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강지현의 논문이 담긴 USB를 백하린에게 건네준 뒤,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였다.다행히 한참을 뒤진 끝에 침대 옆 협탁 서랍에서 발견했다.자신이 괜한 의심으로 과민반응 했던 모양이라며, 이도운은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밤은 깊어갔고, 도시의 불빛들은 하나로 엉겨 붙어 질주하는 차창 위로 파편 같은 잔상을 남겼다.이윤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없이 창밖만 응시했다.방금 의문스러운 통화를 마친 백하린은 노트북으로 데이터를 전송한 뒤, 그제야 아들의 안색을 살폈다.“윤후야, 걱정하지 마.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뿐이니까. 엄마 믿지?”그 말에 이윤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하지만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의 얼굴엔 다시 그늘이 드리워졌다.“그렇지만 아빠랑 떨어지기 싫단 말이에요. 아빠가 그 나쁜 아줌마랑 같이 있는 것도 싫고...”“안심해.”백하린이 이윤후의 작은 머리를 감싸 안았다.“엄마가 있는 한, 아빠는 절대 널 버리지 못해.”‘이혼? 꿈도 꾸지 마, 이도운.’‘우리를 무너뜨리겠다고? 강지현, 그건 더더욱 가당치 않은 소리지.’그녀는 이미 강지현의 미발표 데이터를 서경시의 한 상장 기업에 전송한 뒤였다.그곳은 다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 재직 중인 회사였다.백하린의 집안은 비록 재벌가는 아니었으나, 부모 모두 국가급 학술 엘리트였다.그들이 몸담은 기업 역시 국가적 배경을 지녔다.해원시에서 일이 꼬인다면,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가 판을 다시 짜면 그만이었다.그녀는 이미 며칠 전 상대 기업과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상대측은 백하린이 제공한 논문 데이터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며 그녀에게 지사 책임자 자리를 제안했다.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고개를 숙이고 조력을 받는다면, 이도운과 함께 이경 그룹에 필적하는 상장 기업을 일구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백하린은 증명하고 싶었다. 자신이 강지현보다 뛰어나다는 것을.강지현이 이경 그룹을 상장시켰듯, 그녀 또한 이씨 가문의 재기를 이끌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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