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111 - Chapter 120

146 Chapters

제111화

서한승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초기 모델인데도 이 정도야? 진짜 제대로 건졌네.”“지금은 아직 프리 트레이닝 단계라서요. 보여드린 건 실제 제품 성능의 0.01퍼센트도 안 돼요.”“그래도 충분히 눈에 띄어.”직접 써 볼수록 서한승의 만족은 더 커졌다.“좋아, 이 프로젝트에 투자할게!”강서이는 그 말이 그다지 뜻밖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 제품에 대한 확신이 충분했다.그래도 한마디를 더 물었다.“은행장님, 얼마 정도 생각해요?”“초반에는 한 100억 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 다음에는 성장 추이 보면서 정하자.”강서이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도 서한승이 입에 올린 투자 금액을 듣고 조금 놀랐다.“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행장님!” 강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한승과 악수를 나눴다.“같이 잘해 보자는 거지. 계약서 빨리 준비해서 서명하자. 그래야 자금도 계좌로 바로 들어가.”“좋아요!” 강서이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 투자금은 양자화 학습에 바로 투입해야 했다.두 사람의 대화가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 서한승에게 또 손님이 찾아왔다.서태우였다.서태우 혼자 온 건 아니었다. 옆에는 노아리가 붙어 있었다.강서이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반사적으로 두 사람의 뒤쪽을 바라봤다.‘민도하도 같이 왔나?’늘 노아리 곁에는 민도하가 빠지지 않았으니까.그런데 이번에는 의외였다. 민도하는 오지 않았다.“한승아.”노아리는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강서이를 보자 표정이 잠깐 멎었다.하지만 노아리는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도를 가다듬었다. 강서이는 아예 시야에서 지운 채, 노아리는 서한승에게만 시선을 두고 입을 열었다.“일하는 데 방해한 건 아니지?”“아니.”옆에 있던 서태우는 그렇게 티를 숨기지 못했다.강서이를 보는 즉시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곧바로 인신공격 모드로 들어갔다.“너는 왜 내가 가는 데마다 있냐?”강서이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그러게, 너는 왜 내가 가는 데마다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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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서태우는 여전히 화가 덜 풀린 상태였다.다만 옆에 있던 서한승이 눈빛으로 경고하는 바람에 더는 입을 열지 못하고 물러섰다.그래도 분은 남았는지 강서이를 몇 번이나 매섭게 노려봤다.사람 마음이란 참 묘했다.강서이는 그저 서태우의 방식 그대로 서태우에게 돌려줬을 뿐인데, 서태우는 되레 화를 냈다.노아리는 분위기를 풀어 보려는 듯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한승아, 책상 위에 놓인 이 금귤 화분 꽤 괜찮네. 사무실이 너무 딱딱해 보이지 않게 잡아 주고, 분위기도 훨씬 편안해졌어.”“무엇보다 금귤은 뜻도 좋잖아.”서태우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맞장구를 쳤다. 누구보다 재빠른 태도였다.“그러게. 나도 들어오자마자 이 금귤 화분부터 눈에 들어오던데. 되게 센스 있더라.”서한승도 만족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괜찮지?”노아리와 서태우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서한승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오늘 서이가 준 거야. 좀 특별해서 여기다 놔뒀어.”사무실 안은 거의 삼십 초 가까이 조용해졌다.노아리는 그 뒤로는 화분 쪽을 다시 보지도 않았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업무 얘기를 꺼냈다.“내가 오늘 온 건 자금 조달 건 때문에 물어볼 게 있어서야.”서한승이 말했다.“그런 건 프로젝트 매니저를 통해서 은행 담당자랑 바로 맞추면 되지. 네가 직접 올 것까지는 없는데.”“이왕이면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싶었지. 겸사겸사 밥도 같이 먹고.”노아리는 말을 잠깐 끊었다. 시선이 아무렇지 않은 척 강서이 쪽을 스쳤고, 다시 입을 열었다.“조금 있다가 도하도 와.”“원래는 도하가 나랑 같이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었어. 일 마치면 바로 여기로 와서 나 픽업한다고 했고.”강서이는 손에 들고 있던 경제 잡지의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겉으로 보기엔 노아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노아리는 강서이가 애써 태연한 척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강서이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물론 노아리의 말은 다 들었다.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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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게다가 서태우라는 눈이 하나 붙어 있으니, 중요한 정보쯤은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다.마침 민도하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 1층에 도착한 모양이었다.노아리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도하 왔대. 우리 내려가자.”“너 먼저 내려가. 나 컴퓨터만 끄고 갈게.” 서한승이 짧게 답했다.서태우도 원래는 같이 나가려 했다.그런데 서한승이 서태우를 불러 세웠다. 자기를 도울 일이 있다면서 잠깐 보자고 했다.서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나더러 뭘 도우라는 거지?’노아리가 나가자마자, 서한승은 서태우를 향해 바로 쏘아붙였다.“내가 몇 번을 말했어? 회사 기밀은 함부로 외부에 흘리면 안 된다고. 아직도 기억 안 나?”서태우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아리가 무슨 외부 사람이야? 서로 다 알 거 다 알고, 어릴 때부터 같이 컸잖아. 아리는 우리 서씨 가문 사람이 될 뻔하기도 했고. 그런 아리를 어떻게 남이라고 해?”“혼자 너무 많이 앞서간 거야.” 서한승의 말투는 담담했다.“뭘 내가 앞서가? 둘이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안 헤어졌으면 지금쯤 애까지 낳아서 꽤 컸겠다.”“나랑 만난 사람이 한둘이었냐? 그리고 만난다고 다 결혼해야 해?”서태우는 말문이 막혔다.이 말에는 뭐라고 받아쳐야 할지 서태우도 떠오르지 않았다.사무실 밖에서 노아리가 막 서한승의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그때 공교롭게도 서한승의 비서가 짐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상자 안쪽에 눈에 익은 물건이 하나 보이자 노아리는 걸음을 멈췄다.“잠깐만요.”노아리가 비서를 불러 세웠다.노아리는 아직 뜯지 않은 상자 속 케이스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게 예전에 ZH은행 연회에서 자기가 서한승에게 취임 선물로 건넸던 물건이 맞다는 걸 확인한 뒤, 노아리의 표정이 굳었다.비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이건 다 은행장님이 안 쓰시는 물건이라 잡동사니 보관실로 옮기려던 건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노아리는 물건을 다시 상자 안에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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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강서이의 모습은 금세 사람들 사이로 파묻혀 사라졌다.잠시 뒤, 노아리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도하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워낙 많아서인지, 민도하의 미간에는 거친 짜증이 어려 있었다.노아리는 걸음을 재촉해 민도하 쪽으로 다가가며 불렀다.“오래 기다렸어?”“아니, 나도 방금 온 거나 마찬가지야.” 민도하는 노아리를 마주하자 아까의 거친 기색을 거둬들였다.“그럼 아는 사람은 못 봤어?”노아리는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노아리와 강서이는 앞뒤로 내려왔으니, 시간만 따져 보면 두 사람이 마주쳤을 가능성이 컸다.그래서 노아리는 더 서둘러 내려온 것이었다.민도하는 별 감흥 없는 얼굴로 답했다.“못 봤어.”“서이 씨는 봤을 줄 알았는데. 서이 씨도 한승이한테 있다가 방금 나갔거든.”그 말을 들어도 민도하의 반응은 여전히 잠잠했다. 오히려 더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아까 너한테 전화하느라 신경 못 썼어.”노아리는 민도하의 반응도, 대답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입가도 저절로 올라갔다.강서이가 회사로 돌아왔을 때도 다들 아직 야근 중이었다.물건은 일단 만들어 냈지만, 뒤이어 제품을 대상으로 대규모 학습을 더 돌려야 했다. 그래서 다들 하루만 쉬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야근을 이어 가고 있었다.강서이는 다들 고생하는 걸 생각해, ZH은행에서 들고 온 좋은 소식을 먼저 알렸다. 거기에 회사 사람들 전원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식당은 다들 알아서 고르라고 맡겼다.강서이가 변호사와 내일 ZH은행과의 협력 계약서를 준비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왔을 때, 하장현이 예약해 둔 식당 이름을 알려 줬다.‘시냇물’이었다.참 묘하게도 겹쳤다.“왜 하필 여기로 골랐어요?”하장현이 설명했다.“예전에 서이 씨 SNS에서 본 것 같았어요. 괜찮아 보여서 기억에 남아 있었거든요. 왜요? 별로예요? 별로면 다른 데로 다시 알아볼게요.”강서이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여기 괜찮아요. 분위기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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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민도하의 시선이 강서이에게 꽂혀 있다는 건 분명했다.그 안에는 날카로운 기운도 조금 섞여 있었다.노아리는 강서이의 표정이 굳은 걸 못 본 듯, 혼자 말을 이어 갔다.“전에는 서이 씨랑 한승이 사귀는 줄 알았어요. 그때 두 사람이 꽤 자주 붙어 다녔잖아요.”“상상력이 꽤 풍부하시네요.” 강서이의 태도는 다소 날이 서 있었다.노아리는 얼른 해명했다.“제가 다른 뜻으로 말한 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저는 원래 남녀 사이에 순수한 우정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괜히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서이 씨가 불편하셨다면 제가 사과할게요.”노아리의 말은 참 영리했다.짧은 몇 마디 안에, 강서이가 두 달 남짓한 사이에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애매한 관계를 만들고 다닌 사람처럼 들리게 하는 뜻이 다 들어 있었다.강서이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게 받아쳤다.“사람마다 사물을 보는 각도나 해석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대개는 자기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요.”노아리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 민도하의 팔을 끼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서태우만 그 말뜻을 못 알아듣고 멍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뜻이야? 난 왜 못 알아듣겠지?”서한승이 손을 들어 서태우의 머리를 한 번 툭 쳤다.“묻지 마.”그래도 입가에는 옅은 웃음이 어려 있었다.강서이가 노아리에게 돌려준 뜻을 서한승은 알아들은 모양이었다.부처 눈에는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모든 게 추해 보이는 법이다.“아까 배고프다며.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들어가서 밥이나 먹자. 위 안 좋은 사람이 끼니도 제때 안 챙기면 되겠어?”민도하는 꼭 이런 때에 입을 열었다. 젠틀하고 세심한 태도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티 나지 않게 노아리가 물러날 자리도 만들어 줬다.정말 빈틈없이 감쌌다.노아리는 다시 웃는 낯을 되찾았다.“응, 나 배고팠어. 가자, 우리 들어가자.”두 사람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서한승도 강서이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뒤따라 안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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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늘 민도하와 붙어 다니던 노아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강서이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짧게 망설였지만 결국 민도하를 못 본 척 지나치려 했다.그런데 민도하가 한발 먼저 입을 열었다. “배웅해 줘.”그 말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익숙했던 이유는 예전의 민도하가 자주 그런 식으로 강서이에게 지시했기 때문이다.낯설었던 이유는... 민도하가 아주 오랫동안 강서이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민도하의 눈빛은 평소처럼 차갑지 않았고, 눈가가 옅게 붉어져 있었다.술을 마신 탓에 강서이가 이미 오래전부터 비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았다.강서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보듯 차갑게 민도하를 바라볼 뿐이었다.“나 술 마셨어.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민도하는 힘을 실어 말했지만, 부탁이라기보다 명령에 가까웠다.그때 강서이가 부른 차가 도착했고, 강서이는 민도하가 보는 앞에서 차에 올랐다.강서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민도하를 무시하고 차문을 닫아 버렸다.그날 밤, 강서이는 중간에 깨지 않고 오랜만에 푹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는 먼저 계약서 초안을 잡기 위해 회사에 들렀다.김설이 비밀이라도 들고 온 사람처럼 강서이를 찾아왔다. “언니, AI 서밋 초대장 한 장 아직 부족하시죠?”“응.” 강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이도 계속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이미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 둔 상태였다.끝내 구하지 못하면 하장현만 보내면 됐다.아무래도 하장현이 기술 담당자인 만큼 제품을 더 잘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제가 한 장 갖고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강서이는 김설 쪽은 보지도 않은 채 키보드만 두드리며 일에 집중했다. 김설의 말을 믿지 않는 기색이 분명했다.뜸 들이기에 실패한 김설이 다급해졌다.김설은 곧장 초대장을 꺼내 강서이 책상 위에 시원하게 툭 던졌다.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진짜예요!”강서이는 초대장을 집어 들고 몇 번이고 확인했다.이거,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이건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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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일은 강서이의 예상보다도 더 순조롭게 풀렸다.자금은 더없이 빠르게 들어왔다. 다음 날 전체 투자 금액의 절반이 바로 회사 계좌에 찍혔다.강서이에게는 그야말로 급한 불을 끄는 돈이었다. 그동안 쓸 수 있는 돈은 이미 바닥이 보일 만큼 자금 상태가 어려웠다.강서이는 자금이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회사 기술팀과 회의를 열었다.AI 서밋이 열리기 전까지 모델 학습을 충분히 끌어올려 서비스에 올릴 수 있게 서둘러 달라고 했다.양자화 학습에는 방대한 인터넷 데이터가 받쳐줘야 했다. 그래서 강서이는 따로 K시까지 날아가 동화투자의 남수환 대표를 찾아갔다.동화투자는 국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고, 가장 앞선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곳이었다.그쪽과 연동만 할 수 있다면 학습 효율은 크게 올라갈 터였다.다만 강서이는 K시에 와서도 민도하와 노아리를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세상은 참 좁기도 했다.강서이가 동화투자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었다.민도하는 남수환과 식사 약속을 잡아 둔 상태였다.강서이는 오늘은 허탕 치고 돌아가게 되나 싶었다.그런데 노아리가 먼저 강서이를 식사 자리에 부르겠다고 나섰다.마치 지난 일쯤은 아예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은 사람처럼 여유로웠다.“도하야, 이렇게 이곳에서 서이 씨까지 마주쳤는데, 그냥 같이 가면 안 될까? 어차피 다 아는 사이잖아.”남수환도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남수환은 강서이가 들고 있는 그 프로젝트를 제법 좋게 보고 있었다.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권은 아무래도 민도하에게 있었다.민도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노아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런 건 네가 정하면 돼. 내 의견까지 물을 필요 없어.”그런 믿음은 아무 사이에서나 나오는 게 아니었다.아주 가까운 관계여야만 가능한 신뢰였다.강서이는 칠 년 동안 애썼지만 끝내 얻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강서이는 잠깐 멍해졌다.노아리가 강서이를 향해 살갑게 웃었다. “서이 씨, 같이 갈래요?”강서이는 거절하지 않았다.애초에 강서이가 K시까지 온 이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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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남수환이 노아리와 이야기를 마친 뒤에야 강서이를 돌아보며 이번에 K시까지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그제야 강서이는 입을 열 기회를 잡았다. 그녀는 당연히 물러서지 않고 기회를 붙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강서이 역시 데이터베이스를 보고 왔다는 말을 듣자 남수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이건 좀 난처하네요. 제가 이미 노아리 본부장과 약속한 상태라서요.”강서이는 마음이 급해졌다. “대표님, 저희는 지금 동화투자의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대표님께서도 예전부터 저희 제품 좋게 봐 주셨잖아요.”“이제 결과물도 나왔고, 마지막 단계만 남아 있습니다. 부디 한 번만 도와주세요.”강서이는 먼저 남수환의 잔에 술을 채워 주고, 직접 잔을 들어 예를 갖췄다.그녀는 어떻게든 기회를 붙잡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그런데 꼭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노아리가 농담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강 대표님 술 잘하신다는 얘기는 진작 들었어요. 오늘 보니까 정말 소문이 괜한 말이 아니네요.”“소주를 거의 반병이나 드셨는데도 아무렇지 않으시네요. 따로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괜찮으시면 저한테도 좀 알려 주세요.”강서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민도하가 먼저 말을 받았다. 말투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네가 술은 배워서 뭐 하게. 그럴 일 없어. 배울 필요도 없고.”노아리의 마음이 달콤하게 풀어졌지만, 입으로는 투정을 부렸다. “도하야, 네가 늘 내 옆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나도 혼자 감당해야 할 때가 있을 텐데, 조금쯤 배워 두면 나쁠 건 없지.”“게다가 너도 술이 센 편은 아니잖아. 내가 익혀 두면 너를 대신해서 좀 받아 줄 수도 있고.”참 다정하고도 세심한 말이었다.민도하가 그런 노아리에게 속수무책일 만도 했다.강서이가 남자였어도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달콤한 기류에 휘둘리지 않았고, 여전히 남수환을 설득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강서이는 노아리와 달랐다.뒤를 받쳐 주는 배경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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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식사 자리가 끝난 뒤, 강서이는 식당을 나오자마자 하장현에게 전화걸어 K시 쪽 상황을 먼저 알렸다.하장현은 내내 강서이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래서 거의 벨이 울리자마자 받았고, 너무 빨라서 강서이도 잠깐 멈칫했다.강서이가 입을 떼기도 전에 하장현이 다급하게 강서이를 안심시켰다. “협업이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제가 여기서 다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그 말을 마친 뒤 하장현은 곧 자책하는 기색을 보였다. [애초에 강 대표 혼자 타지까지 가시게 하면 안 됐는데요. 차라리 제가 지금 올라갈까요? 항공편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강서이가 서둘러 말을 끊었다. “오지 마세요. 이쪽은 이미 정리됐어요.”[정리됐다고요?]하장현은 뜻밖이라는 듯 되물었다.강서이의 말투에서는 기쁨이 크게 묻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강서이는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 차근차근 하장현에게 설명했다.그러자 하장현이 바로 말했다.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 자원들... 제 손에 들어오면 훨씬 높은 효율로 굴러갈 수 있게 해 보이겠습니다!]하장현이 그렇게 말해 주자 강서이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곳까지 괜히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언제 돌아올 거예요?]하장현은 일보다 강서이의 일정을 더 먼저 챙겼다.“아까 식사 자리에서 술을 조금 마셔서 바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 아마 내일쯤 가야 할 것 같아요.”[또 술 마셨어요?]하장현은 듣자마자 미간을 좁혔다.“자리상 어쩔 수 없었어요.”[위는 괜찮으세요? 불편한 데는 없고요?]“괜찮아요. 미리 대비도 해 뒀고,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에요.”하장현은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안심하지 못한 듯했다. [그럼 숙소는 정했어요? 너무 아끼지 마시고 괜찮은 호텔로 잡으세요. 안전해야 하고, 서비스도 좋은 곳으로요. 가능하면 직원을 통해서 해장국 같은 것도 좀 드시고요.]강서이가 하장현의 길어지는 걱정의 말을 끊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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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강서이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쪼그려 앉아 손끝으로 물 온도를 확인했다.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그런데도 한지수는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뛰어내리고 있었다.물 밖으로 올라올 때마다 한지수는 온몸을 덜덜 떨었다. 추위를 버티기 힘들다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강서이는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매니저가 미리 말해 줬기 때문이다. 한지수의 감정이 흐트러지면 다시 찍어야 할 수도 있다고.그래서 강서이는 마음을 꾹 눌러 참은 채, 촬영이 끝날 때까지 내내 기다렸다가 한지수가 물 밖으로 완전히 나온 뒤에야 수건을 들고 다가가 물기를 닦아줬다.“여기 어떻게 왔어?” 한지수는 강서이를 보자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서도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너무 추우니까 말하지 말고,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 강서이는 눈가가 벌써 붉어져 있었다.한지수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강서이는 곧장 자기 몸에 둘러 두고 있던 패딩을 벗어 한지수에게 입혀 줬다.그 패딩은 원래 한지수 것이었다. 강서이가 일부러 입고 있었던 것도 한지수의 몸을 조금이라도 빨리 데우기 위함이었다.한지수는 생강차를 두 잔이나 마시고 나서야 겨우 몸을 추슬렀다.“이렇게 힘든 촬영인 거 뻔히 알면서, 왜 하필 이 역할을 맡은 거야?” 강서이는 투덜대면서도 한지수 손을 놓지 않고 계속 감싸 쥐며 체온을 전해줬다.“돈 많이 주잖아! 게다가 큰 작품이야. 잘되면 나 이걸로 한방에 뜰지도 모르지?”한지수는 천성이 낙천적인 사람이었다.“그때 되면 네가 나 만나려 해도 미리 약속 잡아야 할걸? 겨우 만나도 나더러 한지수 배우님, 아니면 한지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라.”“한지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님, 너 뜨면 사람 시켜서 쥐도 새도 모르게 나 없애는 거 아니지?” 강서이가 그 말을 받으며 물었다. “내가 네 비밀을 너무 많이 알잖아.”한지수는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농담은 농담이었지만, 한지수는 곧바로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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