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렌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고, 망설이는 흔적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지나치게 정돈되어 보일 만큼 차분한 모습뿐이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그것을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단단히 감춰둔 듯했다.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자신이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적어도… 지금은.천천히 그녀의 시선이 움직였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훑었다. 우연히 이곳에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그 자리에 서기로 선택한 사람들이었다.언제나 침착한 제이.피로를 감추려 애쓰는 뵤른.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한데도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에릭과 피터, 그리고 시그.모두 이곳에 있었다.자신을 위해서.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셀렌의 마음속 무언가가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약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지는 결의 때문이었다.“몸조심해.”조용한 목소리였다. 강요하는 기색도,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는 모습도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그 말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약속도, 맹세도 없었기 때문이다.그저 믿음을 건넸을 뿐이었다.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으로 충분했다.셀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몸을 돌렸다.걸음은 차분했다. 마치 자신을 따라오는 무거운 짐 따위는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사라는 이미 문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은 평소처럼 차분하고 침착했지만, 눈에는 조금 더 깊은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정말로 주의 깊게 바라보는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그들 뒤에서는 가슴에 시계가 박힌 남자가 소리도, 표정도 없이 따라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처럼.문이 열리고, 셀렌이 밖으로 나섰다.그리고 방 너머의 세상은…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하지만 그녀의 걸음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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