따귀에 그녀는 멍해졌다.곧이어 임 재상의 매서운 질책이 이어졌다.“어리석은 것 같으니라고!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말한 혼인을 허락한다는 교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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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유씨 저택.유씨 가문 휘하에는 능연각이라는 점포가 있었는데 주로 각종 금은 장신구를 팔지만, 개업한지 일 년이 넘도록 매상이 항상 신통치 않았다.유소영은 이번에 여유 시간이 생겨 어떻게 하면 점포를 살릴지 살펴보려고 했다.그녀가 능연각 장부를 보고 있을 때, 아민이 안으로 들어왔다.“아씨, 세자께서 아씨의 초대장을 받으셨어요.”유소영은 집중하여 장부를 넘기며 느릿하게 말했다.“그럼 됐어.”아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아씨, 교지 일은 어떻게 여쭤보실 생각이세요?”아민은 차라리 세자가 알든 모르든 상관하지 말고, 어차피 세자가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모른 척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유소영은 장부를 덮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은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야지.”다음 날,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유소영은 성밖 향거사에 도착했다.그녀는 한 시진 일찍 도착하여 사찰에 들어가서 사람을 기다렸다.안뜰은 조용했고 대부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불경을 필사하러 오는 사람들이라 방해하는 자가 없었다.잠시 후에 세자도 도착했다.유소영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건넸다.“세자.”푸른 비단옷을 입은 고준형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하게 보였다.‘참 연기도 잘하는 분이야.’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앉으시지요.”고준형은 무덤덤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무슨 일로 나를 찾은 것이오.”유소영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직접 그에게 차 한잔을 따라주었다.그녀의 거동은 담담하지만 우아했고 기품이 넘쳐 흘렀다.“할머니께는 문안드리러 가보셨나요?”고준형은 고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뭐가 궁금한 건지, 굳이 돌려 말할 필요 없소.”유소영은 금방 따른 차를 그에게 건네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듣자 하니 할머니께서 입궁하시어 혼인을 청하셨다던데요. 이 일을 세자는 알고 계셨나요?”고준형은 찻잔을 받아들며 무심한 듯,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그녀는 순간 차가움을 느끼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눈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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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유소영도 얼굴을 붉혔다.얼핏 들으면 그녀가 그의 몸을 간절히 원해서 한 말처럼 들릴 것 같았다.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세자, 제 말은….”그러나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은 것 같았다.고준형은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다른 일이 없다면 이만 돌아가겠소.”유소영도 따라서 일어섰다.“바래다드리겠습니다.”고준형은 즉시 그녀를 저지했다.“우린 아직 혼인한 사이도 아니니 불가의 청정구역에서 밀회를 나누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오.”유소영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왜 하필 아이 문제를 꺼냈을까?등 뒤에 있던 아민이 물었다.“아씨, 정말 세자와 아이를 가질 생각이신가요?”유소영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임유정의 사태에 대해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아민이 말했다.“저 같이 못 배운 사람도 알겠는걸요. 임유정을 내쫓고 임완희가 집안에 들어왔으니, 이런 우연이 어디 있겠나요!”“재상부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죠.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유소영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비록 소문이 무섭다 하지만 막강한 권력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지.”아민은 그제야 알아들었다.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어도 감히 재상부에 대해 수군거리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생각할수록 분했다.“참 불공평합니다!”임유정은 참으로 대단한 아버지를 두었다. 외간사내와 아이를 가졌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이렇게 쉽게 무마하고 성대한 혼례를 치르며 후작부에 입성할 수 있다니!유소영은 권력의 대단함을 느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오라버니와 언니의 비극은 모두 그들이 만든 것이었다.그러나 속에 사무치는 원한은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고 권력자들만 호사를 누리며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이 세상이 원망스러웠다.‘세상을 변하게 할 수 없다면, 내가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야.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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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유씨 저택.유소영은 그동안 능연각을 돌보고 있었다. 미래의 세자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그녀는 초왕부 군주(郡主: 왕의 딸)의 백화연회에 참석하게 되었다.군주와 뭇 귀부인들 앞에서 그녀는 능연각의 장신구를 추천했다.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장사는 나날이 좋아질 것이다.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의 세자 부인 신분을 보고 체면을 차려준 것이었다.이날, 유소영은 평소처럼 능연각을 살펴보러 나갔다. 점포에 방문한 아씨들은 장신구를 보지도 않고 구석에 앉아 그녀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그들의 눈빛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아민에게는 이런 경멸의 눈빛이 너무도 익숙했다.“아씨, 제가 가서 내쫓고 올게요!”유소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민을 말렸다.“점포에 방문한 사람들은 다들 손님이니 그렇게 내쫓으면 안 된단다.”“그럼 저들이 아씨에 대해 수군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나요!”아민이 분개하며 말했다.유소영은 태연하게 아민에게 다른 일을 시켰다.구석진 곳.“저 여자 맞죠? 외모도 별로네요.”“유소영은 애초에 후작부의 차남과 혼인했다가 은혜를 빌미로 세자에게 혼인을 강요했어요. 저런 비열한 수법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네요.”“군주께서 왜 연회에 저런 미천한 상인 출신의 여인을 초대했는지 모르겠군요. 저희와 같은 상에서 밥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을 말이죠.”“말을 삼가세요. 어쨌거나 곧 세자 부인이 될 사람 아닙니까.”“세자 부인이요? 우습군요. 산 닭이 나뭇가지에 날아오른다고 봉황이 된답니까? 기댈 곳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아민은 각박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분노가 치밀었지만 아씨가 가장 걱정이었다.유소영은 그들의 말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이보다 더한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물며 성년례도 치르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고 대부분은 집안 교육이 잘못되어 저런 편협한 식견을 가졌으니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저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있어도 저들의 마음을 굴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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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그 말을 들은 순간 유소영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그녀는 차마 그의 눈을 직시할 수 없어 황급히 시선을 피하다가 어제 수상한 모습을 보이던 아버지를 떠올렸다.‘아버지, 왜 괜한 일을….’주변을 둘러보니 아민은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유소영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더듬거리며 말했다.“아버지를 대신하여 사죄드리겠습니다.”그녀는 지금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반면 고준형은 대범하고 당당했다.“괜찮소.”말을 마친 그는 초대장 하나를 내밀었다.“다음 달 3일에 장훈의 혼례가 있을 것이오. 아버지는 혼기가 촉박하고 생신 연회를 거하게 치렀는데 또한 강남에 수재가 들었으니 낭비를 삼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소.”“그리하여 혼례는 친한 친우와 친척들만 초대할 예정이니, 그대도 참석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초대장을 가져왔소.”유소영은 두 손으로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장에 적힌 글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해졌다.고준형이 말했다.“바래다줄 필요 없으니 이만 돌아가시오.”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병약한 뒷모습은 유유히 사라지고 있었다.“아씨, 고장훈의 혼례에 가실 건가요?”갑자기 나타난 아민이 물었다.조금 전 유성천이 남성 전문 의원을 모셨다고 했을 때는 도망쳐서 나무 뒤에 숨어 있었던 아민이었다.유소영은 초대장을 품 안에 넣고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아니.”뒷방 여인들의 비열한 수법은 가지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두 달 후면 세자와 혼인하게 될 텐데 그 전에는 매사에 조심하고 사람이 많은 행사는 피하는 게 좋았다.하지만 혼례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예물은 준비하는 게 예의였다.유소영은 이 일을 아민에게 맡기고 아버지를 찾아갔다.유성천은 숙취해소탕을 마신 후에야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그의 친우들도 술이 거하게 취하여 연회청에 쓰러져 있었다.어떤 이는 술을 더 가져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그 광경을 목격한 유소영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그들에 비하면 아버지의 상태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유성천은 딸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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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식탁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고장훈은 그녀를 보더니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왜? 나인 줄 몰랐나 보지?”유소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쾅!갑자기 문이 닫히더니 어디서 나타난 건지, 호위가 달려 나와 아민의 목덜미를 쳐서 기절시켰다.유소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너와 옛날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방해받기 싫었을 뿐이다.”말을 마친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호위에게 명했다.“밖에서 지키고 있거라.”“예.”호위가 아민을 데려갔다.유소영은 싸늘한 눈길로 고장훈을 노려보았다.자리에서 일어선 고장훈이 한발 한발 그녀에게 다가왔다.그에게서 풍기는 진한 술냄새에 유소영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소영, 너는 참 지독하게도 나를 기만하였구나.”고장훈은 음침한 눈을 하고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그의 우악스러운 힘에 손목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유소영은 두려움없이 그를 마주보며 말했다.“장군, 잊으신 것 같은데 저는 장차 장군의 형수가 될 사람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형수?”고장훈은 증오로 가득한 눈빛을 하고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그 바람에 유소영은 문까지 밀려나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고장훈은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의 눈을 하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발버둥 치는 유소영을 내려다보았다.곧이어 그는 말투를 바꾸어 부드럽지만 음산한 어투로 말했다.“그동안 생각을 참 많이 했어. 그런데 이해할 수가 없더구나. 소영 네가 왜 굳이 나와 이혼을 하자고 했는지.”“너는 할머니께서 너와 형님의 혼인을 추진하고 싶어 입궁하셨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유소영은 문을 힘껏 밀어보았지만 밖에서 잠긴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고장훈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몰랐습니다. 이혼한 건 단지 장군께서 임유정을 전방시키겠다 해서였습니다.”갑자기 고장훈의 눈빛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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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고장훈이 쓰러졌다.유소영은 놀란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한 사내가 문 앞에 서서 공손히 그녀를 향해 예를 행했다.“아씨, 많이 놀라셨겠군요. 소인은 세자의 분부를 받들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씨를 보호하고 있었습니다!”그가 제때에 나타나줬기에 유소영은 고장훈과 과도한 접촉을 피할 수 있었다.그녀는 놀란 눈을 하고 호위를 바라보았다.세자가 그녀의 신변에 사람을 보낸 건 의외의 일이었다.곧이어 그녀는 문밖을 바라보았다.호위가 말했다.“밖에 있던 자는 소인이 때려서 기절시켰습니다. 아씨, 일단 저와 함께 이곳을 떠나시죠.”유소영은 밖으로 달려나가 아민의 상태부터 살폈다.다행히 아민은 그저 기절했을 뿐,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고장훈을 바라봤다.“이곳을 이대로 떠날 수는 없네.”호위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씨, 그게 무슨….”“내가 오늘 그냥 간다면 앞으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네.”유소영은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냉정함을 되찾았다.곧이어 그녀는 호위에게 예를 행했다.호위가 당황하며 비켜섰다.“아씨….”“조금 전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세자도 마찬가지네.”유소영은 애원하듯 말했다.호위는 주저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하오나….”“세자께서 자네를 내 곁으로 보낸 건, 내 신변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네. 만약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간다면 세자께서는 나와 고장훈이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고 오해하실 것이고 난 더 이상 고개를 들고 살아갈 수가 없네.”“아씨, 걱정 마십시오. 세자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유소영은 바닥에 떨어진 고장훈의 검을 들어 자신의 목에 가져다댔다.“만약 내 부탁을 안 들어준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네!”“아씨!”호위는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유소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호위를 물리고 바닥에 있는 물통을 들어 고장훈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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