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하의 발걸음은 묵직하고도 흔들림이 없었다.그의 품에 안긴 강지현은 이상할 만큼 편안했다. 가슴에 얼굴을 기댄 채 숨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눈꺼풀이 스르르 무거워졌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김태하는 차에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도 그녀를 놓지 않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야 소파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처음엔 부끄러웠다. 그런데 한참을 안겨 오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다.김태하가 몸을 숙이는 순간, 그의 뺨이 그녀의 목덜미를 스쳤다. 간질거림에 강지현은 반사적으로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낮게, 숨 섞인 신음이 흘렀다. 그리고 이마 위로, 짧은 입맞춤이 내려앉았다.실내는 불을 켜지 않은 채였다. 등 뒤의 통유리창 너머에서 스며드는 희미한 야경 빛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지현아, 나...”김태하가 잠시 말을 멈췄다.그녀의 시선이 그의 목으로 향했다. 도드라진 목울대가 천천히 오르내렸다. 풀어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가슴선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괜히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아, 미안.”강지현이 화들짝 손을 떼었지만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김태하가 몸을 일으키자 그녀도 따라 앉았다.“태하야, 오늘 왜 갑자기 온 거야? 열은 다 내렸어? 일은 괜찮고?”“응. 다 정리됐어. 네가 도와줘서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그가 등을 보인 채 대답했는데 어쩐지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났다.“오늘 밤에 돌아왔는데, 할머니가 너 불러서 식사했다는 얘기 듣고 그냥 얼굴 보러 왔어. 그리고 그날, 우리 얘기하다가 끊겼잖아.”그제야 떠올랐다. 그날 김태하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권미숙이 돌아왔다는 연락에 대화가 끊겼던 일을.그때 두 사람은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강지현은 공포영화를 좋아했지만 혼자 보는 건 무서웠다. 어릴 적 보육원에서는 친구들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같이 볼 수 있었으나 커서는 그러지 못했다.이도운과 처음 사귈 때, 그녀가 공포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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