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บทที่ 571 - บทที่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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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서 황후는 그곳에 조금만 더 머물렀다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한 채 쓰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정작 서 황후가 떠난 뒤, 황제와 금영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황제가 어두운 얼굴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금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폐하, 괜찮으시옵니까?”서 황후가 들이닥쳤을 때 황제가 곧바로 손을 거둔 탓에, 금영은 그의 안에 남아 있던 열기가 정말 완전히 가라앉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황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미 완전히 이성을 되찾은 뒤였다.그는 손을 들어 직접 금영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눈빛에는 방금 전의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고, 온화한 다정함만이 남아 있었다.그러다 금영의 몸에 희미하게 남은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자, 황제는 뒤늦은 후회를 느꼈다.황후가 간통 현장을 잡겠다며 들이닥친 일과는 별개로, 오늘 밤 자신이 이토록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황제는 애초에 금영을 정말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아찔했다. 자칫 끝내 참지 못하고 금영에게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두려웠다.황제가 이토록 조심스럽게 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본래 황실의 규율은 엄격했다.듣기로 선황 때에는 회임한 궁비를 총애했다가 그 궁비가 유산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황제 역시 마찬가지였다.황제가 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지금 남은 자식은 고작 셋뿐이었다. 근래에는 후궁들이 회임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으나, 예전에는 결코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를 잃은 이가 여비 하나뿐인 것도 아니었다.금영은 아직 회임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황제가 그녀의 태기를 놀라게 할까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했다.그는 아이가 평안하기를 바랐고, 그보다 먼저 금영이 무사하기를 바랐다.사실 황제는 이미 혈기가 앞서 쉽게 욕망에 휘둘릴 나이는 지나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금영 앞에만 서면,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사람처럼 좀처럼 자신을 제어하기 어려웠다.황제는 두 사람의 옷매무새를 모두 정리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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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서지안은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에야 밖으로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서 황후의 처소에 도착했다.서 황후는 어두운 얼굴로 서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지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신녀, 황후마마를 뵙습니다.”서지안 역시 서씨 가문의 여식이었다. 항렬로 따지면 서 황후는 그녀의 고모였다.다만 서 황후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진짜 친족처럼 대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서지안은 서씨 가문 안에서도 서완만큼의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서완은 태자부에 들어가 측비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태자가 훗날 황위에 오른다면, 흠천감의 예언이 어떠하든 장차 진짜 황후의 자리에 앉게 될 이가 누구인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장차 태자로 세워질 아이 역시 서완이 낳은 아이여야만 했다. 서가 사람들이 황위를 이을 아이의 몸에 자신들의 피가 흐르지 않는 일을 허락할 리 없었다.서 황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오늘 네 춤은 제법 훌륭했다. 본궁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 상을 내리도록 하마.”그러자 옆에 있던 궁녀 조씨가 빈 찻잔 하나를 서지안에게 내밀었다.서지안은 영문도 모른 채 두 손으로 찻잔을 받쳐 들었다. 그러자 조씨가 펄펄 끓는 찻물을 그대로 부었다.서지안의 손은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하마터면 손에 든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조씨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단단히 받치십시오. 누구나 마마의 상을 받을 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니까요.”서지안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서 황후가 서지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굽혀 서지안의 턱을 붙잡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서지안은 빼어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서 황후가 그녀를 골라 금영의 총애를 흔들려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그런데 눈물까지 머금고 있으니,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가련함을 느끼게 했다.서 황후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토록 고운 얼굴에, 오늘 불꽃 춤도 그리 훌륭하게 추었는데... 어째서 폐하를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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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마마, 다시 상을 내릴까요?”찻잔이 거의 비자, 궁녀 조씨가 다시 물었다.서 황후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것 없다. 저 아이의 얼굴과 손은 아직 쓸모가 있으니, 어느 한쪽이라도 망가지면 아깝지 않겠느냐?”이어 서 황후는 서지안을 혐오스럽게 내려다보았다.“쓸모없는 것. 썩 물러가거라! 본궁은 지금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폐하의 마음을 붙잡을지나 잘 생각해 보거라. 본궁은 한가하게 밥만 축내는 사람을 옆에 둘 이유가 없다.”서지안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예.”높은 곳에 앉은 서 황후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발아래 진흙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러니 서지안이 무슨 생각을 하든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금영은 황제에게 안겨 처소로 돌아왔다.황제는 금영을 침상에 내려놓은 뒤,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아, 먼저 쉬고 있거라. 짐은 좀 씻고 오겠다.”황제가 나가는 모습을 본 금영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씻고 온다고? 이 방 안에 물을 들여 씻으면 될 일 아닌가?’하지만 황제는 이미 나간 뒤였다.금영도 침상에서 내려와 해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리 오거라.”해수가 다가왔다.“마마.”금영은 해수에게 조금 더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해수의 부어오른 뺨을 만졌다.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나 때문에 네가 고생하는구나.”해수가 얼른 말했다.“저는 마마의 사람입니다. 마마를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한 본분이온데, 그리 말씀하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금영은 가져온 짐 속에서 약고 하나를 찾아낸 뒤, 해수에게 말했다.“앉거라.”해수가 다급히 말했다.“마마,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제가 직접 바르겠사옵니다.”금영이 웃었다.“앉거라. 본궁의 명이다.”해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금영은 손끝에 약고를 조금 찍어, 해수의 뺨에 조심스럽게 발라 주었다.금영은 해수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다시 살아 돌아온 뒤로 한동안 해수마저 경계했었다. 하지만 해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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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그래서 금영은 일부러 채아 앞에서 외간 사내를 만나러 가는 듯 행동해, 서 황후가 미끼를 물게 만들었다.그 뒤의 일은 모두가 본 그대로였다. 물론 이런 작은 일 하나로 황제가 서 황후를 폐위할 리는 없었다.하지만 이런 일이 하나둘 쌓여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황제 역시 더는 부부의 정 따위에 연연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그 뒤 서지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금영도 알지 못했다.금영은 선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일을 더 독하게 처리해, 서지안이 다시는 황제를 유혹할 수 없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급하게 벌어진 것이었고, 금영은 쓸데없이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미향으로 서지안을 붙잡아 두는 선에서 그쳤다.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든, 지금의 금영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금영은 방 안에서 차분히 기다렸다.잠시 뒤 황제가 돌아왔다. 몸에서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니, 찬물로 씻고 온 듯했다.한바탕 소동을 겪은 끝에, 황제는 그날 밤 결국 금영의 처소에서 머물렀다.이튿날 아침.금영이 눈을 떴을 때, 황제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해수가 아침 수라를 들고 들어왔다. 얼굴의 붉은 기운과 부기는 이미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마마, 폐하께서는 대신들과 논의해야 할 일이 있으셔서 먼저 가셨사옵니다. 하지만 저에게 마마를 깨우지 말라며, 일어나면 반드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잘 챙기라고 당부하셨사옵니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간단히 몸단장을 마친 뒤, 앉아서 수라를 들다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채아를 보았느냐?”해수가 답했다.“예, 보았습니다. 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어젯밤부터 한숨도 자지 못한 듯하옵니다.”그 말을 들은 금영이 비웃음을 흘렸다. 채아도 이미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낸 모양이었다.하긴 어젯밤 서 황후가 대놓고 금영을 잡겠다고 소란을 피웠으니, 소문이 안 퍼질 수가 없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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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채아는 금영이 그렇게 묻자,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드, 드릴 말씀이요? 없, 없사옵니다...”금영은 채아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까지도 입을 다물고 버티는 모습에 담담하게 물었다.“정말 없느냐?”채아가 얼른 답했다.“없... 없사옵니다.”금영은 이미 채아에게 기회를 주었다. 만약 지금이라도 채아가 자신이 한 일을 모두 털어놓고 용서를 빌었다면, 금영도 조금쯤은 마음이 약해졌을지 모른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금영은 더 묻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아침 수라를 들었다.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에야 금영이 말했다.“가자. 본궁과 함께 황후마마를 찾아뵈러 가야겠다.”그 말을 들은 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안 그래도 어제 자신이 전한 정보 때문에 서 황후가 큰 낭패를 봤다는 것을 알고 혹시라도 부를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 황후가 사람을 보내기도 전에 금영이 직접 자신을 데리고 만나러 가겠다니, 불안했다.“마... 마마, 노비가 몸이 조금 불편하여, 혹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수가 매섭게 꾸짖었다.“마마 곁에 있게 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줄 알아야지! 마마께서 성정이 좋으시다고 해서, 우리 같은 궁녀가 감히 마마의 뜻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금영이 부드럽게 말했다.“됐다, 해수야. 너무 무섭게 굴지 말거라.”그러고는 머리에 꽂고 있던 푸른 옥비녀 하나를 뽑아 해수에게 건네며 웃었다.“채아에게 상으로 주거라.”채아는 감히 그 상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서 황후도 두려웠지만, 자신이 어제 일을 몰래 서 황후에게 전한 것을 금영이 알고 있을까 봐도 두려웠다.뒤늦게 어젯밤 들었던 대화가 금영이 일부러 흘린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결국 채아는 마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해수는 그런 채아를 바라보며 웃었다.“네가 마마 곁에서 시중든 지도 제법 되었지. 비록 마마께서 너를 가까이에서 모시게 하지는 않으셨지만, 곁에서 보기만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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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서 황후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금영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본궁은 네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다. 본궁이 너를 너무 얕보았구나. 너에게 당할 줄이야.”금영은 서 황후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마마, 그 말씀은 맞지 않습니다. 제가 언제 마마를 해치려 했사옵니까? 마마께서 먼저 저를 해치려 하지 않으셨다면, 오늘 같은 구경거리가 생길 일이 있었겠사옵니까?”구경거리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 금영은 잊지 않고 서 황후를 한 번 힐끗 바라보았다.서 황후가 낮게 말했다.“본궁은 그저 폐하를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요사스러운 계집이 후궁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이냐?”그러더니 차갑게 말을 이었다.“오히려 너야말로 문제다! 본궁은 너를 박하게 대한 적이 없거늘, 너는 태자를 버리고 폐하의 침상에 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계략까지 꾸며 본궁을 해치려 하니, 양심이 있긴 한 것이냐? 본궁과 소한에게 부끄럽지 않느냔 말이다!”오늘 금영이 이곳에 온 주 목적은 확실히 서 황후를 비웃기 위함이었다. 서 황후가 추락하는 모습을 직접 눈에 담아야만 삼 년 동안 원혼으로 떠돌며 쌓아 왔던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한편으로 한 가지 더 노리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채아였다.금영은 채아를 직접 제 손을 더럽히며 처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자칫 황제가 이 모든 일이 그녀가 짠 판임을 눈치챌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서 황후가 직접 손을 쓸 수 있도록 자극하러 온 것이다.그러니 채아를 대동한 채 서 황후를 보러 온 것만으로도 이미 목적은 모두 이룬 셈이었으니,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면 될 일이었다.그런데 서 황후가 양심을 운운하며 금영을 비난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기가 막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조롱 섞인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황후마마께서 신첩에게 양심을 논하시기 전에, 먼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마마께야말로 정말 양심이 있으신지요?”그 말을 들은 궁녀 조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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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금영이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문을 나서기도 전에, 마침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현비와 마주쳤다.금영을 본 현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황후마마 처소가 참 북적이는군요. 영비, 여기서 그대도 만나게 되다니.”금영도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현비마마.”입으로는 서로를 다정하게 불렀지만, 금영은 이 궁 안에서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친자매조차 그녀를 지워 버리려 했는데, 하물며 같은 후궁인 현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현비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서 황후를 바라보며 물었다.“황후마마, 이게 대체...”금영은 아주 살뜰하게 서 황후를 대신해 변명해 주었다.“마마께서는 지금 경을 외우며 예불을 드리고 계시는 중입니다.”현비가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참으로 존경스러운 마음가짐이옵니다. 저와 다른 후궁들도 마마를 본받도록 하겠사옵니다.”금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천천히 말씀 나누십시오. 신첩은 다른 일이 있어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금영이 떠나자, 방 안의 분위기는 곧장 차갑게 가라앉았다.서 황후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그 거짓된 인자한 낯짝은 집어치우거라. 그냥 솔직하게 본궁이 무슨 꼴을 하고 있을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구나.”두 사람은 황제가 태자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다투어 왔다. 서로의 온화하고 현숙하며 지적인 얼굴 아래 어떤 민낯이 감추어져 있는지 아주 잘 알았다.현비는 온몸에 서책의 향기가 배어 있는 듯했고, 어딘지 곧은 기개가 있어 후궁 안에서도 제법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 후궁에서 살아남은 이들 중 평범한 이는 거의 없었다.서 황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현비는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서 황후가 차갑게 현비를 바라보았다.“이번에는 본궁이 잠시 방심하여 저 천한 계집에게 한 번 발목을 잡힌 것뿐이다. 하지만 너도 너무 일찍 기뻐하지는 말거라. 언젠가 저 계집이 그 칼끝을 너에게 겨눌지도 모르니.”현비가 웃으며 말했다.“마마도 참 별말씀을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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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금영은 먼저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그런데 막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채아가 무릎을 꿇었다.“마마, 제발 저 좀 살려 주시옵소서!”금영은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는 채아를 내려다보았다. 한 점의 동정도 일지 않았다.“이번에는 본궁도 너를 구할 수 없다.”금영이 차갑게 말했다.그녀는 이미 채아를 두 번이나 구해 준 적이 있었다.한 번은 귀신을 만났을 때였고, 또 한 번은 왕 미인의 손아귀에서였다.채아에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었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흐르지는 않았을 것이다.“마마, 정말 잘못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황후마마께서 절대 노비를 가만두지 않으실 것입니다. 저를 구해 주실 수 있는 분은 오직 마마뿐이옵니다!”채아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금영이 차갑게 말했다.“나가거라.”채아는 원망 어린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마마께서 저를 구해 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마마를 따라다닐 것이옵니다!”일개 궁녀인 그녀가 금영과 정면으로 맞설 방법은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고작 이런 악독한 저주뿐이었다.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불길하다 여겼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금영 자신이 이미 귀신이 되어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금영이 채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럼 네가 먼저 귀신이 된 뒤에 다시 말하거라.”참으로 쓸모없는 아이였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자신을 저주할 줄만 알지, 여전히 서 황후에게 원망 한마디 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러니 이런 결말을 맞는 것도 당연했다.금영은 채아를 자신의 처소 밖으로 내보냈다.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무는 법이었다. 채아가 막다른 곳에 몰려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를 일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서 황후를 떠올렸다. 부디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고 서둘러 채아를 없애 주길 바랐다.금영은 방 안에서 잠시 쉬었다가 해수와 몇 명의 내관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때는 오전이었다. 햇살은 맑고 환했다. 아침에 바람이 한 차례 분 덕분에 풀밭의 이슬도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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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맹운산은 겉보기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쩐지 금영은 그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두운 그늘이 조금 더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금영은 잠시 망설였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또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러자 오히려 먼저 입을 연 것은 맹운산이었다. 다만 얼굴에 짓궂은 기색이 역력했다.“마마, 거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입궁하시더니 목에 힘이 아주 단단히 들어가셨습니다? 앞으로 저랑은 말 한마디 안 섞으시려고요? 신분이 고귀해지셨다고 옛 인연을 이렇게 칼같이 자르시다니, 서운해서 살겠습니까? 우리 의형제 맺었던 날의 눈물겨운 맹세는 대궐 연못에 홀라당 빠뜨리셨나 봅니다?”그러더니 맹운산은 일부러 한숨까지 내쉬며 금영을 힐끗 보았다.“아이고, 내 신세야. 참 서글프다, 서글퍼.”마치 금영이 세상에서 가장 박정한 사람이라도 된 듯한 얼굴이었다.금영은 할 말을 잃었다. 어두운 그늘이니 뭐니, 자신이 잘못 본 게 분명했다.맹운산은 아주 멀쩡해 보였다.짓궂은 그의 모습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이 조금은 풀렸다.‘그래, 맹운산처럼 천성이 밝은 사람이 겨우 나에게 거절당했다고 오래 괴로워할 리 없어.’그때의 마음은 어린 시절의 풋풋한 연정에 가까웠을 것이다.아마 맹운산은 연정보다는 친구로서 그녀가 황궁이라는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으니, 예전처럼 다시 그녀를 대하려는 듯했다.그가 스스로 납득했다면, 두 사람은 다시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낼 수 있었다.금영은 속으로 다행이라 여겼다. 그녀는 이제야 마음속 큰 짐을 덜어낸 듯한 기분에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이제 맹운산도 괜찮아졌다면, 자신도 더 이상 어색하게 굴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금영은 그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마음먹으며 장난스레 콧대를 들어 올렸다.“참으로 방자하구나! 본궁을 보고도 예를 올리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감히 본궁의 태도를 따지고 들어? 설마 본궁이 먼저 네게 인사를 올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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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황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끝내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인기척을 느낀 세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곧이어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금영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정색하며 예를 올렸다.“신첩, 폐하를 뵙사옵니다.”뒤이어 유진설과 맹운산도 동시에 손을 거두고 함께 예를 올렸다.황제는 먼저 금영을 부축한 뒤에야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예는 되었다.”예는 거두게 했지만, 세 사람 사이의 즐겁던 분위기는 이미 깨져 버린 뒤였다.유진설은 조금 전의 활달함을 잃고 나무 기둥처럼 얌전히 서 있었고, 맹운산 역시 눈을 살짝 내리깐 채 공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황제는 괜히 코끝을 만졌다.‘자신이 그렇게 무서운가?’황제가 유진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대는 금영과 본래 친분이 깊다 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궁에 자주 들어와 금영의 말동무가 되어 주거라.”이렇게 서슴없이 웃는 모습은, 금영이 입궁한 뒤로 거의 처음 보는 것이었다.유진설이 얼른 답했다.“예, 폐하.”황제는 다시 맹운산에게 시선을 돌렸다.“맹 소장군도 금영과 사이가 꽤 좋아 보이는군.”그 말을 들은 맹운산의 몸이 살짝 굳었다.금영은 황제가 맹운산을 난처하게 만들까 걱정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예전에 맹 소장군이 할아버지께 병법을 배운 적이 있어 가끔 왕래할 일이 있었사옵니다. 다만 신첩이 남양에 간 뒤로는 자주 본 적이 없사옵니다.”거기까지 말한 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말을 돌렸다.“폐하, 앞쪽 경치가 좋사온데 신첩과 함께 걸어 주시겠사옵니까?”황제는 금영을 깊이 바라보았다. 눈빛은 조금 전보다 한층 더 깊어져 있었다.그때 유진설이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채찍을 주웠다. 그리고는 맹운산의 소매를 덥석 붙잡으며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우리도 마저 승부를 내야지? 이참에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다시 한 판 겨뤄 보자.”그렇게 말한 유진설은 조금 민망한 듯 황제와 금영을 바라보았다.“폐하, 마마. 신녀가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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