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71 - Chapter 80

146 Chapters

제71화

강서이가 아직도 프라임로드투자에서 퇴사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자, 예채정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민 대표님은 대체 뭘 하려는 거죠? 강 비서님한테 줘야 할 대우나 자리도 안 주면서, 사람도 안 놔주고. 너무 비열한 거 아닌가요?”강서이는 더는 그런 답답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강서이는 화제를 돌려 예채정에게 AI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냈다.예채정은 듣자마자 흥미를 보였고, 강서이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그 프로젝트는 그동안 줄곧 강서이가 직접 챙겨 온 일이었다. 하장현을 제외하면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강서이였다.여러 측면에서 내놓는 분석과 판단은 하나같이 탄탄했다.예채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강 비서님, 원래 컴퓨터 전공하셨어요?”강서이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말씀하시는 게 너무 전문적이어서 저는 관련 전공자인 줄 알았어요.”강서이는 차분히 설명했다.“저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제가 들고 있는 안건을 전반적으로 다 파악하고 분석해요. 어떤 건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어떤 건 더 지켜봐야 하는지, 어떤 건 포기해야 하는지 먼저 정리해 두는 편이거든요.”“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을 뿐이에요. 그래도 어디까지나 겉핥기 수준이지, 전문적이라고 하긴 어려워요.”원래도 강서이의 사람됨을 좋게 보고 있던 예채정은 강서이의 일 처리 방식까지 확인하자 곧장 결정을 내렸다.“이 프로젝트, 제가 투자할게요!”강서이는 조금 놀란 듯 말했다.“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다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요...”“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강 비서님의 안목을 믿어요.”예채정의 신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강서이는 진심으로 고마웠다.“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시간 맞춰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요.”“좋아요. 저는 이번 주 내내 B시에 있으니까, 강 비서님 편한 때 언제든 연락 주세요.”강서이가 막 예채정과 잔을 맞부딪치려던 때였다. 뒤쪽에서 날카롭고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태우였다.“어떤 사람은 말이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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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모두가 놀랐다.강서이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지면서 해방감이 들었다.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다.강서이는 오래전에 이미 알았다. 뭘 해도 틀렸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강서이는 깨달았다.잘못된 건 강서이가 아니라, 강서이와 민도하의 관계가 끝까지 와 버렸다는 사실이었다.강서이는 차분히 말했다.“네. 월요일에 꼭 제시간에 와서 퇴사 처리하겠습니다.”강서이가 자리를 뜬 뒤 한참 지나서야 서태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거짓말이지? 강서이가 진짜 나가겠어? 그걸 버린다고?”서태우는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서태우가 민도하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월요일에 너 보러 갈게. 재미있는 구경해야겠어.”“맘대로.” 민도하의 대답은 차가웠고, 상대가 마음을 읽을 틈도 주지 않았다.오늘 술자리에서 강서이는 얻은 게 많았다.물론 오늘 밤 가장 큰 수확은 민도하가 강서이의 사직을 승인했다는 일이었다.그래서인지 후반부에 강서이는 꽤 즐겁게 마셨다. 서한승이 말리지 않았으면, 강서이는 취해 버릴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서한승이 강서이에게 말했다.“밤에 돌아가면 해장국 먹어. 안 그러면 내일 아침에 머리 아파.”강서이는 살짝 취한 기세로 웃었다. 평소보다 훨씬 거침이 없었다.“알겠어요, 선배. 근데 선배, 누가 선배 진짜 잔소리 많다고 말한 적 없어요?”서한승이 걸음을 멈췄다.“나를 뭐라고 불렀어?”강서이는 잠깐 멈칫하더니, 딴소리로 빠졌다.“저 좀 토할 것 같아요.”서한승은 말없이 강서이를 바라봤다.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서한승은 강서이를 부축해 화장실 쪽으로 데려갔다.서한승이 화장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서이야, 조심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여자 화장실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었다.강서이는 결국 토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서한승이 뭔가라도 먹게 하며 계속 살폈던 덕분인지, 술만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강서이는 서한승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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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정말 정신이 번쩍 드네.’강서이는 어깨에 걸친 외투를 한 번 더 여몄다. 마음 깊은 곳에서 씁쓸한 생각이 올라왔다. 때로는 남자보다 옷 한 벌이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적어도 이런 겨울밤에 옷은 몸을 감싸 주며 추위라도 막아 주니까.와인의 취기가 뒤늦게 세게 올라왔다. 강서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머리까지 제법 무거웠다.현관문에 기댄 채 한참을 더듬거린 끝에야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다.그래도 열쇠를 챙겨 나온 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집 앞에서 꼼짝없이 서 있어야 했을지도 몰랐다.생각해 보면 이것도 다 민도하 때문이었다. 민도하 때문에 도어록까지 바꾸게 됐고, 그 뒤로는 외출할 때마다 꼭 열쇠를 챙겨야 했다.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술을 마시면 늘 입안이 바싹 말랐다. 그런데 하필 냉장고에는 물이 똑 떨어져 있었다.강서이는 술을 마신 뒤엔 차가운 물을 꼭 찾는 편이었다. 지금 냉장고에 물이 없어서 생수 배달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주문을 넣고 10분쯤 지났을까? 초인종이 울렸다.생각보다 빨랐다.강서이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곧장 문으로 가서 열었다.그런데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배달 기사가 아니었다.민도하였다.강서이는 거의 반사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하지만 민도하가 한발 먼저 다리를 들이밀면서 문이 닫히는 걸 막았다.복도 감지등 아래, 누렇게 번지는 빛 속에서 민도하의 숨이 옅게 오르내렸다.강서이는 ‘무슨 일이야’라고 묻기도 전에 붙들렸다.민도하의 손이 강서이의 턱을 쥐더니, 거칠게 입술을 탐했다.강서이는 민도하에게서 술 냄새를 느꼈다.아마도 또 술자리에서 노아리 대신 잔을 받았겠지.그 사실이 강서이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강서이는 손을 들어 민도하의 뺨을 힘껏 쳤다.맑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하지만 술기운 탓에 힘은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민도하를 밀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오히려 민도하의 기세만 더 거칠어졌다.민도하는 원래도 이런 면에서는 한 번 밀어붙이면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더구나 강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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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오늘 밤의 민도하는 좀처럼 지칠 줄 몰랐다. 마치 어디에 홀린 사람처럼 집요하게 강서이를 몰아붙였고, 그 여파는 강서이의 몸 곳곳에 선명하게 남았다.강서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민도하에게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다.민도하는 갈수록 정도를 잃어 갔다.강서이는 구겨지는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손끝 아래로 주름이 마구 엉켜 들어갔다.끝내 강서이는 더 버틸 힘이 남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민도하의 기세를 그저 견뎌 냈다....토요일 오전, 강서이는 강윤희를 퇴원시키러 병원에 가야 해서 일찍 눈을 떴다.밤새 무리한 탓에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일어나려고 해도 두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강서이가 욕실에서 이를 닦고 있을 때, 민도하가 안으로 들어왔다. 민도하는 너무도 익숙하다는 듯 뒤에서 강서이의 허리를 감쌌다.“조금만 더 자자.”강서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묵묵히 입을 헹군 뒤에야 거울에 비친 민도하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또렷하게 말했다.“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잔 거잖아. 왜 이렇게까지 질척대는데?”아직 잠기운이 가시지 않았던 민도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이 또렷해졌다.민도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강서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아직도 안 풀렸어?”그러니까 민도하는, 어젯밤 그 모든 행동이 강서이를 달래기 위한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애를 쓰긴 했지만 방향은 완전히 빗나가 있었다.강서이는 천천히 둘 사이 거리를 벌렸다. 민도하의 품에서 자기 몸을 떼어 내며 전에 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풀리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서로 필요한 것만 가져간 거지.”민도하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서로 필요한 것만?”“그래.” 강서이는 몸을 돌려 민도하와 정면으로 마주 섰다. 시선도 피하지 않았다.“다 큰 어른끼리 이 정도 선은 아는 거 아냐, 민 대표님?”민도하 표정에서 남아 있던 온기가 완전히 걷혔다.민도하는 강서이와 마주 본 채 한참 말이 없었다. 체감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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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서태우도 참 할 일이 없었다. 굳이 강서이가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서태우 뜻대로 되지 않을 터였다.서태우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내가 여기 올 줄은 몰랐지?”이 말투는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조롱에 가까웠다.강서이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서태우를 거들떠보지 않고 곧장 자기 자리로 갔다.서태우도 바짝 붙어서 따라왔다.“주말 내내 무슨 생각했는지 뻔해. 어떻게든 프라임로드투자에 남을 방법 찾느라 머리를 굴렸겠지.”강서이가 차갑게 서태우를 한 번 쳐다봤다.그러자 서태우는 오히려 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내 말 맞지? 제대로 찔리니까 표정 관리가 안 되나 보네. 잘 들어, 강서이. 오늘은 네가 나가고 싶든 싫든 무조건 나가게 될 거야. 내가 계속 지켜볼 거니까.”서태우는 말을 마치자 두 손가락으로 자기 눈을 가리켰다가, 그대로 강서이를 향해 겨눴다.“계속 보고 있을 거라고.”강서이가 컴퓨터를 켜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직서를 출력하는 것이었다.예전에도 여러 번 제출한 적은 있었다. 다만 민도하 쪽에 아직 남아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강서이는 아예 다시 한 장 뽑기로 했다.그때 뒤에서 노아리 목소리가 들렸다.“태우야, 왜 왔어?”노아리와 민도하는 함께 출근한 상태였다.그 모습을 본 서태우는 무슨 대단한 걸 알아낸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아침부터 둘이 같이 오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서태우는 말까지 끝내고 일부러 강서이 쪽을 돌아봤다. 강서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강서이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강서이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민도하가 이미 노아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면, 그날 밤 왜 그렇게 절박하게 굴었을까?’‘마치 오래 참았던 사람처럼 조급했고, 지나치게 거칠었잖아.’‘이틀이나 지났는데도 나도 아직도 허리와 다리가 묵직한데 말이야.’강서이는 출력 버튼을 누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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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강서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서태우 손에서 사직서를 낚아채듯 빼내 들더니 그대로 인사팀으로 갔다.“거짓말이지?” 서태우는 끝까지 강서이가 연기한다고 생각했다.민도하를 따라 대표실로 들어가자마자 노아리가 물었다.“진짜 강 비서 보내도 돼?”민도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뭐가 아쉬워. 일개 비서일 뿐인데.”노아리는 민도하를 잠시 더 바라보면서, 민도하의 얼굴에서 뭔가 단서를 찾으려는 듯했다.이틀 전, 민도하가 노아리 엄마 퇴원하는 날 병원에 함께 갔을 때였다. 노아리는 민도하의 목덜미 쪽에 애매한 흔적이 남아 있는 걸 봤다.그걸 발견한 뒤로 노아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노아리는 알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민도하를 붙잡고 따져봤자, 민도하는 더 멀어질 뿐이라는 사실을.그래서 노아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럼에도 마음속 경계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민도하 목에 저 흔적을 남긴 여자가 누구지?’‘강서이일까? 만약 강서이라면, 민도하는 왜 이렇게 쉽게 강서이를 내보내는 걸까?’서태우가 투덜거리며 대표실로 들어왔을 때, 인사팀 책임자가 민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용은 당연히 강서이 퇴사 건이었다.강서이는 프라임로드투자에서 오래 버틴 사람 중에서도 상징성이 큰 편이었다. 직책은 비서였지만, 존재감과 영향력은 보통 비서와는 비교가 안 됐다.그래서 인사팀 책임자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결국 민도하에게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민도하 반응이 인사팀 책임자의 예상을 벗어났다.민도하는 말했다.“모든 절차는 회사 규정대로 처리해.”인사팀 책임자는 민도하가 퇴사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줄 알고, 일부러 다시 강조했다.[대표님, 강서이 비서님의 사직 건입니다.]민도하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가워졌다.“말 못 알아들어? 누가 사직하든 상관없어.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라고. 이런 일로 나한테 따로 보고하지 마.”민도하는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어 버렸다.통화를 마친 인사팀 책임자 쪽 분위기가 애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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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룸 안에서는 두 사람이 번갈아 ‘누나’를 외쳤다. 한 명은 껍질 벗긴 포도를 손끝으로 집어 예채정의 입가에 갖다 댔고, 다른 한 명은 타이밍 좋게 술잔을 채워 주며 건넸다.기분이 한껏 올라간 상태인 예채정이 강서이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서이 씨, 저랑 너무 격식 차리지 마요. 좋아하는 스타일 있으면 그냥 부르면 돼요. 오늘은 제가 다 쏠게요. 마음껏 놀아요.”강서이는 웃으며 정중히 거절했다.“예 대표님 마음은 감사히 받을게요. 근데 저는 이런 건...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요.”예채정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럴 만도 하죠. 민 대표님처럼 그렇게 눈에 띄는 남자랑 엮인 사람이니까, 다른 남자들이 좀 심심해 보이겠죠.”강서이는 그 말에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물을 마시는 척하며 어색함을 억지로 삼켰다.한참 강서이를 놀리듯 웃던 예채정은 그제서야 옆에 붙어 있던 호스트 둘을 밖으로 내보냈다.사람이 빠지고 나서야 강서이가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이제 퇴사했잖아요. 앞으로 직접 하실 생각이세요, 아니면 다른 회사로 들어갈 생각이세요?” 예채정은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해 보였다.강서이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회사로 들어가려고요.”강서이는 아직 창업을 감당할 힘이 없었다. 가진 자원도 넉넉하지 않았다.민도하가 굳이 강서이를 괴롭히지 않는다 해도 리스크는 컸다.이런저런 조건을 다 따져 보고 나서 강서이가 내린 결론이었다.조규찬이 몇 군데 괜찮은 회사를 추려 줬고, 강서이는 미리 HR과도 접촉해 봤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꽤 호의적이었다.예채정이 물었다.“스마트요?”예채정은 강서이가 예전에 지동경 대표와 접촉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강서이는 숨기지 않았다.“스마트가 조건은 확실히 제일 좋았어요.”예채정은 바로 핵심을 짚었다.“그럼 이 프로젝트도 스마트로 가져가서 진행하실 생각인 거죠?”“네.”예채정은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한숨처럼 말했다.“서이 씨, 제가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스마트, 요즘 자금 흐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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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민도하가 못 볼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서태우는 일부러 몸을 옆으로 비켜섰다. 민도하가 방 안 상황을 더 또렷하게 보게 하려는 의도였다.서태우는 그 와중에도 강서이를 깎아내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사람 진짜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네. 평소엔 도하 앞에서 혼자 엄청 고고한 척, 깨끗한 척 다 하더니, 뒤에선 누구보다 화려하게 노네. 내가 너 진짜 다시 보겠는 걸.”그때 복도 쪽에서 노아리 목소리가 들려왔다.“도하야, 미안. 내가 아까 태우한테 룸 번호를 잘못 말했어. 혹시 잘못 들어갈까 봐 급해서 따라왔어.”참 시끌벅적했다.이쯤 되니 민도하가 온 이유도 분명해졌다. 민도하는 노아리를 찾으러 온 거였고, 어쩌다 보니 강서이가 있는 방으로 잘못 들어온 셈이었다.서태우가 되물었다.“9208 아니었어?”노아리가 말했다.“아니, 8926이야.”9208과 8926은 숫자만 비슷할 뿐, 차이가 꽤 컸다. 두 룸은 아예 같은 층도 아니었다.그런데도 노아리는 그 번호를 헷갈렸다고 했다.그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선, 노아리가 내세우는 M국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 학력이 진짜인지 의심부터 들 만했다.노아리는 그제서야 강서이를 발견한 척 눈을 크게 떴다.“어머, 강 비서님.”곧바로 노아리는 뭔가 떠올린 듯 말을 고쳐 붙였다.“아, 죄송해요. 제가 강 비서님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해서요. 벌써 퇴사하신 걸 깜빡했네요.”노아리의 시선은 방 안을 천천히 훑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우연히 지나가다 본 눈치는 아니었다.구경하러 온 것 같았다.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강서이 꼴을 보려고 일부러 온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그래서 노아리는 일부러 룸 번호를 틀리게 말했을지도 몰랐다. 민도하를 이 방으로 끌고 와서, 강서이가 호스트를 부른 장면을 보게 하려고.참 정성이었다.노아리가 미안한 척 물었다.“저희가... 강서이 씨 방해한 건 아니죠?”말투는 사과처럼 들렸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민도하는 들어온 뒤로 계속 말이 없었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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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이미 정리돼야 할 오래된 프로젝트 몇 개가 사실상 시장에서 빠졌는데도, 여전히 수익 데이터가 올라와 있었다.누가 봐도 조작이었다.투자업계에 어느 정도 ‘수치 관리’가 끼어드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다들 속으로만 알고, 겉으로는 선을 지킨다.그런데 이 정도로 대놓고 드러난다는 건, 회사 속이 거의 비어 있다는 뜻이었다. 더 감출 여력조차 없을 정도로.강서이는 스마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하필 그 타이밍에 스마트 지동경 대표가 강서이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지동경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강서이 씨, 회사는 언제 출근하실 수 있어요?”강서이는 적당한 핑계를 둘러댔다. 당장 일정이 안 맞는다거나, 정리할 일이 남았다는 그런 식이었다.그런데 지동경은 강서이가 스마트에 들어오느냐 마느냐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지동경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건 따로 있었다.지동경은 프라임로드투자 상황을 에둘러 캐묻기 시작했다.‘결국 이 사람은 프라임로드투자, 그리고 민도하 때문에 나를 찾았네.’지동경이 말을 이었다.“저희 스마트는 실적 평가가 있잖아요. 강서이 씨가 오실 때... 스마트에 프로젝트를 몇 개나 가져올 수 있어요?”강서이는 바로 선을 그었다.“죄송합니다, 지 대표님. 저는 프라임로드투자랑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 있어요.”지동경이 능청스럽게 웃었다.“알죠, 알죠. 업계 룰이니까요. 근데 프라임로드투자 같은 큰 데는 프로젝트가 워낙 많잖아요.”“다 못 먹는 거, 남는 거라도 좋죠. 거기서 굴러떨어진 것만 조금 가져와도 저희는 숨통이 트여요. 큰 나무 그늘 아래서 좀 쉬자는 거예요.”지동경은 더는 숨기지도 않았다.지동경은 한 발 더 나갔다.“그리고 강서이 씨랑 민 대표님 관계면요, 강서이 씨가 프로젝트 좀 끌어와도 민 대표님이 뭐라고 하겠어요? 남자는... 예전 정이라는 게 있잖아요.”강서이의 가슴은 바닥까지 내려앉았다.‘이게 끝이겠지’ 하고 생각하려던 강서이에게, 더 답답한 일이 이어졌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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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민도하 진짜 너무한다! 7년이야! 7일도 아니고 7개월도 아니고, 장장 7년인데! 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가 있어?]한지수는 그 전화를 끊자마자 공항에서 바로 강서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강서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강서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한지수는 시간이 되면 꼭 직접 요리를 해 줬다.한지수는 예쁜 얼굴과 좋은 몸매만 가진 게 아니었다. 요리도 정말 잘했다.강서이는 한지수가 해 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묘하게 마음이 풀렸다. ‘살아도 되겠다’는 쪽으로 조금씩 마음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한지수는 늘 강서이 기분에 맞춰 식탁을 차렸다.그냥 좀 속상한 정도면 김치랑 콩나물무침에 된장국 정도였다.조금 더 무거우면 계란말이에 어묵볶음, 멸치볶음, 시금치나물에 미역국까지 나올 만했다.정말 많이 힘들면, 한지수는 거의 갈비에 잡채까지 차려낼 기세였다.오늘이 딱 그랬다.한지수도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다. 해외에서 두 달 내내 일정이 이어졌기에, 사실은 쉬어야 할 사람이었다.그런데도 한지수는 계속 주방을 오가며 강서이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었다.보다 못한 강서이가 말렸다.“야, 됐어, 됐어. 그만해. 나 이만큼 못 먹어!”강서이는 한지수가 더 지치는 게 싫었다.한지수는 잠깐 강서이 표정을 살폈다. 아까보다 덜 무너져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제서야 손을 씻고 식탁으로 와서 강서이 맞은편에 앉았다.강서이가 물었다.“한 잔 할래?”예전에는 둘이 가끔 그렇게 한두 잔씩 마시기도 했다.하지만 이번엔 한지수가 단호했다.“너 위 안 좋잖아. 몸도 요즘 좀 약해져 있고. 술은 되도록 마시지 마. 대신 국 많이 먹어. 이거 속 편해지는 거야.”강서이는 결국 고집을 꺾고 술 대신 국을 먹기로 했다.솔직히 술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면이 있지만 동시에 몸을 망가뜨린다.민도하처럼.‘그래. 술 말고 국이야.’강서이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국물을 더 떴다.밤에는 한지수와 강서이가 한 침대에 붙어 누웠다. 둘은 길게도 아니고 짧게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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