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全部章節:第 341 章 - 第 350 章

508 章節

제341화

사람인 이상, 마음이 흔들리고 욕망에 휩싸일 때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황제는 금영을 제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지켜주고 싶은 마음도 함께 치솟았다. 그만큼 금영은 더 이상 그에게 가벼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황제의 말을 들은 금영이 몸을 일으키더니, 다짜고짜 침상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다소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어쩔 바를 모르며 입을 열었다."폐, 폐하...."하지만 차마 말을 더 잇지는 못하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렸다. 누가 봐도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황제는 금영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는 금영이 얼마나 영민한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분명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을 터였다.오늘 금영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 불경한 마음을 평생 묻어둘 생각이었다. 그는 본디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사람이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라 여겼다.그래서 손복안에게도 더 이상 금영이 찾아와도 안으로 들이지 말라 일렀고, 태자와 혼인한 뒤에는 입궁을 금하는 조치를 취하려 했다.황제가 한번 만나지 않겠다고 먹은 이상, 누가 되었든 영원히 그의 그림자도 밟을 수 없었다.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금영에게 품었던 마음도 점차 사그라들 것이라 그는 확신했다.하지만 오늘 모든 것이 무너졌다.그는 하마터면 금영을 영원히 잃을 뻔했다. 그녀가 죽는다면 그의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나 금영을 억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다시 한번 그녀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고자 했다.전각 안에 길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금영은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는 황제의 시선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초조함을 느꼈다. 황제는 매번 이렇게 넘어올듯 말듯, 그녀를 애태웠다. 금영은 그가 조금만 더 제멋대로 굴길 바랐다. 황제가 만약 욕망대로 움직여준다면, 금영은 그것을 빌미로 더 확실한 명분을 쥘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하지만 황제는 매번 마지막 순간에 금영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금영을 억지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없었으며,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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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요양이라는 핑계로 궁을 떠났던 서 황후가 갑자기 귀궁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첫째는 이틀 뒤면 설 명절이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었지만, 해마다 내려온 관례상 설 명절에는 황후가 직접 후궁들을 이끌고 향을 피워 조상께 제를 올려야 했다. 그만큼 지켜보는 눈도 많았고, 황후로서의 위엄을 드러내야만 입지를 더 견고히 할 수 있었다.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에 현비가 주관한 매화 정원 연회에서 벌어질 불의의 사고 때문이었다.서 황후는 오랜 숙원이었던 금영의 숨통이 마침내 끊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다. 동시에 그 일을 빌미로 현비까지 제거할 명분을 손에 넣기를 기대했다.그 말은 곧, 서 황후가 금영이 현청전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시 금영은 다급한 상황이라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사실 그녀가 얼음 호수에 빠졌을 무렵에는 이미 뒤쫓아오던 두 사내가 따돌려진 뒤였다. 그러니 황제가 금영을 직접 안고 현청전 침실까지 들어간 일 역시 서 황후는 알지 못했다.하긴, 그토록 스스로를 절제하고 엄격히 다스리던 황제가 미래의 태자비를 품에 안고 침실까지 들였으리라고는, 직접 본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서 황후는 심기가 몹시 언짢았다.궁에 들어오자마자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금영을 뒤쫓던 두 사내가 끝내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서 황후는 금영이 당연히 제 처소로 돌아갔으리라 여겼다. 게다가 매화 정원에서 열린 연회도 이미 끝났을 무렵이니, 다시 손을 쓸 방도도 없어 보였다.지금 같은 상황에서 소녕전이 시끄러워진다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현청전에도 소식이 빠르게 퍼질 터였다.그런데 불쾌한 소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랫것들을 통해 황제가 어떤 아가씨를 품에 안은 채 현청전으로 들어갔다는 말까지 들려온 것이다.거기에 더해, 태의원에 심어둔 측근에게서는 이 원사가 그 여인을 위해 잉태에 도움이 되는 약까지 지어 바쳤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졌다.서 황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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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황제가 직접 여인을 이곳으로 데려왔다. 서 황후는 그 여인이 황제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무리 애써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폐하를 뵙습니다."서 황후가 예를 올리며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황제의 위엄은 여전했지만, 어딘가 평소보다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제법 기분이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서 황후는 이 모든 것이 내전에 있는 그 여인 때문임을 깨달았다."금영의 일로 할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인가?"황제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서 황후에겐 금영은 그저 현청전에 들어오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하지만 황제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자 말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다름이 아니라 태자 때문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삼월에 혼례를 치러도 좋겠지만, 태자가 자꾸만 하루라도 빨리 금영을 맞이하고 싶다 조르니... 신첩이 생각하기에도 두 아이의 마음이 깊은 듯하여, 혼례 날짜를 조금 앞당겨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서 황후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금영을 아끼는 듯한 태도를 보여야 황제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황제가 이 청을 허락한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었다.그녀가 직접 손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금영쯤은 얼마든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황제는 그 말을 듣고 서 황후와 태자를 차례로 훑어보았다.그러자 서 황후가 다시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금영이와 태자가 하루라도 빨리 혼례를 올려야 자손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태자에게 자식이 생긴다면, 폐하와 저도 한시름 놓을 수 있고 말입니다."그녀가 굳이 자손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황제에게 태자가 황실의 핏줄을 이을 테니, 굳이 다른 여인에게 황손을 보려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 주려는 의도였다.하지만 이건 서 황후의 크나큰 실책이었다. 서 황후는 가장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을 건드리고 말았다."폐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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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황제는 물음을 던진 뒤, 금영을 지긋이 바라보았다.그 순간 금영의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비어 버렸다. 그녀가 물에 빠진 뒤, 늘 고고하고 냉엄하던 황제가 초조한 기색으로 금영을 직접 품에 안고 현청전 내전까지 들어온 것만 보아도, 황제가 자신의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챘으리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놓고 그녀를 영지라 부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사실 좀 전까지만 해도 금영은 아직 황제가 제 손안에 있다고 생각했다.황제와의 우연한 만남도, 황제와 거리를 좁힌 일도, 황제가 그녀에게 흥미를 품게 만든 것도, 모두 하나하나 그녀의 계산으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하지만 황제가 이런 뜻밖의 상황에 그녀의 정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더 이상 태연할 수 없었다.그녀는 어쩔 바를 모르며 초조하게 황제를 바라봤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부모의 벌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말이다.황제는 금영이 놀라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그가 내뱉은 호칭에 상당히 충격받은 듯했다. 하긴 금영에겐 자신의 정체를 들킨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두려움일 터였다.황제는 그녀의 속이 바싹 타들어 가고 있음을 짐작했다.그제야 자신이 조금 성급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가까스로 위태롭게 이어 오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었다.그러나 이미 내뱉은 말, 황제는 더 이상 모른 척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황제의 목소리가 텅 빈 전각 안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냉엄했고 사람을 짓누르는 듯한 기세가 함께 담겨 있었다."영지, 왜 말이 없느냐?"영지라는 이름이 다른 이에게 붙여졌다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었을 터였다. 그러나 눈앞의 금영에게 향하는 순간, 모든 의미가 달라졌다.금영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곧장 무릎을 꿇고 몸을 덜덜 떨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네게 무슨 죄가 있다는 것이냐?"황제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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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황제는 금영의 얼굴을 덮고 있는 면사를 풀어내려 했지만, 얼마나 단단히 매어 것인지 쉽지 않았다.그는 이 상황이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 금영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황제는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계속 매듭을 풀어나갔다. 금영 역시 꼼짝하지 않은 채, 그가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몸을 맡겼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마침내 그의 손길이 멈췄다. 스르르 풀려내린 면사와 함께 금영의 얼굴도 드러났다.금영은 오랜만에 맨얼굴이 된 탓인지 살짝 허전함을 느꼈다. 작산행궁을 떠난 뒤로는 좀처럼 벗은 적 없던 면사가, 결국 황제의 손으로 풀려난 것이다.드러난 금영의 얼굴은 묘한 색기와 함께 화사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마치 봄날 이슬을 머금은 작약꽃 같았다.작약은 모란처럼 화려하고 귀한 꽃은 아니었지만, 대신 더 맑고 선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었다.황제는 그제야 금영이 자신이 기억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몇 해 전 처음 입궁해 자신을 알현했을 때만 해도 앳되고 귀여운 인상이었는데, 어느새 이토록 눈부시게 자라나 있었다.면사를 쓴 금영은 늘 단정하고 귀녀다운 모습만 보여 주었기에, 그 아래에 이런 얼굴을 감추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토록 제멋대로 굴던 영지와 같은 사람이라니, 더욱 뜻밖의 일이었다.황제는 가만히 금영을 들여다보았다. 어느새 금영은 무릎 꿇고 있던 자세가 살짝 흐트러져 거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자신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황제의 시선을 느끼며, 금영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황제의 표정은 여전히 읽기 어려웠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그 눈빛 어디에도 노여움이나 살기는 어려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녀가 공들여 온 수고가 아주 헛되지는 않은 듯했다.금영이 고개를 들자 가느다란 목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그 모습을 본 황제는 속으로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수많은 미인을 보아 온 그에게도 금영의 외모는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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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금영은 일부러 아무것도 못 알아챈 듯 황제를 바라보며 담담히 답했다."네. 폐하께서 신녀의 목숨을 거두신다고 해도, 조금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옵니다."그러자 황제가 낮게 웃었다."짐은 네 목숨을 원하지 않는다."그가 바라는 건 목숨 같은 것이 아니었다."짐이 원하는 것은...."황제가 말끝을 잠시 흐리며 뜸을 들였다.금영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를 듯했다.곧이어 그가 말을 이었다."이 일을 어떻게 할지는 네가 직접 정하거라."직접 정하라니, 금영은 황제의 의도가 쉽사리 짐작되지 않았다.이때, 그가 금영에게 손을 내밀었다."일어나거라."황제는 금영을 이 차가운 바닥에 계속 무릎 꿇은 채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기가 몸에 스며들면 이 원사가 지어온 약도 효과를 볼 수 없을 터였다.금영은 황제의 길고도 단단한 손가락을 잠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손을 맞잡지는 않고,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황제가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건 맞지만, 아직 선을 완전히 넘은 것은 아니었다. 이때 지나치게 다가갈 경우 도리어 경박해 보일 수도 있었다.비록 그가 자신에게 마음을 품은 것은 확실해졌으나, 금영은 아직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싫증 나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흥미가 아니라,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었다.황제는 금영의 행동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낮게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금영은 본래 단정하고 예를 아는 성정이었다. 그러니 이런 때일수록 그를 멀리하려 드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런데 문득 황제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러자 금영이 맨발인 상태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침상에서 다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신발까진 챙기지 못한 모양이었다.'그렇게 궁금했나...? 아니면 설마 태자 때문에?'여기까지 생각하자, 황제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금영은 황제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민감하게 알아차렸다. 역시 제왕의 비위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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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황제는 평소 거창한 식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수라상에도 특별히 진귀한 음식은 없었고, 고기와 채소가 골고루 갖춰진 평범한 요리들이 주를 이루었다.손복안은 황제 곁에 서서 시중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영이 다가오는 기척이 들리자 고개를 들었다.그제야 손복안도 금영의 맨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멈칫하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노련한 내관답게 순식간에 표정을 가다듬고는 금영에게 예를 올렸다."오셨습니까, 금영 아가씨."그의 담담한 인사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요 며칠 황제가 그녀를 찾느라 위명과 손복안을 적잖이 부렸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자니, 쉽지 않았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어서 수저를 들지 않고."황제가 말하자, 금영은 얌전히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우연인지 아닌지, 이번에도 상 위엔 익숙한 연근으로 만들어진 여러 요리들이 올려져 있었다.황제가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신의 그릇에 요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금영부터 챙기기 시작했다.그가 가장 먼저 그릇에 올려놓은 것은 금영이 전에도 즐겨 먹던 연근떡과 연꽃전이었다.금영은 문득 가슴 한켠이 갑갑해졌다. 황제는 금영의 아버지인 영안후보다 더 자세히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았다.황제는 반찬을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는 금영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설마... 내 배려가 싫은 건가?'그런 생각이 스치자, 황제는 입을 열었다."네 마음이 어지러운 것도 이해한다만...."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짐은 분명 너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았느냐? 억지로 몰아붙이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곁에 있던 손복안은 그 말을 듣고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듯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황제가 이토록 온화한 태도를 보이다니,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왕은 본디 누군가를 배려할 필요가 없는 자리였다.그런데 황제는 금영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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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금영이 얌전히 내전으로 들어가자, 황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이제 더는 그녀가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씩 기분이 풀리며 슬며시 안도감이 든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지난날 금영이 자신을 볼 때마다 어째서 그토록 두려워했는지도 알게 되었다.그는 업무 보는 자리로 돌아와 차분히 상소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덧 밤이 깊어졌다.손복안이 들어와 촛불 심지를 다듬고 몸을 덥히는 차까지 올린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 이제 쉬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옥체를 돌보셔야지요.”손복안은 넌지시 황제에게 권했다.황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손에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을 본 손복안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내전에는 자고 있는 금영 때문에 작은 등불 하나만 남아 있었다. 황제가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금영이 이불을 덮은 채, 늘 그가 잠들던 침상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 순간, 묘한 감정이 속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사실 제왕인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금영의 뜻 따위 상관없이 얼마든지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황제는 금영이 권세로 억지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선택하길 바랐다.*금영은 머리맡에서 황제의 인기척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흐트러진 침구를 다시 다듬어주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침실을 나갔다.그녀는 마음 한구석에 스치는 아쉬움을 느끼며 살짝 눈을 떴다. 직설전에서 직접 겪은 일이 아니었다면, 진작 황제의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세간의 소문을 믿었을지도 몰랐다.오늘 밤에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금영은 그제야 서서히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날 아침.현청전에 당직을 서러 온 위명이 손복안을 불렀다."손 태감."그러자 손복안이 황급히 쉿하는 손짓을 했다."목소리 낮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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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금영은 겁먹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도망치려는 듯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황제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가 지금 무얼 하려 했는지 알고 있느냐?"금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전 딱히 무언갈 하려던 것이 아니라...."하지만 말을 끝맺기도 전에 황제가 다시 물었다."지금 짐을 유혹한 것이냐?"그와 동시에 황제가 힘을 주어 금영을 그대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외전의 침상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었고, 금영은 황제의 품에 아주 단단히 갇힌 채 사방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느껴야만 했다. 금영은 그 낯선 감각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살짝 움직였다.그러자 황제가 낮고도 쉰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쉿...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짐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다."이 이상 자극이 느껴질 시, 황제도 더 이상 절제력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직설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영을 그대로 가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애써 참고 또 참았다.첫 관계는 금영이 시작한 것이었지만, 만약 그녀가 여전히 태자에게 마음이 있다면 억지로 몸을 취해 원망을 사는 일은 없길 바랐다.금영은 황제의 몸의 변화를 느끼고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사실 이럴 때일수록 더 부드럽고 요염하게 굴어야 맞았다. 그래야만 황제가 더 이상 욕망을 참지 못하고 성인 흉내를 버릴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금영도 이론으로만 알았을 뿐, 실제로 이런 상황을 겪는 건 처음이었다. 당연히 긴장됐고, 몸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황제에게 안겨 현청전으로 오게 된 뒤로 모든 것이 통제를 벗어나 자꾸만 예상치 못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 드디어 황제의 몸에서 조금씩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금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무릎을 꿇었다."시, 신녀, 폐하를 뵙습니다."신녀라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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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금영에겐 애초에 황제 말고는 다른 선택지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영지의 신분으로 깔아둔 거짓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거짓을 덮기 위해선 새로운 거짓말 열 개는 더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제 와서 흔쾌히 그를 선택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았다.게다가 금영은 아직 황제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물론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아, 금영을 마음에 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마음의 크기는 아직 가늠할 수 없었다. 이 험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보통 총애만으로는 부족했다.황제는 이런 속도 모르고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왠지 모를 불안이 피어올랐다.그렇게 잠시, 한참 말을 고르던 금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폐하...."하지만 말을 제대로 잇기도 전에, 갑자기 황제가 끼어들었다.“굳이 지금 답하지 않아도 된다.”그는 자신이 원하던 답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됐다.금영은 줄곧 미래의 태자비로서 태자만 바라보며 살아왔을 터였다. 그러니 당연히 황제보다는 태자를 향한 마음이 더 클 것이었다. 지금 당장 결정을 강요한다면, 어떤 답을 듣더라도 그가 바라는 선택은 아닐 터였다.그는 금영이 두려움이 아니라, 제 뜻으로 자신을 선택해주길 바랐다.금영은 종 잡을 수 없는 황제의 변덕에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황제도 그녀의 처분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일지 몰랐다.사실 금영에게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가 처음 입궁을 제안했을 때는 아직 금영의 신분을 모를 때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녀가 미래의 태자비라는 것을 알아버렸으니,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당장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시간을 두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던 순간, 손복안의 목소리가 전각 밖에서 울려 퍼졌다.“폐하, 황후마마께서 소녕전에 사람을 보내 금영 아가씨를 서봉전으로 부르셨습니다.”황제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아직 확실한 결정이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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