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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성호준이라고 불린 남자는 황급히 눈을 돌렸다. 조이선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조이선은 심소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심소윤은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성호준의 말처럼 온화해 보였다.“두고 봐!”조이선은 으름장을 놓은 뒤 자신의 남자 친구를 데리고 떠났다.조이선이 소란을 부린 탓에 심소윤은 고찬솔의 앞에서 조금 멋쩍어졌다.비록 그녀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비참한지 고찬솔이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창피한 건 어쩔 수 없었다.그래도 다행히 고찬솔이 뭔가 묻지는 않았다.“먹자.”심소윤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고찬솔에게 계속 먹자고 했다.고찬솔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심소윤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누나, 가족은 찾았어?”심소윤은 살짝 당황했다. 그녀가 심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은 영산시에 이미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그래서 심소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응. 찾았어.”심소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피부는 눈처럼 하얬고 이목구비는 그린 듯이 아름다웠다. 아주 전형적인 미인상이었다.고찬솔은 시선을 거두었다. 은색의 머리카락이 눈썹 위로 드리워지며 그의 외모가 한층 더 돋보였다.고찬솔이 덤덤히 말했다.“어디 사람이야?”“명남시.”심소윤은 웃었다.“서씨 가문 사람이야. 네 고향도 명남시였지?”서씨 가문.비록 명남시에는 서씨 가문들이 많고 많았지만 명남시의 서씨 가문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가문은 하나뿐이었다.명남시 서씨 가문은 엄청난 권력을 쥔 가문이었다.심소윤은 그 집안 사람인 걸까?“축하해.”고찬솔은 씁쓸함을 감추며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명남시에는 서씨 가문이 아주 많은데...”심소윤은 웃으며 고찬솔을 바라보았다.“너한테는 솔직히 얘기할게. 사실 이미 가족들이랑 연락이 닿았어. 두 달 뒤에 떠날 생각이야. 그리고 아주 평범한 집안이야.”그 서씨 가문이 아닌 걸까?고찬솔은 시선을 내려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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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지금 뭐 하는 거야?”분노에 찬 고함이 옆에서 들려왔다.박승현은 화가 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가 심소윤을 떼어내려고 했고, 고찬솔은 어두운 얼굴로 심소윤을 품에서 놓아준 뒤 그녀가 박승현의 손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누나가 넘어질 것 같아서 부축해 준 건데 그것도 안 되나요?”박승현은 고찬솔을 노려보았다.‘또 이 기생오라비야?’심지어 심소윤은 그를 집까지 데리고 왔다.“심소윤, 너 미쳤어? 바람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오다니, 그렇게 외로웠어?”심소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말 좀 가려서 해. 얘는 내 친구야. 다른 사람들도 다 승현 씨처럼 추악하고 역겨운 짓거리를 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그것은 그동안 심소윤이 박승현에게 했던 말들 중 가장 모진 말이었다.박승현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다시 한번 말해 봐!”고찬솔은 웃는 얼굴로 박승현을 바라보았다.“박승현 씨, 자기 아내를 모함할 시간에 회사나 잘 운영하지 그래요? 서씨 가문은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던데 이번 해외 협력 건도 따내지 못하면 호성 그룹은 얼마 버티지 못할 텐데요.”고찬솔의 말을 듣는 순간 박승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고찬솔은 호성 그룹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일까?심소윤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 고찬솔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찬솔은 몸을 돌려 심소윤에게 말했다.“누나, 누나 남편 머리가 좀 이상한 것 같아. 우리는 그냥 단순히 밥만 같이 먹은 것뿐인데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하잖아. 누나 남편은 다른 여자랑 밥 한 끼 먹는 것도 다 바람이라고 생각하나 봐.”박승현은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난 먼저 가볼게.”“조심히 들어가. 집에 도착하면 무사히 도착했다고 연락하고.”고찬솔은 문을 열다가 멈칫하더니 이내 눈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심소윤을 바라보았다.“응.”고찬솔이 탄 차가 떠난 뒤 심소윤은 박승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박승현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 심소윤을 붙잡고 그녀에게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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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심소윤은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근거도 없이 자신을 비난하며 온갖 핑계를 대는 박승현의 행태에 기가 막혔다.“박승현 씨, 누가 날 모함했는지는 내가 알아서 조사할 거야. 그러니까 관심 꺼. 그리고 이번 달 내로 반드시 당신이랑 이혼할 거야.”말을 마친 뒤 심소윤은 먼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박승현은 심소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점점 더 불안해했다.그는 이런 모습의 심소윤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의 심소윤은 유약한 것 같으면서도 결단력이 있었다.심소윤은 이번에 진심인 듯했다.‘하나한테 조금이라도 흠집이 생겨서는 안 돼. 절대 하나가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어.’박승현은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연락했다.“다시 한번 뺑소니 사건을 확인해 봐. 절대 사람들이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하면 안 돼!”...고찬솔은 차 뒷좌석에 앉아 조금 전 일을 생각했다.심소윤이 먼저 그에게 집에 도착하면 문자를 보내라고 한 걸 보면 그들 사이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대표님, 대표님이 지시하신 일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비서는 택시 기사인 척 연기하던 걸 멈추고 아주 정중하게 고찬솔을 향해 상황을 보고했다.고찬솔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계속 지켜보도록 해.”...그 뒤로 며칠 동안 심소윤은 오른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고, 디자인 스케치를 하지 않을 때면 외출했다.심소윤은 사설탐정을 찾아가서 뺑소니 사건의 진실을 몰래 조사해달라고 했다.탐정과 헤어진 뒤 그녀는 박승현의 본가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어서 돌아오세요. 유민 도련님이 아프세요.”심소윤은 본능적으로 흠칫하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박유민은 그래도 그녀가 열 달 품어 힘들게 낳은 아들이었기 때문이다.집에 도착한 뒤 심소윤은 마침 그곳에 도착한 심하나와 마주치게 되었다.심소윤을 본 심하나는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 걸 확인하더니 곧바로 그녀를 향한 혐오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언니, 왜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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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김선화는 가사도우미를 시켜 심소윤을 박유민의 방 안에서 쫓아냈다.가사도우미는 힘이 아주 세서 심소윤의 팔에 붉은 흔적을 남겼다.문틈 사이로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김선화와 심하나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하나야, 유민이는 항상 너를 좋아했었지. 수고스러웠을 텐데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별말씀을요. 유민이가 저를 좋아하는 것처럼 저도 유민이가 좋아요. 유민이가 빨리 나을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더 올 수 있어요.”박유민은 힘겹게 일어난 뒤 심하나를 안았다.“역시 이모가 최고예요. 저는 이모가 제일 좋아요.”그들은 마치 한 가족 같았다.그 광경을 본 심소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지금 와서 보니 모든 게 우스웠다.몸을 돌리자마자 심소윤은 계단 앞에 서 있는 박건형을 보았다.“소윤아, 너한테 할 얘기가 있다.”박건형은 평소의 자애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심소윤은 박건형을 따라서 서재로 들어갔다.서재 안, 박건형이 심소윤에게 물었다.“소윤아, 지난번에 네가 그랬지. 승현이랑 이혼할 거라고. 무엇 때문인지 물어도 되겠니?”심소윤은 박건형의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박건형의 미소 띤 얼굴을 본 심소윤은 잠시 넋이 나갔다.그녀는 그날 서재에서 자신을 사정없이 몰아붙이던 박건형의 모습을 기억했다.“할아버지, 왜 저랑 승현 씨를 억지로 이어 붙이려고 하시는 거예요?”예전에 심소윤은 박건형이 손주며느리인 자신을 좋아해서 그녀와 박승현이 이혼하는 걸 원치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제 심소윤은 박건형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심소윤은 심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었고 그녀의 진짜 가족도 그저 평범한 집안 사람들이었다.심소윤은 박승현에게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없는데 박건형은 무엇 때문에 그녀와 박승현이 부부 관계를 이어가길 바라는 걸까?초췌한 얼굴의 박건형은 심소윤의 질문을 듣더니 고개를 숙이고 기침을 했다.심소윤은 입술을 짓씹으며 박건형을 위해 물을 따랐고, 박건형은 물을 마신 뒤에야 기침이 멎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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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손자인 박승현도 그토록 이기적이고 매정한 걸 보면 그의 할아버지인 박건형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그러나 박건형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어차피 두 달 뒤 할머니의 기일이 지나면 심소윤은 반드시 이곳을 떠날 것이다.박유민이 심하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여 심하나는 아예 박건형의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저녁에 박유민은 1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심하나가 직접 죽을 끓여서 박유민에게 가져다주려고 했다.박승현은 요리하는 심하나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아픈 유민이를 보살펴줘서 고마워.”심하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고맙긴. 나한테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어. 나는 유민이 이모니까 유민이를 돌봐주는 건 당연한 거지.”박승현은 온화한 눈빛으로 심하나를 바라봤다.고개를 돌렸을 때 심소윤을 본 박승현은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하나는 유민이 이모일 뿐인데도 유민이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친엄마인 너는 뭐야? 매일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리면서 자기 아들 얼굴 한 번 보지 않네. 너는 양심 따위 없어?”“나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심소윤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심소윤!”박승현이 고함을 질렀으나 심소윤은 멈추지 않았다.심하나가 박승현을 설득했다.“그만해, 오빠. 언니 하루 종일 침실에 있어서 피곤할 거야. 너무 몰아붙이지 마.”박승현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더 차가워졌다.“내가 그동안 너무 잘해준 탓이야. 이 집을 떠나면 쟤 혼자서 어떻게 살아?”박승현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고 심소윤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박승현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 꼴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도 다행히 두 달 뒤면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심하나는 자신이 끓인 죽을 들고 박유민의 방으로 들어갔다.박유민은 열은 내렸지만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그는 침실 안의 부드러운 러그 위에 앉아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레고를 하고 있었다.“유민아, 밥 먹어.”고개를 돌린 박유민은 심하나와 박승현이 안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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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다음 날 아침, 박유민은 몸살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았다. 박유민이 일어났을 때는 아침 먹을 시간이 지나 있었다.가사도우미가 음식을 해 주려 하자 박유민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저는 아줌마가 만든 맛없는 음식은 안 먹어요. 우리 엄마한테 가서 저 음식 좀 해주라고 해요.”입맛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밤새 굶은 것도 사실이었다.지금 박유민은 심소윤이 만든 전복죽이 먹고 싶었다.가사도우미가 심소윤을 찾으러 갔을 때 심소윤은 짐을 챙겨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저는 걔 밥 해줄 시간 없으니까 아주머니들이 챙겨주세요.”“하지만 저희가 만든 음식은 맛없다고 하세요.”“그러면 굶으라고 해요.”심소윤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가방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박유민은 심소윤이 내려오는 걸 보고도 거만하게 소파에 앉아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와 빌기를 기다렸다.그러나 심소윤은 박유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외출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박유민은 조금 초조해졌다.“어디 가는 거예요?”심소윤은 잠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박유민을 바라봤다.“나갈 거야.”“제가 아줌마를 통해 엄마한테 밥해달라고 했잖아요. 가정주부인 엄마에게 지금 꼭 나가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있을 리가 없으니 잔말 말고 얼른 가서 밥이나 해요. 저는 엄마가 해준 전복죽을 먹을 거예요!”거만하게 명령하는 박유민의 태도에 심소윤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자신이 정성 들여 가르쳤던 박유민이 왜 저런 꼴이 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줌마도 전복죽 할 줄 아니까 아줌마한테 해달라고 해.”심소윤은 박유민을 무시하고 곧장 집에서 나갔다.박유민은 심소윤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나서 눈이 벌게지며 울려고 했다.그는 줄곧 자신을 사랑하던 엄마가 왜 이제는 전복죽조차 안 해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정말 반드시 지금 당장 나가야 할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굳게 닫힌 문을 바라본 박유민은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엄마가 정말로 점점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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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심소윤은 멍한 얼굴로 문가에 서 있었다.심장에서 아릿한 통증이 전해졌다.그녀는 박승현이 심하나를 위해 한 일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박승현이 심하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장면을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하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심하나도 빠르게 일어난 뒤 심소윤을 바라봤다.“언니, 나 방금 저혈당 때문에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어. 오빠는 그냥 날 잡아준 것뿐이니까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마. 그리고 따지고 보면 그냥 안은 것뿐이지, 다른 걸 한 것도 아니잖아. 나는 오빠랑 친형제와 다름없는 사이니까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않아도 돼.”박승현은 심소윤을 향해 걸어가다가 그녀가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그걸 건네받으려고 했는데 심소윤이 그의 손을 피했다.“건드리지 마.”“내가 해명했잖아. 아까 일은 오해야. 그러니까 그렇게 속 좁게 굴지 마.”박승현은 심소윤이 화가 났다는 걸 알고 티 나지 않게 미간을 구겼다.심소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조금은 씁쓸한 미소였다.“오해 안 해. 어차피 곧 이혼할 텐데 승현 씨가 누구랑 만나든 나랑은 상관없지.”박승현은 심소윤이 홧김에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심소윤, 대체 언제까지 그럴래?”심하나가 다가와 미간을 찌푸린 채 심소윤을 바라봤다.“언니, 오해하게 만든 건 우리가 미안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지 않아? 나랑 오빠가 설명했잖아. 언니도 우리가 친형제와 다름없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고. 우리는 절대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없어. 그러니까 질투할 필요 없어.”심소윤은 심하나가 둘이 절대 심소윤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없다고 말할 때 박승현이 침울한 눈빛을 하는 걸 보았다.“오해받을 만한 짓을 해놓고 오해하지 말라고?”심소윤이 덤덤히 말했다.그녀의 마음은 굉장히 차분했다.“그만하라니까!”박승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심소윤의 말을 잘랐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심소윤을 바라봤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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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두 사람은 그 일이 있은 뒤로 나가서 살았다.박승현은 심소윤이 다락방에 갇히는 걸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알면서 그녀를 다락방에 가둬두려고 했다.박승현은 가사도우미 두 명을 불러와서 그녀를 다락방으로 끌고 가라고 했다.심소윤은 초조해졌다.“싫어! 난 안 갈 거야. 승현 씨가 내가 오해할 만한 일을 한 거면서 왜 나를 가두는 건데?”어두컴컴한 다락방이 두려웠던 심소윤은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눈시울까지 붉어졌다.박승현은 그 모습을 보고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잠깐 안쓰러운 눈빛을 해 보였다.심하나가 한숨을 쉬었다.“언니, 오빠도 언니를 가두고 싶지 않을 거야. 오빠는 그냥 언니가 반성하길 바라는 것뿐이야. 게다가 그동안 언니는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 때문에 오빠랑 몇 번이나 싸웠었지. 그러게 왜 그랬어.”고찬솔 얘기가 나오자 마음이 약해졌던 박승현은 다시 한번 모질어졌다.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심소윤, 네 잘못을 깨우치기 전까지는 나오지 마!”“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건장한 체구의 두 가사도우미가 심소윤을 양쪽에서 붙잡고 그녀를 끌고 별장의 다락방으로 향했다.쾅!문이 닫히는 순간 어둠이 순식간에 심소윤의 몸을 집어삼켰다.심소윤은 휴대폰을 몰수당한 채 얇은 옷차림으로 바닥에 웅크려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서서히 그녀의 두려움을 증폭시켰다.심소윤은 7년 전 다락방에서 김선화가 그녀에게 했던 짓을 떠올렸다.김선화는 당시 심소윤을 다락방 안에 가둬둔 뒤 안에 뱀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심소윤은 어두컴컴한 방 안과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내는 소리를 또렷하게 기억했다.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심소윤은 문가로 달려가서 힘껏 문을 두드렸다.“문 열어 줘! 승현 씨, 내가 잘못했어. 문 좀 열어 줘! 날 이곳에 가두지 말아 줘. 제발!”심소윤은 패닉에 빠져서 끊임없이 애원했다.그러나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마치 세상에 그녀 혼자만 남은 듯이 말이다....고찬솔은 사무실로 돌아갔고 그의 비서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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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고찬솔은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다. 고찬솔이 대꾸하지 않았으나 심하나는 아주 즐겁게 웃었다.“우리 만난 적 있는데 기억나요? 그쪽 되게 잘생겼던데. 하지만 언니처럼 별 볼 일 없는 여자를 좋아하다니, 안목은 높지 않네요.”고찬솔의 눈빛에서 살기가 번득였다.“누나는요?”고찬솔의 목소리는 한없이 차가워서 전화 너머에 있는 심하나조차 그의 목소리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언니가 잘못을 저질러서 형부가 지금 벌을 주고 있어요. 반성하라는 의미로 어두운 방 안에 가뒀죠. 와서 우리 언니 좀 구해줄래요? 그러면 우리 언니가 바로 그쪽한테 반할 텐데 말이에요. 우리 언니는 예전에도 형부한테 그런 식으로 반했었거든요.”말을 마친 뒤 심하나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쥔 고찬솔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졌다.그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웠고 두 눈동자는 분노 때문에 벌게졌다.그는 지금 당장 박승현의 본가로 쳐들어가서 박승현과 심하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심소윤과 박승현은 아직 이혼하지 않았는데 그가 다짜고짜 박승현의 본가로 쳐들어가서 소란을 부린다면 박승현이 그것을 핑계로 온갖 루머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심소윤의 명예에 흠집이 생기게 된다.결국 고찬솔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곧이어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가정 폭력 신고 좀 하려고요.”...30분 뒤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박승현 본가 주위에서 울려 퍼졌다.이때 심소윤은 신경이 곤두선 채로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비록 뱀이나 쥐, 벌레 같은 건 없는 듯했지만 마치 맹수가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에 심소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끝없이 울면서 몸을 떨었고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런데 갑자기 계단 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다락방 문이 열렸다.심소윤은 문가에 기대어 있었던 상태라 문이 열리는 순간 지탱할 곳을 잃어 바닥에 쓰러졌다.가사도우미가 황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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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김선화가 박승현을 대신해 경찰에게 설명했다.“부부끼리 가끔 싸우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제 며느리 몸에는 상처가 없어요. 그냥 장난을 친 것뿐이에요.”“장난에도 정도라는 게 있습니다.”경찰은 김선화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심소윤을 데려가려고 하는데 박건형이 지팡이로 박승현의 등을 내리쳤다.박승현은 아파서 앓는 소리를 내며 순간 식은땀을 흘렸다.“이 못난 놈. 아내한테 너처럼 구는 남편이 세상에 어디 있어? 소윤이는 우리 집에 온 지 오래되었지만 그동안 너는 단 한 번도 소윤이한테 손을 댄 적이 없잖아. 소윤이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어떻게 애를 다락방에 가둬둘 수 있어? 내가 그렇게 가르쳤니?”“할아버지!”심하나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치더니 황급히 박승현의 앞으로 달려가서 그를 보호했다.“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오빠는 언니가 낯선 남자랑 가까이 지내는 걸 보고 화가 나서 그런 거예요.”‘낯선 남자?’김선화는 눈을 부릅뜨고 심소윤을 노려봤다.“이 빌어먹을 년이 감히 바람을 피워?”김선화는 심소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녀의 뺨을 힘껏 때렸다.짝!뺨을 맞은 심소윤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입안에서는 피비린내가 났으며 귀에서는 이명이 들렸다.그리고 김선화가 아주 힘주어 때린 탓에 심소윤의 뺨은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올랐다.박승현은 그 모습을 보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안쓰러운 눈빛을 해 보였다.그런데 이때 심하나가 박승현을 붙잡았다.“오빠, 괜찮아? 어디 한 번 봐봐.”박승현은 걸음을 멈추고 심하나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김선화가 또 뺨을 때리려고 하자 심소윤이 뒤로 피했다.“바람을 피운 건 제가 아니에요. 또 때리시면 저도 반격할 거예요.”심소윤이 덤덤히 말했다.경찰도 그 기회를 틈타서 김선화를 막았다.김선화는 심소윤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경찰을 바라봤다.“이건 저희 집안일이에요. 제 아들이 이년에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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