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131 - Chapter 140

146 Chapters

제131화

한편, 강서이는 하장현을 부축한 채 길가에서 거의 십 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택시를 잡았다.하장현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술이 반쯤 깼고, 자신을 부축하느라 애쓰는 강서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그만큼 더 깊어졌다. 자기가 강서이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강서이가 자신을 챙기느라 애를 먹게 했다고 생각했다.“앞으로 술자리 접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 사장님이 저 대신 막아 주지 않아도 돼요. 전 감당할 수 있어요.”강서이가 하장현에게 말했다.“제가 술이 약하긴 해요. 그래도 강 대표 대신 한 잔이라도 받아 주고 싶었어요. 제가 한 잔 받으면, 강 대표가 한 잔은 덜 마셔도 되니까요...”하장현의 말은 R시의 매서운 한기를 조금 밀어냈다.강서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장현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강 대표, 괜찮아요?”강서이는 의아했다.‘내가 그렇게 안 좋아 보이나?’하장현이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방금 차가 지나갈 때 민 대표님을 봤어요. 민 대표님이 강 대표 앞에서 차창을 올리시더라고요.”강서이는 하장현이 꺼내지 않았다면 아예 잊고 있었을 일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그 말은 진심이었다. 하장현이 믿든 믿지 않든.“어차피 이 세상에는 누군가 내 곁에 영원히 있어 줄 수도 없고, 누군가가 없다고 해서 혼자 못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내가 떠나도 지구는 그대로 돌아가요.”...다음 날 이른 아침, 누군가 노아리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노아리는 민도하일거라고 생각하고 들뜬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서태우였다.“깜짝 놀랐지? 완전 뜻밖이지?”서태우는 손에 캐리어까지 끌고 있었다. 막 R시에 도착한 모양이었다.“어떻게 왔어?”노아리는 실제로 놀랐다.“당연히 우리 아리 여신님한테 한수 배우러 왔지!”서태우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노아리 뒤쪽을 슬쩍 들여다봤다.“도하는? 아직 안 일어났어?”“응.”“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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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노아리는 서태우가 부탁한 일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아침을 먹는 짧은 시간에도 서태우에게 제대로 된 투자자가 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금융 지식, 산업 분석, 리스크 평가, 전략 기획...내용이 워낙 전문적이라서 서태우는 마치 외계어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그럴수록 서태우의 노아리를 향한 감탄은 더 깊어졌다.서태우는 아예 노아리 곁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비서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차에 탈 때도, 차에서 내릴 때도 서태우가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고는 공손하게 한마디 덧붙였다.“여신님, 내리시지!”정환은 그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정환은 서태우를 알고 있었다. 서태우가 B시의 서씨 가문 둘째 아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사람 자체는 조금 못 미더운 구석이 있어도, 뒤에 서씨 가문이 버티고 있는 이상 서태우는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든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대상이었다.그런 서태우가 자기 여자친구의 사촌 언니 앞에서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였다.이사랑은 익숙하다는 듯 정환에게 노아리가 이뤄낸 성취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해외 명문대 금융학 박사.해외 최정상급 은행 근무 이력.게다가 민도하가 몇 번이나 공을 들인 끝에 어렵게 영입한 고급 인재.어느 하나만 따로 떼어 놓고 봐도, 웬만한 사람은 단번에 압도할 만한 이력이었다.정환은 전까지만 해도 노씨 집안이 민씨 가문과 엮인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노아리처럼 높은 지능과 학력, 탄탄한 배경까지 갖춘 여자는 최상위 재벌가에서 며느릿감으로 고르는 기준에 완전히 부합했다.그렇게 보면 노아리와 민도하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정환도 그 때문에 노아리에게 한층 더 살갑게 굴기 시작했다.앞에서는 서태우가 움직이고, 뒤에서는 정환이 따라붙었다.정환은 노아리에게 잘 보일 기회를 놓칠세라 서태우를 주시하고 도왔다.“여신님, 아까 말한 눈 뜨게 해줄 기회가 대체 뭔데?”서태우는 AI 서밋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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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아직 내부 테스트 버전일 뿐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임중산이 설명했다.하지만 사람들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인상이 남았다. 이후에는 분명 각자 더 자세히 알아보려 들 터였다.서태우와 노아리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노아리는 서태우에게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방금 사람들이 나눈 얘기 들었지?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강력한 선견지명이 있어야 해. 시장 변화와 새롭게 떠오르는 흐름을 미리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기회가 보이면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해.”서태우는 그런 전문 용어를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노아리가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는 이해했다.“그러니까 그 뭐냐, ‘문심’이라는 게 다음 투자 흐름이라는 거지?”노아리는 서태우의 이해력이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럼 나 지금 바로 정보 캐러 간다!”서태우는 몹시 들뜬 채 재빨리 사람들 틈으로 끼어들었다.노아리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노아리도 ‘문심’이라는 제품에 꽤 흥미가 생겼다.‘조금 있다가 도하한테도 말해야겠어.’노아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이전에 민도하와 함께 참석했던 식사 자리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 다른 지역 자본계 쪽 인물이었다.“노아리 본부장님, 민 대표님은 같이 안 오셨습니까?”상대는 분명 민도하를 보고 찾아온 사람이었다.노아리가 설명했다.“같이 왔어요. 아는 분을 만나 인사하러 갔는데, 아마 곧 돌아올 거예요.”노아리의 말을 들은 왕 대표가 웃으며 감탄했다.“노아리 본부장님과 민 대표님은 사이가 참 좋으시네요.”노아리도 따라 웃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말씀하세요?”“민 대표님이 어디 가는지, 누구 만나는지 다 말씀하고 가시잖습니까. 남자는 마음에 둔 여자에게만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말하는 법입니다.”왕 대표가 그렇게 설명하자, 노아리의 마음 한켠이 달콤하게 차올랐다.마침 민도하가 돌아왔고, 노아리 곁으로 다가오자, 노아리는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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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서태우는 강서이가 틀림없이 발끈할 거라고 생각했다.뜻밖에도 강서이는 화를 내기는커녕 웃으며 서태우에게 물었다.“듣자 하니까 태우 도련님은 작년에 아버지 돈 900억 원 날렸다며?”“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서태우는 아픈 곳을 정통으로 찔린 사람처럼 바로 폭발했다.요즘 서태우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일을 한마디씩 꺼내는 바람에 거의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서씨 가문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다. 그런데 이제는 강서이한테까지 무시당해야 한단 말인가?“내가 태우 도련님한테 괜찮은 길 하나 알려 줄 수는 있어.”강서이는 환하게 웃었다.서태우는 강서이의 웃음에 잠시 넋이 나갔다. 머릿속 생각이 멈춘 것처럼 멍해진 서태우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무슨 길?”“막장 드라마 작가. 태우 도련님, 그런 거 쓰는 데 꽤 재능 있어 보여.”...한편, 노아리는 내내 민도하 곁에 붙어 다니며 적지 않은 인맥을 쌓게 됐다.노아리는 민도하가 재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민도하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했다.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나이보다 권력과 지위가 더 큰 힘을 가졌다.노아리는 예전에 망설임 없이 민도하를 따라 귀국하기로 한 일이... 자신이 내린 가장 옳은 결정이었다고 점점 더 확신하게 됐다.서한승도 훌륭한 사람이긴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노아리가 과거 서한승을 따라 해외로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다만 ZH은행의 현재 성장세와 흐름은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프라임로드투자에 미치지 못했다.예전의 노아리라면 조금은 망설였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노아리는 완전히 민도하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오늘 얻은 게 꽤 많아.”민도하가 접대에서 잠시 벗어난 틈에 노아리는 오늘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인공지능은 분명 다음 기술 혁명의 중요한 동력이 될 거야. 우리도 이 기회를 잡아야 해.”민도하는 노아리의 사업적 감각을 높이 샀다.노아리는 더욱 자신감이 차올랐다.“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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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말을 마친 서태우는 다 마신 생수병을 손으로 세게 구겨 버렸다. 속에 쌓인 화를 거기에라도 풀려는 것 같았다.노아리는 서태우의 반응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서태우는 마음이 조금 가라앉고 나서야, 자신이 노아리에게 해야 할 중요한 말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그 뭐냐, ‘문심’ 관련 내부 정보를 알아냈어!”노아리는 확실히 ‘문심’에 관심이 많았다. 곧바로 물었다.“무슨 내부 정보?”“그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가 B시에 있대. 게다가 규모도 엄청 작은 회사고, 자본금도 겨우 9억 원 정도래. 아직 제대로 된 투자를 못 받은 것 같더라. 그래서 B시에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거고.”“B시라면 오히려 더 좋지.”노아리는 반기는 기색이었다.서태우도 같은 생각이었다.“이따 제품 교류회 있잖아. 우리 방법 찾아서 바로 컨택하자!”“좋아.”노아리는 그 일에 꽤 자신이 있었다.노아리에게는 프라임로드투자 투자은행과 민성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거기에 민도하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있었다.이런 제안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잡지 못할 리가 없었다.“미리 말해 두는데, 나도 꼭 끼워 줘. 나 이번에도 성과 못 내면 진짜 우리 아버지한테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노아리는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노아리의 대답을 듣자 서태우의 마음은 금세 든든해졌다.심지어 서태우는 자신이 곧 지난 실패를 완전히 씻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노아리가 직접 이끄는 투자이지 않은가.분명 수익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강서이는 서태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민도하와 완전히 갈라선 뒤부터, 강서이는 더 이상 민도하 주변의 사람이나 일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심지어 당사자인 민도하도 이제는 강서이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키지 못할지도 몰랐다.강서이가 막 하장현과 합류했을 때, 오병태가 찾아왔다.오병태는 두 사람에게 제품 교류회 일정이 끝난 뒤, 핵심 제품 전시 순서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고 알려 주었다.강서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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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그냥 대충 배달음식 시키면 되죠. 식당 가서 먹으면 돈 꽤 들잖아요.”하장현은 의외로 물러서지 않았다.“돈 많이 안 들어요. 식당에서 먹는 게 맞아요.”“뭐든 괜찮아요.”강서이는 그저 간단히 밥 한 끼 먹는 일이라고 생각해 깊게 따지지 않았다.게다가 지금 강서이에게는 따로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하장현도 핵심 제품 발표에 필요한 내용을 준비하느라 바빴다.강서이는 조금 전 안면을 튼 현장 스태프 소하를 찾아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일을 거들었다.“오늘 정말 고생 많으시네요.”강서이는 현장 스태프들에게 생수를 사다 주었다.“감사합니다, 강 대표님.”사람들은 생수를 받아 들고 강서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아니에요. 여러분은 한참 바쁘셨으니까 잠깐 쉬세요. 이 전시 안내판은 제가 옮겨 드릴게요.”“이것도 꽤 무거운데요. 강 대표님은 내려놓으세요. 저희가 옮기면 됩니다.”“안 무거워요. 저 할 수 있어요. 먼저 물 좀 드세요.”강서이는 원래 일 처리에 거침이 없었다. 곧바로 두꺼운 전시 안내판 더미를 품에 안고 전시 구역으로 향했다.강서이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손에 든 전시 안내판은 강서이의 키보다도 높아서 강서이는 고개를 비스듬히 빼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야 했다.걷는 모양도 썩 예쁘지 않았고, 부딪힌 사람들에게 계속 사과해야 했다.서태우는 노아리와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던 중 그 모습을 보고, 못마땅하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자기가 여기 스태프야, 뭐야? 딱 시다바리 팔자네.”노아리는 한 번 바라본 뒤 바로 시선을 거두었고, 강서이를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민도하가 강서이에게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부터, 노아리는 더 이상 강서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하물며 경쟁 상대로 볼 이유도 없었다.서태우는 조금 전 강서이에게 당한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둔 채 중얼거렸다.“예전에도 강서이는 저랬어. 도하 옆에서 개처럼 따라다녔지. 도하 주변 사람들도 강서이를 도하가 아무리 쫓아내도 떨어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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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다른 여학생들도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노아리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질 줄 몰랐다.강서이의 이마에 맺힌 땀처럼... 다만 강서이 쪽은 지쳐서 흐르는 땀이었다.강서이는 겨우 일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하이힐에 쓸려 까진 뒤꿈치를 문지르며 숨을 돌리던 참이었다.그때 하필 저쪽에서 다정한 연애극 같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꽤 감동적인 장면이기는 했다.강서이조차 아주 조금은 감동할 뻔했다.소하영은 강서이가 도와준 일이 고마웠다.“강 대표님, 제가 괜찮은 전시 위치 하나 잡아 드렸어요.”“정말 고마워요!”“당연히 해 드려야죠. 강 대표님도 저희 일을 많이 도와주셨잖아요.”소하영은 강서이 같은 미인과 일하는 게 꽤 마음에 들었다. 강서이는 눈치가 빠르고, 상대를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었다.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일을 찾아서 했고, 따로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그래서 소하영도 기꺼이 강서이를 도와주고 싶었다.강서이는 하장현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다. 강서이와 하장현은 곧바로 가져온 물건을 전시 위치로 옮기려 했다.그때 소하영의 상사가 다가왔다. 상사의 표정은 꽤 엄했다.“이 자리는 DT그룹 쪽에 배정된 자리 아니었나?”소하영이 설명했다.“DT그룹은 다른 위치를 쓰겠다고 했습니다.”“DT그룹이 안 쓴다고 해도, 아무한테나 줄 자리는 아니야. 철수시켜.”“팀장님...”“철수시키라고 했어.”팀장의 태도는 단호했다.소하영도 어쩔 수 없이 팀장의 지시에 따라 그 전시 위치를 비워야 했다.소하영은 강서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강서이는 얼른 괜찮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한바탕 시간이 흐른 뒤라, 좋은 전시 위치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하장현은 강서이가 풀이 죽을까 봐 걱정되어 위로했다.“구석 자리라도 괜찮아요. 저희는 제품이랑 핵심 기술로 승부하면 되니까요.”하지만 강서이의 자기 회복 능력은 하장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하 사장은 먼저 부스 정리해 주세요. 저는 홍보 리플릿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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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강서이는 민도하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몇 마디에 헛웃음이 나왔다.민도하는 서태우가 일부러 시비를 걸고, 일부러 강서이와 하장현의 부스를 망쳤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민도하는 서태우의 말을 믿었다. 마치 강서이가 정말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인 것처럼.강서이는 민도하가 서태우의 뻔한 수작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민도하는 그저 눈감아 주고 있었다. 서태우가 몇 번이고 강서이를 놀리고, 모욕하는 일을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강서이는 화가 치밀어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민 대표가 이렇게 시원하게 나오니 좋네. 그럼 2억 원만 배상해.”민도하가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서태우가 참지 못하고 강서이를 비꼬았다.“야, 그건 협박인 거 알지? 노트북 하나 가지고 무슨 2억이야. 최고 사양으로 잡아도 얼마 안 해!”“그럼 최고가로 배상해.”민도하가 바로 결론을 내렸다.마치 이 정도면 강서이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준 것이니, 강서이가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는 태도였다.민도하는 핸드폰으로 가격을 확인한 뒤, 강서이에게 수표 한 장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아마 노아리에게 서둘러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강서이가 억울한 일을 당하자, 가장 신이 난 사람은 서태우였다.“강서이, 이제 좀 알겠어? 너는 도하한테 아무 가치도 없어.”“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서태우는 바닥에 흩어진 홍보 자료를 발로 흐트러뜨렸다. 입가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솔직히 말할게. 나는 일부러 너희 부스 망가뜨린 거야. 그런데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네가 그렇게 뛰어다니며 겨우 얻어 낸 좋은 자리도, 내 말 한마디면 바로 철수시킬 수 있어.”“그러니까 강서이, 앞으로 나 보이면 알아서 피해 다녀. 나는 네가 평생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거든.”서태우의 시선이 400만 원짜리 수표 위로 떨어졌다. 서태우는 비웃음을 터뜨렸다.“네 값어치는 딱 이 정도야. 아리와는 비교 자체가 안 돼. 도하는 아리한테 단독 프로젝트를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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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강서이와 하장현은 제대로 제품을 보여 줄 시간조차 얻지 못했다. 현장 사람들은 이미 거의 빠져나간 뒤였다.하장현은 죄책감을 느꼈다.강서이의 마음은 의외로 덤덤했다. 오히려 강서이가 하장현을 위로하며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강 대표는 마음가짐이 정말 좋으세요.”하장현은 진심으로 강서이를 대단하게 여겼다.“예전에 회사 다니면서 다 단련된 거예요. 이것보다 더 힘든 상황도 겪어 봤어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서이는 늘 이렇게, 과거에 겪었던 고생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가볍게 말했다.하장현은 강서이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직장인 여성으로 살아남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장현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알고 있었기에 더 마음이 쓰였다.강서이는 부스 위에 놓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하장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다만 하장현의 말에 답하면서 강서이의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스쳤다.강서이가 지금처럼 어떤 일을 겪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 것은, 전부 예전 민도하의 무관심 덕분이었다.민도하가 강서이에 대해 무심했기 때문에 그녀는 들풀처럼 비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정성껏 보호받는 온실 속 화초가 되지 않았기에 작은 바람과 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그 생각을 하던 강서이는 노아리의 부스 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민도하는 여전히 노아리 곁에 있었다. 마치 전담 경호원처럼 언제나 노아리를 지키고 받쳐 주는 사람처럼 보였다.공교롭게도 강서이가 시선을 거두기 전, 민도하가 고개를 들어 강서이 쪽을 바라보았다.강서이와 민도하의 시선이 허공에서 짧게 마주쳤다.이내 두 사람은 각자 시선을 돌렸다.서태우는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지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여기 보안요원들 진짜 눈치 없더라! 나보고 소란 피웠다잖아! 하마터면 쫓겨날 뻔했어. 다행히 우리 아버지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무사했던 거지.”서태우는 노아리 쪽의 사은품이 거의 다 나간 것을 보고, 속이 조금 풀렸다.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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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서태우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고 싶었다.사람들이 더 이상 서태우를 구제 불능이라고 비웃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그래서 서태우는 행사장을 두 바퀴나 더 돌아다녔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참에 서태우는 강서이와 하장현이 발표 원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서태우의 마음이 꿈틀했다.‘설마 강서이와 하장현도 핵심 제품 명단에 들어간 건가?’그럴 리가 없었다.이 정도 급의 AI 서밋이라면 핵심 제품 명단은 거의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봐야 했다.대개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회사들이었다. 최상위 자원과 지원을 등에 업고, 연구개발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높은 연봉으로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곳들.제품이 초반에 크게 돋보이지 않더라도, 그런 회사에게는 언제든 판을 뒤집을 기회가 있었다.강서이의 사업은 당연히 이 조건에 맞지 않았다.강서이가 예전에 B시에서 여기저기 투자 유치를 하러 다녔다는 이야기는 서태우도 여러 사람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서태우가 직접 마주친 적도 몇 번 있었다.그래서 서태우는 강서이가 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핵심 명단에 들어갈 또 다른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제품 자체가 지나치게 눈에 띄거나, 지나치게 뛰어난 경우.배경도 자원도 별로 없는 제품이지만, 주최 측이 먼저 가치를 알아보고 핵심 명단에 올려 줄 만큼 완성도가 높은 경우였다.그런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분명 수상한 방법을 쓴 거겠지!’‘그래, 틀림없어!’서태우의 눈에 강서이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예전에 강서이는 그런 비열한 방식으로 민도하 곁을 몇 년이나 차지했다.노아리와 서한승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았고, 민도하에게 첫사랑과 다시 이어질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 자칫 강서이의 뜻대로 됐을지도 모른다.강서이는 이런 쪽으로는 확실히 수완이 있는 여자였다.서태우는 강서이를 과소평가했다.‘안 돼. 절대 강서이가 다시 일어나게 둘 수 없어!’강서이가 이 기회를 놓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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