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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Author: 서린화
일행이 궁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였다.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서 버린 탓에 금영은 제법 세게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말았다.

해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가씨, 조심하세요!"

다행히 해수가 제때 금영을 잡아주었고, 얼굴을 마차에 박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크게 다치지 않았어도, 멍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곧이어 마차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해수는 화난 얼굴로 마차 휘장을 걷어 올리며 밖에 있는 마부를 향해 소리쳤다.

"대체 마차를 어떻게 모는 것이냐! 아가씨께서 하마터면...."

하지만 해수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태자... 전하?"

그제야 금영도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내다보았다.

태자의 마차가 앞을 막고 있었다. 아마 뒤따라오다가 일부러 추월한 듯했다.

금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불쾌감이 저절로 치밀었다. 사람을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오늘 금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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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28화

    주 태의는 이미 중년을 넘긴 나이였다.인상은 온화했고, 말과 행동에서도 차분한 기색이 묻어났다.그런데 복령이 내민 금엽자 두 장을 받아 들려는 순간,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표정 역시 눈에 띄게 굳었다.“부인께서 내려 주신 상에 감사드리오.”목소리만큼은 여전히 침착했다.하지만 금영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 태의는 서둘러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 모습을 본 금영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저토록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마음에 찔리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궁에서 나온 물건 하나에 저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겠는가.하지만 주 태의가 문밖으로 완전히 나서기도 전이었다.문 앞을 지키고 있던 해수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주 태의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부인, 이게 무슨……”그때 휘장 안쪽에서 금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 태의께서는 어찌 그리 서둘러 가시려 하시오?”주 태의라는 호칭이 들리는 순간.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몸을 돌렸다.어느새 침상 앞을 가리고 있던 휘장이 걷혀 있었다.그 안에는 꽃처럼 곱고 화사한 젊은 여인이 단정히 앉아 있었다.몸에 걸친 비단옷부터 예사롭지 않았다.평범한 집안에서는 감히 구경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귀한 옷감이었다.영안후부처럼 부귀한 집안이라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주 태의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눈앞의 여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오늘날 자신을 태의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궁과 연이 있는 자였다.영안후부에는 아씨가 둘 있었다.한 사람은 입궁했고, 다른 한 사람은 태자부로 들어갔다.하지만 주 태의는 두 사람 모두 직접 본 적이 없었다.눈앞의 여인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 마음속 불안은 더욱 커졌다.그가 잠시 말을 고른 뒤 말했다.“부인께서는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시니, 소인은 다음 환자를 보러 가야 할 듯하오.”금영이 가볍게 웃었다.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27화

    금영은 눈썹을 살짝 내리깔았다.조금 전 복령과 나눈 이야기를 황제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그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목이 말라 차를 한 잔 더 마시고 오느라 늦었사옵니다. 폐하께서 신첩을 탓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황제는 눈앞의 금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아직 한창 젊은 금영은 가녀리면서도 곡선이 아름다웠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고왔다.황제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복령은 보이지 않았고, 해수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황제가 밖을 향해 불렀다.“게 아무도 없느냐.”잠시 뒤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도 위명이었다.황제는 위명을 한번 바라보았다.잠깐 망설이던 그는 결국 품에 안고 있던 아기 황자를 위명에게 건넸다.“조심해서 달래거라.”위명은 황제가 자신에게 이런 막중한 일을 맡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그는 평소 힘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거리낌이 없었지만, 작디작은 아기 황자가 품에 안기는 순간 손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조차 몰라 당황했다.황제가 차갑게 말했다.“울리기라도 하면 짐이 네 봉급을 깎을 것이다.”위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폐하, 더 깎으시면 신이 평생 받아도 다 갚지 못하옵니다.”예전의 위명이라면 봉급 이야기에 안색부터 변했을 터였다.하지만 지금은 이미 될 대로 되라는 심정에 가까웠다.황제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도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썩 나가지 못할까!”위명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아기 황자를 안고 밖으로 물러났다.이내 방 안이 조용해졌다.황제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금영을 불렀다.“금영아, 이리 오너라.”금영의 뺨에 옅은 홍조가 번졌다.황제는 정말이지 그 나이의 사람답지 않았다.*하룻밤이 그렇게 흘렀다.금영은 금엽자에 관한 일을 알아내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릴 거라 생각했다.어쩌면 끝내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소식은 아주 빨리 들어왔다.공 상궁이 직접 소녕전을 찾아왔다.“마마께서 알아보라 하신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26화

    두 사람은 해가 완전히 저물어서야 궁으로 돌아왔다.소녕전에 막 들어섰을 때였다.복령이 아기 황자를 안고 다가왔는데, 어딘가 넋이 나간 듯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었다.금영은 그런 복령을 한번 바라보다가 황제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러고는 아기 황자를 받아 황제의 품에 안겨 주었다.“폐하, 잠시 염아를 달래 주시옵소서. 신첩은 목욕을 하고 오겠사옵니다.”곁에 있던 손복안은 그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이토록 자연스럽게 아이를 황제에게 맡기고 달래 달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원 귀비뿐일 터였다.황제의 눈을 피해 자리를 옮긴 뒤.금영은 곧바로 복령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냐?”복령은 손에 꼭 쥐고 있던 금엽자 하나를 꺼냈다.“마마, 바로 이런 금엽자이옵니다.”금영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곧 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복령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노비가 몰래 알아보았사옵니다. 이런 금엽자는 황후마마께만 있다고 하옵니다……”복령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구 년 전 노비에게 금엽자를 준 사람은 선의를 베푼 사람이 아니었사옵니다. 황후마마의 처소에서 나온 사람이었던 것이옵니다……”말을 마친 복령은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휘청거렸다.“황후마마께서 사람을 시켜 노비에게 금엽자를 보내신 것이라면…… 혹시 노비의 부친이 정말 황후마마의 사람이었다는 뜻이옵니까?”복령의 목소리가 떨렸다.“하지만 그럴 리가 없사옵니다. 노비의 부친께서 어찌 황자님을 해치는 일을 하셨겠사옵니까……”복령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부친을 찾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다.하지만 끝까지 파고든 끝에 제 부친이 정말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더구나 구족까지 연좌될 만한 대죄라면.복령은 그 뒤에 닥칠 일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금영은 복령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을 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그리고 곁에 앉혔다.“우선 진정하거라. 이 금엽자를 어디서 구했는지부터 본궁에게 말해 보아라.”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25화

    황제는 말을 마치자 다른 이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금영의 손을 잡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궁비들 사이에는 순간 묘한 어색함이 감돌았다.그중에서도 서 황후의 낯빛이 가장 좋지 않았다.잠시 뒤 서 황후도 입을 열었다.“어마마마, 신첩도 잠시 물러가 쉬고 오겠사옵니다.”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봉전의 한적하고 은밀한 방 안에서 서 황후는 서왕과 마주하고 있었다.서 황후가 싸늘한 얼굴로 따져 물었다.“왕야, 본궁에게 약조하신 일은 어찌 아직도 이루지 못하신 것이오? 어찌 아직도 그 천한 것이 살아 있게 두신 것이오?”서왕은 서 황후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무엇이 그리 급하시오?”“내가 있는 이상, 조만간 반드시 그 여인을 없애 드릴 것이오.”서왕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그렇다고 내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소. 춘산 사냥터에서 독사까지 풀었는데, 그 여인의 목숨이 워낙 질겼을 뿐이오.”말을 마친 서왕은 서 황후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웃으며 물었다.“마마께서 이리 노하신 걸 보니, 설마 아까 그 광경을 보고 질투라도 나신 것이오?”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보아하니 폐하를 향한 마마의 정이 참으로 깊은 모양이오.”서 황후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잠시 눈을 내리깔았던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얼굴에 싸늘한 기색만 남아 있었다.“그토록 박정한 사람에게 본궁이 무슨 정을 품겠소? 그저 억울하고 분할 뿐이오!”서 황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어찌 되었든 배금영 저 천한 것은 몇 번이고 본궁을 업신여기고 능멸했소. 절대로 살려 둘 수 없소!”서왕이 달래듯 말했다.“알겠소. 이미 마마께 약조했으니 반드시 뜻대로 해 드리리다.”말과 함께 서왕이 손을 뻗어 서 황후를 제 품으로 끌어당기려 했다.서 황후는 낯빛을 굳히며 몸을 빼냈다.하지만 서왕은 조금도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24화

    배명월도 금영의 앞으로 다가와 예를 갖추었다.“원 귀비마마를 뵙사옵니다.”금영은 가볍게 웃었다.“회임한 몸으로 어찌 태자부에서 몸조리를 하지 않고 나왔는가?”배명월이 나직이 대답했다.“어마마마께서 몸이 편찮으시니, 신첩이 당연히 곁에서 병시중을 들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금영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애초에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했으니, 굳이 오래 붙잡고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금영이 담담하게 말했다.“황후마마를 뵈러 온 것이라면 어서 들어가 보게.”말을 마친 금영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금영의 모습이 이미 한참 멀어졌는데도 태자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그 눈빛에 어린 짙은 정은 곁에 서 있던 배명월조차 모른 척할 수 없을 만큼 선명했다.배명월은 손톱으로 제 손바닥을 꾹 눌렀다.낯빛은 갈수록 싸늘하게 굳어졌다.*궁 밖에서는 온갖 풍파가 끊이지 않았지만, 정작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는 금영의 소녕전만큼은 늘 고요했다.황제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녕전에서 밤을 보냈다.림비의 거짓 회임 사건이 서 황후에게까지 얽혀 들어간 뒤로, 비록 서 황후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더 나오지는 않았지만 태후와 서 황후 모두 어느 정도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당분간은 감히 황제의 심기를 거스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덕에 이제는 누구도 황제에게 다른 처소로 가서 밤을 보내라 권하지 않았다.금영의 나날도 제법 평온하게 흘러갔다.하지만 금영은 알고 있었다.후궁에 진정한 평온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머지않아 또 다른 풍파가 일어날 터였다.어느덧 단오가 찾아왔다.봄이 지나고 한여름으로 접어들면서 궁 안에는 짙푸른 녹음이 우거졌다.단오는 궁에서도 제법 큰 명절이었으니, 으레 한바탕 흥겨운 자리가 마련되곤 했다.그런데 이번 황실 연회는 뜻밖에도 서봉전에서 열리게 되었다.서 황후의 뜻인지, 아니면 현비의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어찌 되었든 금영으로서는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였다.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23화

    현비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요 며칠 본궁은 줄곧 협방전에서 근신하며 지난 일을 돌아보았네. 그날 금영 동생을 놀라게 한 일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오늘 보니 안색이 제법 좋아진 듯하여 이제야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겠군.”한 치의 빈틈도 없는 말이었다.금영 역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현 언니께서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이번 일은 금영의 잘못도 있사옵니다. 괜히 언니까지 폐하께 벌을 받게 했으니, 금영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사옵니다.”금영은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조금도 교만하게 굴지 않았다.현비 앞에서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어느새 서봉전에 도착했다.잠시 뒤 환옥이 안에서 나왔다.“황후마마께서 두 분을 들라 하시옵니다.”말투도 표정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반듯했다.금영은 환옥을 슬쩍 바라보았다.그런데 환옥의 안색이 영 좋지 않았다.예전 서 황후의 곁을 지키던 고위 궁녀다운 생기와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전각 안으로 들어선 금영은 곧 서 황후를 보았다.그제야 알 수 있었다.빛을 잃은 것은 환옥뿐만이 아니었다.고작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그런데 서 황후는 전보다 눈에 띄게 수척하고 초췌해져 있었다.오랜 세월 부귀 속에서 곱게 살아 또래보다 훨씬 젊어 보이던 얼굴도 어느새 제 나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서 황후가 고개를 들어 금영과 현비를 바라보았다.목소리만큼은 여전히 예전의 어질고 온화한 황후인 양 흐트러짐이 없었다.“두 귀비가 어쩐 일로 본궁의 서봉전까지 찾아왔는가?”서 황후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병기운이라도 옮을까 두렵지도 않은가?”금영은 옅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황후마마께서 병환 중이시니 신첩들이 문안을 드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사옵니까.”그녀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다만 며칠 전까지 신첩 역시 몸이 좋지 않았사옵니다. 혹 신첩의 병기운이 황후마마께 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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