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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사랑은 대표님을 미치게 해
뒤늦은 사랑은 대표님을 미치게 해
작가: 천금

제1화

작가: 천금
병원.

온지은은 갓 받아온 검사 결과지를 손에 꼭 쥔 채 TV 앞에 서 있었다.

결과는…

온지은의 난청은 낫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진 상태였다.

굳어있는 그녀와는 다르게.

TV 속 여자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막힘없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지성과 우아함,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 앉아 있는 고귀한 남자는 온지은의 남편인 박시현이었다.

그와 결혼한 지도 3년.

이토록 다정한 눈빛으로 한 여자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심연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곁에서 그녀의 어머니인 임태란이 투덜거리며 그녀를 나무랐다.

“왜 점점 더 심각해지는 거야? 약은 제때 챙겨 먹고 있어? 재활은 제대로 하고 있고? 박시현의 첫사랑이 네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 데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거야? 계속 귀머거리로 지낸다면 박씨 가문에서 쫓겨나고 말 거라고! 네가 박시현과 이혼한다면 온씨 가문은 어떡해? 네 아빠는 어떡하고? 말 좀 해 봐…”

임태란이 그녀를 밀쳤다.

하지만 온지은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사과만 할 뿐이었다.

“실망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미안하다는 말은 듣기도 싫어. 얼른 완치되어서 박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단단히 지키란 말이야!”

“하지만 전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온지은은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꼬박꼬박 많은 양의 약을 챙겨 먹고 있었다.

재활 치료도 열심히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난청은 나아질 기미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처참해지고 있었다.

반대로 박시현의 첫사랑은 점점 멋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TV 속 화면은 스테이지 뒤로 옮겨갔다.

하연수를 둘러싼 기자들이 그녀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하연수 씨, 왜 귀국하신 겁니까?”

하연수는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찬란하게 웃었다.

“한 사람 때문에 돌아왔어요. 아쉬움을 남기기도 싫었고요.”

그 사람이 누굴까.

모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태란은 얌체 같은 년이라며 쌍욕을 늘어놓았다.

욕을 퍼붓고 난 뒤, 임태란은 딸을 다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빌어먹게 뻔뻔한 여자야. 의사에게 약을 더 많이 처방해 달라고 해야겠어. 얼른 나아야지.”

온지은은 허튼짓이라 말하고 싶었다.

박시현의 마음이 그녀에게 향하지 않는 건 난청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녀와 결혼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지은은 박시현과 같은 침대에 있는 모습을 기자들에게 들켰던 3년 전 그날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시끄럽게 터지는 셔터 소리와 함께.

기자들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던 온지은은 그저 수치스러워하며 이불 안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은 박시현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기자들이 사진을 마음껏 찍을 때까지 덤덤하게 기다리다 그제야 담배를 끄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저와 약혼녀의 밤 생활에 무척 흥미를 느끼시는 듯한데. 여기서 직접 보여드릴까요? 기자님들께서 그 장면이 보고 싶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유로운 그의 말투에는 엄청난 압박감이 깔려 있었다.

서로 마주 보던 기자들은 눈치껏 그곳을 빠져나갔다.

30분 뒤.

박씨 가문의 후계자와 온씨 가문의 병약한 딸이 같은 호텔방에 있었다는 스캔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네티즌들은 박씨 가문 후계자의 독특한 취향에 대해 수군거렸다.

박시현은 온지은의 보청기를 빼버리더니 차가운 욕실로 밀어 넣었다.

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적셨다.

온지은은 너무 추워 몸을 덜덜 떨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혐오 가득한 그의 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도 험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쓰레기처럼 버려지듯 온씨 가문의 저택에 버려졌다.

그토록 혐오하면서도 박시현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야 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박씨 가문은 명망 높고 가풍이 올발랐기에 그 어떤 흠집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니 장애가 있는 여자를 가지고 놀았다는 추악한 스캔들은 더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달 뒤.

두 사람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온지은은 이 모든 게 사실 어머니가 계획한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너무나 황당무계한 일이었다.

온지은 역시 박시현과의 결혼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번진 이상 박시현조차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온지은에게 선택권은 주어지지도 않았다.

악연이었다.

그것이 악연의 시작이었다.

3년 동안.

온지은은 착한 아내 역할을 착실히 해내고 있었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모든 것을 보살피며 자신의 진심으로 온씨 가문이 박시현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박시현의 쌀쌀맞은 한마디뿐이었다.

“도우미는 차고 넘쳤어.”

그렇다 해도 온지은은 포기하지 않았다.

병원을 나선 그녀는 시장에 들러 여느 때처럼 신선한 반찬거리를 산 뒤 박시현이 즐겨 먹는 음식들로 식탁을 차렸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내려앉았다.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식탁에 올랐다.

하지만 박시현은 그때까지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몇 시쯤 돌아오냐는 문자를 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박시현에게서 답장이 왔다.

[오늘은 집에 가지 않을 거야.]

이미 습관이 되었을 텐데도.

온지은은 여전히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홀로 저녁 식사를 마친 그녀는 묵묵히 식탁을 치웠다.

샤워를 마친 뒤.

온지은은 의사가 특별히 처방해 준 성분이 더욱 강한 약 두 알을 삼킨 뒤 소파에 누웠다. 그녀는 박씨 가문의 육아 도우미인 연희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윤이 오늘 말 잘 들었나요?”

연희진은 박씨 가문의 사람 중 유일하게 온지은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매번 온지은이 아들의 안부를 물을 때마다 그녀는 영상을 보내주곤 했다.

영상 속 윤이는 이제 2살 남짓한 어여쁜 남자아이였다. 다만 지나치게 말랐을 뿐.

작고 마른 아들의 모습을 보며 온지은은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

박윤은 그녀의 소중한 아들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박시현의 어머니인 김혜순이 아이를 본가로 데려갔다. 귀머거리인 온지은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온지은에게는 아이를 가르칠 자격 역시 주어지지 않았다.

김혜순은 박윤을 데려갔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만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매번 아들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을 때마다 온지은은 박시현에게 함께 저택으로 가 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해야만 겨우 아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박시현에게 잘 보여야 했다.

아들의 영상은 매우 짧았다.

온지은은 그 영상을 보고 또 봤다.

한참 동안 영상을 보다가 그녀는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다.

그녀는 아주 짧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온지은은 아들의 손을 잡고 즐겁게 풀밭에서 뛰놀고 있었다. 박윤은 마치 태양처럼 찬란하게 웃으며 그녀의 품에 달려와 안겼다.

“엄마!”

모든 어머니들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꿈에서조차 사치인 일이었다.

잠에서 깨었을 때 그녀의 볼은 이미 눈물에 젖어 있었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보니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박시현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박시현은 밖에서 아침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지각 역시 싫어했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게스트룸의 화장실로 가 세수를 마친 그녀는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박시현의 입맛은 무척 까다로웠다.

하지만 온지은은 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곧잘 만들었다.

그녀가 만든 간단하고 건강한 새우죽의 향기가 방안에 퍼졌다.

시간도 알맞았다.

7시가 되자 박시현이 2층에서 내려왔다.

정장 차림의 그는 자세가 바르고 늘씬했다. 얼굴 역시 나무랄 데 없이 잘생긴 모습이었다.

머리 위 화려한 조명이 그의 날렵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눈부신 금빛 테두리를 두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뜻을 거슬러서도 안 되는 강한 포식자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온지은을 보는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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