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Bab 251 - Bab 260

334 Bab

제251화

강서이 쪽은 밀려드는 축하 인사로 정신이 없었다.반대로 이예수의 표정은 한껏 굳어 있었다.하필 그때 노장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입찰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고 묻더니, 이미 식당까지 예약해 두었으니 민도하까지 불러 저녁에 가족끼리 축하 식사를 하자는 말까지 했다.이예수의 얼굴은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통화를 끊어 버렸다.노아리는 낯빛은 이미 말이 아니었는데, 이예수가 자리를 뜨자 더 처참해 보였다.이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밤낮없이 뛰었다. 접대도 몇 번이나 했고, 사람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런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아직도 덜 창피해?”이예수는 날카롭게 쏘아붙이고는 차가운 얼굴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노아리는 급히 뒤따라 나가다가 입구에서 커다란 해바라기 꽃다발을 안고 서 있는 서한승과 마주쳤다.노아리와 서한승은 7년을 만났다. 이예수가 서한승을 모를 리 없었다.이예수는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서한승을 보자 잠깐 의아해하다가 노아리를 돌아보았다.노아리는 시선을 피했다.그 반응만으로도 이예수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이예수의 표정은 더 이상 험악하다고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그때 강서이 일행도 행사장 밖으로 나왔다.서한승은 망설임 없이 강서이 쪽으로 걸어갔다. 품에 안고 있던 해바라기 꽃다발을 내밀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해외 출장 중 아니었어요?”강서이는 서한승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서한승도 이 프로젝트의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 강서이가 정기적으로 업무 보고를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서한승이 해외 출장 중이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눈앞에 서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내가 빠질 수는 없잖아.”서한승은 정성껏 준비한 꽃다발을 강서이에게 건넸다.“축하해. 한 단계 더 올라선 거.”“고마워요.”강서이는 기분 좋게 꽃다발을 받았다.“저녁에 같이 식사해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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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요즘 세상에서 상간녀라는 말은 기름통에 불을 붙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 그 화두가 던져지면 사람들은 사실 여부보다 먼저 분노부터 했다.이사랑은 강서이가 이렇게 빛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몰아붙였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한가운데 강서이를 세우려는 속셈이었다.프로젝트를 빼앗아 갔으니, 자신도 강서이의 살점 하나쯤은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렸다.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의 추문에 끌린다. 기자들은 더했다.곧바로 질문이 쏟아졌다. 남의 남자를 빼앗은 게 사실이냐, 상간녀라는 말이 맞느냐는 말들이 마이크와 함께 강서이의 얼굴 앞으로 들이밀렸다.하장현이 급히 손을 뻗어 마이크를 밀어냈다. 분노한 표정으로 강서이를 대신해서 반박하려고 했다.강서이가 그런 하장현을 붙잡았다.하장현이 돌아보자, 강서이는 고개를 저었다. 괜히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었다.강서이는 스스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모든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현장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강서이의 대답을 기다렸다.이사랑의 모욕과 도발 앞에서도 강서이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웃었다.“남의 남자를 뺏었다고요?”강서이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남의 남자를 뺏어서 뭐 해요? 남자 밥줄을 뺏는 게 더 재밌죠.”모두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강서이가 방금 프라임로드투자에서 항만 재개발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빼앗아 온 셈이었다. 민도하의 밥줄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노아리와 민도하는 그 장면을 직접 보고 있었다.또다시 강서이에게 패배한 노아리는 그 말을 듣고 창백해졌다. 옆으로 늘어뜨린 손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그때 노아리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었다. 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노아리는 본능적으로 민도하를 바라보았다.지난번처럼 민도하가 모든 폭풍을 막아 주고, 자신을 이 소란의 한가운데서 데리고 나가 주기를 바랐다.“도하야, 나 돌아가고 싶어.”민도하는 처음으로 반응하지 않았다.분명 옆에 서 있었지만 시선은 멀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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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서주미는 강서이가 결국 민도하에게 버림받을 거라는 말까지 했었다.김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서이는 서주미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그런 이야기를 다시 들어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강서이는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김설은 잠깐 말을 잃었다.‘언니가 언제부터 이렇게 웃기셨지?’“이게 바로 부메랑이죠. 던진 대로 돌아오는 거요.”김설은 속이 시원했다.“저랑 주 본부장님도 똑같이 프라임로드투자에서 나왔잖아요. 저희는 멀쩡히 새 직장 찾아서 일하는데, 저 사람은 업종까지 바꿔서 말단직원으로 일하고 있잖아요. 벌받은 거죠.”저녁 식사 전, 강서이는 주기홍, 하장현과 짧게 회의를 했다. 앞으로의 업무 배분과 진행 방향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주기홍은 괜찮은 시공사 몇 곳을 이미 추려 두었고, 돌아가는 대로 접촉해 보겠다고 말했다.강서이는 주기홍에게 카톡 연락처 하나를 전달했다.상대가 덕건그룹 소용원 대표라는 걸 알게 된 주기홍은 크게 놀랐다.“대표님, 덕건그룹과는 언제 이렇게 연결되신 겁니까?”“전에 술자리에서 알게 됐어요.”강서이는 짧게 설명했다.주기홍은 민두해가 강서이를 몇몇 술자리와 식사 자리에 데리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 덕건그룹 규모 정도의 회사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민두해의 이름값도 있었다. 다만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지 꽤 오래였다.사업가는 이익을 따른다. 상대가 민두해의 체면만으로 움직일 리 없었다.게다가 강서이가 세운 그로스캐피탈은 민성그룹과 직접적인 이익 구조로 얽혀 있지 않았다. 소용원 같은 노련한 대표라면 당연히 망설였을 것이다.주기홍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강서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민도하에게 일부러 큰소리를 쳤던 일을 꺼냈다.“제가 민도하 대표한테 말했어요. ‘제가 이겨서 당신들이 불편해진다면, 이번엔 반드시 이길 거예요.’ 그렇게요.”강서이는 차분히 설명했다.“목적은 민도하 대표와 노아리 본부장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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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이 정도 선물이라면 감사 인사는 해야 했다.강서이는 남유환에게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고마워요.]...남유환도 그 시각 술자리에 있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답장을 보냈다.술잔을 들고 있는 사진도 함께 보냈다.[멀리서 같이 축하합니다.]강서이는 이번엔 답하지 않았다.남유환은 핸드폰을 들고 잠시 기다렸다.강서이가 더는 답하지 않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서태우가 팔꿈치로 남유환을 툭 쳤다.“너 여기 아르망 드 브리냑 로제 맡겨 둔 거 있잖아. 그거 꺼내서 우리도 분위기 좀 내자.”남유환은 담담하게 말했다.“보냈어.”서태우가 놀랐다.“그 좋은 술을 누구한테 보냈다고? 누구길래 그렇게 아까운 줄도 모르고 보내?”남유환은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앉았다.“그것까지 너한테 보고해야 돼?”더 말할 생각이 없다는 태도였다.서태우가 아무리 캐물어도 남유환은 한마디도 흘리지 않았다.“그래, 숨겨 봐라. 어디까지 숨기나 보자.”서태우는 옆에 앉은 민도하를 흘끗 보았다.술자리가 시작된 뒤부터 민도하는 계속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줄곧 무덤덤한 표정이라 그 속내를 읽기가 어려웠다.“아리한테 연락해?”서태우가 물었다.민도하는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하지 않았다.서태우가 혼자 말을 이었다.“아리 지금 많이 힘들겠지. 같이 마시며 위로하려고 만든 자리인데 불러도 안 오네.”서태우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근데 누가 알았겠냐? 강서이가 진짜 그 프로젝트를 따낼 줄은... 예전엔 내가 너무 얕봤어.” “걔, 배짱이 장난 아니더라. 최전만 대표랑 수익 보장 조건까지 걸고 계약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 담력은 아무나 못 가져.”서태우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느낌이 예전의 도하랑 좀 닮았어. 밀어붙이는 힘도 있고, 판돈 걸 줄도 알고, 끝까지 가는 성격도 있고.” “장사는 결국 도박판이라는 말, 예전엔 안 믿었는데 이젠 좀 믿겠다.”강서이 이야기가 나오자, 서태우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도하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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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노아리는 차분히 이사랑을 다그쳤다.“아직도 부잣집에 시집가고 싶지 않아?”노아리는 이해관계를 하나씩 짚어 주었다.“공개 사과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몰라?”이사랑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네가 분한 거 알아. 나도 안 억울한 줄 알아? 하지만 지금 맞붙을 때야? 강서이는 지금 한창 위로 치고 올라가는 중이야. 정면으로 부딪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야.”이사랑이 울상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해?”“일단 참아. 지금 못 건드린다고 해서 앞으로도 못 건드린다는 뜻은 아니니까. 기회는 다시 만들면 돼.”노아리의 눈동자 깊은 곳에 매서운 기색이 스쳤다.결국 이사랑은 직접 그로스캐피탈로 가서 강서이에게 사과하기로 했다.다만 강서이는 이사랑을 만나 주지 않았다. 대신 김설에게 미리 말을 전해 두었다.이사랑은 그로스캐피탈 입구에서 ‘강서이, 미안해’를 250번 말해야 했다.김설이 직접 감독했다.김설은 그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강서이에게 보냈다.강서이는 뜻밖이면서도, 또 완전히 뜻밖은 아니라는 표정으로 영상을 봤다.노아리는 자존심보다 체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봄기운이 완연한 좋은 날씨였다.강서이는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위해 시청으로 갔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배준석이 강서이를 맞이했다.자세히 물어보니 정찬범 부시장 쪽에 문제가 생겨서, 직무에서 배제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정찬범이 맡고 있던 업무는 임시로 배준석이 처리하게 되었다.배준석은 농담처럼 말했다.“이 정도면 인연이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셈인가요?”강서이가 웃었다.“팀장님도 꽤 유머러스하시네요.”업무 이야기가 끝나자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강서이는 배준석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배준석이 예전에 도와준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강서이의 제안을 웬만해서는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밖으로 나가던 길이었다. 배준석은 바깥의 햇빛을 보더니 걸음을 멈췄다.“잠깐만요. 두고 온 게 있어서요.”배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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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한낮의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다. 민도하는 차창을 올리고 나서도 눈이 시린 느낌을 털어 내지 못했다.하지만 민도하는 알고 있었다. 그때 눈을 찌른 것은 햇살만이 아니었다....오후에는 강서이가 하장현의 회사로 가야 했다. 배준석과 업무 협의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강서이가 막 시청 정문 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계단 아래에서 세 사람이 올라왔다.앞장선 사람은 노장훈이었다. 노장훈은 근처에 볼일이 있어 들른 참이었다.계단 위의 강서이를 본 노장훈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노장훈은 동행한 사람들에게 잠깐 일이 있으니 먼저 가라고 말했다.두 사람이 먼저 떠난 뒤, 강서이도 계단을 내려왔다.노장훈이 강서이를 불렀다.“강 대표.”주변에는 다른 사람이 없는 데다가, 상대가 자신의 성을 불렀다. 모르는 사람이긴 해도 강서이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저를 부르셨어요?”“그래요.”노장훈은 온화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 B시 사람이에요?”강서이는 노장훈을 알지 못했다. 노아리의 아버지라는 사실도 몰랐다.강서이에게 눈앞의 중년 남자는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 질문에도 답할 생각이 없었다.“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어요.”강서이는 담담히 말하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노장훈에게는 멀어지는 뒷모습만 남았다.노장훈은 계단 위에 선 채로 강서이가 사라진 방향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잠시 뒤 노장훈은 전화를 걸었다.“사람 하나 알아봐.”강서이에 관한 자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노장훈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원하는 정보를 받았다.자료의 부친란에 ‘사망’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노장훈은 아주 오랫동안 말없이 그 부분을 바라보았다....강서이가 하장현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는 하장현의 비서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저희는 오늘 내내 최대한 좋게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영승반도체 쪽에서 협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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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공항 VIP 통로 출구는 일반 출구보다 한산했다. 강서이는 그곳에서 한지수를 기다렸다.비행기가 착륙하자 한지수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금 내리려고 줄을 서 있다는 내용이었다.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하나둘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강서이는 고개를 숙이고 한지수에게 답장을 쓰고 있었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세 사람이 급히 걸어 나왔다. 맨 앞에 있던 성이남도 고개를 숙인 채 노아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었다.[방금 내렸어요. 오늘 저녁 시간 괜찮아요? 식사라도 같이하시죠.]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성이남은 누군가와 세게 부딪쳤다.충격이 꽤 강했다. 손에서 떨어진 강서이의 핸드폰은 바닥에 부딪히더니 장렬하게 먹통이 됐다.강서이가 급히 핸드폰을 주워서 들었지만 화면은 이미 까맣게 죽어 있었다.그녀가 막 입을 열려던 때, 자신과 부딪친 남자가 옆의 비서에게 차갑게 말했다.“보상해 드리세요.”사과 한마디 없이 남자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강서이는 이런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돈만 있으면 다예요?”성이남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강서이를 위아래로 다시 훑어보았다.그 시선은 사람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 물건을 평가하는 눈빛이라 불쾌했다.결국 성이남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돈이 많으면 확실히 대단하긴 하죠.”...돌아오는 길에 강서이는 한지수에게 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너 진짜 너무 점잖게 굴었다. 나였으면 그 자리에서 얼굴에 발차기 날렸어. 어디서 그렇게 싸가지 없이 굴어?”한지수가 조수석에서 손발을 휘저으며 분개했다.“나 액션 퀸이야. 내가 바닥에 눕혀 놓고 굴릴 수 있어!”강서이는 우울했던 기분이 한지수의 말에 풀리면서 웃었다.“그럼 액션 퀸님, 저녁은 어디서 드시고 싶으세요?”“나 비싼 거! 너 축하해 줘야 하니까 제대로 먹을래!”“좋아. 전부 네 뜻대로 할게. B시에 있는 식당은 어디든 골라.”한지수가 과장되게 눈을 반짝였다.“우리 강 대표님, 통 크다! 혹시 강 대표님 다리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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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강서이를 기분 좋게 해 주려고 한지수는 술을 마시러 가자고 했다.술은 업무 접대 자리에서는 좋은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과 상관없이 가볍게 마시는 술은 기분 전환이 될 때도 있었다.둘이 함께 술을 마신 지 오래됐기 때문에, 강서이도 한지수의 뜻대로 따라 주었다.한지수가 고른 곳은 새로 생긴 바였다. 이름은 ‘랩소디’였다.인테리어도 감각적이고 젊었다. 퇴근 후 젊은 사람들이 가볍게 들러 쉬기에 어울리는 곳이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거는 사람들이 다가왔다.강서이는 곧바로 거절했다.강서이는 차가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웃지 않을 때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었다.문제는 얼굴이 너무 아름답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말을 걸러 오는 사람이 계속 생겼다.한지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봤지? 민도하 그 개자식 하나 벗어나니까 바깥에 숲이 통째로 펼쳐져 있어.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 때문에 마음 닫고 살 필요 하나도 없다니까.”말을 하던 한지수가 잠깐 멈췄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물론 방금 말 건 사람들은 아예 보지도 마. 하나같이 별로야. 남자를 새로 찾을 거면 민도하보다는 잘생긴 사람으로 찾아야지.”말을 끝내고 보니 예시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민도하보다 잘생긴 사람은 솔직히 찾기 어려웠다.민도하보다 돈 많은 사람은 더 어려웠다.“됐고, 그냥 술이나 마시자.”직원이 칵테일 두 잔을 들고 와 공손히 내려놓았다.“남유환 전무님께서 강 대표님과 동행하신 분께 보내신 윈스턴 칵테일입니다.”한지수가 눈썹을 올렸다.“남유환 전무가 누구야?”강서이가 대답했다.“협력사 쪽 사람.”“되게 통이 크네?”한지수는 특제 윈스턴 칵테일 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이거 한 잔에 1500만 원 가까이 하지 않아?”강서이는 한지수의 놀림에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에게 물었다.“남유환 전무님은 어디 계세요?”직원이 방향을 가리켰다.강서이가 바라보자 남유환이 잔을 들어 보였다.예의상 강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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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남유환이 민도하에게 술을 마실지 물었다.민도하는 물을 달라고 했다.남유환은 자신의 잔에다 위스키를 따랐다. 손에 잔을 쥔 채 느긋하게 흔들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방금 밖에서 강서이 봤어. 친구랑 같이 있더라. 칵테일 한 잔씩 보냈지.”서태우의 손이 멈췄다. 머릿속에 방금 들었던 말이 연결됐다.“아까 걔들이 말한 그 ‘끝내주는 여자 둘’이 강서이랑 친구였다는 거야?”“아마도.”서태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민도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물 한 잔을 마신 뒤 전화를 받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른 한쪽에서 한지수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돌아온 그녀의 표정은 몹시 좋지 않았다.강서이가 물었다.“왜 그래?”“민도하 봤어.”한지수는 숨기지 않았다.강서이는 피식 웃었다. 아무 일도 아닌 사람처럼 한지수를 달랬다.“봤으면 본 거지.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우리 기분 망치지 말자.”“내가 화가 나서 그래.”한지수는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강서이가 병상에 힘없이 누워 있던 모습.의사는 강서이가 아이를 잃었을 뿐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고 했다.그 끔찍한 경험은 모두 민도하 때문이었다.그런데 민도하는 왜 행복해야 하는가?강서이에게 그렇게 해 놓고, 왜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자신은 첫사랑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대체 왜...“다 지나갔어.”강서이의 목소리는 잔잔한 호수의 물처럼 담담했다.다 지나갔다.그저 단순한 한 마디였다.하지만 7년은 너무 길었다.강서이가 과거를 내려놓기 위해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이 베이고 찢겨야 했는지, 한지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배가 좀 아파. 화장실 한 번 더 다녀올게.”한지수는 잔을 내려놓고 다시 일어났다.강서이는 한지수가 뭘 잘못 먹은 건 아닌지 걱정돼 메시지를 보냈다.하지만 메시지는 바다에 던진 돌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불안해진 강서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지수를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다.화장실 쪽으로 가기도 전에 룸 구역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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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한지수는 화가 난 상태라 그대로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강서이가 한지수의 입을 막았다.강서이의 감정은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얼굴에도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취해서 헛소리하는 거야. 고소하고 싶으면 해.”강서이는 민도하의 반응을 보지도 않고 한지수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하지만 두 걸음도 못 가서 팔이 붙잡혔다.“똑바로 말해. 내가 너한테 무슨 목숨을 빚졌다는 거야?”강서이는 고개를 돌려 민도하를 보았다. 눈동자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감정이 흔들렸다.“정말 알고 싶어?”강서이의 팔을 잡은 민도하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가, 다시 힘이 들어갔다가 또 다시 느슨해졌다.망설이는 듯했다.강서이는 그 모습이 우스웠다.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고 싶지 않은가 보네. 알 자격도 없고.”강서이가 한지수를 데리고 나가자, 룸 안은 죽은 듯 조용해졌다.서태우는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10분쯤 지난 뒤, 민도하는 외투를 낚아채듯 집어 들고 룸을 뛰쳐나갔다.전부 지켜본 남유환은 잔에 남은 마지막 술을 비웠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서태우에게 물었다.“너는 도하가 진짜 누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냐?”서태우는 단정하듯 말했다.“당연히 아리지.”직접 봐 왔기 때문이었다.한지수는 강서이보다 술이 약했다. 바에서 돌아온 뒤 곧 졸려 하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강서이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에서 여러 장면이 흐릿하게 켜졌다 꺼졌다 반복했다. 잡으려고 하면 사라지고, 보려고 하면 흐려졌다.강서이는 한지수를 깨울까 봐 조심스러워하면서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작은 발코니로 나갔다.바깥에는 언제부터인지 잔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나뭇잎 위로 떨어지며 조용히 두드리는 소리를 냈다.습기가 섞인 공기는 사람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방으로 돌아가기 전, 강서이는 길가에 익숙한 은색 투톤 마이바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차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세워져 있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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