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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왜 놓아주지 않는 거야?”고찬솔 앞으로 걸어간 박승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훑어보았다.“너 고씨 가문 직원이야? 고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여기는 영산시야, 내가 너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마. 네 밥그릇 지키고 싶으면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야.”고찬솔이 코웃음을 쳤다.“박승현, 본인 아내를 아주 사랑하나 봐? 넉 달 전 그 교통사고를 아내에게 뒤집어씌울 정도로?”고찬솔이 이 일을 알고 있을 줄 몰랐던 박승현은 순간 흠칫 놀랐지만 그렇다고 인정할 수는 없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잖아! 너 같은 비열한 놈은 아내를 둘 자격도 없어!”싸늘한 눈빛으로 박승현을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박승현, 이제 시작일 뿐이야.”그러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떠나는 고찬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승현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고찬솔이 알고 있다면... 심소윤도 알고 있는 거 아닐까?’심소윤이 배달 음식을 시키려 할 때 박승현이 병실로 돌아왔다.“퇴원 수속을 마쳤어, 집에 가자.”병실로 돌아온 박승현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심소윤을 바라보는 두 눈에도 조금 죄책감이 담긴 듯했다.다가와 심소윤을 안으려 하자 심소윤이 박승현의 손을 피했다.“혼자 걸을 수 있어.”목발을 짚고 일어난 심소윤은 박승현을 피해 걸어갔다.박씨 가문에 언제 돌아갈지 생각하고 있었다.박건형이 그녀에게 한 거짓말이 대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심소윤이 피하는 모습에 박승현은 그녀가 분명 뭔가 알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고찬솔이 전부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렇게 차분할 리 없었다.당분간 자상하게 대해주면 워낙 온순한 성격의 심소윤이니 바로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집에 돌아온 후 박승현은 심소윤이 발버둥 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자기 방으로 안고 들어갔다.“이제부터 나와 한방 써.”“싫어.”단호하게 거절한 심소윤이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가려 하자 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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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심소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박승현은 그녀를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짜증과 분노가 가득한 박승현의 눈빛을 본 심소윤은 가슴이 떨렸다.진짜로 하려는 이 남자의 모습에 저항하기 시작했다.“박승현, 미쳤어? 이거 놔!”심소윤 옷의 단추를 잡은 박승현은 짜증과 분노가 가득했던 눈빛에 그녀의 몸에 대한 욕구가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저항하는 심소윤을 무시한 채 그녀의 목에 머리를 파묻었다.눈빛이 싸늘해진 심소윤은 상황이 긴박할수록 머릿속이 더더욱 차분해졌다.천천히 옷 주머니 속 작은 나이프를 더듬었다.감옥에서 비인간적인 고문을 겪은 후 몸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물건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쾅!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움직임을 멈춘 심소윤은 고개를 돌린 순간 문 앞에 떨어진 컵에서 우유가 쏟아져 나온 것을 발견했다.심하나가 난감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하나야.”박승현은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심하나를 불렀다.“미안. 내가 두 사람 시간 방해했네!”한마디 외친 뒤 몸을 돌려 저 멀리 달아났다.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눈가에 눈물이 반짝이고 있었다.더 이상 몸 아래에 있는 심소윤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박승현은 바로 심하나 뒤를 뒤쫓아 나갔다.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심소윤은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은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지금의 박승현은 정말 너무 무서웠다.어떻게든 빨리 이 일을 마치고 여기를 떠나야 했다.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최지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심소윤 씨, 3일 후 오후에 디자이너 교류회가 열릴 예정이에요. 우리 회사가 국제 디자이너 협회와 함께 주최하는 건데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많이 올 겁니다. 제가 심소윤 씨 대신 등록해 놓았으니 와서 참석하세요.”복이 넝쿨째 들어온 기분에 심소윤은 순간 멍해졌다.“정말요?”“제가 심소윤 씨에게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잘 준비하시고 모레 베시와 같이 현장에 도착하면 됩니다.”전화를 끊은 후에도 심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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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박승현의 품에 얼굴을 묻은 심하나는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박승현에게 무리하게 강요하면 반드시 역효과를 불러올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선은 심소윤이라는 천박한 년부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심소윤은 강환희가 보내준 파스를 붙였다.역시 의학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후계자답게 심소윤에게 건넨 파스는 효과가 어찌나 좋은 지 이틀만 붙였는데도 다리의 상처가 전처럼 아프지 않았다.이틀 동안 박승현이 혹시라도 또다시 미친 짓을 할까 봐 심소윤은 최대한 그를 피해 다녔다.다행히 박승현도 심소윤을 강요할 생각이 없는 듯 요 이틀은 일찍 나가고 늦게 귀가했으며 집에서 만나더라도 먼저 자리를 떴다.박승현의 모습에 심소윤도 어느 정도 안도했다.세 번째 날, 드레스로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하던 심소윤은 계단 입구에서 외출하려던 박유민을 만났다.어린이 정장을 입고 있는 박유민은 많이 들뜬 듯 얼굴이 발그스레했다.병이 거의 나아 곧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었다.심소윤을 본 박유민은 눈이 반짝였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기생오라비 만나러 가느라 그렇게 차려입은 거예요?”지난 이틀 동안 심하나는 집에 여러 번 찾아와 박유민에게 심소윤이 박승현을 배신했다고 가스라이팅했다.그러다 보니 심소윤에 대해 조금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던 박유민은 다시 엄마를 싫어하게 되었다.박유민의 물음에 심소윤도 조금 놀랐다.“청연루에서 열리는 디자이너 교류회에 가는 거야.”“교류회는 무슨, 하나 이모 무대 망치러 가는 거겠죠!”“뭐?”발끈하여 화를 내는 박유민의 태도에 심소윤은 조금 이해가 안 갔다.‘심하나와 무슨 상관이라고?’“오늘 청연루에 비즈니스 행사가 있어요. 공연 측에서 하나 이모에게 초대장을 보냈고요. 하나 이모 무대 망치러 가는 거잖아요?”얼굴이 시뻘게진 채 대드는 박유민의 모습에 심소윤은 차분한 눈빛으로 녀석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 한숨을 내쉬었다.“그런 거 아니야.”그가 그녀에게 품은 적의가 그녀를 난처하게 했다.“아니어야 할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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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차에서 내린 베시는 이내 청연루 입구에 서 있는 심소윤을 발견했다.자수가 있는 흰색 드레스를 입은 심소윤은 허리 라인을 잡아주는 옷 디자인 때문에 날씬한 허리가 더욱 돋보였다. 화장을 옅게 했지만 피부가 맑고 투명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베시는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그쪽으로 걸어갔다.베시를 발견한 심소윤은 이 순간 마치 구세주를 본 듯했다.“베시 씨, 초대장 가지고 있나요? 최 대표님이 초대장 주지 않으셨어요. 저더러 베시 씨와 같이 오라고 하셨어요.”베시가 초대장을 꺼내 직원에게 건네자 심소윤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하지만 바로 그때 베시의 한마디에 심소윤은 다시 당황했다.“저는 이분 모릅니다.”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청연루 안으로 들어가는 베시의 뒷모습에 심소윤은 멍해졌다.박유민이 심소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정말 창피하네... 아무나 붙잡으면 다 데리고 들어가 줄 거라고 생각해요? 손발이 다 망가졌으면서 무슨 디자이너 교류회에 참석한다고... 쯧쯧. 주제 파악 좀 해요. 괜히 집안 망신시키지 말고!”그러더니 아주 건방진 태도로 심소윤에게 삿대질하며 입구에 있는 두 직원에게 말했다.“빨리 쫓아내요!”입구에 있던 두 사람도 경멸하는 눈빛으로 심소윤을 바라보았다.“누구를 꼬시려고 이렇게 화려하게 꾸미고 온 거야? 너 같은 여자 많이 봤어. 손쓰기 전에 얼른 꺼져!”“길 막지 말고 당장 비켜! 여기는 VIP만 들어올 수 있어. 거지꼴을 하고 여기서 서성거리지 마.”눈살을 찌푸린 심소윤은 초조한 마음에 최지운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하지만 휴대폰을 꺼내기도 전에 안쪽에서 최지운의 목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이죠?”“최 대표님.”두 직원이 공손한 자세로 최지운에게 고개를 숙이자 최지운이 심소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심소윤 씨, 오셨군요. 초대장 드린다는 게 깜빡했어요. 메시지 보냈는데 답이 없어서 내려와 봤어요.”그제야 휴대폰을 확인한 심소윤은 최지운이 메시지를 몇 통이나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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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화려하게 장식된 홀 안 서비스 종업원들 몇 명이 쟁반을 들고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벽 쪽의 긴 테이블에는 다양한 간식과 디저트도 놓여 있었다.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온 훌륭한 디자이너들은 행동 하나, 몸짓 하나, 우아하기 그지없었지만 각자의 스타일도 뚜렷이 보였다.심소윤은 이내 베시를 발견했다.흰색 정장을 입고 있는 베시는 옆구리 부분에 회색 스카프가 센스 있게 걸려 있어 움직일 때마다 스카프가 우아하게 흔들렸다.미소를 띠며 여자 디자이너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베시는 대화를 마치자마자 다가온 심소윤을 보고는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심소윤도 더는 상냥한 태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베시 씨, 제가 혹시 베시 씨에게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티가 날 정도로 심소윤을 싫어하는 베시의 태도에 오늘 기회가 생겼을 때 분명히 물어보고 싶었다.베시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잘못했다 해도 별로 신경 안 쓰잖아요. 최 대표같이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데, 안 그래요?”빈정대는 말투에 심소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베시 씨, 디자인을 가르쳐줬기에 저도 베시 씨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어요. 그러니 뭔가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바로 고칠게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빈정대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하...”베시가 코웃음을 쳤다.“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고치겠다고요?”베시가 싸늘한 눈빛으로 심소윤을 노려봤다.“최 대표한테 얘기해서 심소윤 씨에게 다른 사람 붙여주라고 하죠. 심소윤 씨 같은 낙하산은 나도 가르칠 생각이 없으니!”심소윤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베시는 어느새 저 멀리 가버렸다.베시의 뒷모습을 바라본 심소윤은 안색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 하지만 심소윤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자신을 비꼬고 조롱하는 사람 앞에 계속 웃는 얼굴을 들이밀 이유는 없었다.한편, 사회자는 어느새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오늘 여러분을 위해 작은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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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심소윤은 약간 놀랐다.“이것도 알아보시다니, 대단하시네요.”동그란 얼굴의 젊은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저도 다친 적이 있어서 충분히 이해하죠.”그러더니 붓을 내려놓고는 심소윤에게 손을 내밀었다.“저는 장규영이라고 해요. 아르셀에서 온 디자이너입니다. 사실 제가 진짜 초보예요.”장규영의 손을 잡은 심소윤은 깜짝 놀랐다.“아르셀 분이세요? 그런데 외모가...”“아르셀 사람 같지 않죠? 할아버지 고향이 영산시거든요. 할아버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심소윤도 장규영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두 사람은 디자인 도면을 그리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심소윤은 장규영을 통해 비로소 오늘 이 교류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에클리와 고상 그룹이 함께 주최한 것인 만큼 고씨 가문과 인연을 맺으려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씨 가문...”심소윤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도 고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심하나가 심씨 가문으로 오기 전 심경호는 고씨 가문과 인연을 맺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을 정도로 온갖 심혈을 다 기울였다. 심소윤과 조기환의 정략결혼도 무시한 채 어떻게든 고씨 가문에 시집보내려고 했었다.심경호 말에 의하면 고씨 가문은 재산이 어마어마하지만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고상 그룹은 에스 그룹은 물론이고 호성 그룹보다도 훨씬 더 대단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고씨 가문의 비즈니스를 질투한 원수가 고씨 가문 상속자를 해외로 빼돌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그 후 고씨 가문은 상속자를 되찾은 뒤 더욱 조용히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이번 대회의 상품이 정말 어마어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심소윤은 오른손을 최대한 안정시킨 뒤 진지한 얼굴로 디자인 도면을 그렸다.2층 난간 옆.고찬솔은 심소윤만 뚫어지게 바라봤다.이마 앞에 머리카락이 흩어진 것도 모른 채 집중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얼굴에 불빛까지 비치자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전에 병원에서 일부러 거리를 두던 심소윤의 모습마저도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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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유명한 교류회인 만큼 각 지역에서 온 유명인사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심소윤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이 자리를 통해 그녀가 신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조금 전 심소윤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람들도 그녀에 대한 인상이 더욱 뚜렷이 뇌리에 박혔다.심소윤의 작품이 무대 위에 전시되었을 때 모든 디자이너들은 눈에 빛이 반짝였다.평범한 개량 한복 도면이었지만 디자인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한복 스타일에 자기 아이디어를 과감히 더했다.디자인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베테랑들도 심소윤의 디자인 도면에서 남다른 ‘영감’을 느꼈다.“심소윤 씨가 몇 년만 더 트레이닝 받으면 분명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저도 이 작품에 한 표 던질 거예요. 아주 대담하고 영감이 넘치네요.”“소윤 씨, 처음부터 초보 같지 않다고 말했잖아요. 소윤 씨 디자인 도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 자주 연락해요!”여러 명이 동시에 칭찬하기 시작하자 가슴속으로 큰 감동이 밀려온 심소윤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그동안 박씨 가문 사람들의 냉대를 받으며 모두들 안 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아낌없이 칭찬하고 있었다.이것보다 더 감동인 것은 없을 것 같았다.에클리와 고상 그룹이 함께 제공한 대상 상품은 바로 현금 2억이었다.디자이너들은 대단한 상이라도 나올 줄 알았지만 그저 돈일 뿐이었다.하지만 이런 유명 인사들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돈이었다.물론 상금이 돈이라는 것에 조금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그들은 심소윤의 재능을 인정하긴 했지만 신인에게 뒤처진 것은 극도로 창피했다.겉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불가능한 대단한 상이었다면 더욱 내키지 않았겠지만 다행히 그저 돈뿐이었다.장규영이 안타까운 얼굴로 심소윤을 바라봤다.“고상 그룹이 참여한다고 해서 장기적인 협력 같은 대단한 상이 나올 줄 알았는데 고작 2억일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심소윤은 꽤 기뻤다.“2억 원이라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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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심하나는 허리 라인이 잘록하게 조여 있어 몸매 라인이 완벽하게 드러났다. 무용수로서의 가늘고 유연한 몸매를 아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심소윤이 나온 연회장을 힐끗 쳐다본 심하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여기서 디자이너 교류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언니도 참석하러 온 거야?”장규영이 심소윤을 바라보며 물었다.“동생이에요?”그러자 심소윤이 장규영을 보며 말했다.“아직 할 일 있다고 했죠? 먼저 가봐요. 나중에 시간 될 때 제가 밥 한 끼 살게요.”장규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장규영이 떠난 후 두 사람을 바라본 심소윤은 심하나의 허리에 박승현의 손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디자이너 교류회인데 설마 춤추러 왔겠어?”심소윤의 시선이 그의 손에 향한 것을 눈치챈 박승현은 심하나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놓았다.왠지 모르겠지만 심하나가 그녀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 후 박승현은 왠지 심소윤을 배신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심하나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그러다가 심소윤의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말을 꼭 그렇게 감정 상하게 해야 해? 하나는 네 동생이지, 원수가 아니야.”심하나도 일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언니, 다리 부상도 내가 그런 게 아니잖아. 언니가 뺑소니하고 도망친 죗값을 받은 건데 춤을 못 추게 되었다고 나한테 따지면 어떡해? 그리고 나는 그냥 언니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어차피 언니는 디자이너라 분야를 접한 적도 없잖아. 괜히 무턱대고 여기 쳐들어와서 창피당할까 봐 걱정돼서 한 말이야.”연회장에 남아 있던 디자이너들은 밖으로 나가다가 심하나의 말을 듣자 심소윤을 바라보는 눈빛이 변했다.심소윤이 박승현을 바라보았다.“뺑소니를 저지를 사람이 누군지, 당신이 하나에게 말해 줄래?”뺑소니를 저지를 사람이 심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박승현은 일부러 심소윤의 시선을 피했다.간신히 수석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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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심소윤! 너 왜 이리 악독해? 하나는 네 동생이야, 네 동생 인생 망치려고 작정했어?”심소윤에게 소리친 후 심하나를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나가기 전 심하나에게 한 마디 내뱉었다.“일단 두고 볼 거야. 얘기는 나중에 하자!”멀지 않은 곳에서 초대받아 들어온 언론 기자들은 세 사람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고 달려와 심소윤을 향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그쪽, 본 적 있어요. 4개월 전 뺑소니 사건을 저지를 심소윤 씨죠? 유명한 무용수였는데 감옥에서 손발을 다쳐 더는 춤을 출 수 없다고요? 이제 춤추는 동생이 질투가 나 일부러 다치게 한 건가요?”“심소윤 씨, 소문에 의하면 4개월 전 차에 치여 숨진 피해자 가족이 지금 영산시에 없다고 하던데, 혹시 그 사람들을 내쫓은 건가요?”“심소윤 씨, 사람을 치어 죽이고도 이렇게 뻔뻔하게 사람들 앞에 서는 이유가 혹시 심씨 가문과 박씨 가문을 믿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가요?”이런 장소에 들어올 수 있는 기자들은 질문 또한 아주 날카로웠다.심소윤은 몰려드는 기자들 때문에 끊임없이 뒷걸음질 쳤지만 기자들은 마치 사냥감을 본 늑대들처럼 물고 늘어지며 심소윤을 둥글게 에워쌌다.“교통사고는 제가 낸 게 아닙니다.”심소윤이 당황해하며 해명했다.“경찰서에서 이미 유죄 판결을 내렸잖아요. 경찰서 판결이 잘못됐다는 뜻인가요?”심소윤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혀버렸다.아직 멀리 가지 않은 디자이너들은 이 광경을 보고 바깥에 멈춰 선 채 구경하고 있었다.교류회에서 훌륭한 재능을 보여 준 심소윤을 보고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 디자이너가 나왔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바로 악독하고 질투심 강한 여자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공개적으로 동생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과거 뺑소니 사고로 감옥에 갔으며 본인의 권력을 이용해 피해자 가족을 영산시에서 쫓아냈다.이런 사람이 이번 교류회에 참석할 수 있다니... 분명 권력이 막강한 사람이 뒤를 봐준 거라고 생각했다.에클리의 최 대표님일까, 아니면 고상 그룹의 고 대표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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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뒤에 서 있는 최지운은 남은 디자이너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고찬솔은 심소윤을 데리고 청연루에서 나왔다.“어떻게 여기에 있어?”두 사람 모두 말없이 걷기만 하자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심소윤이 먼저 한마디 했다.고찬솔이 최지운의 친구이긴 하지만 굳이 이런 자리까지 와서 난리를 피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반면 심소윤의 질문에 고찬솔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병원에서 한 말, 무슨 뜻인지 물어보러 왔어.”심소윤은 그제야 지난번 병원에서 고찬솔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우리 집안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그때의 생각이 난 심소윤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내 말은 괜히 우리 집안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거였어, 너만 번거롭잖아.”고찬솔은 가볍게 헛기침했다.심소윤이 왜 그를 멀리하는지 대략 짐작은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불쾌했다.“박승현이 우리 관계를 오해하면 네 가족의 행복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다소 날카로운 말투에 심소윤은 살짝 놀랐다.“그게 아니라...”“아니면 박승현이 위증을 한 사람을 처리하듯 나도 영산시에서 쫓아낼까 봐 그러는 거야?”깜짝 놀란 심소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찬솔을 바라보았다.“그걸... 어떻게 알았어?”고찬솔이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찬솔이 뺑소니 사건에 위증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니...‘내 일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두 사람이 가로등 아래에 서 있어 노란빛이 희미하게 그들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고찬솔이 눈을 내리깔자 어두운 그림자에 표정이 가려졌다.“소윤아, 나는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어.”씁쓸함이 묻어나는 고찬솔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심소윤은 고찬솔이 괴롭힘을 당한 대형견처럼 억울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그 모습에 고찬솔은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나는...”“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네가 나를 도와준 거, 나 잊지 않고 있어. 지금 너를 돕는 것도 그때 그 은혜를 갚는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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