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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apítulo 161 - Capítulo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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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대표이사실로 돌아온 이도운은 곧장 넥타이를 풀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좀처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온라인에 쏟아지는 강지현에 대한 비난이 마치 그의 살갗을 후려치는 것만 같았다.강지현과 6년을 함께하며 그녀가 얼마나 고집이 세고 또 얼마나 순수한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외도는커녕 휴대폰 속 남자 연예인을 쳐다보는 것조차 오직 ‘업무 때문’인 여자였다.강지현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지한 아이였다. 그런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이끌어왔는데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날 수 있단 말인가!이도운은 한참 진정한 후에야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그때 문득 동문 단톡방에 뜬 기사를 공유하는 글들이 보였는데 많은 이들이 강지현을 비웃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도운을 멘션하며 동정하고 있었다.이도운은 떨리는 손으로 글을 작성했다.[이 기사는 날조입니다. 지현이와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 놓으시길 바랍니다!]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서둘러 수정하여 다시 글을 올렸다.[강지현 이사는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전문 능력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소문에 언급된 행위는 강지현 이사와 일절 무관함을 명백히 밝힙니다. 근거 없는 루머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향후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그제야 이도운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하지만 그 글을 올리자마자 백하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무심코 전화를 받았더니 수화기 너머로 그녀가 격분하며 따져 물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단톡방에서 왜 뜬금없이 강지현 감싸고 돌아? 걔가 널 배신하고 그 망신을 줬는데도 다 인정하겠다는 거야?”“하린아, 너까지 왜 이래? 정신 차려 제발! 그 기사들 명백한 허위 사실이야. 지현이는 내가 잘 알아. 걔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이도운의 단호한 옹호에 백하린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단톡방에서 강지현이 비난받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이도운이 갑자기 나서서 변호할 줄이야.‘너희 가족들한테 강지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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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강지현은 이미 법무팀에 연락을 취한 상태였다. 주상 그룹의 법무팀은 단연 업계 최고이니 안우진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무조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또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맹목적으로 퍼 나른 언론 계정들도 마찬가지였다.“언니! 그 인간들 절대 선처하지 말아요. 이런 일로 험담하고 소문 퍼뜨리는 건 진짜 너무 역겹고 악랄해요.”현다영 일행은 강지현의 처지가 억울하다고 분개하고 있었다. 아침에 기사를 접한 뒤로 다들 하던 일도 제쳐두고 단톡방에서 연신 강지현을 옹호하며 루머를 해명하기 바빴다.하지만 그녀들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강지현의 전화 한 통보다 힘이 약했다.“알았어, 꼭 그럴게.”강지현이 나지막이 대답했다.그녀는 앙갚음할 일이 생기면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김태하 씨는 혹시 이 기사를 보셨을까요? 만약 아시게 되면... 혹시라도...”현다영은 말을 잇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걱정스러운 눈길로 강지현을 바라봤다.“언니, 김태하 씨 설마 이 루머를 믿지는 않겠죠?”그녀의 말을 들은 강지현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김태하를 떠올리니 거의 본능적으로 대답했다.“그럴 리 없어.”서로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녀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할 텐데 김태하만큼은 그럴 사람이 아닐 거란 확신이 들었다.다만 이런 일은 평판에 좋지 않으니 그에게 한 번쯤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곧장 김태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은 통화 중이었다.‘바쁜가 보네.’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주단우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특유의 목소리로 질문을 건넸다.“강 대표, 잠깐 얘기 나눌 수 있을까?”그는 강지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딥블루 체크 무늬 정장을 입고 훤칠한 몸매로 문가에 비스듬히 기댄 채 다시 한번 그녀에게 물었다.“바쁜가 보네, 강 대표?”주단우는 그녀의 책상 앞에 서 있던 현다영을 쓱 훑어보았다.이에 현다영도 황급히 몸을 돌리며 인사했다.“부대표님, 안녕하세요.”그녀는 뻣뻣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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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강지현은 아무런 대답 없이 차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주단우가 계속 말을 이어가길 기다리고 있었다.“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는 그래 뭐, 먹고 살려고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주상 그룹 오너가 됐으니 여론의 파장이 매우 나쁘고 만약 이 일로 회사에 손해가 생긴다면 너 감당할 수 있겠어? 모든 책임을 짊어질 수 있겠냐고?”전부 그녀의 예상 범위 안에 있던 멘트였다. 강지현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주단우를 바라볼 뿐 여전히 대꾸할 생각이 없었다.마침내 주단우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엄마랑 의논해봤는데 주상 그룹 중간직급 정도는 내줄 수 있어. 하지만 주상 그룹 상속 재산의 70% 이상은 반환해야 할 거야.”“조건이 상향 조정되었네요? 사모님께서 저를 조금은 인정하셨나 봐요?”강지현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녀가 야유를 날리자 주단우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얼굴의 미소가 굳고 몸도 서서히 책상에서 떨어뜨리며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지현아, 나 지금 너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고 충고하는 거야. 주상 그룹이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한 곳이 아니야. 미리 말해주는 건데 할아버지가 한 달 뒤에 귀국하셔. 너 같은 젊은 여자가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게 영 마음에 걸리셔서 돌아오시는 거야. 할아버지가 널 인정 안 하시면 우리 집안 그 누구도 널 인정 안 해.”“게다가 그룹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너부터 뒤집어써야 할 거야. 넌 지금 모두의 표적이 돼 있어. 당장 이 작은 루머만으로도 재계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단 말이야... 나도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주상 그룹에서만 물러나면 여전히 주씨 가문의 귀한 따님으로 무사히 지낼 수 있고 우리도 서로 간섭할 일 없잖아. 이런 게 바로 윈윈 아닌가?”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 담긴 듯한 주단우의 목소리, 마치 강지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에 노골적인 경고와 협박이 숨어 있었다.강지현은 이 상황이 더 우스워졌다.‘이 남자가 지금 날 세 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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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강지현은 대놓고 주단우를 겨냥했다.이에 주단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목시계를 매만지며 얼굴에 옅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그렇다면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보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퍽 진심 어린 태도로 말했다.“엄마가 지난번에 너랑 김 대표 약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걸 몹시 아쉬워하셨어.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서 양가 가족들이 모여 인사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거야. 귀한 손님들도 많이 오실 테니 너도 제때 참석해 주길 바라.”말을 마친 주단우는 강지현의 책상 위에 초대장을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의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주단우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획대로 진행해.”사실 그는 강지현이라는 동생에게 꽤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적어도 그녀가 진짜 무능한 얼간이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그래서 먼저 예의를 갖추고 그녀 스스로 포기하기를 바랐던 것인데 지금 보니 뼛속까지 고집이 세서 굳이 압박하지 않으면 알아서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했다....같은 시각, 백하린도 반나절 만에 실시간 검색어가 역전된 것을 알아차렸다. 해원 방송국은 해명 성명을 발표했고 안우진에게 전화를 걸어도 계속 통화 중이었다.동문 단톡방에서는 다들 강지현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섣불리 소문을 믿은 것이 미안하다며 그녀를 태그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하지만 강지현이 진작 단톡방에서 나간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누군가 이도운에게 물었지만, 그 역시 강지현이 언제 나갔는지 몰랐다. 오늘 자신이 선뜻 나서서 옹호했던 글까지 그녀가 다 보았으리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모든 게 혼자 김칫국을 마신 격이었다.이도운은 강지현에게 몇 통의 전화를 연달아 걸었고 마침내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뭔데?”강지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몹시 차가웠다. 운전 중에 남자의 끈질긴 전화를 마지못해 받은 것 같았다.“지현아, 너 괜찮아? 오늘 뉴스 봤는데 혹시 밖에서 누군가 너한테 앙심 품은 거 아니야?”“신경 꺼. 네 알 바 아니니까. 이럴 시간 있으면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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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알았어. 용서할게. 무슨 일이든 말만 해. 우리 함께 해결하면 되잖아.”이도운은 차오르는 짜증을 꾹 참고 겁에 질린 백하린의 두 눈을 보더니 마침내 일으켜서 옆자리에 앉혔다.티슈로 눈물도 닦아주고 손에 온수가 담긴 잔까지 쥐여주었다.남자의 다정한 모습에 그녀의 상태가 조금은 나아졌다.백하린은 한참 더 훌쩍이다가 드디어 안우진과 얽힌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다 듣고 난 이도운은 눈빛에서 온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안색이 확 굳어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뭐라고? 네가 안우진 시켜서 지현이 모함했어?”“안우진 잡혔어... 경찰이 나한테까지 수사망을 좁혀오면... 그땐 정말 끝장이라고...”백하린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감방에 갈 생각을 하니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와 무릎을 꿇은 채 이도운의 다리를 부둥켜안았다.“도운아, 나 좀 살려줘. 이게 다 강지현 때문이야. 걔가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강지현이 철저히 무너져야 우리도 걔한테서 벗어나 당당하게 함께할 수 있는 거 아니야?”이도운은 마음 같아선 한바탕 윽박지르고 싶었지만, 그녀가 눈물범벅이 돼버리니 입가에 다다른 말을 억지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백하린도 어쨌거나 두 사람을 위해서 벌인 일이니까.“이 일이 집안 식구들 귀에 들어가면 너는 정말 끝장이야.”이도운은 눈을 감고 나직이 읊조렸다. 머리가 또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했다.백하린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씨 가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든 그녀를 감방에 처넣으려고 할 것이다.“도운아, 윤후 아직 너무 어려. 나 감방 가면 우리 윤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 우리가 함께한 지도 10년이 됐어. 그동안 네 말이라면 전부 들어줬고 강지현 못지않게 너한테 헌신했어... 널 너무 사랑해서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거야!”궁지에 몰린 백하린은 필사적으로 이도운에게 매달리며 도움을 청했다.그녀의 절박한 말이 끝내 이도운의 마음을 움직였다.잠깐 고민하던 이도운은 그녀를 품에 안고 달래주다가 곧바로 자신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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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그날 김태하에게 타주었던 바로 그잔 말이다.강지현은 칵테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맛은 꽤 자극적이었고 머릿속엔 곁에 기대앉아 있던 남자의 모습이 번뜩 스쳤다.김태하는 밖에서 한없이 냉철한 이미지인데 집에 돌아오면 의외로 애교가 많아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열한 시쯤 되었을까. 강지현은 거실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휴대폰 진동에 잠이 확 깼다.“여보세요?”몽롱한 상태로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김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아니, 아직...”강지현은 눈을 비비고 천천히 일어나며 목소리도 훨씬 맑아졌다.“이 늦은 시간에 웬 전화야? 이제 일 끝났어?”“응.”김태하는 마치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감미롭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보고 싶어.”“...”겨우 가라앉힌 술기운이 또다시 확 올라와 귓불까지 빨개지는 그녀였다.“나도...”강지현이 나직이 대답했다. 행여나 그가 무슨 말을 더할까 두려워 급히 화제를 돌렸다.“오늘 너랑 함께 저녁 먹으려고 장도 잔뜩 봐 왔는데 네가 없으니 아무것도 안 했어.”“그런 위 호강할 일이 있었다면 누가 뭐래도 출장 안 갔을 텐데.”“아니야, 일이 먼저지. 먹고 싶은 건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어...”김태하의 말처럼 그들에겐 아직 남아있는 시간이 매우 길다.강지현은 그 말을 떠올리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지금 어디야?”남자가 문득 이런 질문을 내던졌다.“집이지.”“집 어디?”그가 은근 초조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소파.”강지현은 솔직하게 대답하며 무심코 옷자락을 매만졌다.“잠옷으로 갈아입었어?”너무 디테일한 질문에 은밀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강지현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시선을 떨구고 부드러운 실크 잠옷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수줍음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김태하의 진중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문 열어. 지금 당장 봐야겠으니까.”강지현의 눈동자에 순간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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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굳이 안 물어도 이 남자가 밖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을지 짐작이 갔다.이미 늦은 시간이지만 김태하를 보니 그녀는 피곤함을 싹 잊었다.요즘 그가 자주 집에 드나드는 바람에 강지현은 손님방에 남자 용품을 넉넉히 갖춰 두었다. 새 칫솔, 면도기, 그리고 잠옷 두 벌까지도.“네가 검은색 실크 잠옷을 좋아하길래 디자인이 다른 거로 두 벌 샀어.”강지현은 익숙하게 그 물건들을 김태하에게 건넸다. 그녀는 누군가를 챙기는 것에 익숙했기에 이 정도 일은 너무나 당연했지만, 김태하가 그것들을 보고 흠칫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그는 고개를 들어 강지현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가에 지극히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이걸 다... 언제 준비했어?”“점심시간에 잠깐 짬 내서 사 왔지. 가게 몇 군데 돌면서 소재도 비교해 보다가 네가 평소 입는 거랑 비슷해 보이는 거로 샀어.”강지현은 마치 사소한 일을 이야기하듯 태연하게 말했다.그녀는 어느덧 습관처럼 주변 사람들을 꼼꼼히 챙겼다. 특히 내 사람으로 지정한 이들에겐 더욱 지극정성이었다.김태하는 손을 뻗어 매끄럽고 차가운 실크 원단을 손끝으로 훑어내렸다. 이내 천천히 손을 오므려 그 감촉을 손안에 움켜쥐었다.“고마워, 날 위해 이렇게까지 신경 써줘서.”유난히 진지하고 심지어 정중한 의미까지 담긴 말에 강지현이 웃었다.“뭘 새삼스럽게. 별 거 아니니까 너무 격식 차리지 마...”“아니.”김태하가 대뜸 말을 자르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나한텐 너무 소중한 일이야.”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자 둘 사이의 거리가 바짝 좁혀졌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지현아, 잘 들어. 네가 베푸는 마음은 무엇 하나 헛된 게 없어. 전부 소중하게 다뤄지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뜻이야. 지금 이 잠옷도 그렇고.”그가 손에 든 잠옷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덧붙였다.“너라는 사람 자체도 마찬가지야.”남자의 말은 고요하던 마음의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처럼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강지현은 예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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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김태하의 말을 들은 강지현은 가슴이 뭉클해졌다.그저 하는 말일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여린 그녀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다만 그녀가 모르는 일이 있다면 김태하는 단연코 그저 해본 소리가 아니었다.오후에 뉴스 파문을 접한 즉시 실검에서 기사를 내리게 했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단지 그의 행동은 강지현보다 한발 늦었다. 김태하가 분부를 내렸을 때 안우진은 막 경찰에 인계된 참이었다.‘그래도 이렇게 관둘 순 없어. 지현이가 이토록 큰 굴욕을 당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지.’그 시각, 온라인상에 녹취 파일 하나가 공개되었는데 바로 백하린과 안우진의 일부 통화 내용이었다.통화 속에서 백하린은 강지현을 헐뜯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안우진에게 과거 학교 일들을 떠올리게 하며 강지현의 본모습을 폭로하도록 부추겼다.이어서 두 사람의 금전 거래 기록이 증거로 첨부되었다.이로써 반전은 최종적인 일격을 맞았다. 모든 사람이 배후의 조종자가 누구인지 파헤치기 시작했고 한순간 강지현의 정보는 온라인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에 반해 백하린은 신상이 탈탈 털리고 있었다.[한때 명문대 미모의 여교수, 학생들 존경을 한몸에 받았으나 실상은 캠퍼스 여신을 시기해.]비슷한 타이틀의 기사가 무서운 기세로 실검 상위권을 차지했다.수많은 동문들이 댓글로 놀라움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들의 기억 속 백하린은 매우 상냥하고 학생들에게 다정하며 업무에 충실한 사람이었는데 그 이면에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심지어 이 사실을 아는 일부 사람들은 백하린이 강지현의 결혼을 파탄 내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폭로했다.백하린은 예전부터 강지현의 남편과 아주 가깝게 지냈고 두 사람은 수년간 몰래 연락해왔으며 숨겨진 스캔들이 있는 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하지만 이러한 추측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결국 초점은 [여교수의 이미지 타락]에 맞춰졌다.자정이 되어서야 백하린과 이도운 역시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이도운의 휴대폰에는 문수정한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열 통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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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아니! 넌 무조건 떠나야 해. 아무리 내가 감싸준다 해도 우리 집안에서 절대 널 그냥 두지 않아. 윤후는 지금 우리 엄마 곁에 있어.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만 떠나.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이도운은 말하면서 곧바로 백하린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녀가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백하린의 짐이 무척 많았지만 남자는 기본적인 옷가지와 중요한 서류들만 챙겼다.가는 길 내내 백하린은 계속 눈물을 훔쳤다. 애석하게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이도운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이번에는 정말 그녀를 보내기로 결심한 듯했다.공항에 도착하자 이도운은 그녀에게 비자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인접 국가행 항공권을 끊어주었다.“일단은 잠시 피해 있어. 비자 발급이랑 학교 입학 절차는 사람 시켜서 처리해 둘 테니 유학 가서 좀 지내. 이쪽 일이 잠잠해지면 윤후도 보내줄게.”“나 이렇게 가버렸다가 다시는 못 돌아오면 어떡해?”백하린은 당황한 와중에도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오늘 변호사와 상담해 보니 안우진이 저지른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아직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교사 혐의가 붙는다고 해도 형량은 기껏해야 징역 1년 정도이며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하고 합의금으로 배상까지 마친다면 충분히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물론 전제 조건은 이씨 가문이 그녀의 보증을 서주는 것이었다.또한 이씨 가문이 그녀를 보증하게 할 유일한 방법은 이도운과의 결혼 사실을 공개하는 것뿐이다!“여기 일 다 처리하고 바로 너한테 갈게.”이도운의 말투가 비로소 부드러워졌다.백하린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그 역시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었다.이도운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예전에 수없이 약속했던 것처럼 지극히 다정하게 안아주었다.하지만 백하린은 더 이상 안 믿었다. 그녀는 남자의 어깨를 꽉 붙잡고 쏘아붙였다.“이도운! 왜 이렇게 날 내보내지 못해서 안달이야? 너 설마... 강지현이 우리 일을 알아버릴까 봐 겁나?”그녀의 나지막한 반문에 이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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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문수정은 어젯밤 이도운에게 전화를 여러 통 걸었지만 도통 받지를 않았다. 아침이 되어서야 집에 온 걸 보니 백하린을 만난 게 틀림없었다.문수정은 시큰둥한 얼굴로 그를 데리고 거실로 향했다.“하린의 일은 어떻게 처리할 셈이야?”이제는 잔소리할 기운도 없이 바로 추궁에 나섰다.“이미 떠나보냈어요. 온라인에 퍼진 일에 대해서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합의금을 낼 겁니다.”“걔 그거 범죄야! 그런 애를 두둔하는 건 결국 우리 집안까지 끌어들이려는 거잖니!”문수정이 버럭 화를 냈다. 아들이 이렇게까지 백하린을 감싸고 돌 줄이야. 그녀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그년이 그렇게 악랄한 짓을 저질렀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니? 어떤 년인지 아직도 감이 안 와?”“엄마, 이번 일이 이 지경에 다다른 건 우리 책임도 있다고 봐요. 엄마랑 할머니가 너무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윤후까지 내세우면서 협박하지 않았어도...”이도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수정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그녀는 화나서 얼굴이 시뻘게졌다.“너 진짜 우리랑 절연이라도 할 셈이니? 그런 거면 지금 당장 나가! 그년한테 가버려!”“아침 댓바람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워?”갑자기 문간에서 권미숙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가정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거실로 들어와 두 모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소파 상석에 앉았다.어르신의 얼굴에는 옅은 그늘이 드리워졌지만, 확실히 문수정보다는 훨씬 침착해 보였다.“할머니.”이도운은 곧장 권미숙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그제야 그녀도 이도운을 힐끗 내려다보았다.“네가 백하린 해외로 보냈다고?”방금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참인데 백하린이 궁지에 몰려 발악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웃음거리가 된 건 전혀 이상할 것도 없었다.이도운이 그녀와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면 이씨 가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지금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강지현이다. 백하린은 오롯이 이도운을 위해서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니 강지현처럼 똑똑한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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