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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심소윤은 지금 박승현만 보면 오후에 어두운 얼굴로 가정부에게 그녀를 작은 방에 가두라고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두려움에 휩싸여 얼굴이 창백해진 채 뒷걸음치며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박승현을 바라보았다.“뭘 하려는 거야?”심소윤의 모습에 박승현은 왠지 모르게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진짜로 심소윤을 두렵게 한 것 같은 느낌에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오후 일은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다시는 다락방에 가두지 않을게.”심소윤이 박승현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나가!”하지만 나가지 않은 박승현은 오히려 심소윤 쪽으로 두 걸음 다가갔다.“나 절대 너와 이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도 박씨 가문 떠날 생각 버려. 너와 그 자식 사이에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할 테니 앞으로 너는 여전히 박씨 가문 사모님이야. 잘 생각해 봐, 손과 발이 그렇게 됐는데 박씨 가문을 떠나면 어디로 갈 수 있겠어?”심소윤이 코웃음을 쳤다.“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네가 더 잘 알잖아.”‘설마 심소윤이 모두 알고 있다고?’순간 얼굴이 굳은 박승현은 마음속으로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아는 거라도 있는 거야?”“박승현, 가서 이혼 절차 밟고 우리 관계 빨리 끝내자. 위자료 같은 거 주지 않아도 돼. 유민이는 당신이 데리고 가. 내가 원하는 건 이혼뿐이야! 앞으로 당신과 심하나가 어떻게 지내든 상관하지 않을게!”안 그래도 마음이 불안하던 박승현은 이 순간 화가 치밀었다.오랫동안 심소윤을 속여왔는데 어떻게 진실을 안 거지?‘지금 이러는 것도 분명 질투심 때문일 거야.’이렇게 생각한 박승현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심소윤, 여러 번 말했잖아. 나와 하나는 그냥 친구일 뿐이야. 괜히 엮을 필요 없어. 하나는 자기 남편을 위해 지금까지 싱글로 있는 거야. 너처럼 밖에서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지 않아.”‘박승현, 당신 마음속에 나는 이런 사람이었네...’“당신이 뭐라고 하든 상관 안 해. 이 이혼, 꼭 하고 말 거니까.”박승현은 완전히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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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전화기 너머의 고찬솔은 주먹을 꽉 쥐었다.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 때문에 사람마저 무섭고 음침하게 보였다.‘신경 쓰지 말라고?’하지만 모른 척할 수 없었다.“알겠어.”일단은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손의 상처 조심하고... 약 먹고 파스 붙이는 거 잊지 마.”“알았어.”“그런데!”고찬솔은 최대한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박승현이 다시 너를 다치게 하면 나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너...”심소윤이 말을 하기도 전에 고찬솔은 전화를 끊었다.끊긴 전화를 본 심소윤은 속상한 마음도 있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이 밀려왔다.고찬솔은 심소윤에게 정말 잘해줬다.한편 전화를 끊은 뒤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고찬솔은 금방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비서와 마주쳤다.“고 대표님?”“차 키 챙겨. 방태석 만나러 가야겠어!”고찬솔의 말에 비서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의 뒤를 따랐다.“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주무시고 계실 수도...”그러나 고찬솔은 비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그저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박승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심소윤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던 박승현은 심하나가 그의 방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자 잔뜩 굳었던 얼굴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하나야, 나 기다리고 있었어?”고개를 끄덕인 심하나는 미안한 듯 박승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사과하러 왔어. 언니가 밖에서 만난 남자가 조금 전에 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내가 실수로 받았다가 언니가 다락방에 갇혀 있다는 얘기를 해버렸어. 그래서 그 남자가 경찰에 신고한 거야. 모두 내 탓이야.”‘그 남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박승현의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하지만 심하나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너무 아파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번 일은 너랑 상관없어. 네 언니가 저지른 실수까지 네가 짊어질 필요는 없어.”“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심하나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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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박유민은 이틀째 입맛이 없어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워낙 체질 자체가 좋지 않아 병에 걸릴 때마다 생사를 오갈 듯했다.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않자 심소윤이 만들어 주던 전복죽이 그리워졌다.학교에 가지 않은 박유민은 심소윤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자 참지 못하고 심소윤을 찾으러 그녀의 방으로 갔다.화판을 창가로 옮겨 놓고 그림을 그리는 심소윤은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어 붓을 움직이는 동작이 다소 느렸지만 매우 안정적이었다.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이 심소윤의 몸에 비춰 한껏 부드러워 보였다.박유민도 오랫동안 엄마를 보지 못한 탓인지 심소윤을 보자 그동안 억눌러왔던 그리움이 한순간에 폭발했다.문 쪽에 인기척이 나는 것을 느낀 심소윤은 고개를 돌린 순간 박유민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비록 같은 집에 살고 있었지만 아들을 며칠이나 보지 못했다.심지어 식사조차도 박유민이 엄마를 보기 싫다며 혼자 방에서 먹겠다고 투정을 부렸다.“무슨 일 있어?”냉담하게 말하는 심소윤의 어조에 박유민은 엄마가 낯설게 느껴졌다.불만스럽게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치켜들고 심소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전복죽 먹고 싶어요. 가서 만들어 줘요!”강압적인 박유민의 태도에 심소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부탁할 때 그런 태도로 말해?”심소윤의 모습에 박유민은 전에 엄마가 자신의 공부, 식사 등을 세심하게 케어해 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가끔 실수하면 엄격하게 혼내던 것도 생각이 나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박유민의 모습에 심소윤은 마음이 살짝 아팠다.자기 두 손으로 키운 아이라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아픈지 며칠 만에 부쩍 여윈 박유민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아파 붓을 내려놓았다.그러고는 6시간 동안 붙였던 파스도 떼어냈다.“내려가자.”결국 박유민을 위해 죽을 끓여 주었다.박유민은 식당의 주방 아주머니에게 심소윤이 죽을 만드는 걸 잘 보고 배우라고 했다.‘나중에 또 먹고 싶으면 아주머니더러 해달라고 할 거야! 절대 엄마에게 부탁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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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심소윤이 손등에 묻은 죽을 털어내자 뜨거운 죽에 덴 손등은 어느새 새빨개져 있었다.하지만 박승현은 심소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심소윤, 적당히 좀 해! 하나는 네 동생이야, 수석 무용수의 손을 이 지경으로 만들면 어떡해! 망치려고 작정한 거야?”박유민도 화가 난 듯 심소윤을 향해 소리쳤다.“하나 이모를 질투하는 거예요? 남이 추는 게 부러운데 본인이 못 추니까 그러는 거죠? 정말 너무 못 됐어요!”“나는...”심소윤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박승현은 심하나를 안아 들고 문을 나섰다.박유민도 의자에서 내려와 따라 나갔다.아마 병원으로 가는 듯 밖에서는 이내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반면 심소윤은 부엌으로 돌아가 찬물로 손등을 씻은 뒤 화상 연고를 찾아서 발랐다.박승현과 박유민이 자신을 이렇게 대해도 심소윤의 마음은 잔잔한 호숫물처럼 고요하기 그지없었다.심장이 은은하게 아파왔지만 이런 아픔도 곧 지나갈 것이다.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 심경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한 시간 내로 당장 심씨 저택으로 와! 안 오면 절대 가만 안 둘 줄 알아!”심경호는 화가 난 듯 한 마디만 남긴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심소윤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심씨 가문과도 결판을 내야 했다. 게다가 두 달 후면 할머니 기일이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기에 잠시 생각해 보다가 짐을 챙겨 심씨 가문으로 돌아갔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얼마 전 만났던 조이선도 와 있는 것을 보았다.이혜경과 조이선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심경호와 유미란은 그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다들 안색이 좋지 않았다.심소윤이 저택에 들어선 것을 본 유미란은 바로 다가와 그녀를 때리려 했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심소윤은 제때 피했다.“이년이! 감히 피해? 밖에서 그렇게 부끄러운 짓을 저지르다니! 우리 심씨 가문의 체면을 다 말아먹을 참이야!”심소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무슨 일을 했는데요!”“감히 네 입으로 말할 체면이 있어!”유미란은 다시 손찌검을 하려 했다. 반면 옆에 있던 조이선은 눈시울을 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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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아니라고 했잖아요!”하지만 심소윤이 아무리 설명해도 심경호와 유미란은 그녀가 조이선의 남자친구를 빼앗았다고 확신했다.심소윤은 순간 머릿속에 진짜 딸로 살았던 지난 18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그때 심경호와 유미란은 심소윤에게 꽤 잘해주었다.하지만 심하나가 돌아온 후 그들은 심소윤에게 잘해주었던 것들을 심하나에 대한 죄책감으로 여겼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은 심소윤에게 한없이 가혹했다.가장 기본적인 인성까지도 그들은 제멋대로 생각했다.이제 지칠 대로 지친 심소윤도 더 이상 썩은 동아줄을 놓고 싶었다. 가장 가까이하던 가족마저도 이렇게 변했는데... 더는 미련이 남을 것도 없었다.싸늘한 얼굴로 시선을 내린 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다들 저를 믿지 않는 것 같으니까 우리 인연도 여기까지인가 봐요. 이제 나 심소윤, 더는 심씨 가문 사람이 아닙니다.”유미란이 코웃음을 쳤다.“심소윤, 너는 하나의 인생을 18년 동안 빼앗았어. 하나가 돌아온 후로부터 심씨 가문 사람이었던 적이 없어. 하지만 지난 18년 동안 우리가 너를 위해 쓴 돈과 정성 들여 키운 은혜는 갚아! 그리고 하나에게 속죄해. 안 그러면 심씨 가문에서 한 발짝도 나갈 생각하지 마!”또 똑같은 말...‘심하나’의 신분으로 18년 동안 살긴 했지만 아이가 바뀌었을 때 심소윤도 갓난아이였다.본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겠는가?8년 전, 조기환은 심소윤을 버리고 심하나와 결혼했다. 8년 후, 박승현은 무용하는 심하나를 지지하기 위해 심소윤의 손과 발을 서슴지 않고 망가뜨렸다.심경호와 유미란도 8년 동안 심소윤을 끊임없이 억압했다.이것만으로도 아직 부족하단 말인가?조이선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심소윤을 바라보았다.“짝퉁! 우리 집안 며느리 신분을 10년 넘게 누리다니! 우리 오빠와 결혼까지 하려고 했잖아! 우리 새언니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집안이 네 그 속셈에 넘어갈 뻔했어! 그런데 이제는 내 남자친구까지 빼앗으려 하다니! 정말 뻔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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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박승현이 심소윤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지금은 두 사람의 이혼을 허락할 수 없었다.심소윤 옆으로 걸어간 박승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선이에게 사과해.”이 사람에 대해 더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 심소윤은 그저 코웃음을 쳤다.“난 잘못한 게 없어.”‘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야.’그러자 조이선은 고개를 치켜들더니 오만한 표정과 악의가 가득 찬 눈빛으로 심소윤을 바라보았다.“무릎 꿇고 사과해! 안 그러면 절대 가만 안 있을 거니까!”“꿈 깨!”심소윤이 돌아서서 가려 하자 박승현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박승현! 이 손 놔...”하지만 심소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승현은 그녀를 잡고 아래로 눌러 무릎 꿇리게 했다.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심소윤을 바닥에 누른 채 한마디 했다.“사과해!”심소윤은 너무나도 치욕스러웠다. 굴욕감이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지는 듯했다. 한편, 심하나는 일부러 도발하듯 심소윤을 바라봤다.하지만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 잘못을 인정할 수 없었던 심소윤은 입을 꽉 다물었다.박승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발로 심소윤의 발목 상처를 밟았다.“악!”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 심소윤은 순간 발목에서 격렬한 통증이 전해졌다.박승현이 심소윤의 귀에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윤아, 네가 조이선 남자친구를 꼬시지 않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하나가 조씨 가문 사람인 이상 넌 언니로서 동생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러니 얼른 사과해.”얼굴이 하얗게 질린 심소윤은 심장이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심하나를 위해서 억울함도 감수해야 하고 이런 모욕까지 당해야 하다니...하지만 절대 사과할 수 없었다.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왜 사과해야 한단 말인가!박승현이 점점 더 잔인하게 심소윤의 발목을 짓밟자 심소윤은 너무 아파 온몸이 덜덜 떨렸다.“심소윤!”심소윤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본 박승현은 점점 초조해졌다.‘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거야?’“잘못했어요.”박승현이 대신 조이선에게 사과하려 할 때 심소윤이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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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박승현은 심소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심소윤의 다리 부상을 확인한 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원래 다친 데도 낫지 않았는데 다친 데를 또 다쳐서 당분간은 입원해야 합니다. 이번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의사의 말을 들은 후에야 박승현은 비로소 조금 전 그의 행동이 심소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깨달았다.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심소윤을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소윤아. 내가 잘못했어. 최고의 의료팀을 초빙해 네 발목 꼭 치료할게! 치료가 안 된다 해도 평생 널 먹여 살릴 테니 걱정하지 마.”심소윤은 고개를 돌려 박승현을 바라보았다.병실의 흰 조명 때문에 박승현의 얼굴은 유난히 더 잘생겨 보였다.날카로운 눈매, 곧고 오뚝한 코, 호숫물처럼 부드러운 눈빛에 애틋함까지 가득 담겨 있었다.마치 결혼 초기 박승현이 심소윤을 정말로 아끼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하지만 심소윤은 이미 이 남자의 가면 뒤 모습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먹여 살린다고? 하...’심소윤은 얼음장같이 싸늘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돌아가.”박승현이 눈살을 찌푸렸다.“네 다리 불편하잖아. 내가 여기 남아서 너 돌봐야지.”“심하나가 걱정돼 내 다리까지 밟았잖아, 안 가보면 마음이 놓이겠어?”무표정한 얼굴로 박승현을 바라보는 심소윤은 눈에 그 어떤 감정도 없었다.박승현은 반박하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심하나는 아침에 금방 손을 다쳤다. 조금 전 심씨 가문에서 이혜경과 조이선이 비록 화를 풀긴 했지만 속 좁은 이혜경이 심하나에게 또 화풀이할 수도 있었다.심소윤을 병원까지 데려다주었으니 심하나가 괜찮은지도 가봐야 했다.심소윤을 바라본 박승현은 눈에 미묘한 갈등이 스쳤다.“그렇게 하나가 걱정되면 내가 대신 가볼게. 그럼 넌 일단 푹 쉬어. 금방 돌아올게.”말을 마친 박승현은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순식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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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심소윤은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속에는 슬픔이 몰려왔다.직접 키운 친아들 박유민, 심소윤 앞에서 그렇게나 애교 부리기 좋아하던 아들이 이토록 그녀를 싫어할 줄은 몰랐다.“걱정 마, 하나 이모가 언젠가는 네 엄마가 될 거니까.”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한 심소윤의 모습에 박유민은 왠지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마치... 무언가가 조금씩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젯밤 심하나는 결국 이혜경에게서 한마디 꾸중을 들었다. 평소 털털한 여장부 같던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우는 모습에 밤새도록 곁에서 그녀를 위로한 박승현은 생각하면 할수록 심소윤의 문제라고 여겼다.‘왜 자꾸 조이선을 건드리는 거야?’하지만 박승현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 큰 비즈니스 거래가 있어 협상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이른 아침 준비를 마친 후 방태석과 약속한 장소, 청연루로 향했다.방태석이 해외 프로젝트를 손에 쥐고 있어 만약 호성 그룹이 이 계약을 따낸다면 회사 전체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그래서 박승현에게 이번 미팅은 매우 중요했다.약속 시간에 도착한 방태석이 인사를 건넸다.“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저도 방금 왔습니다. 앉으세요.”자리에 앉은 방태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50대 정도 되는 나이에 미소를 지은 얼굴로 박승현을 보고 있었지만 미소 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압니다만 해외 프로젝트는 이미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죄송합니다.”바짝 긴장한 박승현은 다급히 물었다.“전에 거의 합의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호성 그룹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더 나은 선택을 당연히 놓쳐서는 안 되겠죠? 비즈니스 바닥이 원래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제 상황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더 나은 선택?’아무리 큰 영산시라고 해도 호성 그룹은 재벌 중의 재벌이었다. 그런데 호성 그룹보다 더 나은 곳이 있다고?안색이 어두워진 박승현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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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무표정한 얼굴로 박승현을 힐끗 본 고찬솔은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박승현 씨, 해외 프로젝트 협력이 어떻게 무산되었는지 알고 있나요?”박승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쪽이 한 짓인가요?”“다음번에는 프로젝트 협력이 무산되는 걸로만 끝나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고찬솔은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일부러 어깨로 박승현을 힘껏 밀쳤다.고찬솔의 조금 전 사늘한 눈빛에 박승현은 조금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찬솔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방태석이 마침 룸에서 나와 고찬솔과 인사하며 악수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그 모습을 본 박승현은 방태석과의 협력이 고찬솔 때문에 망친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런데 저 기생오라비에게 무슨 능력이 있어서 방태석이 이렇게 큰 호성 그룹마저 포기한 걸까? 설마... 고찬솔이 진짜로 고씨 가문의 가까운 친척일까?’...심소윤은 병원에 며칠이나 입원해 있었지만 그동안 박승현은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 간병인 한 명을 보내 돌보게 했지만 심소윤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며칠 동안 고찬솔이 여러 번 만나자고 했지만 심소윤은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았다.입원한 사실을 고찬솔이 아직 모르고 있었기에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고 또 고찬솔을 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박승현이라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리고 발도 조금 나았기에 일어나 걸을 수는 있었다.사립 탐정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심소윤 씨, 조사해 달라고 했던 건이요. 4개월 전 누명을 쓴 뺑소니 사건, 확인한 정보가 있습니다.”목발을 짚고 병원에서 나온 심소윤은 사설탐정과 약속한 술집에 도착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30세의 중년 정도 돼 보이는 사립 탐정은 캐주얼 스타일로 머리에는 회색빛이 도는 검은색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황민재 씨?”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자 심소윤은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그러자 황민재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4개월 전 심소윤 씨가 운전해서 외출한 다음 날, 경찰이 바로 뺑소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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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고찬솔과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되었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심소윤은 처음 들었다.전에는 어떻게든 심소윤의 자존감을 세워주기 위해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아주 명확하게 요구했다.게다가 아주 진지하고 엄숙한 어조에 심소윤은 약간 멍해졌다.다만 고찬솔이 정말로 그녀가 걱정돼서 이러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저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이혼할 거야. 그러니까 내 걱정할 필요 없어.”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심소윤 앞으로 걸어간 고찬솔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혼하는 게 번거로우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됐어!”거부감이 가득 담긴 태도로 단호하게 한마디 내뱉자 고찬솔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심소윤을 바라보기만 했다.“우리 집안일이야, 상관하지 마.”심소윤은 고찬솔의 시선을 피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부러 거리를 두는 심소윤의 모습에 마음이 더욱 복잡해진 고찬솔이 무언가 말하려 할 때 박승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찬솔이 병실에 있는 것을 본 박승현은 안색이 또다시 어두워졌다.“여기서 뭐 하시는 거죠?”목소리가 한 톤 높아진 걸로 보아 화가 난 기색이 다분히 느껴졌다.심소윤은 박승현이 고찬솔을 난처하게 할까 봐 먼저 말을 꺼냈다.“내가 아파서 나 보러 온 거야. 뭐 문제 있어?”심소윤이 고찬솔을 감쌀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박승현은 안색이 더욱 안 좋아졌다.“심소윤, 나 그냥 며칠 안 왔는데 그사이 벌써 이 기생오라비를 불러들여? 정말 나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박승현, 무슨 소리하는 거야!”안 그래도 비즈니스 협력 건을 고찬솔에게 빼앗겨 화가 난 상태였던 박승현은 심소윤이 이 남자의 편을 들자 마음속 분노가 최고에 달했다.심소윤이 고찬솔을 바라보며 말했다.“찬솔아, 오늘은 일단 돌아가.”걱정 가득한 심소윤의 눈빛을 본 고찬솔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지만 최대한 덤덤한 어조로 한마디 했다.“그래, 푹 쉬어.”말을 마친 뒤 방승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병실을 나섰다.평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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