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었더니 온몸에 온기가 퍼졌다.술기운 때문인지, 가슴속에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억압되었던 감정이 밀려오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서 계연수는 멍하니 호수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춘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옷깃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바람이 찹니다, 아씨. 눈도 내리는데 저기 복도로 가서 앉으시지요.”계연수는 갑갑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고는 고개를 저었다. 흩날리는 눈꽃이 눈물이 맺힌 그녀의 눈가에 내려앉았다.오늘이 지나면 더 힘든 곤경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장 힘든 때에 그녀는 아버지가 그리워졌다.조금 전까지 뜨거웠던 고구마가 식어서 차게 느껴지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용춘에게 말했다.“하나 더 사다 주지 않겠니?”찬바람이 부는 곳에서 고구마를 들고 있었으니 식은 게 당연했다.용춘은 간곡히 그녀를 말렸다.“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저기 정자로 가서 저를 기다려 주세요. 제가 거리로 나가서 사 오겠습니다.”계연수는 그제야 일어서서 용춘과 함께 옆에 있는 정자로 갔다.정자의 주변에는 가지가 풍성한 매화나무가 늘어서 있어, 먼 곳의 풍경을 반절 가렸다.계연수는 정자의 석상 앞에 앉았다. 용춘은 자세히 그녀의 옷깃을 여며준 후에 손난로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소인이 곧 다녀오겠습니다.”계연수는 고개를 숙이고 여우털 망토에 얼굴을 반쯤 파묻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용춘에게 말했다.“마차에 있는 등불을 가져오거라. 외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실 테니, 조금만 앉았다가 가자.”예전의 계연수는 밖에서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부모님이 애지중지하는 양갓집 규수가 아니기에 약간의 흐트러진 모습만 보여도 곤경에 빠질 것을 알았다.매화주의 술기운이 강했던 탓일까, 눈물이 두 눈에 그렁그렁 고였지만, 용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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