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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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금영은 위명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제 신분을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디 한 번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위명은 그 자리에 선 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그, 금영 아가씨... 이, 이렇게까지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러면서 남몰래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황제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이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사실 위명이 이렇게 반응한 데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황제 또한 금영이 영지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적잖이 놀라 마음을 추스르기까지 며칠이 걸렸었다.위명은 여전히 얼떨떨했지만, 황제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금영과 함께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런데 이때, 황제가 다시 금영을 불러세웠다."잠깐."금영이 걸음을 멈추고 황제를 바라봤다. 또 무슨 변덕에 자신을 불렀는지 벌써 불안했다.곧이어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은 망토를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손수 금영의 어깨 위에 걸쳐주고 끈까지 여며 주었다.황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밖이 추우니, 고뿔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거라."위명은 그 모습을 보고 한동안 넋을 잃은 채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황제가 다시 말했다."그 일은... 생각 정리가 덜 되었다면, 짐이 더 시간을 두고 기다리마."금영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와 연관된 일이라면, 그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이제 가거라."황제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사실 이 순간 머릿속이 가장 복잡한 건 금영이 아니라 위명이었다. 위명은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를 푸느라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금영 아가씨와 영지가 같은 사람이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괜히 그동안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다. 미래의 태자비가 영지와 같은 인물일 것이라고는 그 누구라도 상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동시에 더 이상 녹봉이 깎일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이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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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옷시중을 들던 해수의 눈에 금영의 어깨에 걸쳐진 망토가 들어왔다.해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궁 안에서 이 망토를 걸칠 만한 사람이라면, 한 인물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그렇다는 건 어젯밤 아가씨께서....’해수는 금영을 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차마 입안에 맴돌던 질문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저 워낙 황제가 금영을 아끼니, 잠시 빌려준 것뿐이리라 애써 스스로를 달랠 뿐이었다.*현청전.금영을 데려다 준 위명이 돌아와 황제에게 보고를 올렸다."폐하, 오늘 아침 얼음 호수에서 내관으로 보이는 시신 두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보아하니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듯하긴 하지만, 몸집과 생김새로 미루어 보아 금영 아가씨께서 말씀하셨던 그 두 인물인 듯합니다."황제는 진작 위명에게 어제 일을 자세히 조사하라고 지시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벌써 시신이 발견되다니, 황제의 안색이 살짝 가라앉았다. 황실 일원이 암살에 시달리는 건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금영은 아직 정식 일원이 되기도 전인데, 벌써 몇 번이고 목숨이 노려졌다. 이건 일반적이지 않았다.황제도 전부터 누군가가 금영을 음해하려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담하게도 궁에서까지 목숨을 노렸다.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위명이 입을 열었다."궁 안까지 손을 뻗칠 만한 배후라면, 분명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입니다."황제가 물었다."네 생각에는 누가 가장 유력할 것 같으냐?"위명이 조심스레 답했다."태자비 자리를 노릴 만한 세력들의 짓인 건 분명하나...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듯합니다."황제가 차갑게 웃었다."누구든 상관없다. 감히 짐이 보는 앞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하거라."*금영이 서봉전에 도착하자, 다른 귀녀들도 자리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 황후가 부른 건 그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금영이 여전히 현숙하고 단정한 얼굴을 꾸민 채 상석에 앉아 있는 서 황후를 바라보며 예를 올렸다."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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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서 황후는 금영이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그저 부끄러워하는 줄로만 여겼다. 그래서 웃음을 머금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너희를 서봉전으로 부른 것은 이번 명절 때문이다. 내가 미리 내무부에 일러, 너희가 출궁할 때 가져갈 선물을 준비하게 했다.”서 황후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서봉전의 궁인들이 귀한 장신구들이 놓인 쟁반을 들고 귀녀들 앞으로 나왔다. 그런데 금영의 차례가 되자, 서 황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금영이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니, 특별히 몇 가지를 더 준비하게 하였다.”금영은 서 황후가 이렇게까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모두 훗날 그녀가 죽었을 때 괜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함이었다.그렇게 하사품을 받은 뒤, 귀녀들은 모두 출궁했다.서 황후 또한 자신의 목적을 모두 이루자, 연기를 지속할 이유가 없었고 금영을 더 붙잡지 않았다.*금영이 출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복안은 이 소식을 황제에게 알렸다."오늘 황후마마께서 여러 귀녀들에게 하사품을 내렸는데, 그중에서도 금영 아가씨 것을 가장 특별히 준비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쯤이면 금영 아가씨께서도 하사품들을 가지고 출궁하셨을 것입니다."손복안은 이 얘기를 전하며 조심스레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 하지만 황제는 이 일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듯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런데 잠시 뒤, 침묵하던 황제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내무부에 일러 영안후부로 하사품을 더 보내게 하거라."*금영이 막 영안후부에 발을 들였을 무렵, 손복안도 황제의 하사품과 함께 도착했다."영안후부의 배금영에게 하사한다. 장신구 열 벌, 진주 다섯 함, 옥여의 여섯 쌍, 옥병 스무 점, 비단 백 필...."그러자 배금영까지 포함해, 후부 안에 있던 모두가 앞청으로 나와 교지에 귀를 기울였다.영안후는 줄줄이 이어지는 하사품 목록을 들으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황제가 금영에게 하사품을 내린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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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배명월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저 물건들을 모조리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참아내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배경천은 그런 배명월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명월아,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 오라비가 어떻게든 구해오마.”그는 배명월이 이런 처량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기가 힘들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배명월은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져 짜증스레 받아쳤다.“어떻게든 구해오시겠다고요? 오라버니께서 무슨 수로 폐하의 하사품을 구해와요!”배경천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늘 천진하고 사랑스러웠던 누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그러자 오히려 송정희가 나서며 배명월을 꾸짖었다.“명월아,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도 네 오라버니에게 화풀이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어서 사과하거라.”그제야 배명월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 전 지나쳤다는 것도 깨달았다.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라버니,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말이 너무 날카롭게 나갔네요. 저도 오라버니께서 얼마나 저를 아껴주시는지 잘 알아요. 하지만....”배경천은 안 그래도 여인의 우는 모습에 약했다. 그런데 동생인 배명월이 울먹이자, 금세 마음이 누그러졌다.“괜찮아, 명월아. 난 괜찮아.”그러다 문득, 최근 들어 자꾸만 자신에게 맞서려고만 하던 금영이 떠올랐다.만약 금영이 자신에게 이런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두 사람의 관계도 이토록 틀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황제의 하사품이 가져다준 효과는 대단했다.이제는 영안후부에서 그 누구도 함부로 금영을 대하지 못하게 되었다.늘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던 영안후조차, 적극적으로 금영을 챙기기 시작했다.설령 금영이 태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더라도, 황제의 총애가 그녀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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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단장도 최대한 신경 써줘."금영이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해수는 오늘 금영이 평소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옷차림은 그렇다 쳐도, 금영은 평소 화장도 늘 단정하고 옅게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눈썹과 눈매는 물론, 연지까지 세심하게 치장해주길 원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금영은 입술에 연지를 바른 뒤, 다시 붓을 들어 미간에 작은 복사꽃 화전까지 그렸다.금영은 평소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단정하고 아름다웠지만, 이렇게 제대로 단장하고 나니 본래의 미색이 훨씬 더 또렷하게 살아났다.해수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넋을 잃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금영은 본래 눈부신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태자비라는 자리에 어울리기 위해 단정하고 현숙한 모습만 보여야 했다.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들은 금영의 빼어난 외모보다, 그저 품위 있고 얌전한 아가씨라는 인상만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그러니 차라리 이렇게 된 거, 해수는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만큼은 확실히 배명월을 눌러버리고 태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듯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금영은 황제가 내린 하사품 가운데 붉은 비단으로 된 겉옷 하나를 골라 걸쳤고, 궁중 연회를 참석할 채비를 마쳤다.그런데 막 문 앞에 이르고 보니, 태자부의 마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태자는 영안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금영이 나오자 잠시 넋을 잃었다. 오늘 금영은 면사를 쓰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곱게 단장까지 한 상태였다. 그제야 태자는 금영이 얼마나 화사한 외모를 가졌는지 깨닫게 되었다.태자의 기억 속에 있던 금영은 늘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금영아, 어서 태자 전하께 인사드리거라."영안후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금영이 허리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태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마디 물었다."그런데 명월이는 왜 보이지 않소? 함께 입궁하지 않는 것이오?"영안후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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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일행이 궁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였다.마차가 갑자기 멈춰 서 버린 탓에 금영은 제법 세게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말았다.해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아가씨, 조심하세요!"다행히 해수가 제때 금영을 잡아주었고, 얼굴을 마차에 박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크게 다치지 않았어도, 멍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곧이어 마차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해수는 화난 얼굴로 마차 휘장을 걷어 올리며 밖에 있는 마부를 향해 소리쳤다."대체 마차를 어떻게 모는 것이냐! 아가씨께서 하마터면...."하지만 해수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태자... 전하?"그제야 금영도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내다보았다.태자의 마차가 앞을 막고 있었다. 아마 뒤따라오다가 일부러 추월한 듯했다.금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불쾌감이 저절로 치밀었다. 사람을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오늘 금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도리어 둘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이때, 태자가 밖으로 나오더니 금영의 마차 위로 올라탔다. 정말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금영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금영은 얼굴을 굳혔다."이게 무슨 짓입니까, 태자 전하."태자는 금영을 상대하지 않고 마부에게 명령했다."어서 출발하지 않고 무엇하느냐?"태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부는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게 마차는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태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금영에게 온화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금영아, 괜한 소란 피우지 말거라. 오늘은 설 명절이다. 너와 내가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티 내 봐야 폐하와 황후마마 모두 기뻐할 리 없다."금영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이제야 태자가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 것 같았다.태자는 금영에게 시비 걸러 온 것이 아니라, 함께 마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배명월과 함께 마차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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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태자는 고개를 돌려, 막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리고 있는 배명월을 바라보았다.배명월은 몇 걸음 내딛다 살짝 몸을 비틀거렸다. 모두 태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수작이었다.그러나 태자는 배명월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곧바로 금영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갔다.이곳은 이미 황궁이나 다름없었다. 궁문 앞에서 처신을 잘못했다가는 또 황제의 귀에 어떤 말이 들어갈지 몰랐다. 그러니 더는 금영을 홀대해서는 안 되었다.그런데 막 안으로 들어서자, 해수가 한 내관에게 가로막힌 모습이 보였다."이것은 무엇이냐?"입궁할 때, 모든 인원은 내관과 궁비들의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해수의 품에서 수상한 물건이 발견되었다.해수는 어쩔 수 없이 안고 있던 나무 함을 꺼냈다."아가씨...."곧 나무 함이 열렸고, 안에 봉황 비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봉황 비녀는 마치 화살촉처럼 한쪽 끝이 매우 날카로웠다. 자칫 흉기로 쓰일 경우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앗아간 적이 있었다. 회귀 전에 금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사용되었던 흉기가 바로 이 비녀였다.오늘 해수에게 태자비의 신분을 상징하는 이 비녀를 들고 오라고 한 것은 금영 자신이었다.금영은 무심히 비녀를 집어 든 뒤, 그대로 머리에 꽂았다. 그러고는 검문하던 내관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러면 문제 될 것 없느냐?""예, 예... 당연히 없습니다."궁비가 황급히 말했다.이건 봉황 비녀였다. 척 봐도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미래의 태자비인 금영이 이렇게 나서자, 당연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휘황찬란한 금 비녀가 머리에 꽂히자, 금영은 한층 더 화사하고 고귀해 보였다.오죽했으면 뒤따라온 태자가 옆에서 살짝 감탄할 정도였다."금영아... 오늘은 평소보다 더 아름답구나. 여인들은 자고로 마음에 둔 이에게 잘 보이려고 단장한다던데, 너도 나를 위해 일부러 치장한 것이냐?"금영은 걸음을 멈추고 태자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대꾸했다."여인이란 자고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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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황제 폐하 납시오!"내관의 목소리가 전각 밖에서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일제히 입구를 바라봤다.곧이어 용 문양이 수놓인 검은 의복의 황제와 금빛 치마를 차려입은 서 황후가 전각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황제는 입을 열지 않아도 절로 위엄이 느껴졌고 기세 또한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서 황후는 한 나라의 국모다운 단정함과 온화함을 갖추고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전각 안으로 들어선 황제가 걸음을 멈추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일어나거라."하지만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마침 자리를 멈춘 곳이 금영의 앞이었다.곧이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금영 또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황제는 무심히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금영을 슬쩍 바라봤다.그녀는 더 이상 면사를 쓰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러 치장까지 하자 유난히 밝고도 화사해 절로 눈길을 끌었다.그런데 머리에 꽂혀 있는 봉황 비녀를 본 순간, 그의 눈빛이 잠깐 가라앉았다.서 황후가 황제의 시선이 향한 곳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폐하, 저 봉황 비녀는 신첩이 황후로 책봉되었을 때 태후마마께서 직접 내려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태자의 혼례를 정해주셨을 때, 신첩도 일부러 저 봉황 비녀를 금영에게 하사했지요."그러더니 한마디 덧붙였다."그래서 저 봉황 비녀는 의미가 남다르지요."황제는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살짝 가라앉았다. 그녀가 황후로 책봉될 때 사용했던 비녀 따위 기억할 리 없었다. 하지만 서 황후가 이 일을 일깨우자, 그는 직설전의 그 사건이 있었던 날을 떠올렸다.당시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아 몰랐었는데, 그날도 저 비녀를 꽂고 있었던 듯했다.'의미가 남다르다라....'직설전에 그 일이 있었던 날, 금영은 봉황 비녀를 꽂고 태자를 만나러 갔었던 건지도 몰랐다.그리고 오늘도 이 장식을 당당히 머리에 꽂고 연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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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배명월은 그 말을 듣고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태자를 바라봤다. 기대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그러나 곧 금영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표정이 어두워졌다.황실 연회에서, 그것도 온 조정의 신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황제가 친히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공표했다.태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배명월이 태자부에 들어가는 것도 꿈은 아닐 터였다. 물론 황제의 교지가 없는 이상 측비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일단 태자와 맺어질 수만 있다면, 그의 총애가 누구에게 향할지는 뻔했다. 궁 안에서의 위치는 결국 그 마음이 누구에게 쏠려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그러니 훗날 소한이 황위에 오른 뒤, 누구를 황후로 세우고 누구를 태자로 삼을지도 그 총애에 달린 일이었다.그렇게 배명월이 온갖 계산을 하고 있을 때, 태자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태자가 처음부터 황제에게 이런 소원을 빌 만한 용기가 있었다면, 금영과의 혼약이 오늘까지 이어질 일도 없었을 터였다.태자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그렇다면 소자는 하루라도 빨리 금영과의 혼례를 앞당겨주시길 소원합니다."배명월은 눈을 크게 뜨고 태자를 바라봤다.이건 아니었다. 이래서는 안 되었다.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황제에게 청해 그녀를 태자부로 들이겠다고 약속했던 소한이었다. 그런데 오늘처럼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도리어 금영과의 혼례를 앞당겨달라고 청하니,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태자가 이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그는 혼례를 앞당겨 금영을 우선 정비로 맞아들이게 되면, 이 일을 핑계 삼아 측비를 들이려 한 것이다.그때 가서 금영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황제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터였다.그러면 금영은 물론 배명월까지 모두 곁에 둘 수 있게 된다. 영안후부의 적녀든 서녀든, 모두 그의 여인이 될 터였다.황제는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태자를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단번에 들이켰다. 오늘 황제는 평소와 달리 상당히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그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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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폐하, 신녀와 태자 전하와의 혼약을 거두어 주십시오."마치 마른하늘의 벼락처럼, 금영의 목소리가 대전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이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경악을 담은 표정들이 그녀에게 쏟아졌다.유일하게 황제만이 표정이 평온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거친 파도가 들이치고 있었다.맹운산 역시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금영을 바라봤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금영은 분명 태자와의 혼약을 끊어 달라고 청했다.태자 또한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이 상황에 분노가 치솟았지만, 애써 감정을 누르며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아,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리의 혼사는 폐하께서 친히 내려주신 것인데, 어찌 다시 거두라 청하느냐? 이 혼사는 네가 함부로 물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러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황제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폐하, 부디 금영의 경솔한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 주시옵소서. 군주가 어찌 말을 번복할 수 있습니까? 금영이 요즘 마음이 상해 괜한 말을 내뱉었습니다.""맞습니다, 폐하. 부디 이 아이의 헛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주십시오."영안후도 사색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런 다음, 금영에게 다가가 호되게 꾸짖기 시작했다."간도 크구나. 궁중 연회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다니!"그리고는 곧바로 황제를 향해 몸을 돌리며 간청했다."폐하, 제 딸의 무례함에 용서를 구합니다. 금영의 잘못된 언행은 신이 반드시 엄히 다스리도록 하겠습니다."그러나 마음을 다잡은 황제는 눈을 좁힌 채 영안후를 바라봤다.'엄히 다스리겠다고?'금영은 더 이상 영안후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어느새 황제의 얼굴엔 냉기가 사라지고, 옅은 미소까지 맺혀 있었다.하지만 너무나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에 누구도 황제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극에 달한 노기에 짓는 표정이라고만 여겼다."배금영! 당장 폐하께 용서를 구하지 못할까! 정녕 우리 모두를 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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