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하늘이 서서히 색을 바꾸기 시작할 무렵에도 군함들은 계속해서 남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거센 파도가 배의 측면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지만, 갑판 위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은 오직 한곳, 갑판 한가운데에 묶인 채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라제 코르빈.그의 두 손에는 여전히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몸은 튼튼한 밧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지만 더 이상 저항하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앞에 서 있는 남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차례로 훑어보았다.가장 가까운 곳에는 디리안이 서 있었다.그보다 몇 걸음 뒤에는 루시언과 제이레스가 나란히 서서, 똑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바닷바람에 디리안의 외투가 살랑거리던 순간, 마침내 루시언이 입을 열었다.“이 사람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평평한 어조로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가 정말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디리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라제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눈앞의 남자가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디리안이 입을 열었다.“인질로 쓸모가 있을 거라고 말한 건 네가 아니었나?”루시언은 입을 다물었다.디리안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럼 또 뭐가 있지?”루시언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제이레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저는 공작이 바로 죽일 줄 알았습니다.”그 말에 라제가 몸을 살짝 일으켰다.“죽이지 마십시오.”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말이 튀어나왔다.잠시 동안 그의 앞에 있던 세 남자는 아무 말없이 라제를 바라보기만 했다.그러자 제이레스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루시언은 잠시 눈을 감은 채 한숨을 내쉬었는데, 마치 너무나도 뻔한 말을 들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디리안마저 마침내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그것은 미소라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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