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하는 칠흑 같은 두 눈으로 김무언을 빤히 쳐다봤다. 말끝에 담긴 압박감은 아버지인 김무언조차 압도할 정도였다.“뭐라고?”김무언이 정색하며 묻더니 돌연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어릴 적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서먹했다. 하지만 김태하는 천성적으로 장유유서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아무리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도 공적인 자리에서 어른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실례를 범하진 않았다.하물며 자신의 아내가 보는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태하 씨, 그만해...”강지현은 그가 아버지와 충돌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김태하의 미간에 깊게 팬 주름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았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그러니 더 신경 쓰지 마세요. 시간이 늦었으니 지현이랑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김태하는 아버지를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강지현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태하야!”김무언의 불호령이 떨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강지현이 뒤를 돌아보려 하자 품에 꼭 끌어안고 걸음을 재촉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지순옥이 얼른 은주희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에 은주희가 황급히 김무언의 팔을 붙잡았다.“무언 씨, 애들 일은 이쯤 해요.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버릇없는 것들! 결혼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강지현 쟤가 집안의 화근이야, 화근!”김무언은 김태하에게 받은 화풀이를 고스란히 강지현에게 돌리며 은주희를 뿌리치고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한편 김태하에게 이끌려 김씨 저택 밖으로 나온 강지현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태하 씨, 아버님도 다 당신 생각해서 그러신 건데 우리가 이렇게 나와버리면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아니! 절대 걱정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야. 아버지는 내 생각 따위 안중에도 없고, 그저 본인이 정해둔 원칙만이 중요한 사람이야. 넌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랑만 잘 지내면 돼.”김태하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쓸쓸함을 강지현은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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