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도하가 못 볼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서태우는 일부러 몸을 옆으로 비켜섰다. 민도하가 방 안 상황을 더 또렷하게 보게 하려는 의도였다.서태우는 그 와중에도 강서이를 깎아내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사람 진짜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네. 평소엔 도하 앞에서 혼자 엄청 고고한 척, 깨끗한 척 다 하더니, 뒤에선 누구보다 화려하게 노네. 내가 너 진짜 다시 보겠는 걸.”그때 복도 쪽에서 노아리 목소리가 들려왔다.“도하야, 미안. 내가 아까 태우한테 룸 번호를 잘못 말했어. 혹시 잘못 들어갈까 봐 급해서 따라왔어.”참 시끌벅적했다.이쯤 되니 민도하가 온 이유도 분명해졌다. 민도하는 노아리를 찾으러 온 거였고, 어쩌다 보니 강서이가 있는 방으로 잘못 들어온 셈이었다.서태우가 되물었다.“9208 아니었어?”노아리가 말했다.“아니, 8926이야.”9208과 8926은 숫자만 비슷할 뿐, 차이가 꽤 컸다. 두 룸은 아예 같은 층도 아니었다.그런데도 노아리는 그 번호를 헷갈렸다고 했다.그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선, 노아리가 내세우는 M국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 학력이 진짜인지 의심부터 들 만했다.노아리는 그제서야 강서이를 발견한 척 눈을 크게 떴다.“어머, 강 비서님.”곧바로 노아리는 뭔가 떠올린 듯 말을 고쳐 붙였다.“아, 죄송해요. 제가 강 비서님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해서요. 벌써 퇴사하신 걸 깜빡했네요.”노아리의 시선은 방 안을 천천히 훑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우연히 지나가다 본 눈치는 아니었다.구경하러 온 것 같았다.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강서이 꼴을 보려고 일부러 온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그래서 노아리는 일부러 룸 번호를 틀리게 말했을지도 몰랐다. 민도하를 이 방으로 끌고 와서, 강서이가 호스트를 부른 장면을 보게 하려고.참 정성이었다.노아리가 미안한 척 물었다.“저희가... 강서이 씨 방해한 건 아니죠?”말투는 사과처럼 들렸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민도하는 들어온 뒤로 계속 말이 없었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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