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561 - Chapter 570

714 Chapters

제561화

이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황제는 어딘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황후의 곁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얼굴, 서지안이 보였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 버렸다.그런데 이때, 열려 있던 방문 너머 익숙한 인영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바로 금영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방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물러가야 할지 몰라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황제의 눈빛이 그제야 조금 누그러졌다.“이리 오지 않고 거기 서서 뭐 하는 것이냐?”그 말을 들은 서지안은 잠시 멍해졌다. 황제가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서지안은 수줍게 얼굴을 붉힌 채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폐... 폐하.”그 모습을 본 황제의 얼굴은 더욱 어둡게 내려앉았다.“네게 한 말이 아니다! 이리도 법도를 모르다니, 황후는 도대체 왜 너 같은 자를 곁에 둔 것이냐? 평소 황후가 너를 이리 가르쳤더냐?”황제가 서늘하게 말을 이었다.“어서 영비에게 예를 올리지 못할까!”벼락같은 호통에 서지안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제야 자신이 황제의 말을 단단히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난처함을 숨기지 못한 채 서둘러 사죄했다.“송구하옵니다.”그리고는 곧바로 금영에게 예를 올렸다.“영비마마를 뵙습니다.”금영은 서지안을 힐끗 바라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일어나거라.”그러나 서지안이 채 몸을 바로 세우기도 전에, 황제가 다시 차갑게 꾸짖었다.“아직도 나가지 않고 무엇 하느냐!”그제야 서지안은 허둥지둥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그녀가 허겁지겁 방을 빠져나가고 나서야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금영에게 다가왔다. 그는 금영의 가녀린 손을 꼭 쥐어 의자에 앉히며 다정하게 물었다.“어찌 더 쉬지 않고 벌써 왔느냐?”금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폐하를 뵙고 싶어 서둘렀사옵니다. 그런데 혹 신첩이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요?”황제가 그 말을 듣고
Read more

제562화

금영은 서 황후가 자신을 견제하려 보낸 날카로운 칼날, 서지안이 황제의 곁에 서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어둠이 짙어질 무렵, 황제는 금영을 이끌고 사냥터 처소를 벗어나 강가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아늑한 장막 몇 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변에는 풍류를 즐길 수 있도록 야트막한 평상들이 놓였고, 그 위로 작은 탁자와 방석이 정갈하게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백미는 자리 한가운데서 타오르는 모닥불이었다. 탁탁 소리를 내며 밤공기를 데우는 불길이 어스름한 강가를 붉게 물들였다. 엄숙한 황궁의 연회와는 격식부터 다른, 궐 밖 특유의 자유롭고 낭만적인 정취였다.금영이 황제를 따라 야외 연회장에 들어섰을 때, 서 황후와 고위 후궁들, 그리고 태자와 이황자, 배명월과 요영지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모두의 인사를 받은 후, 금영은 자연스럽게 상석의 왼편, 여비와 가까운 자리에 착석했다. 오늘 같은 자리에 서 황후가 버티고 있는 이상, 아무리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금영이라 해도 대중 앞에서 대놓고 국법과 법도를 어길 수는 없었다.황제는 금영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역시 굳이 궁중의 규율을 깨뜨릴 생각은 없었다. 천하를 쥔 황제야 거칠 것이 없으나, 도를 넘은 파격은 결국 금영을 향한 독이 든 화살로 돌아올 터였다. 게다가 수많은 눈앞에서 황후의 체면을 대놓고 깎아내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황제는 여전히 태자의 안위를 무게 있게 다루고 있었다. 결국 황제는 서 황후와 함께 상석에 나란히 앉았다.황제의 오른편에는 현비가, 그 아래쪽에는 태자와 배명월이 자리했다. 고개만 들면 곧바로 금영과 마주 보게 되는 묘한 위치였다.서 황후가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띠며 황제를 돌아보았다.“폐하, 신첩이 서지안을 보내 올린 연자탕은 입에 맞으셨사옵니까?”표면상으로는 연자탕을 묻고 있었지만, 실상은 서지안이 황제의 눈에 들었는지 슬쩍 떠보는 수작이었다. 서 황후는 말을 건네면서도 금영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눈빛에 어려 있는 은근한 도발과 득의양양함
Read more

제563화

서 황후는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제 곁에 있는 사람이라 하심은... 서지안 저 아이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실수로 폐하를 불편하게 해 드린 모양입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성정이 단순하다 보니, 일을 처리하는 데 미숙한 부분이 있습니다. 결례를 범했다면, 부디 신첩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너그러이 봐 주시옵소서.”그러더니 문득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 서지안이 춤을 제법 잘 추니, 폐하 앞에서 한 곡 추게 하여 사죄하게 하는 것이지요.”그러자 황제의 미간이 곧바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때, 안빈도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다.“서지안 아가씨의 춤사위가 무척 빼어나다는 건 들었사온데, 폐하와 황후마마 덕분에 직접 볼 기회가 생기겠군요!”모두가 기대에 찬 얼굴로 바라보자, 황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춘산 사냥은 본래 군신이 함께 즐기는 자리였다. 서지안이든 다른 누구든 재주가 있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서서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는 서지안을 안중에 두지 않았으니, 굳이 거절해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금영은 서 황후가 서지안을 춤으로 사죄를 청하게 만든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 기회를 빌려 황제를 유혹하게 만들려는 속셈이 분명했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폐하께서... 이런 수단에 넘어가실까?’황제의 얼굴에는 사적으로 함께 있을 때의 부드러운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고고하고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위엄만이 넘쳐났다.사실 금영은 확신할 수 없었다. 자신만 해도 그러했다. 의도하긴 했지만, 특별히 무언가를 해서 황제의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서지안에게도 아예 여지가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금영은 문득 자신이 없어지며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갑작스레 불려 나온 사람이라기엔 서지안의 태도는 지나치게 당당했고, 준비 또한 철저했다. 어느새 그녀는 강렬한 붉은 망토를 몸에 두른 채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곁에 우뚝 서 있
Read more

제564화

그때 궁녀 하나가 황제에게 술을 올리기 위해 다가왔다. 그러나 긴장 탓인지 술병을 든 손이 살짝 떨리더니, 그만 술을 황제의 옷자락에 쏟고 말았다.“폐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궁녀는 곧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사시나무 떨듯 바르르 떨었다.그러자 대외적으로 명망이 높은 서 황후가 기다렸다는 듯 매섭게 입을 열었다.“이런 방자한! 당장 물러가 최소 두 시진은 무릎을 꿇고 벌을 서거라!”목숨을 부지해 준 것에 비하면 그리 무거운 처벌은 아니었다. 만약 다른 신하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서 황후를 두고 참으로 천고에 다시없을 어진 황후라며 감탄했을 터였다.“폐하, 신첩이 의복을 갈아입으실 수 있도록 모시겠습니다.”서 황후가 부드럽게 청했으나, 황제는 냉랭하게 거절했다.“그대는 황후이니, 여기 남아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이어가도록 하게.”황제는 서 황후의 호의를 단칼에 물리치고는 홀로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황제가 멀어지자, 서 황후는 즉시 환옥을 불러 은밀히 무언가를 분부했다.하지만 그 움직임은 고스란히 금영의 눈에 담겼다. 그녀 역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신첩은 배가 조금 불편하여 이만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서 황후가 황제에게 대놓고 수작을 부리려는데,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사실 서 황후는 평소 금영을 그리 무거운 적수로 여기지 않았다.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들, 황제라는 거대한 배경을 치우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존재라 보았기 때문이다. 후궁에서 영원히 자리를 지키려면 단순히 황제의 총애만으로는 부족했다. 위로는 비빈들부터 아래로는 말단 궁녀와 내관들까지, 손발이 되어 줄 제 사람들을 심어 세력을 다져야만 무슨 일이든 막힘없이 움직일 수 있는 법이었다.그렇기에 서 황후는 확신했다. 오늘 밤, 배금영은 절대로 황제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연회장을 빠져나오자, 해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지막이 물었다.“마마, 정말로 몸이 불편하신 것이옵니까? 아니면 폐하가 염려되시는 것이옵니까?”금영은 입술을 살짝
Read more

제565화

금영은 채아를 내보낸 뒤, 해수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분부한 일은 모두 전해 두었느냐?”해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염려 마십시오, 마마! 모두 조치해 두었사옵니다!”머지않아 서 황후 쪽에도 그토록 바라던 소식이 전달되었다.환옥이 말했다.“마마,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서지안이 폐하께서 계신 방으로 들어갔고, 한참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사옵니다! 이번에야말로 일이 제대로 성사된 듯합니다!”그러자 서 황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곧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금영만 아니었어도 그녀가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후궁 중에는 부귀영화를 위해 황제에게 매달리는 이도 있었고, 현비처럼 가문의 지위를 위해 버티는 이도 있었다. 또 여비처럼 제 일족의 살길을 위해 입궁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서 황후만은 달랐다. 그녀는 진심으로 황제를 좋아했다.서 황후는 금영만 사라진다면, 궁 안에 들이닥친 이 풍파도 모두 잠잠해질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금영이 총애를 잃는 순간, 반드시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할 작정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채아가 금영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금영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채아야, 폐하께서는?”채아는 자신이 황제를 모셔 오지 못했으니, 금영이 분명 언짢아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제가 무능해 폐하를 모셔 오지 못했사옵니다! 저는 분명 전하려 했으나... 폐하의 방에는 이미 서지안 아가씨가 함께 있었사옵니다. 그래서 도무지, 도무지... 아뢸 수가 없었사옵니다. 부디 벌하여 주시옵소서, 마마!”금영이 차갑게 웃었다.“나가서 곤장 스무 대를 맞고, 다시 본궁 앞으로 오거라.”무거운 벌이었다. 하지만 채아는 오히려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했다.금영이 벌을 내렸다는 것은, 자신이 황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저 황제가 서지안을 총애하게 된 일 때문에 화가 나 분풀이하려는 것일 터였다.채아
Read more

제566화

곧 밖에서는 조심스레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채아가 고통을 참으며 어렵게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금영의 얼굴은 고요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의 하늘 같았다. 그녀는 시녀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해수를 데리고 조용히 처소를 나섰다.사냥터 깊은 숲속에는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적하게 지어진 작은 목조 별채가 하나 있었다.금영은 이미 이곳의 지리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과거 영안후부의 큰아가씨였던 시절에 와 본 기억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생생한 기억은 따로 있었다. 전생에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던 시절, 어쩔 수 없이 배명월을 따라다니다가 이곳에서 벌어진 은밀한 밀회 현장을 몇 번이나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추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태자가 그토록 총애하던 첩과 외간 사내였다.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별채의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선 금영은, 어둠이 깃든 방 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곧장 다가가 먼저 손을 뻗어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그 사람에게서는 술기운이 느껴졌지만, 의식만큼은 또렷해 보였다.“금영아, 어찌 짐을 이런 곳으로 불러낸 것이냐?”당연히 아까 해수와 나눴던 대화는 채아를 속이기 위한 연기에 불과했다.이곳에 있는 건, 원래는 서지안과 함께 있어야 할 황제였다.금영이 가만히 말했다.“폐하, 연회석은 너무 소란스럽사옵니다. 신첩은 폐하와 단둘이 잠시 있고 싶었사옵니다...”금영이 황제를 안고 있자, 그녀의 몸에서 은은하고 맑은 향이 피어올라 황제의 숨결 사이로 스며들었다. 금영이 특별히 무언가 한 것도 아닌데도, 황제의 마음에는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이 일었다.황제는 그 마음을 몇 번이나 눌러 참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욕망이 마치 잘못 건드린 불씨처럼, 아무리 눌러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하지만 풀어낼 수는 없었다.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회임 중이었다.물론 태의가 회임 석 달이 지나 태가 안정되면 동침해도 괜찮다고 말한 적은 있었다.
Read more

제567화

지금 황제의 상태로 밖에 나간다면, 설령 서지안에게 가지 않는다 해도 또 다른 누군가와 마주칠지 몰랐다. 그러니 이대로 그를 보내 줄 수는 없었다.금영이 붙잡자, 황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고 맑고도 애틋한 그녀의 눈빛과 마주하게 되었다. 금영이 나직하게 물었다.“가지 않으시면 안 되옵니까?”황제는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이성의 끈이 출렁이며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것을 겨우 붙잡았다.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금영아, 지금 짐을 괴롭히는 것이냐?”황제의 얼굴에는 참기 어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차마 그녀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금영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달뜬 듯하면서도 살짝 떨리고 있었다.“폐...폐하, 많이 괴로우시옵니까? 신첩이... 방법이 있사옵니다.”그 말에 황제의 마음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줄이 완전히 끊어졌다.그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황제가 눈앞의 금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네게 무슨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금영은 이를 살짝 악물었다. 마치 모든 것을 각오한 사람처럼 어렵게 말을 이었다.“그날은 폐하께서 직접... 오늘은 신첩이... 신첩이...”황제의 눈빛에 어린 열기가 한층 짙어졌다.“네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금영이 미처 답하기도 전에, 황제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낮은 침상 쪽으로 향했다.그리고 금영을 그 위에 내려놓았다. 다만 내려놓는 순간에는 의식적으로 손길을 한결 조심스럽게 했다.황제는 품 안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차마 제 욕망을 온전히 풀어낼 수는 없었지만, 얕게나마 갈증을 달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열기를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을 터였다.황제는 금영을 품에 끌어안았다. 뜨거운 숨결이 금영의 흰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이윽고 황제의 손이 금영의 옷깃을 풀자, 눈처럼 흰 살결이 희미한 촛불 아래 드러났다.황제의 손이 금영의 몸 위를 천천히 지나갔다. 황제가 견디기
Read more

제568화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서 황후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그녀는 곧장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해수가 다시 막아섰다.“황후마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 황후의 곁을 바짝 따르던 환옥이 해수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해수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한 척 옆으로 쓰러졌다.위명은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제야 큰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왔지만 이미 늦었다.서 황후의 손은 이미 목조 별채의 문 위에 얹혀 있었다. 그녀가 흥분과 일그러진 기색이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배금영! 비빈의 몸으로 외간 사내와 간통하다니! 그 죄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느냐?”채아가 와서 이 일을 고했을 때, 서 황후도 배금영이 이토록 대담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채아가 예전에 배금영이 영안후부 밖에서 정체 모를 사내의 마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오늘 춘산 사냥터에는 조정 문무백관과 그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 사내가 안에 섞여 있다 해도 이상할 일은 없었다.더구나 오늘 황제는 서지안에게 붙들려 있었다. 금영이 이 틈을 타 그 사내를 찾아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벌컥하고 문이 열렸고, 그 순간 바람이 들이쳐 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서 황후는 안의 모습을 또렷이 볼 수 없었다. 다만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침상 위에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두 인영이 거의 겹치듯 얽혀 있다는 것만 알았다.금영은 작게 비명을 삼키며 그대로 황제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사내가 곧바로 제 몸으로 금영을 가렸다.그 장면에 서 황후는 더욱 흥분했다.“여봐라! 당장 이 음탕한 남녀를 끌어내거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분노가 가득 실린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런 무엄한! 당장 나가지 못할까!”욕정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황제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쉬어 있었고, 서 황후는 곧바로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 얼굴을 굳히며 차갑게 말했다.“참으로 대담하
Read more

제569화

환옥이 탁자 앞으로 더듬어 가더니, 불을 붙이는 도구인 화섭자를 꺼내 들었다.그때 금영이 입을 열었다.“잠시만요!”서 황후가 차갑게 비웃었다.“왜 그러느냐? 이제 와 본궁에게 빌기라도 하려는 것이냐? 이미 늦었다. 걱정 말거라. 폐하께서 죄를 물으실 때, 네 시신만큼은 온전하게 남겨 주마.”황제는 서 황후의 태도에 속으로 살짝 놀랐다. 늘 온화하고 절도 있어 보이던 그녀에게 이토록 각박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금영은 그래도 한 번 더 말렸다.“황후마마, 신첩은 그래도 마마께서 이 촛불을 밝히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듯하옵니다.”황제의 마음 한구석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금영은 여전히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참으로 천성이 순하고 착한 여인이었다.서 황후는 그런 금영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환옥을 바라보았다.“무엇 하느냐? 어서 불을 밝히지 않고.”환옥이 어둠 속에서 더듬어 화섭자를 꺼내 불을 붙였다. 작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빛이 일었다.그 정도 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서 황후는 마침내 방 안의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황제는 금영을 품에 끌어안은 채 앉아 있었다. 그는 최대한 금영의 흐트러진 모습을 제 몸으로 가려 주려 하고 있었지만, 밖으로 살짝 드러난 하얀 다리만큼은 미처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황제 자신은 겉옷만 대강 걸친 상태였다.드러난 윗몸과 바닥에 떨어진 붉은 원앙무늬 속옷은 방금 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이것은 서 황후가 보려 했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노골적이고 자극적이었다. 다만 그 상대가 그녀가 기다리던 외간 사내가 아니라 황제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뿐이었다.환옥도 그제야 방 안의 광경을 보았다. 손끝이 떨린 탓에, 들고 있던 화섭자의 불빛이 하마터면 꺼질 뻔했다.황제가 차갑게 웃었다.“촛불을 밝히겠다 하지 않았느냐? 밝히거라.”환옥은 감히 어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결국 덜덜 떨
Read more

제570화

서 황후가 말을 이었다.“배금영, 참으로 간악하구나! 채아를 시켜 본궁을 속이고 함정에 빠뜨리다니!”금영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서 황후는 이제 채아를 내세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었다. 이 수법은 서 황후가 늘 쓰던 방식이었다.오랫동안 황후의 자리를 지켜 온 그녀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무슨 일이 생기든, 가능한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었다.그녀는 마치 바둑판 앞에 앉은 사람처럼 다른 이들을 바둑돌 삼아 적을 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 설령 싸움에서 지더라도 자신은 크게 잃을 것이 없었다.그러니 오늘 서 황후가 금영을 제 손으로 짓밟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지만 않았더라면, 이곳까지 직접 찾아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금영은 입술을 살짝 다문 채 눈가에 눈물을 머금었다.“마마, 신첩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마께 멈추시라 말씀드렸사옵니다. 신첩이 정말 마마를 해치려 했다면, 어찌 그때 손을 멈추시라 권했겠사옵니까?”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그리고 마마께서 말씀하신 채아 말입니다. 마마께서는 이 후궁의 안주인이시며, 황후의 자리에 오르신 지도 이미 여러 해가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금영은 맑지만 아주 또렷한 목소리로 못을 박았다.“설령 그 아이가 정말 마마께 무언가를 고했다 한들, 마마께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옵니다.”금영이 이렇게 말한 순간, 이미 크게 노해 있던 황제의 마음속 분노가 한층 더 짙어졌다.그가 차갑게 말했다.“황후,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기는커녕 그 죄를 영비에게 떠넘기려 하는군. 이는 죄를 더하는 일밖에 되지 않네!”서 황후는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폐하, 신첩이 잘못하였사옵니다. 폐하와 영비를 놀라게 해서는 안 되었사온데... 하지만 신첩은 정말 후궁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그런 것이옵니다.”황제는 더는 서 황후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냥터에는 백관이 모두 와 있네. 태자를
Read more
PREV
1
...
5556575859
...
7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