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구경을 구실로 모두를 이곳에 불러낸 만큼, 서 황후는 이 명분을 끝까지 이어 가야 했다.정원 안에는 꽃과 풀이 무성했고, 봄기운이 완연했다.황제를 바라보는 후궁들의 눈빛은 더없이 애틋하고 다정했다. 모두들 이 기회를 틈타 황제의 눈길을 끌려는 속셈이었다.예전에는 황제가 후궁 처소에 드나드는 일이 드물었으니, 모두가 마음을 접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영비뿐만 아니라 여비까지 총애받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후궁들의 마음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금영이 아이를 가진 일은 후궁들에게 또 다른 기대를 품게 했다.바깥에서 떠돌던 소문과 달리 황제는 여전히 자식을 볼 수 있는 몸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만 얻어도, 이 쓸쓸하고 깊은 궁궐 안에서 의지할 데가 생길 터였다.후궁들은 저마다 제 아름다움을 드러내려 애썼다. 누군가는 연꽃처럼 사뿐히 걸었고, 누군가는 복숭아꽃 향을 맡으며 최대한 제 얼굴을 화사하게 보이려 했다. 하지만 대부분 표정에 옅은 후회가 어려 있었다. 오늘은 황후를 보러 오는 자리였던 만큼, 황제가 올 줄은 몰랐기에 충분히 꾸미지 못한 탓이었다.금영은 그 자리에 서서 온 정원에 가득 핀 꽃들을 바라보다가, 살짝 눈을 내리깔아 제 봄빛 치맛자락을 보았다.바로 그때, 손 하나가 문득 뻗어 와 금영의 손목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금영을 이끌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안빈은 갓 피어난 복숭아꽃 가지 하나를 꺾어 수줍게 황제가 있던 쪽으로 내밀었다.“신첩, 폐하께 바치고자 봄을 담은 이 가지를 꺾어 왔사옵니다...”봄을 담은 가지라, 듣기는 좋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뜻이 담긴 듯했다.그러나 고개를 들어 보니, 황제는 이미 금영을 데리고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남은 것은 허망하게 흩날리는 꽃잎 몇 가닥뿐이었다. 안빈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불만을 쏟아냈다.“영비마마께서도 참 너무하십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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