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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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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저 검사 다 받았어요. 몸에 아무 문제 없고, 불임도 아니에요. 못 믿으시겠으면 지금 바로 건강검진 결과 보내드릴까요? 휴대폰에 저장해 두고 있어요.”담담하게 내뱉은 강지현의 말에 문수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방금까지는 강지현이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며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 한마디는 마치 폭탄처럼 떨어졌다.“뭐라고? 네가 불임이 아니라고? 그게 말이 돼? 도운이가 널 위해 아이까지 입양했는데...”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이민지도 놓치지 않고 끼어들었다.“언니, 거짓말도 적당히 해요. 언니한테 문제가 없다고요? 그럼 2년 동안 애가 안 생긴 건 뭐예요? 우리 오빠한테 문제라도 있다는 거예요?”강지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그럴 수도 있죠.”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그건 이도운한테 직접 물어보셔야죠. 제가 그렇게 건강하다는데, 왜 2년 동안 자는 걸 피했는지. 그리고 어디서 데려왔는지도 모를 아이를 입양해서 굳이 입을 막으려 했는지.”이민지는 순간 자신이 함정에 걸렸다는 걸 깨닫고 입을 틀어막았다.‘설마 오빠가 정말...그때 마침 이도운이 강지현의 뒤에 다가섰다.여자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강지현이 내 몸 상태를 알고 있다고? 언제 알게 된 거지?’심장이 세게 요동쳤지만 그는 억지로 표정을 다잡았다.“지현아, 언제 검사한 거야?”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지현의 눈빛이 한순간 서늘하게 식었다. 그러나 얼굴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담담했다.“얼마 전에 우연히 한 거야.”이도운은 빠르게 계산을 끝낸 듯 말을 이었다.“그 병원 믿을 만한 곳이야? 혼인신고 전에 검사했을 땐 분명 결과가 그랬잖아. 만약 이번 검사가 맞다면, 예전이 오진이었을 수도 있어. 그럼 정말 다행이지. 그런데 왜 나한테 먼저 말 안 했어?”말은 매끄러웠고 표정도 완벽했다. 마치 잃어버린 걸 되찾은 듯한 안도와 기쁨까지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다.강지현마저 순간 속을 뻔했다.“말할 기회가 없었어. 그리고 혹시 문제가 내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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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착각했나 봐요.”이도운은 차갑게 한마디로 넘기고는 문수정이 더 묻기도 전에 병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강지현을 보자, 권미숙의 얼굴엔 금세 기색이 돌았다. 그녀는 강지현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칭찬했다.“오랜만에 보니 더 예뻐졌구나.”하지만 이번엔 달랐다.말은 다정했지만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 예전처럼 이도운과 함께 있을 때 두 사람을 감싸안아 주던 진심 어린 온기와는 미묘하게 결이 달랐다. 어딘가 의식적으로 꾸며낸 부드러움이 느껴졌다.“할머니, 여기 보양식 조금 준비해 왔어요. 몸 잘 챙기셔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화내지 마시고요.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요.”강지현은 조용히 말했다.그녀의 걱정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비록 이제 한 가족이 아닐지라도, 예전에 자신을 감싸주고 도와줬던 기억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그때 이민지가 코웃음을 쳤다.“진짜 양심 없네요. 예전에 할머니가 언니 얼마나 챙겨줬는데, 길거리에서 아무거나 집어 들고 병문안 오면 어떡해요?”이민지는 강지현이 한쪽에 내려놓은 평범한 비닐봉지를 흘끗 본 뒤, 옆 장식장 위에 가득 쌓인 고급 선물 세트와 비교했다.겉으론 번듯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씨 가문을 떠나니 결국 속은 드러나는 법 아니겠는가. 이 정도 돈도 못 쓰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문수정도 못마땅한 얼굴로 덧붙였다.“형편 안 되면 굳이 선물 들고 오지 말지 그랬어. 소문이라도 퍼지면 도운이가 너를 박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이잖니.”그러고는 가정부를 향해 턱짓했다.“저 쓰레기들 얼른 치워요.”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게 영락없는 쓰레기 같았다. 무슨 보양식을 저렇게 담아 오나 싶었다.이씨 가문에서 2년이나 지냈으면서도 여전히 체면 하나 못 차린다고 생각했다.“어머니, 그래도 지현이 성의잖아요. 그러지 마세요.”이도운이 급히 말렸다.권미숙도 슬쩍 강지현이 가져온 것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조금 체면이 상한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강지현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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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할머니, 제가 드린 건 길거리에서 산 게 아니에요. 애초에 그런 건 노점에선 구할 수도 없고요.”강지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차분히 말했다.가느다란 손가락이 비닐봉지를 풀어냈다. 안에는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결이 곱고 묵직한 자단목 상자가 들어 있었다.상자를 열자, 비단으로 된 바닥 위에 뿌리가 또렷하고 형태가 온전한 산삼 여러 뿌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빛깔이 은은하고 향이 감도는 보양식이 담겨 있었다.“사람을 시켜 어렵게 구한 거예요. 50년산 야생 산삼이랑 최상급 보양식이에요. 워낙 귀해서 시중엔 잘 안 나오죠. 급히 준비하다 보니 포장까지는 신경 못 썼네요.”“이게...?”이민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상자를 들여다봤다.50년산 야생 산삼은 수집가들이 찾는 급의 진품이었다. 30년만 넘어도 보기 힘든데, 50년이면 사실상 ‘삼왕’급. 그램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한 상자 통째로 가져오다니...이 보양식 역시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거였다. 만약 정말 진품이라면, 가격은 수억 원을 훌쩍 넘길 터였다.순간, 방 안에 쌓아둔 선물들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문수정과 이도운 역시 적잖이 놀란 얼굴이었다.하지만 문수정은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강지현, 이런 귀한 걸 네가 어디서 구해? 진품 맞니?”“상자에 국가 품질검사센터 인증 코드 있어요. 조회해 보셔도 돼요.”이민지가 얼른 상자에 찍힌 표시를 확인했다.처음엔 강지현을 망신 주려는 마음이었지만 조회 결과는 오히려 예상보다 더 높은 등급과 가격을 보여주고 있었다.문수정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 방금 전 자신이 버리라고 했던 물건이 수십억에 가까운 가치라니.강지현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을 구한 거지?“지현아, 또 이렇게 큰돈을 썼어?”이도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그동안 강지현에게 적지 않은 돈을 건넸다.예전엔 거의 쓰지 않았기에 안심하고 맡겼지만, 지난번 명품 매장에서 수억 원을 쓰더니 이번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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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강지현과 이도운은 다툰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미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 지 오래였다.다만, 그와의 계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이씨 가문이 뭐 하나 부족한 집안은 아니죠. 이건 할머니께 드리는 제 마음이에요. 제 돈으로 산 거니, 필요 없으시면 알아서 처리하세요.”강지현은 권미숙의 몸 상태를 의식해 최대한 예의를 지켰다. 권미숙이 다시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강지현이 먼저 정리했다.“할머니, 푹 쉬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지현아, 지현아!”권미숙이 급히 몸을 일으켜 붙잡으려 했지만, 강지현은 이미 빠르게 병실을 나가고 있었고 누구도 제대로 반응하기 전에 문은 닫혔다.이도운이 서둘러 권미숙을 부축했다.“할머니, 진정하세요. 무리하시면 안 돼요.”“얼른 가서 붙잡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으로 데려와야 해!”권미숙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몸이 힘든 것도 잊은 채 이도운을 서둘러 밖으로 떠밀었다.문수정과 이민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권미숙의 말에 결국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이도운을 재촉해 강지현을 쫓아가게 했다.강지현은 발걸음이 빨랐다. 이도운이 쫓아왔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뒤였다. 그는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 주차장까지 달렸다.“지현아!”간신히 그녀가 차에 오르기 직전에 붙잡았다.하지만 강지현은 마치 그를 기다린 듯, 차 문을 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지현아, 할머니도 우리 걱정해서 하신 말씀이잖아. 오늘 선물까지 챙겨 온 건 충분히 효심 있는 행동이야. 하지만 진짜 효도는 어른 뜻을 따르는 거 아니겠어?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할머니 체면도 생각해서 집에 가자.”이도운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팔을 잡으려 다가섰다.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순간, 그녀가 통화 중이라는 걸 알았다.“네, 수고 많으세요. 제 쪽에 증거는 충분합니다.”전화를 끊은 뒤에야 강지현이 눈을 들어 이도운을 바라봤다.“잘 왔네. 이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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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내가 이윤후를 입양한 지 벌써 2년이야. 어른들께 이 아이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여 드리지 않으면, 나중에 애가 커서 무슨 일을 벌여도 다들 내가 잘못 가르친 줄 알겠지.”“가족 단체방에 올렸다고? 강지현, 윤후는 그래도 우리 아이야.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이도운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미 단체방에 영상이 올라가 있었고, 회수 시간도 한참 지나 있었다.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하지만 말을 내뱉고 나서야 스스로도 깨달았다. 자신이 너무 노골적으로 아이를 두둔한다는 걸. 게다가 이 일은 분명 이윤후의 문제였다.그는 숨을 고르고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지현아, 애는 타이르는 거야. 이렇게 공개적으로 망신 주면 앞으로 이씨 가문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겠어? 할머니랑 어머니도 여기 계시잖아. 괜히 어른들 더 걱정시키게 하지 마.”“신고 취소해. 찻값은 내가 배상할게. 윤후도 직접 데리고 와서 제대로 사과시킬 거고.”강지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도운은 곧장 송금을 눌렀다. 10억이 순식간에 입금됐다.강지현은 휴대폰에 뜬 입금 알림을 한 번 훑어봤지만 표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의미 없는 숫자 몇 개일 뿐인 것처럼.“신고는 취소 안 해.”그녀는 차 문을 열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이윤후가 사과하는 것보다, 경찰 처분 기록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자식 제대로 못 가르친 건 부모 책임이잖아. 이도운, 너도 이번 일로 좀 반성했으면 좋겠어.”말은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이도운의 시선은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단체방 알림에 붙잡혀 있었다.[세상에, 저게 도운이네 애야? 어떻게 저렇게 버릇이 없지?][도운이는 뭐 하는 거야? 애를 왜 저렇게 방치해? 남의 차를 두들겨 부수고 긁어대다니.][눈빛 너무 무섭다... 다섯 살 맞아? 애 같지가 않아.][도운이가 입양했다던 그 애 맞지? 내 생각엔 그냥 보내는 게 낫겠어... 크면 분명 큰일 칠 애야. 집안까지 엮여서 말려들 수도 있어.]평소엔 무슨 일이 있어도 조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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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이도운의 비서는 두 사람 사이를 알고 있었다. 백하린은 적당한 핑계를 대 비서를 잠깐 밖으로 돌려보낸 뒤, 이윤후의 울분을 풀어주겠다며 어딘가에서 철근 막대기 하나를 구해 아이 손에 쥐여 줬다.“가서 강지현 차에다 화풀이 좀 해.”백하린은 주차장을 미리 살폈다. 감시 카메라가 없는 구역이었다. 게다가 이윤후는 고작 다섯 살. 설령 좀 심하게 굴어도 강지현이 아이를 상대로 뭘 어쩌겠냐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이도운이 뒤에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강지현이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사정을 모두 알게 된 순간, 이도운은 태어나 처음으로 백하린과 이혼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예전의 백하린은 지적이고 사리분별 있었으며 남의 마음도 잘 헤아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 없는 짓만 골라 하게 된 거지?강지현 말이 맞았다. 자식 교육을 못 시킨 책임은 결국 부모에게 돌아온다. 이윤후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건, 아버지인 자신이 아내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 결과 아이는 한없이 떠받들려 나쁜 버릇만 더 커져 버렸다.시간이 늦은 탓에 이민지는 이미 돌아간 뒤였다. 병실에는 문수정만 권미숙 곁을 지키고 있었다.조금 전 이규진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그는 이 일을 당장 정리하라고 못을 박았다.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하나였다. 이윤후와 이씨 가문의 입양 관계를 정리하고 다시 보육원으로 보내는 것. 처리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문수정의 화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다. 게다가 이윤후가 강지현의 차를 박살 낸 걸 생각하니, 속으로는 묘하게 고소한 기분까지 들었다.“꼬마가 성깔은 있어서 원... 강지현이 뭘 했길래 차를 그렇게 부쉈을까요?”툭 던진 말이었지만 권미숙의 시선이 칼처럼 날아왔다. 그 영상을 봤을 때 간호사가 옆에 없었으면 혈압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빨리 사과해.”이도운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는 내내 이윤후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다. 이번엔 반드시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아니면 이 고비를 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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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도운의 마음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예전의 그는 강지현과 선을 넘을 생각조차 없었다.둘은 진짜 부부도 아니었고 책임질 마음도 없었다. 나중에 관계를 정리하게 될 때, 아이를 핑계로 붙잡히는 상황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문수정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강지현이 아무리 성깔이 있어도, 아이가 생기면 결국 백하린처럼 자신에게 묶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그 생각은 아주 잠깐이었다.이도운은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저은 후, 곧장 이윤후를 감쌌다.“윤후가 잘못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보육원으로 돌려보낼 일은 아니잖아요. 집에서 반성하게 하겠습니다. 한동안은 밖에도 못 나가게 할게요.”이윤후는 그의 아들이었다. 어렵게 이씨 가문에 이름을 올렸는데 지금 내보내면 다시 돌아오는 길은 더 막막해진다.문수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이건 네 아버지 뜻이기도 하고, 나랑 어머니가 같이 내린 결정이야. 도운아, 2년 키웠으니 정이야 들었겠지. 그래도 가끔 보러 가면 되잖니. 다만 가문엔 더 이상 들이지 말자는 거야. 네가 친자식 생기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일이야.”이윤후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이도운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아빠, 아빠랑 안 떨어질래요... 집에 갈래요...”“말 안 들으면 아무도 안 데려가. 이번에 보육원으로 돌아가서는 정신 좀 차려라. 다음에 누가 또 입양해 주면 그때는 얌전히 굴고.”가볍게 한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이도운의 신경을 세게 건드렸다.“어머니! 윤후는 제 아들이에요. 다시는 보육원으로 안 보낼 거예요.”이윤후가 그렇게 울고 있는 걸 더는 못 보겠다는 듯, 그는 아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문수정이 버럭 화를 냈으나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이도운!”복도를 울리는 고함을 등진 채 그는 걸음을 옮겼다. 이윤후는 그의 어깨에 매달려 계속 훌쩍였다.“아빠, 미안해요... 나 버리지 마세요, 흑...”이도운은 아이 등을 조심스레 두드렸다.“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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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권미숙은 말을 마치자마자 못마땅한 듯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하지만 통화 시간이 10초로 찍혀 있다는 건 미처 보지 못했다.그녀가 내뱉은 마지막 한마디는 그대로 강지현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그때 강지현은 막 집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운 참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입을 열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건 분노에 찬 권미숙의 목소리였다.심장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이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백하린의 일을 알고 있었다. 모르고 있었던 건 오직 그녀 하나뿐이었다.한때 그렇게나 고맙게 여겼던 권미숙마저도 다르지 않았다. 이씨 가문 사람들 그 누구도 그녀를 가족으로 대해준 적이 없었다.그들의 눈에 그녀는 기껏해야 이도운이 이용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그런데도 그녀는 이도운에게 자신의 모든 감정을 내주었다. 문수정 일가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여도 애써 가족이라 여기려 노력했고, 집안이 화목해지길 바라며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왔다.그동안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무리 이성을 붙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잠시 후, 강지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의미 없이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이내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부탁할 게 있어요.”이씨 가문을 떠나오던 날, 강지현은 이윤후와 이도운, 그리고 백하린의 머리카락을 챙겨 나왔다.시간이 나는 대로 곧바로 DNA 감정을 의뢰했고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이윤후는 분명 백하린과 이도운의 아이였다.이 폭탄 같은 사실은, 원래라면 모든 걸 되찾고 깔끔히 손을 뗀 뒤 마지막 선물처럼 이씨 가문에 안겨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오늘 일을 겪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이씨 가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백하린도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그렇게 쉽게 넘어가게 둘 수는 없지 않나.이윤후가 그렇게도 백하린과 함께하길 원한다면, 백하린이 쫓겨날 때 그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방법은 간단했다. 문수정 일가에게 이윤후가 백하린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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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오늘은 바깥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밤공기가 차가워, 그의 코트 자락에도 옅은 냉기가 배어 있었다.강지현의 다정한 행동에 김태하의 어두웠던 기색은 조금 누그러졌지만, 그는 이내 천천히 그녀를 밀어냈다.“늦었다. 들어가서 쉬어.”“혹시 나한테 화난 거야?”그가 돌아서려 하자, 강지현은 본능처럼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아니야.”김태하는 곧장 부정했지만 목소리가 어딘가 딱딱하고 어색했다.“내가 오늘 온다는 걸 잊어서? 아니면 네 메시지에 답 안 해서?”강지현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거의 애교처럼 들렸다.이상하게도 김태하 앞에만 서면 얼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김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누구와도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는 편이었다. 이별과 무관심, 그리고 잊히는 일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그런데 오늘 밤, 강지현을 기다리는 동안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했다. 전화를 걸 용기도 나지 않았고 혹시 또 응답이 없을까 두려웠다.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야 할 감정들이 악몽처럼 다시 그를 옭아맸다.“태하야, 미안해. 화 풀어주면 안 돼?”강지현이 뒤에서 조심스레 그의 허리를 감싸안더니 달래듯 낮게 속삭였다.“다음엔 바로 답장할게. 네가 한 말도 절대 잊지 않을게. 사실 오늘 나도 좀 속상한 일이 있었어. 잠깐만이라도 나랑 있어 줄래?”그녀가 이렇게 애교를 부린 건 처음이었다. 김태하는 몸을 돌려 그녀를 끌어안았다.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이마를 스쳤다.“네가 이렇게 내 이름 불러주는 거, 정말 좋다. 한 번만 더 해줘.”낮고 깊은 목소리에 강지현의 심장이 어지럽게 흔들렸다.“태하야...”그녀가 부끄러운 듯 다시 불렀다.“그럼 오늘, 있어 줄 거야?”거의 동시에, 그의 입술 가까이에서 낮은 대답이 떨어졌다.“응.”부드럽게 깔린 음성, 스치듯 닿는 숨결이 그녀의 뺨을 따뜻하게 훑었다.강지현은 괜히 더 두근거릴까 봐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집 안으로 들어섰다.현관 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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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김태하의 얼굴이 아주 미묘하게 붉어졌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그 기색을 강지현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밥은 먹었어?”강지현이 문득 물었다.“먹었어.”그제야 강지현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였는지, 말을 마치자마자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뭐 마실래? 우리 집에 차도 있고, 커피도 있어. 아니면 내가 특제 음료 만들어줄까?”주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태하도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냉장고 문을 열고, 찬장을 여닫으며 이것저것 꺼내는 강지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것저것 꺼내느라 분주한데도 동작은 가볍고 유연했다.강지현이 까치발을 들어 선반 위를 더듬자, 김태하는 곧장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한 손을 그녀의 옆으로 뻗어 위쪽 선반을 짚으며 낮게 물었다.“이거야?”이름은 모르겠지만 포장이 고급스러운 탄산수 몇 캔이 눈에 들어왔다.“맞아.”강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김태하는 워낙 키가 커서 힘들이지 않고 물건을 꺼내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고마워.”강지현이 돌아보며 웃는 순간, 두 사람은 또다시 가까워졌다. 몸이 바짝 붙어 있었는데 마치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다.“여기 찬장이 좀 높네.”김태하는 눈빛을 가라앉힌 채 강지현의 입술을 바라보며 말했다.강지현은 탄산수 캔을 만지작거리다 헛기침을 했다.“그러게. 아, 그래서 뭐 마실 건데?”김태하는 ‘아무거나’라고 하려다가, 바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병들을 흘끗 바라봤다. 거기엔 알록달록한 병들이 제법 쌓여 있었다. 술도 꽤 있는 듯했다.강지현이 말한 ‘특제 음료’는 아무래도 알코올이 들어간 것 같았다.“칵테일도 할 줄 알아?”“조금은.”강지현이 손짓하며 답했다.“그냥 음료라고 생각해도 돼.”“그럼 네가 만든 걸로 할게.”“좋아.”도구는 제대로 갖춰져 있었고 그녀의 손놀림도 망설임이 없었다. 계량하고 얼음을 넣고 셰이커를 흔드는 동작이 제법 능숙했다. 한참 흔든 뒤 잔에 따르자, 서로 다른 색의 음료 두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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