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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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정말 대단한 현모양처네.”박승현과 김선화의 비아냥과 질타 앞에서 심소윤은 그저 말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그녀의 손목이 이렇게 된 건 전부 그들 때문이었다. 심지어 복어탕마저 그녀가 다친 손목으로 겨우 끓인 것이었다.만약 다른 음식까지 했다면 그녀의 손목은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심소윤은 예전처럼 박승현과 박유민을 위해 헌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심소윤이 대꾸하지 않자 박승현도 젓가락을 내려놓고 떠났고 김선화도 그를 따라서 나갔다.박건형은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소윤아, 신경 쓰지 마. 다들 성격이 꼬여서 그런 거야. 저것도 정신병이라니까.”심소윤은 박건형의 말에 웃음이 났다.“괜찮아요, 할아버지. 얼른 드세요. 다 드시고 일찍 쉬셔야죠.”박건형은 며칠 사이 수척해진 심소윤의 얼굴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그녀와 박승현을 이어주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날 오후, 심소윤은 옷을 갈아입고 외출했다.날이 조금 더웠다.그녀는 심플하게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몸이 워낙 가녀려서 그런지 그렇게 입었는데도 여리여리한 몸매가 돋보였다.긴 머리카락은 뒤로 높이 묶었고 얼굴은 흠잡을 데 없는 데다가 피부는 매끈하고 탄력 있어 보여 심소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한 아이의 엄마라는 걸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약속 장소에 도착한 뒤 심소윤은 단번에 폭스바겐 옆에 서 있는 고찬솔을 발견했다.고찬솔은 너무도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그는 오늘 심플하게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고, 소매는 살짝 걷어 올려 탄탄한 근육이 햇빛 아래 또렷하게 드러났다.게다가 어깨가 넓고 허리가 얇아서 몸매가 아주 좋았다.고찬솔은 차 문 앞에 기대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니 날카로운 턱선이 도드라졌고 그 완벽한 옆모습은 마치 인간 세상에 강림한 신과 같아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등 뒤의 시선을 느낀 고찬솔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심소윤의 살짝 넋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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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심소윤은 마음속 의문을 억누르며 시선을 내려뜨린 채 침묵을 유지했다.고찬솔은 운전을 잘했다.기원산은 관광지라 차로는 산 중턱까지만 갈 수 있었고 그 위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었다.고찬솔은 심소윤의 발목을 생각해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그는 그윽한 눈빛을 한 채 심소윤을 챙겨 케이블카에 올랐다.산 위는 풍경이 더없이 좋았는데 관광객은 오로지 두 사람뿐이라 상당히 한산했다.심소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오늘은 주말이라 놀러 나온 사람들이 많을 텐데 여기는 왜 한 명도 없지?”고찬솔은 별안간 웃음을 터뜨리더니 의미심장하게 휴대폰을 힐끗 보면서 여유롭게 말했다.“글쎄.”심소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고찬솔과 함께 산꼭대기에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해가 서서히 맞은편 산 너머로 내려가기 시작하며 석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였고, 주황빛의 구름이 다양한 형태를 띠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심소윤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기분도 상쾌해졌다.고찬솔은 줄곧 심소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챈 고찬솔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어렸다.기원산을 통째로 빌려서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은 정확한 선택이었다.고찬솔의 시선을 느낀 심소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뭘 보고 있는 거야?”고찬솔은 심소윤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켰음에도 전혀 머쓱해하지 않고 오히려 덤덤히 머리를 받치고 심소윤을 바라보며 시선을 살짝 내려뜨린 채 여유로운 모습을 해 보였다.“누나가 너무 예뻐서 쳐다보고 있었어.”고찬솔은 농담 같기도, 진심 같기도 한 묘한 말투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의 말에 살짝 당황한 심소윤은 피식 웃으며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뭔 소리야.”고찬솔도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가방 안에서 파스를 꺼냈다.“이건 내가 한의사 친구한테 누나 증상을 얘기해서 받은 약이야. 효과가 좋다고 하던데 한 번 써봐.”고찬솔은 그렇게 말한 뒤 심소윤의 다친 오른 손목을 잡아당겨 그녀의 손목에 파스를 붙여주었다.고찬솔의 손바닥은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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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박승현의 표정을 본 심소윤은 그가 누구와 문자를 주고받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순간 마음이 아렸지만 그 통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심소윤은 덤덤히 시선을 거둔 뒤 파스를 챙겨 위층으로 올라갔다.박승현은 심소윤이 돌아온 걸 보더니 바로 표정이 차가워졌다.그가 냉랭하게 물었다.“어디 갔었어?”“그냥 밖에 나갔다가 왔어.”심소윤은 무심히 대꾸한 뒤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박승현은 심소윤의 태도를 보더니 곧바로 화가 치밀어올랐다.‘할아버지가 편을 들어주니 감히 내 앞에서 저런 태도로 말해?’박승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소윤의 앞을 가로막았다.한 소리 하려던 그는 심소윤이 들고 있는 가방을 보더니 의아한 얼굴로 그것을 빼앗아 갔다.안에는 파스들이 들어 있었고 심소윤의 손목에도 파스가 붙여져 있는 걸 본 박승현은 그녀를 조롱했다.“오늘 이 파스를 사려고 외출한 거야?”심소윤은 그에게서 파스를 빼앗으며 말했다.“승현 씨랑 상관없는 일이야.”박승현은 심소윤의 태도에 불만이 가득했다.그는 심소윤이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고 또 심하나에게 사과하라고 그녀를 억지로 몰아붙이지도 않았으니 충분히 잘해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그런데 심소윤은 왜 아직도 억울한 척하는 것일까?‘게다가 여전히 나한테 차갑게 구네.’박승현은 차갑게 웃더니 비아냥거렸다.“너는 장애인이라서 파스를 아무리 붙여도 소용없을걸?”박승현은 어떻게 해야 심소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 춤을 추지 못하는 것, 메스를 들 수 없는 것, 그것들이 심소윤이 가장 괴로워하는 부분들이었다.“소용 있을지 없을지는 승현 씨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나한테 시비 걸 시간에 차라리 이혼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봐.”심소윤이 그렇게 말한 뒤 그를 지나쳐 가려는데 박승현이 그녀의 손목을 꽉 쥐었다.“이혼? 심소윤, 너 정말 가식적이네. 할아버지 앞에서는 착한 손주며느리인 척하더니 내 앞에서는 또 이혼 얘기를 꺼내? 사실은 할아버지한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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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심소윤은 이틀 동안 박건형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틈이 있을 때면 방에서 스케치를 했다.고찬솔이 준 파스는 효과가 매우 좋아 이틀 정도만 붙이고 있었는데도 손목의 통증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비록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릴 때 여전히 손이 떨리기는 했지만 연습을 하고 나니 잘 그릴 수 있게 되었다.스케치를 마친 뒤 심소윤은 고찬솔에게 문자를 보냈고, 주소를 받은 뒤 외출했다.그녀가 집에서 나오자마자 벤틀리 한 대가 박승현의 본가 앞에 멈춰 섰다.심하나가 차에서 내려와 운전기사에게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옮기게 했다.박승현의 본가 앞에 선 그녀는 눈앞의 웅장하고 화려한 문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언젠가는 반드시 이곳에서 살 거야!’...심소윤은 고찬솔이 알려준 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고찬솔을 발견했다.고찬솔은 오늘 아주 캐주얼한 느낌의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차분히 내렸다. 그의 예쁜 눈동자는 심소윤이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곧바로 심소윤에게 고정되었다.심소윤은 그에게 다가가서 의아한 듯이 말했다.“왜 여기 있는 거야?”“딱히 할 일이 없었거든. 그래서 와봤어.”심소윤은 고찬솔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이렇게 여유가 많다고?’그러나 그건 고찬솔의 개인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았다.잠시 뒤 심소윤은 고찬솔을 따라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에클리는 영산시에서 손꼽히는 럭셔리 브랜드였기에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심소윤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그녀가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인을 배운 건 겨우 1, 2년밖에 안 됐고, 지금은 손도 많이 굳어서 이렇게 큰 회사에 면접을 봐서 합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심소윤은 사실 매우 두려웠으나 겉으로는 두려운 티를 내지 않았다.고찬솔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심소윤에게 먼저 안으로 들어가라 보라고, 잠시 뒤에 그녀를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심소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한 뒤 몸을 돌려 프런트 데스크 쪽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면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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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고찬솔이 묻자 심소윤이 되물었다.“면접 보는 날이 오늘이 맞아?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오늘 면접이 없다는데.”고찬솔이 프런트 데스크 직원을 바라봤다.노트북 앞에서 일하던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고찬솔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고찬솔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이 쭉 빠졌다.“고... 고, 고...”고찬솔은 프런트 데스크 직원을 대할 때는 심소윤을 대할 때만큼 참을성이 있지 않았다.“최지운 대표가 면접을 볼 시간이 없는 건가요?”직원은 고찬솔을 알고 있었다. 고찬솔은 최지운의 친구이자 그들 회사에 아주 큰 도움이 되어주는 존재였기에 절대 그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되었다.“아... 아니요. 가능합니다. 고 대... 일단 올라가시죠.”직원은 사실 고찬솔을 고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싶었는데 고찬솔의 눈빛 때문에 결국 그 말을 삼켰다.고찬솔은 그제야 심소윤을 데리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심소윤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찬솔을 바라보는 직원의 표정이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고찬솔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떠보듯 물었다.“네 친구가 이 회사의 대표인 거야?”고찬솔은 심소윤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서 회피하려는 기색이 언뜻 보였다.“예전에 일 때문에 알게 된 사이라서 친구라고 하기엔 좀 애매해.”최지운이 고찬솔의 말을 들었다면 아마 화가 나서 복장이 터졌을 것이다.심소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찬솔의 말을 믿었다.두 사람은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최지운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들뜬 얼굴로 서 있는 게 보였다.최지운은 심소윤을 본 순간 조금 놀랐다.고찬솔이 작게 헛기침을 하자 최지운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심소윤에게 말했다.“찬솔이가 소개해 준다고 한 사람이죠? 회의실로 가서 얘기 나눠요.”심소윤이 상상했던 것과 달리 최지운은 그녀에게 전문적인 질문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고 물었다.마치 이미 내정이 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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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에클리 본부에서 나온 뒤에도 심소윤은 얼떨떨했다.그녀는 면접이 아니라 이곳에 비즈니스 협상을 하러 온 것 같았다.물론 협상을 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고찬솔이었다.결과적으로 최지운은 그녀에게 간단한 디자인 의뢰만 하고 그녀는 외주 형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손이 완전히 나은 뒤 정식 출근하면 되었다.건물 밖으로 나온 뒤 심소윤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고찬솔을 바라봤다.“찬솔아, 고마워.”그녀는 오늘 면접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가 고찬솔의 인맥 덕분이라는 걸 알았다.고찬솔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그리고 뒤늦게 허리를 살짝 숙이고 심소윤의 앞으로 다가갔다.고찬솔의 잘생기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이 가까워졌고 그의 살짝 올라간 눈매에서는 약간의 장난기가 느껴졌다.“누나, 내가 얘기했지. 감사하다는 말은 할 필요 없다고. 앞으로 다 받아낼 거야.”심소윤이 떠난 뒤 최지운이 밖으로 나와 고찬솔의 옆에 섰다.“심소윤 씨는 정말로 재능 있는 사람 같아. 손을 다쳤다지만 큰 문제는 없어. 내가 힘든 업무만 맡기지 않으면 되니까... 그런데 왜 벌써 걱정하는 거야?”고찬솔은 심소윤이 떠나자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싸늘한 표정을 해 보였다.최지운의 말을 들은 고찬솔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최지운을 무심히 바라봤고, 고찬솔의 눈빛에 최지운은 순간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는 사실을 얘기했을 뿐인데 고찬솔은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걸까?고찬솔은 덤덤히 말했다.“손을 다친 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최지운은 솔직히 말했다.“아까 디자인한 거 보니까 확실히 감각이 있어. 손을 다치긴 했지만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야.”“누나의 일은 내게 다 큰 일이야.”최지운은 충격받은 얼굴로 고찬솔을 바라보았다.고찬솔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고된 삶을 살았던 사람이야. 나는 누나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심소윤은 바로 집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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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면접? 네가 무슨 면접을 본다고 그래? 손도 발도 온전치 못한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자신을 폄하하는 박승현의 말을 들으며 심소윤은 차갑게 웃었다.“내가 어쩌다가 손을 다치게 되었는지는 승현 씨가 제일 잘 알 텐데. 아니야?”심소윤의 말을 듣는 순간 박승현은 자기도 모르게 불안해졌다.심소윤이 뭔가를 알게 된 걸까?갑자기 옆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앳된 목소리에서는 노골적인 조롱이 느껴졌다.“설마 그림으로 면접을 본 거예요? 엄마가 그린 그림은 발로 그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못 그렸어요. 저보다도 못 그리면서 비웃음을 사려고 면접을 보러 간 거예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하루빨리 인정하고 다시 가정주부로 사는 게 좋을 거예요.”박유민과 심하나가 다가왔다.박유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매정하게 심소윤을 공격했다.심소윤은 최근 들어 박유민이 내뱉는 가시 돋친 말들에 익숙해졌다.그래서 이제는 그런 말을 들어도 마음속에 전혀 파문이 일지 않았다. 다만 서글픈 마음이 들 뿐이었다.그녀는 박승현과 결혼한 것이, 박유민을 낳은 것이 무척 후회되었다.심하나는 쭈그리고 앉아 박유민의 어깨를 잡고 심소윤의 편을 들었다.“유민아,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너희 엄마는 손도, 발도 다쳐서 자괴감이 클 거야. 그래서 그런 일들을 한 거니까 엄마를 불쌍히 여겨야지.”박유민은 입을 비죽 내밀며 심하나에게 애교를 부렸다.“아무리 자괴감이 든다고 해도 우리 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면 안 되죠. 가정주부면서 괜히 밖으로 나돌다니 정말 너무 창피해요.”박유민은 심소윤 같은 나쁜 엄마를 동정하고 싶지 않았다.박승현은 다가가서 자신이 들고 있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텀블러를 심하나에게 건넸다.“목마른 거 아니었어? 이건 내가 우린 캐모마일 차야. 곧 생리할 텐데 이거 마시면 컨디션이 좀 좋아질 거야.”“고마워, 오빠.”심하나는 쑥스러운 얼굴로 박승현에게서 텀블러를 건네받은 뒤 도발하듯 심소윤을 힐끗 바라봤다.심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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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박건형이 갑자기 나타나자 박승현의 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심소윤은 박승현이 힘을 빼자 그 틈을 타 그의 손에서 팔을 빼냈다.심지어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박승현에게서 멀어졌다.박승현은 심소윤이 빠져나가자 자기도 모르게 허공을 움켜쥐며 공허함을 느꼈다.마치 심소윤이 언젠가는 지금처럼 그의 곁을 떠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박유민은 박건형이 화를 내자 박건형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고자질했다.“증조할아버지,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간 거예요. 엄마처럼 나이 든 아줌마가 저렇게 예쁘게 꾸민 걸 보면 분명히 남자를 만나러 간 걸 거예요. 엄마는 우리 아빠를 배신했어요. 엄마는 제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요!”심하나는 박유민의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심소윤의 얼굴을 바라봤다.심소윤은 그저 옅은 화장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원래 본판이 좋은 데다가 피부가 하얗고 이목구비가 그림 같이 아름다우며 눈매는 도도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주어 연예인들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순간 심하나는 불타오르는 질투심을 느꼈다.‘이럴 줄 알았다면 심소윤이 감옥에 있었을 때 사람을 시켜 얼굴을 완전히 망쳐버렸을 걸 그랬어.’심소윤은 비록 속으로는 우습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차분한 눈빛을 유지하며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한때 박유민을 사랑하고 아꼈던 만큼 그에게 실망이 컸다.심소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박건형이 박유민의 말을 듣고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아들로서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그동안 학교에서 뭘 배운 거야? 앞으로 또 그런 말로 네 엄마를 모함한다면 진짜 벌받을 줄 알아!”박유민은 박건형이 갑자기 근엄하게 굴자 겁을 먹었다.박유민은 박씨 가문에서 가장 어려서 평소 귀여움을 많이 받았었고, 특히 박건형 같은 경우에는 늘 웃는 얼굴로 박유민을 대해주었다. 오늘처럼 이렇게 화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나쁜 엄마 때문에 증조할아버지가 나한테 소리를 질렀어! 게다가 나한테 벌을 주겠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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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서씨 가문과의 협력 건은 반드시 따내야 해. 그게 아니면 우리 회사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그 말에 심소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서재 안쪽을 바라봤다.박승현은 그녀를 등진 채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비록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에게서 짜증 난 기색이 역력히 느껴졌다.박승현은 매우 차가운 목소리로 조금 화가 난 듯이 말했다.“지난번에 파티에서 서씨 가문 사람을 만났어요. 그런데...”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박승현은 자꾸만 마음속에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당시 심소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서씨 가문 사람이 그와 협력하지 않으려고 했을 리도, 그를 파티장에서 내쫓았을 리도 없었다.그러나 박승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건형이 근엄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파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는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밉보였으니 방법을 생각해 그들과의 관계를 완화해야 해.”박승현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켰다.그는 본인이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박건형 앞에서는 그런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심소윤은 그들의 말을 잠시 듣다가 방으로 돌아갔다.호성 그룹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그녀는 도와줄 수 없었다.비록 박승현은 인성이 쓰레기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은 뛰어났기에 굳이 심소윤이 신경 써야 할 필요도 없었다.게다가 심소윤에게는 당장 해야 할 일도 있었다.에클리와 협업하기로 했으니 당분간은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가 없었다.그리고 앞으로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그 뒤로 심소윤은 박승현의 본가에서 지내며 박건형의 곁을 지켰고, 틈날 때마다 디자인 시안을 그렸다.그리고 한편으로는 매일 고찬솔과 문자를 주고받았다.심소윤은 그와 대화하면서 고찬솔이 패션 디자인 쪽으로도 꽤 뛰어난 안목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찬솔은 심소윤에게 시안을 보내달라고 한 뒤 그녀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곤 했다.심소윤의 상사인 최지운은 그녀에게 자료 패키지를 보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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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베시는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그는 심소윤의 디자인이 에클리의 다음 시즌 스타일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인정을 받은 심소윤은 매우 기뻤다. 그녀에게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한편 베시는 들뜬 얼굴로 심소윤의 디자인을 들고 문도 두드리지 않고 다짜고짜 최지운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전에 추천해 주셨던 디자이너 말이에요. 진짜 재능 있는 것 같은데요? 언제부터 회사에 출근할 수 있대요? 제가 잘 가르쳐 볼게요!”최지운은 소파에 앉아 있던 고찬솔을 발견하지 못한 채 심소윤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베시는 에클리에서 가장 실력 좋은 디자이너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유능한 디자이너였다.베시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심소윤의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는 걸 의미했다.최지운은 마른기침을 하며 베시에게 사무실 안에 그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평소 최지운은 직원들과 사이가 좋았고 또 베시는 회사의 핵심 인력이었기에 두 사람을 명확한 상하 관계로 볼 수는 없었다.베시는 그제야 고찬솔의 존재를 눈치채고 정중하게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고 대표님.”고찬솔은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앉아 시선을 들어 베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아주 잠깐이지만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심소윤 씨 디자인을 보여주시겠어요?”베시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심소윤의 디자인 시안을 고찬솔에게 건넸고 고찬솔은 그것을 보았다.심소윤은 그라데이션으로 되어 있는 원피스를 디자인했다. 오프숄더 스타일에 치마 부분에는 가죽 소재를 더해 산뜻해 보이면서도 은근히 와일드한 매력이 있었다.신입 디자이너가 이렇게 대담한 시도를 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더 인상적인 점은 두 가지 스타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었다.고찬솔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가 눈여겨본 사람다웠다.고찬솔은 베시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재능 있는 디자이너라면, 회사에서 홍보해 줘야 하지 않겠어?”고찬솔은 컵을 만지작거리면서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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