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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Author: 애니
“저녁? 네가 정해. 난 다 괜찮아.”

“응. 길어도 30분이면 끝나. 미리 예약해 두면 도착하자마자 먹을 수 있을 거야.”

“아, 금고에서 서류 하나만 꺼내 줘. 초록색 라벨 붙은 거. 제일 위에 있어. 이따가 밥 먹고 가는 길에 곽 대표한테 갖다주자.”

강서이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아주 잠깐 멈췄다.

노아리가 민도하의 금고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다는 게 뜻밖이었다.

하지만 금세 자신이 괜한 데 놀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도하가 노아리한테 뭘 숨긴 적이 있기는 했나?’

‘늘 있던 일이잖아.’

민도하가 통화를 끝낼 즈음 강서이도 완성된 마지막 수정안을 민도하에게 보냈다.

민도하는 내용을 확인한 뒤 별다른 이견 없이 바로 서명했다.

회의를 마치며 민도하가 예의상 물었다.

“마침 저녁 시간인데 같이 밥 먹을래?”

강서이도 형식적인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답했다.

“됐어. 둘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 없어. 맛있게 먹어.”

일행이 응접실에서 막 나오자 노아리가 도착했다.

누가 봐도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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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4화

    “저녁? 네가 정해. 난 다 괜찮아.”“응. 길어도 30분이면 끝나. 미리 예약해 두면 도착하자마자 먹을 수 있을 거야.”“아, 금고에서 서류 하나만 꺼내 줘. 초록색 라벨 붙은 거. 제일 위에 있어. 이따가 밥 먹고 가는 길에 곽 대표한테 갖다주자.”강서이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아주 잠깐 멈췄다.노아리가 민도하의 금고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다는 게 뜻밖이었다.하지만 금세 자신이 괜한 데 놀랐다는 생각이 들었다.‘민도하가 노아리한테 뭘 숨긴 적이 있기는 했나?’‘늘 있던 일이잖아.’민도하가 통화를 끝낼 즈음 강서이도 완성된 마지막 수정안을 민도하에게 보냈다.민도하는 내용을 확인한 뒤 별다른 이견 없이 바로 서명했다.회의를 마치며 민도하가 예의상 물었다. “마침 저녁 시간인데 같이 밥 먹을래?”강서이도 형식적인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답했다. “됐어. 둘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 없어. 맛있게 먹어.”일행이 응접실에서 막 나오자 노아리가 도착했다.누가 봐도 민도하를 만나러 온 모습이었다.노아리는 강서이를 보자 차갑게 한 번 훑더니, 고개를 쳐든 채 그대로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잠시 뒤 안쪽에서 노아리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도하야, 식당 예약해 놨어. 이제 같이 가자.”“응.”...강서이는 차에 타자마자 진재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예요?”“바로 B시로 오세요. 중요한 얘기 있어요.”“꿈결엔진 인수 건에 관한 얘기예요.”이봉석은 막다른 곳까지 몰려서 꿈결엔진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인수 시점이었다. 강서이가 진재언에게 바로 연락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애초에 진재언에게 맡길 회사를 따로 세울 계획이었다.처음부터 사람을 뽑고 설비와 자산을 하나씩 마련하느니 이미 갖춰진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었다.‘마다할 이유가 없지.’생각해 보면 노아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노아리가 불꽃놀이 사고를 터뜨리지 않았다면, 이런 가격에 회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3화

    강서이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다음 일정까지 삼십 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여진은 세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하고 곧바로 차를 내왔다.바로 옆 응접실에서는 다른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이봉석이 민도하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하소연하고 있었다.말만 들어 보면 사정이 정말 처참했다.심지어 김설까지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아내는 집을 나갔고, 아들이 다니던 명문 사립학교 학비조차 더는 낼 수가 없었다.연로한 아버지가 쓰러졌는데, 치료비도 마련하지 못해 아직 병원에 누워 있다고 했다.이 정도라면 이봉석이 프라임로드투자 입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운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정말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민도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지. 내가 개인적으로 일부를 보상해 줄게. 나머지는 꿈결엔진을 매각해서 정리해.”민도하가 제시한 해결책이었다.이번에도 노아리의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자기 돈을 쓰려는 모양이었다.처음 있는 일도 아니어서 강서이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민도하에게는 언제나 노아리가 모든 것보다 우선이었다.이봉석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민 대표님, 대표님 정도 규모의 사업을 하시는데, 조금만 도와주셔도 꿈결엔진을 다시 살릴 수 있잖습니까?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민도하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속내는 읽히지 않았다. “이 대표가 오늘 아리한테 찾아와 난동만 부리지 않았어도,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망신만 안 줬어도 꿈결엔진을 살리는 쪽을 생각해 봤을 거야.”“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이 조건이 싫으면 안 받아도 돼. 그럼 나도 한 푼도 안 줄 거야.”“기자회견을 열고 싶으면 열어. 기자가 과연 몇 명이나 올지, 어느 언론사가 그 이야기를 보도할 수 있을지도 한번 보자고.”“해 보고 싶으면 해 봐.”“마지막에 누가 먼저 무너지는지 확인해 보자고.”옆 응접실에서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리벽 너머에 있던 김설조차 싸늘한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2화

    노아리는 휴가를 마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기 시작했다.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이봉석에게 가로막혔다.사실 이봉석은 거의 보름 가까이 프라임로드투자 건물 아래를 지키고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찾아왔다.노아리가 전화를 아예 받지 않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불꽃놀이 사고가 터진 뒤 사실상 희생양으로 이봉석을 앞에 내세웠다. 모든 비난은 이봉석에게 쏟아졌고 노아리는 뒤로 빠져서 모습을 감췄다.게임은 서비스 중단 처분을 받았고,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집안 재산을 전부 털어 넣어도 그 구멍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더는 갈 곳이 없어진 이봉석은 결국 노아리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본부장님, 이제야 나오셨네요. 이번에는 정말 저 좀 살려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 끝입니다.” 이봉석이 노아리의 재킷을 붙잡고 늘어지며 피하지 못하게 했다.노아리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졌다.“일단 놓으세요.”마침 출근 시간이라 회사 입구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이는 건 이미지에 치명적이었다.“못 놓습니다. 먼저 해결책부터 말씀해 주세요. 저도 이제 방법이 없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본부장님한테는 결국 돈 문제잖습니까!”이봉석도 눈치 빠른 사람이었다. 여기서 손을 놓으면 노아리를 다시 만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놓지 않았다.구경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자 노아리도 당황하기 시작했다.이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계속 이봉석에게 손을 놓으라고만 했다.“안 놓겠습니다! 저는 이제 정말 끝까지 몰렸습니다. 해결책을 주시기 전에는 절대 못 놓습니다!”“보안팀! 보안팀!” 노아리가 다급하게 직원을 불렀다.이봉석의 표정도 험악해졌다. “저만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사고가 나니까 본부장님만 빠져나가려고요?” “불꽃놀이 기획도 본부장님이 하셨고, 안도 본부장님이 내셨고, 불꽃 연출가까지 직접 섭외하셨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1화

    노아리도 그 말을 듣자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조금 풀렸다.“엄마, 저랑 도하 이제 막 약혼했는데 벌써 결혼하라고 재촉하세요? 너무 급한 거 아니에요? 제가 결혼 못 해서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노아리가 이예수에게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이예수는 바로 뜻을 알아듣고 입을 맞췄다. “엄마가 좀 성급했네. 우리 아리처럼 잘난 애한테는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줄을 서는데, 무슨 결혼을 못 해서 안달이 나.”그러고는 민도하에게도 잊지 않고 말했다. “도하야, 너도 잘해야 해. 아리 인기 많은 거 알지? 전에 외국에 있을 때도 유럽 명문가 자제들이 얼마나 많이 따라다녔는데.”“알겠습니다.” 민도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이예수는 이어서 민성그룹 이야기도 물었다. 사실상 그룹 내부 상황을 떠보는 질문이었다.민도하가 설명했다. “제 사업을 시작한 뒤로는 민성그룹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그룹 사정은 저도 두 분이 아는 정도밖에 몰라요.”이예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래도 자네는 민씨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잖아. 그룹 사정은 좀 알아 두는 게 좋지 않겠니? 아버지도 연세가 있으니 네가 조금 맡아 주면 훨씬 편하실 테고.”“그룹은 전문경영인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어서 아버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십니다. 제 사업이 더 바빠서 거기까지 맡을 여력이 없어요.”민도하가 그렇게 선을 긋자 이예수도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애초에 이런 문제는 적당한 선에서만 말할 수 있을 뿐, 계속 밀어붙일 처지도 아니었다.아직은 어디까지나 장모가 될 사람이었으니까.노아리가 눈짓으로 이제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이예수도 더는 그룹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다만 모녀 모두 속으로는 계산이 끝나 있었다.민도하는 민두해의 외아들이니 당연히 민성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기도 했다.이미 정해진 일이나 다름없었다. 달아날 자리도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민두해는 강서이를 그로스캐피탈까지 직접 데려다줬다.강서이는 온 김에 회사를 둘러보시겠느냐고 권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0화

    다음 날 아침,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온 뒤 강서이는 퇴원 허가를 받았다.강서이는 누구에게도 퇴원 날짜를 알리지 않았다. 괜히 모두 데리러 올까 싶어서였다.짐을 챙겨서 아래층으로 내려온 강서이는 곧장 택시를 타고 회사로 갈 생각이었다.병원 입구에는 민도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피하려 해도 마주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민도하의 시선이 강서이에게 향했다.강서이는 정면만 바라본 채 민도하를 스쳐 지나서 밖으로 걸어갔다.“도하야, 많이 기다렸어?”마침 노아리와 이예수도 안쪽에서 나왔다.목소리를 들은 민도하는 강서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이예수가 들고 있던 짐을 받아 들었다. “별로 안 기다렸어. 차가 저쪽에 있는데 걸어가도 괜찮아?”“그럼.”노아리는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모녀는 민도하와 함께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민도하가 뒤쪽에서 짐을 싣는 사이, 이예수는 길가에 혼자 서 있는 강서이를 발견했다. 팔꿈치로 노아리를 살짝 건드리며 그쪽을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노아리는 별 감정 없는 눈으로 강서이를 한 번 훑었다.혼자 서 있는 데다 퇴원하러 데리러 온 사람조차 없다는 걸 보자,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번졌다.이예수도 조용히 웃으며 한마디 했다. “참 불쌍하네.”노아리도 같은 생각이었다.어제 서한승이 강서이를 그렇게 살뜰히 챙기는 걸 보고 무척 신경 쓰는 줄 알았다.그런데 퇴원하는 날 데리러 오지도 않은 걸 보니 별것도 아닌 모양이었다.‘결국 서한승 마음속에는 따로 사람이 있어.’‘강서이는 그냥 가볍게 만나는 상대일 뿐이겠지. 진심일 리 없어.’노아리가 시선을 거두려던 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강서이 앞에 멈춰 섰다.노아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차를 바라봤다.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지팡이 하나가 먼저 바닥을 짚었다.뒤이어 민두해가 차에서 내렸다.그 모습을 본 노아리와 이예수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강서이도 민두해를 보고 놀랐다.“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인자 아줌마한테 오늘 퇴원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데리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09화

    낮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강서이는 지금 약기운 덕분에 깊이 잠들어 있었다.병실은 조용했고 커튼만 밤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밤이 깊어지면서 바깥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여름밤의 비는 거셌다. 열린 창문 사이로 빗물이 쉽게 들이쳤다.간호사들은 병실을 하나씩 돌며 창문이 닫혀 있는지 확인했다.강서이의 병실을 확인하던 때, 큰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강서이가 잠에서 깼다.“괜찮아요. 천둥이 쳐서 놀라신 것 같아요. 창문이 닫혀 있는지만 확인하러 왔습니다.” 간호사가 얼른 설명했다.“안 닫았어요. 오후에 좀 답답해서 환기하려고 열어 뒀거든요.” 강서이는 대답하며 창가를 바라봤다.그러다 잠깐 눈을 멈췄다.창문은 이미 꼭 닫혀 있었다.간호사도 그걸 보고 말했다. “아마 다른 선생님이 닫아 주셨나 봐요. 괜찮으니 계속 주무세요.”간호사가 나가자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강서이도 다른 간호사가 닫아 준 거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다시 눕다가 에어컨 설정 온도가 26도로 바뀌어 있는 것도 발견했다.강서이가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온도였다.오후에 창문을 열어 놓을 때 온도를 조금 더 낮췄는데, 잠들기 전에 다시 올리는 걸 깜빡 잊었다.‘창문 닫아 주면서 온도도 맞춰 준 건가?’이 병원 의료진은 원래도 세심하고 책임감이 있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검사가 잡혀 있어서 김설은 평소보다 훨씬 빨리 병원으로 왔다. 강서이와 함께 검사실에 가기 위해서였다.“대표님, 어젯밤엔 잘 잤어요?”“응, 괜찮았어.”“다행이에요. 어젯밤 천둥번개가 심해서 잠을 설쳤을까 봐 걱정했거든요.”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병원 검사실 앞에는 벌써 대기 줄이 생겨 있었다.김설이 빈자리를 찾아서 강서이를 앉게 했다. “대표님은 여기 앉아 계세요. 제가 줄 서 있을게요. 차례가 되면 부를게요.”강서이가 자리에 앉자 줄 앞쪽에 서 있는 민도하가 눈에 들어왔다.상당히 앞에 있는 걸 보니 꽤 일찍 온 모양이었다.강서이는 더 보지 않고 바로 시선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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