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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Author: 경옥
계연수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다. 먼저 타 보마.”

그녀는 고삐를 잡고 능숙한 몸놀림으로 말등에 올라탔다. 그제야 심서준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계연수가 고른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심서준도 곧바로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 혹시라도 계연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을 생각이었다.

계연수는 그의 굳은 얼굴을 보며 잠시 웃음을 거두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 주고 싶었다.

열한두 살 무렵부터 아버지와 함께 말을 타고 산과 들을 누볐던 그녀였다.

그리고 다시 말 위에 오른 지금, 잊고 있던 감각이 서서히 몸속에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계연수는 고삐를 단단히 움켜쥔 뒤 말의 배를 가볍게 찼다.

검은 말은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내달렸다. 선명한 붉은 기마복을 입은 계연수는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고, 휘날리는 옷자락은 바람을 머금은 깃발처럼 힘차게 펄럭였다.

심서준이 시선을 좇는 사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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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082화

    최씨의 뺨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 집안에서 감히 최씨의 뺨을 때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답은 불 보듯 뻔했다.백씨 말고는 달리 생각할 사람도 없었다.게다가 최씨의 말을 들어 보니, 같은 여인으로서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최씨가 굳이 이 일을 여러 사람 앞에 드러내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었다.구경도 하고 최씨도 도울 수 있는 일인데,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하지만 아무래도 먼저 나서기는 곤란했다. 누군가 앞장서서 말문을 열어야 했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계연수에게로 향했다.계연수가 최씨를 달랬다.“너무 속상해하지 말거라. 어머님께서 네 억울함을 풀어 주실 게다.”계연수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처리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백씨가 속한 큰방의 일이었다. 인정으로 보나 도리로 보나 계연수가 관여하기에는 곤란한 문제였다.백씨가 자리에 없다면 그나마 나섰겠지만, 오늘은 백씨가 마침 집으로 돌아온 데다 최씨의 시어머니이기도 했다. 본래라면 백씨가 나서서 처리하는 게 맞았다.문제는 백씨가 소식을 듣고 찾아와 한바탕 소란을 피울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사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백씨가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시어머니였다면, 최씨가 어찌 이곳까지 찾아왔겠는가?정 소실이 저토록 방자하게 구는 데는 백씨의 책임도 분명 있을 터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최씨의 뺨에 남은 손자국을 바라보았다.그때 계연수의 둘째 사촌 형수가 가장 먼저 참지 못하고 최씨에게 물었다.“네 얼굴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냐?”최씨는 명확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온갖 설움을 억눌러 온 사람처럼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최씨가 눈물을 흘리자 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건네며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그렇게 한창 위로하고 있을 때, 심씨 노부인이 도착했다.심씨 노부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바닥에 무릎 꿇은 정 소실을 바라보았다. 이어 사람들에게 둘러

  • 주문춘귀   제1081화

    최씨는 소매를 여미며 담담한 눈빛으로 시녀에게 일렀다.“지금 사랑채에 손님들이 계시니, 이 첩실을 그리로 끌고 가거라. 어머님께서는 오늘 막 돌아오셔서 피곤하실 테고, 부군께서도 자리에 안 계시지 않느냐. 정 소실이 억울하다고 하니, 노부인과 숙모님들께 시비를 가려 달라고 하자꾸나. 마침 맞은편 큰방의 숙모님들도 와 계시니,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판단해 주실 게다. 그래야 내가 애먼 사람을 벌했다는 소리도 나오지 않겠지.”시녀는 최씨가 첩실의 일을 모두가 보는 앞에 드러내어, 아예 일을 크게 만들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편이 차라리 나았다. 설령 큰 부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노부인과 여러 부인에게 나으리가 첩실을 얼마나 감싸고도는지 똑똑히 보여 줄 수 있을 테니.정 소실은 두려움에 질렸다. 최씨가 이 일을 노부인에게까지 가져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오늘따라 최씨가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듯 굴자, 자기도 모르게 따져 물었다.“다른 데서 화가 나셨다고, 어찌 그 분풀이를 저한테 하십니까?”그러나 최씨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곧장 사람을 시켜 정 소실의 입을 틀어막고 결박한 뒤 사랑채로 압송하게 했다.정 소실을 따르던 시녀도 화들짝 놀랐고, 아이는 겁에 질려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최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사랑채로 향했다.곁을 따르던 어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부인, 아직 얼굴에 붉은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먼저 약부터 바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대로 가셨다가 남들의 눈에 띄면 쓸데없는 말이 나올까 걱정됩니다.”최씨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 이윽고 그녀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내 삶 자체가 이미 한낱 웃음거리인데, 이제 와 남들의 입방아가 무슨 대수겠느냐.”예전에는 집안의 치부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제 최씨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소문이 나려면 나라고 하라지. 이 상황에서 자신이 더 잃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최씨는 잠시 침묵하다 다시 말했다.“앞으로 이틀 동안은

  • 주문춘귀   제1080화

    최씨는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머릿속이 하얗게 비면서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백씨가 계연수에게 당한 분풀이를 자신에게 쏟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최씨도 알고 있었다.손가락이 희미하게 떨렸다.그동안 심씨 집안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난 세월의 장면들이 하나씩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러자 문득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고 허무하게 느껴졌다.백씨의 모진 욕설이 다시 들려왔다.“정민이는 어쩌다 너 같은 여자를 부인으로 맞았는지 모르겠구나! 명문가 출신이라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제대로 해내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뒤이어 이수옥이 백씨를 나직이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백씨는 최씨의 모습을 차갑게 흘겨보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이수옥에게 물을 것이 있으니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백씨는 자신이 없는 동안 계연수가 부저에서 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내고 싶었다.이수옥은 최씨를 한 번 바라보았지만, 결국 백씨의 뒤를 따라갔다.때는 한기가 짙어진 늦가을이었다.더구나 이곳은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라 차가운 바람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날 선 칼날이 최씨의 뺨을 베고 지나가는 듯했다.최씨가 곁에 있는 화단을 손으로 짚었다.눈물 한 방울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곁에 있던 시녀가 작은 목소리로 위로했다.“나으리께서 돌아오시면 오늘 일을 말씀드리세요. 나으리께서 부인의 억울함을 풀어 주실 겁니다. 부인께서 잘못하신 일이 아니잖아요.”최씨는 쓴웃음을 흘렸다.화단을 짚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한동안 침묵하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말하지 말거라. 어차피 그 사람은 내 편을 들어 주지 않을 테니.”최씨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말없이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가는 길에는 아이를 안고 산책하던 정 소실과 마주쳤다.정 소실은 최씨의 뺨에 남은 붉은 손자국을 발견했다. 겉으로는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지만, 눈에 어린 비웃음은 너무나 선명했다.최씨는 붉게 부어오른 뺨을 스치는 찬바람을 느끼며 정 소실을 싸늘

  • 주문춘귀   제1079화

    다들 권세 있는 자에게는 아첨하고 힘없는 자는 짓밟는 인간들이었다.친정이라는 배경이 사라지고, 자신이 집안에서 세력을 잃었다고 이토록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었다.백씨가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등 뒤에서는 여전히 계연수와 여인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백씨는 그 목소리를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아 걸음을 더욱 재촉했다.얼마쯤 걸었을 때 최씨가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백씨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돌려 최씨를 냉담하게 바라보았다.“너도 저쪽으로 가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게냐?”최씨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백씨가 냉소했다.“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내가 부저를 비운 동안 네가 그 아이와 꽤 가까워졌다지? 집안일까지 함께 돌봤다고 들었다. 왜, 그 아이를 따르면 얻어먹을 것이 있을 것 같아 벌써 아첨하기 시작한 게냐?”최씨는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계연수의 곁에서 지내는 동안 최씨도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조금씩 배웠다.예전 같았으면 시어머니가 이런 식으로 추궁하는 순간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 자신은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다급히 해명했을 터였다.하지만 아무리 비굴할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도 백씨는 늘 차가운 말만 퍼부었다. 따뜻한 얼굴을 보여 준 적은 거의 없었다.어떻게 행동하든 백씨의 다정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면, 이제는 오숙모처럼 대처하면 될 일이었다.계연수의 말대로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았다.사람이 상처받고 집착하는 것은 그 일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사람도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약하고 만만한 모습을 보일수록 괴롭히는 사람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최씨는 이제야 그 이치를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계연수도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로 마음을 내려놓

  • 주문춘귀   제1078화

    계연수는 백씨와 겉치레로 말을 주고받을 생각이 없었다.기쁘다니.백씨가 진심으로 기뻐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백씨가 이토록 다급하게 돌아온 것도 심서준의 귀환이 임박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터였다. 분가할 때 자신이 자리를 비워 손해를 볼까 두려운 것이 아니겠는가.탐욕스러운 사람은 아주 작은 손해조차 견디지 못하는 법이었다.계연수는 옅게 웃으며 물었다.“형수님께서는 장원에서 어떻게 제 복을 빌어 주셨습니까?”백씨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그저 예의상 꺼낸 말이었는데 계연수가 정말로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백씨가 뭐라고 대답할지 궁리하는 사이, 계연수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형수님, 가족끼리 굳이 겉치레로 말할 필요는 없지요. 형수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입으로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백씨의 얼굴빛이 몇 차례나 변했다.자신은 계연수보다 어른이었다. 그런데 계연수에게 처신하는 법을 훈계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집안을 다스린 사람은 계연수였다.고작 석 달 남짓이었고 머지않아 분가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연수가 이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법도에 어긋나는 말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 있자니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그러나 겉으로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동서 말이 옳구나.”백씨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대청에는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심씨 노부인은 백씨와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일찌감치 작은 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맞은편 큰방에서는 큰형수와 둘째 형수만 찾아왔다. 두 사람은 백씨에게 다가가지 않고, 다른 조카며느리들과 함께 계연수의 곁에 모여 출산 경험을 들려주었다.계연수가 다음 달이면 아이들을 낳을 예정이었기에 긴장하지 말라고 달래고, 해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세세히 알려 주었다.조카며느리들은 이 기회에 손수 만든 아기용품도

  • 주문춘귀   제1077화

    계연수는 입술 끝을 살짝 당기며 쓴웃음을 지었다.이토록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에 앉아 있으면서도, 심서준을 향한 걱정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졌음에도 정작 그를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그저 속으로 애태우는 수밖에 없었다.막다른 길에 내몰린 사람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말까지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계연수가 돌아가려 하자 황후는 그녀가 배를 받치고 걷는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정 이 일을 말하고 싶었다면 굳이 직접 올 필요가 있었느냐? 서신만 궁으로 보내도 내가 폐하께 말씀드렸을 것이다.”계연수가 대답했다.“그래도 황후마마께 직접 말씀드려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 것 같았습니다.”황후가 한숨을 내쉬었다.“네 심정은 나도 안다. 요즘은 방 안에서 편히 지내며 기다리거라. 소식이 들어오는 즉시 네게 전해 주마.”그제야 계연수는 심씨 저택으로 돌아갔다.하루 뒤, 황후가 보낸 서신이 도착했다.황제도 이 일을 염려하여 금의군을 평부진으로 급파하기로 했으며, 이튿날 바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황제는 특별히 심정우도 동행하게 했다. 심씨 집안사람을 함께 보내 가족들의 불안을 덜어 주려는 뜻이었다.계연수는 서신을 손에 쥔 채 창가에 앉아 오랫동안 넋을 잃었다.그날 오후가 되자 심정우는 정말로 부저로 돌아왔다.심씨 노부인이 심정우에게 거듭 당부했다.“소식을 알아내면 서둘러 전갈부터 보내야 한다. 알겠느냐?”심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즘 날씨가 쌀쌀한 데다 변방은 본래도 몹시 춥습니다. 길을 오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듣자니 그곳에는 벌써 눈까지 내렸다더군요. 평소라면 열흘이면 갈 길도 지금은 이십 일이나 걸릴 수 있습니다. 오숙부께서도 눈 때문에 발이 묶여 귀환이 늦어지신 듯합니다. 제가 바로 가서 모시고 오겠습니다.”심정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북쪽 변방은 본래 추위가 혹독한 데다 겨울도 길었다. 악천후 때문에 길이 지체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계연수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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