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베니에는 침을 삼켰다. 그 질문은 그녀가 인정하고 싶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숙한 곳까지 가슴을 찔렀다. 그녀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찻잔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어내리며 오래전에 따뜻함을 잃어버린 차가운 도자기의 감촉을 느꼈다.“그리워한다는 것.”마침내 그녀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참 이상한 단어지, 그렇지?”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무엇 하나 감추려고 하지 않는, 연약하기 그지없는 미소였다.“나는 많은 것을 그리워해.”비베니에가 말을 이었다.“모든 것이 망가져버리기 전의 나 자신도 그립고, 한 번도 현실이 되지 못했던 수많은 가능성들도 그리워.”라파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비베니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전보다 훨씬 솔직한 눈빛으로 다시 라파엘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맞아.”그녀가 조용히 말했다.“너도 그리워.”라파엘의 몸이 굳었다. 손가락이 작은 펜을 놓칠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펜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적었다. 이번에는 빠르고, 거의 다급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둘러 글씨를 써 내려갔다.‘어떤 의미로?’비베니에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한때 내 곁에 서 있었던 사람으로서.”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내가 알려지고 싶지 않았을 때조차 나를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한 번도 요구하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으로서.”라파엘은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희망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깊은 피로감이었다. 그는 다시 글을 적었다.‘내가 떠나지 않았다면?’비베니에가 작게,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그랬다면.”그녀가 말했다.“아마 우리는 서로를 훨씬 더 빨리 망가뜨렸을 거야.”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창밖의 잿빛 하늘을 바라보았다.“우리는 닮았어, 라파엘. 너무 닮았지. 그리고 우리 같은 두 사람은… 서로의 곁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사람들이 아니야.”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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