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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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금영은 고개를 든 뒤,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호의는 감사하지만, 전 아직 궁을 떠날 수 없습니다.”유진설이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멍청하긴.”그러고는 이 한마디를 끝으로 소매를 떨치고 자리를 떠났다.금영은 그 자리에 있는 귀녀들을 한 번 둘러본 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몇몇은 이에 화답해줬지만, 나머지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이때, 금영과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귀녀 몇 명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금영을 힐끔거리기 일쑤였고 자신들이 뒷담을 하고 있는 모습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참 얼굴도 두껍네요. 원래였다면 저 집에 둘째한테 다 갔어야 했을 부귀였을 텐데….”“그러니까요. 다른 것도 아니고 태자 전하의 혼사를… 하긴, 누군들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겠어요.”“아무리 욕심이 났다고 해도, 정도가 있지….”“그건 그렇죠. 이건 남의 것을 도둑질한 거나 뭐가 달라요.”금영은 수군거림이 불쾌했지만, 굳이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당해주기만 한다면, 저들도 멈추지 않고 더 기세등등해질 터였다.금영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남의 이야기를 할 거면 목소리부터 낮추시지요.”그러자 등 돌린 채 수군거리던 귀녀들이 멈칫하며 금영을 바라봤다. 상당히 놀란 표정들이었다.금영은 다시 차분하게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말했다.“저도 좋은 뜻으로 충고 하나만 하죠. 여긴 각자의 집도 아닌 황궁인데… 화를 부르고 싶지 않으면 혓바닥 간수 잘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귀녀들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늘 예의 바르고 단정한 모습만 보여오던 금영이 바로 맞받아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저희가 뭐 없는 말을 지어냈어요?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그게 왜 문제죠?”제법 앳되고 고운 얼굴, 하지만 특출한 것은 없었다. 거기에 요옥지는 겨우 오품 관리 공부낭중(工部郎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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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배명월은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언니….”금영은 더는 억울한 척 연기하는 배명월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고, 그대로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떠나자 배명월은 곧바로 요옥지에게 말을 건넸다.“언니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 좀 전에 한 말, 너무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그렇게 잠시 이야기가 오갔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친해졌다. 오늘 서로 알게 된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방으로 돌아온 금영은 해수가 미리 깔끔하게 정리해둔 침상을 보게 되었다.“아가씨, 어서 와서 좀 쉬세요. 오다가 들어보니, 오늘 벌까지 받으셨다면서요….”해수는 차마 자세한 상황까지는 묻지 못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금영의 마음이 더 힘들어질까 염려한 것이다.금영은 입궁할 때 시녀 한 명 정도는 대동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낮에 의규를 배우는 동안에는 함께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해수도 금영의 일을 남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금영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나를 좀 길들이려 했을 뿐이야. 큰일은 없었어.”해수는 그 말에 곧장 반박했다.“아가씨께서는 별일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입궁한 지 겨우 하루도 안 된 분을 눈 내리는 날씨에 서 있게 한 벌은 도를 넘었어요. 아가씨는 태자비가 될 몸이고 훗날 태자부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도 가져야 하는데… 정말 다들 너무했어요.”해수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만약 냉기에 몸이 탈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절대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에요.”해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아가씨, 내일 황후마마를 뵙게 되면 꼭 이 일을 얘기하세요. 그분이 나서주신다면, 감히 오늘처럼 아가씨를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절대로 그냥 두시면 안 돼요.”금영은 오늘 크게 고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 종일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몹시 지쳐 있었다.그녀는 한숨을 작게 내쉰 뒤, 탁자 앞에 앉아 찻잔을 들어 올렸다. 따뜻한 액체가 몸에 들어가니, 그제야 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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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금영이 봉의궁에 도착하자, 궁비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궁비는 모든 인원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뒤, 안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본관에 도착하자, 서 황후가 온화한 얼굴로 상석에 앉아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금영은 살짝 눈썹을 내리깔았다. 황제는 오늘 나타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옅은 아쉬움이 스쳤다. 곧이어 귀녀들이 일제히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황후마마를 뵙습니다. 만복을 누리고 평안하시옵소서.”어제 공 상궁에게 혹독하게 단련된 탓에, 다들 예를 올리는 동작이 전보다 훨씬 가지런하고 단정했다.이때, 서 황후가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아, 궁 생활은 좀 익숙해졌느냐?”금영이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황후마마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서 황후가 옅게 웃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어려서부터 영안후부에서 귀하게 자라, 교습 상궁이 너무 엄하게 다루면 네가 견디지 못하고 궁을 나가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었다.”가볍고도 부드러운 말투, 마치 아끼는 아랫사람에게 웃어른이 가볍게 농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었다.금영은 한층 더 또렷해진 목소리로 답했다.“황후마마의 은혜로 궁에 들어와 의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제가 감히 어찌 함부로 포기할 수가 있겠사옵니까.”이 말은 진심이었다. 금영은 포기 따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이번 입궁의 기회를 단단히 붙잡아 황제의 눈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뒤,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서 황후를 반드시 끌어내릴 작정이었다.서 황후는 눈웃음을 지으며 깊은 곳에 스친 어두움을 감추었다.금영의 대답엔 빈틈이 없었다. 서 황후는 이 이상 사람들이 많은 앞에서 금영을 대놓고 난처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요옥지를 향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너는 이름이 무엇이냐?”요옥지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답했다.“신녀는 요옥지라고 합니다, 황후마마.”서 황후가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이름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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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아니, 저 둘만 있는 게 아니지.’금영은 문득 또 다른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하지만 신분을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니, 이 셈에 넣을 수 없는 존재였다.금영은 다시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려 입은 것을 보아하니, 서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봉의궁으로 가는 길인 듯했다.이황자는 태자만큼 침착하고 절제된 인상은 아니었지만, 입술은 붉고 얼굴은 흰 것이 제법 준수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태자도 함께 있는 자리였지만, 그에게도 제법 귀녀들의 시선이 쏠린 것을 봐도 알 수 있었다.이때, 배명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황자가 입을 열었다.“이쪽도 제법 미모가 빼어나구나, 이름이 무엇이냐?”배명월이 놀란 듯한 얼굴로 태자를 바라보았다. 도움을 청하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러자 태자가 얼굴을 굳히며 이황자를 꾸짖었다.“무례하게 굴지 말거라, 이쪽은 영안후부의 둘째 아가씨다.”그 말을 들은 이황자는 태연하게 웃었다.“이름을 물은 것뿐인데, 무례라니요? 아름다운 여인을 사모하는 것은 사내의 본능이죠.”배명월은 눈을 글썽이며 난처한 얼굴로 다시 태자를 바라봤다. 태자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다시 말했다.“폐하께서 네가 이토록 경박하게 구는 것을 아신다면, 필히 엄한 벌을 내리실 것이다. 오늘 이곳에 발걸음을 한 것은 황후마마께 문안을 올리기 위함이니, 그만 입을 다물고 어서 움직이거라.”이황자가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형님. 상당히 이 미인을 아끼시는군요.”태자가 살짝 노기를 띠었다.“그래서, 갈 테냐, 말 테냐?”그제야 이황자는 짓궂게 굴던 것을 멈췄다.“에이,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형님. 지금 갑니다, 가요.”이황자가 봉의궁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태자는 살짝 머뭇거렸다. 배명월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많은 시선 앞에서 위로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대신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금영아, 네 동생 잘 살피거라.”금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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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공난심의 차갑고도 모진 목소리가 찬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너무 날 모질다 탓하지 말거라. 미래의 태자비가 될 터인데,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마음을 써서 가르치려는 것뿐이니까.”금영이 조용히 답했다.“상궁의 말씀이 옳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금영은 곁눈질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살폈다.눈을 잔뜩 뒤집어쓴 소나무 아래에, 그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순간 금영의 손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덩달아 그릇에 담겨 있던 물도 흘러넘치며 옷을 적셨다.금영은 낮게 숨을 삼켰다. 그러자 공난심이 다시 차갑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이리도 조심성이 없다니, 눈 속에서 한 시진은 꼬박 서 있어야겠다.”그 말을 들은 위명은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황제는 겉보기에는 엄하고 규율을 중히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 궁인들에게는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었다. 그러니 이러한 광경은 상당히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황제가 싸늘한 얼굴로 앞으로 걸어나갔다.공난심은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폐, 폐하를 뵙습니다.”황제는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금영을 한 번 쳐다본 뒤, 땅에 엎드리고 있는 공난심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상당히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금영도 그제야 그를 발견한 듯 서둘러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폐하를 뵙습니다.”황제의 시선이 다시 금영에게 향했다. 그녀는 여전히 면사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몸가짐은 평소대로 단정하고 기품이 있었다. 이 고생을 하면서도 한 치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보고 황제는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황제가 기세를 조금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일어나거라.”금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황제는 이번에 공난심을 내려다보며 무게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너에게 이 아이를 이리 모질게 대해도 된다고 허락하였느냐?” 공난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금영에게 도와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금영이 변심해 자신을 위해 나서지 않을까 봐 불안한 것 같았다.공난심은 결코 쉽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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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황제의 눈빛은 유난히 서늘했다. 좀 전에 금영이 한 말을 조금도 믿지 않은 기색이었다. 그는 총명하고 단정한 금영이 그저 참고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다. 금영은 태자비 자리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 나라의 국모로서 흠잡을 데 없는 인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인을 대상으로 이런 태도라니,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황제는 몸을 돌려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위명은 서둘러 황제를 뒤따르다나, 발길이 향한 곳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물었다.“폐하, 현청전으로 가지 않으십니까? 공부상서를 현청전에서 접견하시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황제가 담담히 답했다.“먼저 봉의궁에 들른다.”한편 봉의궁, 질 좋은 은사탄이 봉황이 새겨진 화로 안에서 은은히 타오르고 있었다.그리고 서 황후는 푹신한 등받이에 기댄 채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바깥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알렸다.“황제폐하 납시오!”서 황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시간에 황제라니,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황후라고 해도, 황제가 체면을 살려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황제는 정해진 날 외에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으며, 더욱이 조정 일을 마친 이 시각에 봉의궁을 찾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고민할 틈은 없었다. 서 황후는 서둘러 반가움을 얼굴에 띈 채 그를 맞이하러 갔다.“폐하!”서 황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 시간에 어인 일이십니까?”황제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서 황후에게 불길한 예감을 가져다주었다.황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 일 없으면, 봉의궁에 찾아와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서 황후가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당연히 아닙니다. 신첩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말 실수를 했사옵니다.”황제가 자리에 느긋하게 앉으며 입을 열었다.“오늘 짐이 선화전 근처를 지나다가 재미있는 상황을 하나 목격하게 되었네.”서 황후가 불안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봤다.황제가 다시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상궁 나부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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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서 황후는 마음이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심증만 있던 것이 서서히 확신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황제가 잊지 못해 직접 찾으러 다녔던 그 여인, 그 여인의 실체가 어쩌면 그 선화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자신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이 접촉했는데, 서 황후는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다.그 순간, 서 황후의 관심도 금영에게서 그 정체 모를 여인에게 옮겨갔다. 그러다가 문득, 서 황후는 머릿속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요옥지였다. 작산 행궁에 다녀온 귀녀들 가운데 이름에 지(芝)자가 들어간 것은 오직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반면, 금영은 황제가 자신을 위해 황후의 처소까지 찾아간 줄도 모르고 공난심과 마주앉아 있었다.오늘 그녀가 이 일을 꾸민 것은 황제에게 황후를 어떻게 해달라는 목적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 자신을 향한 연민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연민이 한 번, 두 번 계속 쌓이다 보면 언젠가 훗날 자신의 신분이 드러났을 때 황제를 흔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금영은 규범과 절제만 지키다가 과거처럼 죽고 싶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령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이번에는 꼭 살아남고 싶었다.금영은 잠시 사고에서 벗어나, 눈앞에 있는 공난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공난심이 자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움을 줬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줄 때였다.금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방류, 이 인물을 아시나요?”금영은 공난심의 얼굴빛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꿈속에 그분은 늘 방류가 왜 자신을 배신했는지 묻고 있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공난심은 순간 얼어붙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그, 그럴 리가…!”공난심은 이 말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금영의 어깨를 움켜쥐었다.금영이 아픔에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상궁, 아픕니다.”그러자 공난심은 곧장 손에 힘을 풀었지만, 충격받은 표정만큼은 여전했다.“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금영은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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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그러니 당연히 공난심에 대한 의심을 품지 않았다.서 황후가 말했다.“되었다. 이 일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그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하지만 앞으로는 금영을 좀 더 너그러이 대하거라. 어찌 되었든 그 아이는 미래의 태자비이지 않느냐?”이전에 서 황후가 공난심에게 금영을 더 엄하게 대하라고 했을 때와 같은 이유였다. 보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노골적인 표현은 자제한 것이다. 괜히 말실수라도 한다면, 꼬투리 잡힐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 정도만 얘기해도 아랫사람들은 알아서 움직여 줄 터였다.공난심을 물린 뒤, 궁녀 조씨가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정말 이대로 넘어가실 생각이십니까?”서 황후가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 친히 방문하시어 당부한 일 아니냐? 그런데도 아랫것들이 계속 금영에게 모질게 군다면, 그건 자칫 본궁이 폐하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었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서 황후가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이제 그 아이가 스스로 궁을 떠나도록 만들 방법은 물 건너갔구나.”그러자 궁녀 조씨가 곁에서 조용히 달랬다.“너무 심려 마십시오, 황후마마. 전에 말씀하셨듯이, 아직 석 달이 남았습니다. 석 달 안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직 모르는 것 아닙니까?”서 황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따로 생각해 둔 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황제가 만나는 그 여인에 대한 조치가 더 시급했다.버젓이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잔꾀를 부리다니, 찾아내기만 한다면 갈갈이 찢어 죽여도 모자랄 터였다.그렇게 어느덧 또 날이 밝았다.황제는 조정 일을 마치고 또다시 선화전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제 일이 떠올랐고, 이번엔 스스로 선화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악독한 이들이 또 금영을 괴롭히고 있진 않을지, 직접 확인해보려는 것이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토록 금영에게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이 낯설기도 했다.이때, 금영은 다른 귀녀들과 함께 차 올리는 법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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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차의 온도는 적당했고, 황제는 단숨에 들이켰다.공난심은 서둘러 손을 내밀며 황제가 비운 빈 잔을 받아들인 뒤, 한쪽에 물렸다.황제는 옅은 미소를 띤 채 금영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정한 태자비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금영은 단정하고 아름다웠고,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분명히 알았다. 그리고 은혜를 입었으면, 예를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황제가 한 마디 했다.“차 맛이 좋구나.”하지만 눈 밝은 이라면 모두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황제의 말과 달리 이 차는 특별할 것이 없는, 현청전에 진상되는 차와 비교한다면 한참 부족한 차였다.그 말은 즉, 직접적이진 않지만 황제는 금영을 칭찬한 것이었다.배명월은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같은 영안후부 출신인데, 똑같은 조부를 두었는데, 황제는 서녀인 금영만 중히 여기며 적녀인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억울함이 밀려왔고, 배명월은 눈물을 훔치기 위해 소매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 대놓고 서운한 티를 표시해야 황제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의도는 제대로 통했다. 황제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는 배명월이 영안후부의 둘째라는 것을 기억해냈지만, 얼마 전 황후가 직접 알려줬음에도 이름을 떠올리진 못했다. 그건 황제가 배명월에게 관심이 없어서도 있지만, 너무 바쁜 탓도 있었다. 한 나라의 황제가 매일 만나는 사람만 세어도 수십 명이 될 터였다. 일일이 기억하려 했다면 다른 업무를 할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황제가 무심히 물었다.“영안후부의 둘째 여식인가?”배명월이 황급히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예, 폐하. 명월이라고 합니다.”그녀의 인사는 겉보기엔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듯했지만, 실상은 매우 동작이 어수선했다. 심지어 배명월은 황제가 먼저 일어나도 좋다고 얘기하기도 전에 몸을 일으켰다. 거기에 눈시울을 붉힌 채 억울함을 호소하듯 황제를 쳐다보기까지, 이것은 큰 무례였다.황제의 미간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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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굳이 직접 보지 않아도 배명월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아주 훤했다. 금영은 아주 속이 후련했다.반면, 배명월은 두 손을 꽉 그러쥔 채 이를 악물었다. 불쌍한 척, 억울한 척, 힘든 어린 시절 사정까지 꺼냈는데, 황제는 전혀 개의치 않은 것도 모자라 오히려 금영을 칭찬했다.금영은 그 모습을 보며 아무도 모르게 비웃었다.영안후부 사람들은 배명월에게 빚진 마음이 있었으니,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쌍한 기색을 보여도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황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마음이 물렁한 사람이었다면, 대량의 주인이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황제가 막 선화전을 나섰을 때였다. 옆에 있던 위명이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아낌없이 칭찬하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금영 아가씨의 체면을 세워줬으니, 이제 진짜 아무도 그분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네요.”그러자 황제가 걸음을 멈추더니, 옆에 있는 위명을 향해 몸을 돌렸다.위명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소신이 주제넘었습니다.”방금 전 위명이 한 말 자체는 틀린 것이 없었다. 하지만 황제가 직접 선화전에 간 이유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먼저 그 뜻을 함부로 헤아리고 입에 올린 것은 큰 잘못이었다.하지만 황제는 굳이 이런 일로 위명을 벌하고 싶지 않았고 담담히 말했다.“선대 영안후가 임종 전에 한 부탁을 잊지 않았을 뿐이다.”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더구나 금영은 짐이 직접 태자비로 고른 사람이다. 이 정도 지켜 주는 것은 응당하다.”황제의 논리엔 이상한 점이 없었다. 게다가 금영을 만날 때마다 묘한 낯익음이 느껴져 저절로 눈이 갔다. 아마 선대 영안후를 떠올리게 하는 그 기개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황제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켜주던 충신을 절대로 쉽게 잊지 않았다.그 시각, 선화전.공난심이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오늘은 이만 쉬라 하셨다. 그러니 이만들 물러가거라.”그렇게 모두가 떠난 자리에, 금영만 남아 한참을 차를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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