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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921 - Chapter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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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할머니의 한마디에 행사장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 웃음과 감동이 한꺼번에 터졌다.강지현은 순식간에 온 국민이 부러워하는 여자가 됐다.본인도 부자, 남편도 부자, 시댁도 부자인 데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까지 하나같이 그녀를 끔찍이 아꼈다.하객석에서는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양가 대표의 인사가 끝나자 서약과 반지 교환 순서가 이어졌다.김태하는 강지현의 왼손을 들어 올렸다. 시선은 오직 그녀의 약지에 머문 채, 자신이 직접 고른 결혼반지를 천천히 끼워 줬다.극도로 희귀한 최상급 레드 다이아몬드였다.독특한 세팅과 눈부실 만큼 화려한 광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불꽃처럼 뜨거운 빛이었다.김태하의 마음속 강지현과도 닮아 있었다. 불꽃처럼 밝고 눈부신 그녀의 진심 어린 따뜻함은 어떤 얼음도 녹일 수 있었다.그의 마음까지도 말이다.M 국에서 예전 결혼반지는 불길 속에 사라졌지만 두 사람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다. 그래서 새로 맞춘 레드 다이아몬드 반지는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난 두 사람을 상징했다.그만큼 두 사람의 마음도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강지현.”김태하의 낮고 또렷한 목소리가 옷깃의 소형 마이크를 타고 넓은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에게도 전해졌다.“난 운명에 이렇게 감사해 본 적이 없어. 너를 만나게 해 준 것도, 네가 나를 선택하고 내 곁에 남아 준 것도 모두 감사해.”화려한 말은 없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무거운 진심이 담겨 있었다.“이제부터 내 삶도, 내가 가진 영광도, 내 모든 것도 너와 함께 나눌게. 사랑해.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강지현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볼을 타고 흘렀다.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닦으려 했지만, 김태하가 먼저 손끝으로 눈물을 훔쳐 줬다.하객석에서 또 한 번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강지현은 결국 울다가 웃고 말았다. 너무 벅찼다. 이 모든 순간이 꿈만 같았다.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현실 같지 않았다.‘사실 울고 싶지 않았는데...’잠시 마음을 추스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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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한편 다른 쪽에 앉아 있던 지현우는 무대 위에서 입 맞추는 두 사람을 보며 감동하면서도 설명하기 힘든 허전함을 느꼈다.그는 휴대전화를 켜 무심코 배아름과의 채팅창을 열었다.대화는 그가 해원시로 오기 전, 배아름이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넨 데서 멈춰 있었다.키스가 끝난 뒤에도 김태하는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강지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댄 채 한참이나 아쉬운 듯 머물렀다.이로써 예식은 끝났다.진행자가 다시 축하 인사를 전했고, 상원궁의 성대한 연회도 정식으로 시작됐다.그리고 이 아름다운 장면은 한 시간 뒤 전 세계에 동시에 방송됐다. 접속자가 너무 몰려 서버가 한때 버벅댈 정도였다.영상 속에서는 수많은 꽃잎과 금빛 조각이 하늘에서 흩날리며, 손을 맞잡고 연회로 향하는 신랑 신부 위로 쏟아졌다.김태하는 강지현의 손을 잡고 모두를 향해 돌아섰다. 두 사람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성대한 축복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생중계 채팅창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영원히 함께하라는 축하 메시지 사이로 감동했다는 반응이 끝없이 올라왔다.[세상에, 나 울 것 같아!][어떻게 이렇게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 있지?][나 다시 사랑을 믿게 됐어!][김태하랑 강지현 진짜 너무 잘 어울려!][등장부터 압도적이야. 이게 진짜 세기의 결혼식이지!][둘만 같이 있으면 그 자체로 최고의 로맨스 같아!][상원궁 결혼식 진짜 미쳤다! 너무 멋있어!][원래 상원궁 결혼식 구경하러 들어왔는데 둘한테 완전히 빠졌어!][축하해요! 꼭 행복해야 해요!][세상이 멸망하는 건 믿어도 김태하랑 강지현이 안 행복할 거라는 건 못 믿겠다!][...]상원궁 생중계가 축하 메시지로 가득 찬 가운데,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댓글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다.[저 둘은 행복해질 수 없어.]그날 밤, 호화로운 서재 한구석에 한 남자가 휴대전화를 든 채 서 있었다.방 안의 조명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 값비싼 페르시아 카펫 위에 드리웠다.조금 전 그가 생중계에 남긴 댓글은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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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도운 씨, 여동생이랑 어머님 오셨어요!”여자가 웃으며 이도운을 살짝 밀어냈다.식당 입구에서는 고용인이 이민지와 문수정을 안내해 들어오고 있었다.이민지는 이번 시즌 신상 맞춤 드레스를 입고 정교하게 화장한 모습이었다.문수정은 짙은 초록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보석 장신구도 거의 하지 않아 비교적 수수했다.“엄마, 와서 앉아요. 민지도 어서 와.”이도운도 여자와 함께 두 사람을 맞으러 가며 가정부에게 자리를 준비하라고 눈짓했다.“이서 씨, 이건 저랑 엄마가 특별히 골라 온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는지 한번 봐요.”이민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도운 옆의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태도가 눈에 띄게 비위를 맞추는 식이었다.그녀가 들고 온 물건 대부분도 눈앞의 이 귀한 아가씨를 위한 선물이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민지가 누구 비위를 맞출 일이 있었겠는가?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민지도 현실을 인정한 지 오래였다.이씨 집안은 몰락했고, 그녀도 더는 귀한 집 아가씨가 아니었다.초라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는 남의 집에 얹혀살며 눈치 좀 보는 게 훨씬 나았다.게다가 눈앞의 여자는 Y 국 왕실과 친척 관계인, 말 그대로 진짜 귀족 영애였다.이 거대한 저택도 모두 그녀의 소유였다.그래도 이민지가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역시 이도운이었다.해원시에 있을 때는 백하린과 강지현 두 여자를 동시에 가지고 놀더니, 해외로 나오고도 손짓 몇 번으로 자신보다 5살이나 어린 귀족 영애를 완전히 빠져들게 했다.“고마워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두 분이 주시는 선물이라면 뭐든 좋아요!”이서는 선물을 받아 들고 이도운을 향해 달콤하게 웃었다.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네 사람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이도운이 이서에게 가족을 소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전에도 이서는 여러 번 이도운을 자신의 가족에게 소개하려 했지만, 이도운은 그때마다 부드럽게 거절했다. 그래서 이서는 한때 이도운이 자신과 진지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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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무슨 결혼식이요?”역시나 이민지의 말은 곧바로 이서의 관심을 끌었다.문수정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빠 예전 친구들이 오늘 결혼식을 해서요.”“무슨 친구야. 원수나 다름없지.”이민지는 더 말할 용기는 없었지만 빈정거리는 한마디는 덧붙였다.이도운은 이제 국내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에 있었다. 강지현 일행과 다시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주씨 집안이든 김씨 집안이든 이제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원수? 도운 씨한테 원수가 있어요?”이서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이도운을 바라봤다.이도운은 손에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여자의 눈처럼 하얀 두 손을 감싸 쥐었다.“민지가 과장한 거야. 예전에 조금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들일 뿐이야. 원수라고 할 정도는 아니야.”이도운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이서는 조금 안심했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지가 또 입을 열려 했지만 이도운의 경고 어린 시선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문수정도 식탁 아래에서 이민지의 다리를 한 번 찼다.그 뒤 식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이어졌다.문수정과 이민지는 내내 이도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이서와 대화했다.불과 몇 달 사이, 이도운에게 남아 있던 화려하고 거침없는 재벌가 도련님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음울함과 냉정함이 자리 잡았다.따뜻한 실내에 앉아 있는데도 이도운의 몸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예전에는 이도운에게 가장 잘 달라붙던 이민지조차 이제는 거리를 두고 공손하게 말할 정도였다.식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이도운은 문수정과 이민지를 배웅했다.이서는 매일 밤 가족과 통화했다. 이도운이 돌아왔을 때 마침 통화를 끝낸 참이었다.두 사람이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지 겨우 보름, 한창 서로에게 빠져 있을 시기였다.이서는 평소 낮에 아주 바빴고 요 며칠처럼 밤에 시간이 나는 날도 드물었다. 그래서 이도운에게 달라붙어 한시도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런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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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이서는 자신의 얼굴을 감싼 남자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도운의 몸속에서 무언가 깨어나는 듯한 기세가 느껴져 흥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그래도 그녀는 그 다정함에 빠져 달콤한 기분으로 순순히 그의 입맞춤에 응했다.그런데 다음 순간, 남자의 움직임이 아무 예고 없이 멈췄다.이도운이 갑자기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어두운 침대 조명 아래 깊은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도운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 낯설었다.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도운 씨? 왜 그래요?”이서의 마음에 불안감이 스며들었다.“...”이서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이도운이 문득 정신을 차렸다.흐릿하던 눈빛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그는 다시 부드럽게 이서를 품으로 당겨 자신의 팔을 베개 삼아 눕게 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네가 좀 보고 싶었어.”“제가 보고 싶었다고요? 저 매일 옆에 있잖아요.”이서는 웃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애초에 그녀가 이도운에게 끌린 이유도 그의 신비롭고 특별한 분위기 때문이었다.이도운의 영혼 속에는 마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 같았다.한쪽은 불처럼 뜨겁고, 다른 한쪽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Y 국 최고 명문 경영대학원의 자선 모금 만찬이었다.이서는 그날 수많은 학생과 창업가 사이에서도 이도운이 얼마나 유독 눈에 띄었는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그날 이도운은 어느 쇼핑몰 브랜드를 대신해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다. 몸에 꼭 맞는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키 크고 잘생긴 모습에 행사장의 여자들이 하나같이 눈을 떼지 못했다.이서 주변에는 동양인 남성이 거의 없었다.이렇게 잘생긴 동양인 남자는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이도운의 이목구비는 Y 국 남자들처럼 깊고 뚜렷하지 않았고 체격도 가장 크고 건장한 편은 아니었다. Y 국 남자들 특유의 밝고 외향적인 열정도 없었고,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공격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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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이서는 가까이서 남자를 바라보다가, 무대 위에서 봤던 모습과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멀리서 볼 때 그는 손에 닿지 않는 달빛처럼 차갑고 거리감이 있었다.하지만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면 부드럽고 세심했다. 마치 하늘의 달이 물 위로 내려온 듯해, 빠져들지 않기가 어려웠다.처음에 이도운은 그녀를 큰손 고객으로 대하며 제품 관련 사후 관리에만 성실히 신경 썼다.그런데 몇 번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이서가 말이 많은 건지 두 사람이 유난히 잘 맞는 건지 어느새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는 친구가 됐다.불과 몇 주 만에 두 사람은 서로의 삶 깊숙이 들어왔다. 취향부터 꿈, 과거에서 미래까지 못 할 이야기가 없었다.그제야 이서는 이도운이 단순한 브랜드 판매 직원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그는 원래 국내의 유력 사업가 집안에서 자란 도련님이었지만 집안이 몰락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났다고 했다.이서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그 전공은 가족이 정해 준 것이었고 본인은 별로 소질이 없었다.과제와 시험만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지쳐 쓰러질 지경인 날이 많았다.그런데 이도운이 아낌없이 도와준 덕분에 요즘은 눈에 띄게 성장했고 성적도 크게 올랐다. 교수와 가족들도 무척 기뻐했다.이서에게 친구는 많았지만 자신의 모든 감정을 받아 주면서도 좋은 스승이자 벗이 돼 줄 사람은 드물었다.이도운은 이서가 생각하는 완벽한 친구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그리고... 연인에게 바라는 모습까지도.알게 된 기간은 짧았지만 이서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이렇게 깊이 빠지고 집착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칠까 두려워 먼저 이도운에게 사귀자고 말했다.두 사람의 신분 차이도, 나이 차이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심지어 이도운의 걱정을 덜어 주려고 가족에게 먼저 연애 사실까지 알렸다.그런데 이도운은 오히려 한발 물러섰다.지금 자신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부모가 아무리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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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발표 준비를 이유로 내부에서 ‘잠재 주요 고객’ 명단도 손에 넣었다.그 명단을 추려 본 결과 이서를 비롯한 몇몇 귀족 영애가 그의 목표에 가장 잘 맞았다.그날 만찬이 끝난 뒤 이도운은 자신에게 주문을 넣은 여러 영애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그중에서도 이서만큼 자신에게 깊이 빠진 사람은 없었다.하늘은 늘 그에게 가장 좋은 걸 내주곤 했다.알면 알수록 이도운은 이서의 집안 배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했다.그래서 오히려 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거의 다 잡은 기회를 놓칠까 두려웠다.“매일 네가 눈앞에 있으니까 오히려 더 보고 싶어지는 거야.”이도운의 시선이 다시 이서의 눈에 머물렀다.여자의 풋풋함은 예전 강지현과 똑 닮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강지현이 아니었다.마음 한구석의 그리움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늘 조금 부족했다.“말은 예쁘게 하는데, 제가 보기엔 요즘 저한테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아요...”이서는 서운한 듯 투덜거렸다. 무엇보다 오늘 이도운의 태도가 계속 차가웠던 게 마음에 걸렸다.이도운이 입맞춤으로 이서의 말을 막았다.“미안해. 오늘은 내가 좀 정신이 없었어. 그래도 네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졌어.”“대체 무슨 일인데요?”그 말을 듣자 이서는 금세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저녁 식사 때 이민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혹시 그 원수들 때문이에요?”“응.”이도운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낮게 대답했다.이서는 곧바로 이도운의 목을 끌어안고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저한테 말해 줘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저도 같이 나누고 싶어요.”“네가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거나... 무시하게 되진 않을까?”이도운이 눈을 내리깔았다. 짙은 속눈썹이 눈가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럴 리가 없잖아요.”이서는 곧장 이도운을 더 꼭 끌어안았다.“제가 좋아하는 건 도운 씨라는 사람이에요.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상관없어요.”이도운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서의 눈가를 손끝으로 쓸었다. 큰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보였다.“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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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이서는 곧바로 마음이 아파졌다.그녀는 이도운을 끌어안고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요. 그렇게 못된 사람들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요. 이제부터 제가 도운 씨를 지켜 줄게요.”“이서야... 고마워.”이도운은 이서에게 몇 번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표정에는 아직 뭔가 말하지 못한 뭔가 있는 듯했다.“도운 씨, 혹시 아직 그 여자를 못 잊은 거예요?”여자의 직감으로 이서는 결국 그렇게 물었다.이도운은 곧바로 부정했다.“아니야.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그냥 내가 너무 무능했던 게 미워. 이제는 할머니 묘에 찾아가 뵙는 것도, 아버지 곁에서 효도하는 것도 사치가 돼 버렸으니까...”“...”이서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본 이도운은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그래도 하늘이 날 버리진 않았나 봐. 너를 만나게 해 줬잖아.”이서는 그의 말에 감동해 가슴이 벅차올랐다. 눈앞의 남자를 지켜 주고 싶다는 마음이 한껏 커졌다.“걱정하지 말아요. 귀국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요. 도운 씨의 회사도, 그 사람들이 빼앗아 간 것도 전부 제가 되찾아 줄게요.”지금 자신이 조금 충동적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서는 그래도 이도운에게 약속했다.이도운의 눈이 순간 빛났다.“이서야, 정말이야?”“당연하죠. 전 누구도 도운 씨를 괴롭히게 두고 싶지 않아요.”이서는 옅게 웃으며 이도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하지만 지금 내가 돌아가도 주씨 집안과 김씨 집안을 상대할 방법이 없어...”이도운의 표정이 다시 깊이 가라앉았다.이서는 가볍게 웃었다.“그게 뭐가 어려워요? 정면으로 못 이기면 다른 힘을 빌리면 되죠. 그 사람들이 권력 믿고 도운 씨네 집안을 짓밟았던 것처럼 말이에요.”“우리 집안 배경이 어떤지 도운 씨도 알잖아요. 해원시 최고 부자 정도가 우리 집과 비교가 돼요?”그 말은 정확히 이도운이 바라던 것이었다.그런데도 그는 걱정하는 척 고개를 저었다.“너까지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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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이유조차 거의 잃고 지냈다.그런데 강지현은 매일 김태하와 붙어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세기의 결혼식? 진짜 사랑?’이도운은 생중계에 올라오던 댓글만 떠올려도 이를 갈았다.‘아니, 그럴 리 없어. 두 사람 사이에 진짜 사랑이 있을 리 없어.’강지현이 자신을 떠난 이상 절대 행복하게 살게 둘 수 없었다....서경시, 이른 아침. 관성 별장.“김태하!”강지현이 갑자기 놀라 외치며 눈을 떴다. 바로 앞에는 미간을 찌푸린 김태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악몽 꿨어?”김태하는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본 뒤 손바닥으로 머리카락 사이에 맺힌 땀을 닦아 줬다.어제 두 사람의 결혼식은 무사히 완벽하게 끝났다.하지만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쉴 틈 없이 바빴다.인터뷰와 각종 인사를 연달아 소화했고, 한참 늦어서야 별장으로 돌아와 가족과 친지들을 따로 불러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결혼식을 막 올린 신혼부부의 첫날밤이라는 걸 모두 알기에, 사람들도 눈치껏 오래 붙잡지 않고 금방 자리를 정리했다.그렇지만 김태하와 강지현은 이미 녹초가 돼 있었다. 강지현은 화장을 지우고 씻는 것까지 김태하가 직접 도와줘야 할 정도였다.침대에 눕자 둘은 제대로 사랑을 나눌 겨를도 없이 차례로 잠들었다.물론 가장 먼저 잠든 사람은 강지현이었다.종일 온몸이 녹초가 되도록 뛰어다녔으니 그럴 만했다.그런데도 두 팔만큼은 계속 김태하의 허리를 꼭 감고 있었다. 팔이 저릴 정도가 돼도 놓지 않았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억울한 듯 김태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몸을 움직여 고양이처럼 그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어 더 세게 끌어안았다.“응. 진짜 무서운 악몽 꿨어.”“꿈은 반대라고 하잖아. 무서워하지 마. 그런데 무슨 꿈이었는데? 나한테 말해 봐.”김태하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언제나 강지현의 마음을 금세 안정시켜 줬다.강지현은 그의 품에 기대 중얼거렸다.“기억은 잘 안 나. 그런데 그냥 너무 무서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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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두 사람은 서로를 안은 채 한동안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다가 다시 잠들었다.다시 일어났을 때는 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별장에는 일찍부터 여러 사람이 와 있었다.오늘은 가족과 친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점심을 먹는 날이었다. 이 자리까지 마치면 내일은 대부분 해원시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모두가 눈치가 좋았는지 김태하와 강지현이 늦잠 자는 걸 그대로 두었고, 결국 오후 3시가 돼서야 식사를 시작했다.김태하는 입맛이 없었다. 강지현은 주방에 따로 말해 담백한 죽과 반찬을 준비하게 했다.그런데도 식사하는 동안 김태하는 몇 숟갈만 먹고 더는 수저를 들지 않았다.“아직도 안 좋아?”계속 그를 살피던 강지현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약부터 가져왔다.김태하는 약을 먹고 낮게 말했다.“조금 불편한 정도야. 괜찮아.”강지현은 바로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아직 손님들이 남아 있었고, 김태하도 그녀를 말렸다.얼굴빛이 실제로 많이 돌아온 걸 확인한 뒤에야 강지현도 더 고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주시언과 하원영이 함께 다가왔다. 옆에는 눈치 없이 끼어든 사람처럼 육운성도 붙어 있었다.현다영과 서지아는 지순옥 일행이 선물을 정리하는 걸 돕고 있었고, 주단우와 지현우는 오늘 오지 않았다.주단우는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지현우는 회의가 있어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육운성은 신혼부부가 다정하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어이구, 김 대표님은 왜 이래? 어젯밤에 너무 무리했나?”김태하는 그를 흘깃 봤다.“말이 많아.”강지현도 육운성에게 놀림당할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원영 씨, 우리 내일 해원시로 돌아가는데 같이 갈래요?”“원영이는 조금 늦게 갈 거야.”주시언이 대신 대답했다.“나 여기서 일이 좀 남았거든. 그거 끝내고 해원시로 갈 건데 원영이가 같이 있어 주기로 했어. 휴가도 며칠 내고.”“아, 큰 고비 하나 넘겼다고 벌써 일 안 하려고요? 휴가도 미리 말 안 하고?”강지현이 일부러 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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