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01 - Chapitre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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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성유원은 고개를 들어 연지아를 바라봤다. 연지아는 성유원을 보지 않은 채 성시하에게 물었다.“시하야, 다 먹었어?”성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배불러요.”연지아는 휴지를 뽑아 성시하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성시하는 고개를 살짝 들고 입술을 내민 채, 연지아가 닦아 주는 대로 얌전히 있었다.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자 연지아는 저도 모르게 입가가 풀어졌다. 당장이라도 이 귀여운 아이를 꼭 안고 입 맞추고 싶었다.연지아는 성시하의 입가를 깨끗이 닦아 준 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성유원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마주쳤다. 그러자 눈가에 머물던 웃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연지아는 허리를 숙여 성시하를 어린이 의자에서 바로 안아 들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성유원은 의자에 앉은 채 여자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깊고 어두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낮고 차갑게 웃었다.점심을 먹고 나서 세 사람은 차를 타고 승마장으로 향했다.성시하는 가는 내내 들떠 있었다.연지아와 성유원은 여전히 서로 말을 섞지 않았다. 다만 성시하의 앞에서는 두 사람 모두 일부러 기색을 감추고 있었다.하지만 차에 오른 지 20분쯤 지나자 성시하는 졸음이 몰려와 낮잠을 자려 했다.성유원은 성시하를 품에 안고 기대게 한 채 등을 가볍게 두드려 재웠고, 성시하는 금세 잠들었다.차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연지아는 창밖을 바라봤다.성유원은 한 손으로 성시하를 감싸안은 채 반대편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은 가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승마장은 교외에 있었다. 차로 거의 50분 가까이 달려야 했다.오늘은 날씨가 괜찮았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고, 흐린 하늘이라 햇볕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승마장에 도착하자, 성시하는 먼저 승마복으로 갈아입으러 가야 했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보며 오늘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여성용 승마복도 있는데 갈아입을래요?”연지아는 고개를 들어 성유원을 보고는 바로 거절했다.“아니요. 저는 안 탈 거예요. 시하 옆에만 있어 줄게요.”성유원은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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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연지아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신나 하는 딸 모습을 보고 있자, 이렇게라도 아이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온통 행복으로 가득 찼다.한 바퀴를 돌고 나서, 연지아는 성시하를 안고 옆 벤치에 앉아 잠깐 쉬었다. 그러고는 물컵을 건네며 말했다.“물 좀 마셔.”성시하의 모자를 벗겨 주고, 이마에 맺힌 땀도 닦아 주었다.그때였다.성유원이 걸어왔다.“아빠!”성시하가 반갑게 불렀다.성유원은 곧장 다가와 성시하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땀에 젖은 앞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이따 형주 삼촌이랑 숙모가 아린이 데리고 놀러 온대.”성시하는 성석준과 성재원을 따라 박형주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성시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아린 언니 온대?”성유원은 짧게 응했다.성시하는 박아린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박아린이 온다는 말만으로도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성시하는 연지아를 보며 말했다.“에블린 이모, 그럼 저희 아린 언니랑 같이 말 탈 수 있어요.”연지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응.”연지아는 눈을 들어 성유원을 한번 바라봤다. 사실 오늘은 딸과 단둘이 있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도 차라리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편이, 성유원과 같이 아이를 봐야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물론 성유원도 자기와 함께 아이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연지아와 성유원 사이에는 애초에 할 말도 없었다. 괜히 같이 있으면 아이만 어색해질 뿐이었다.박형주는 원래 오늘 아내와 딸을 데리고 이 근처로 바람 쐬러 나왔다가, 곧장 승마장으로 넘어왔다.박아린은 연지아를 보자 얌전히 인사했다.“에블린 이모.”연지아는 웃으며 말했다.“아린아 안녕. 오랜만이다.”성시하는 곧바로 달려가 박아린의 손을 잡았다.박형주의 아내 추민정은 연지아를 보자 잠깐 멈칫했다. 미리 이야기를 들은 듯 크게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다만 추민정의 눈에는 연지아와 성시하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유난히 닮아 보였다. 정말 한눈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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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그럴지도 모르죠.”박형주는 성유원이 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굳이 더 묻지 않았다.두 아이가 배고파했다.연지아와 추민정은 성시하와 박아린을 데리고 실내 휴게 공간으로 갔다. 직원들은 이미 간식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성시하는 케이크를 집어 연지아에게 먹여 줬다. 연지아는 한입 받아먹고 성시하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발그레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말했다.“시하야, 이제 너도 먹어.”추민정은 맞은편에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었다.“시하는 에블린 씨를 정말 잘 따르네요.”연지아도 옅게 웃었다.“저는 아이를 좋아해요.”방금 추민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추민정은 말 한마디에도 좋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 특유의 차분함과 단정함이 묻어났다.처음 보는 사이인 만큼 두 사람 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대화했다. 서로를 지나치게 캐묻지도 않았고, 함부로 깊이 들어가지도 않았다.연지아도 추민정과 이야기하는 게 나쁘지 않았다.그때 박형주와 성유원이 안으로 들어왔다.두 사람 눈에 들어온 건, 대화를 나누며 한층 부드러워진 두 여자였다.“무슨 얘기 하는데 그렇게 신났어?”박형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지아와 추민정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두 사람을 봤다. 연지아는 성유원을 보는 순간 눈빛이 순식간에 옅어졌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바라봤다.박형주는 아내와 딸 옆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추민정의 허리를 감싸안고, 박아린에게 오늘 재미있었는지 물었다.부부는 다정했고, 가족 분위기도 포근하고 달콤했다.연지아는 성유원이 자기 옆자리에 앉으려는 걸 보고, 안쪽으로 몸을 옮기며 말했다.“시하야, 여기 앉아.”그렇게 성시하를 두 사람 사이에 앉혔다.물론 성시하는 지금 연지아가 일부러 아빠를 피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성유원은 여자의 그런 움직임을 담담하게 한번 바라본 뒤, 성시하에게 말했다.“시하야, 단 거 너무 많이 먹지 마.”성시하는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성유원에게 내밀었다.“그럼 아빠가 먹어.”성유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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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박형주가 말했다.“당신 생각은 어때?”추민정은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보니까 진짜 많이 변했네. 나 갑자기 저 사람 좀 대단하게 느껴져. 안연청 씨보다 훨씬 나은 사람 같아.”안연청은 집안도 좋고 외모도 좋지만, 결국은 가족들한테 떠받들려 자란 아가씨였다. 누군가 계속 맞춰 주고 아껴 줘야 하는 타입이었다. 연애 상대라면 몰라도, 성유원의 아내 자리에 어울리느냐고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박형주가 말했다.“성유원 씨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결국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야.”추민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 사람 일 잘못 처리하면, 할아버지가 더 눈엣가시처럼 보겠는데.”박형주도 따라 웃었다.승합차 안에서는 성시하가 연지아에게 오늘 밤 같이 있어 달라고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연지아는 딸이 커다란 눈으로 간절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걸 보자, 차마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 연지아는 눈을 들어 맞은편 남자를 한번 바라봤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보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뭐라고 말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에블린 이모, 안 되나요?”성시하는 입술을 내밀고 다시 한번 물었다.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연지아는 딸을 내려다보며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결국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성시하는 기뻐서 연지아를 꼭 끌어안았다.“시하야, 이제 얌전히 앉아.”성유원이 말했다.하지만 성시하는 연지아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싫어. 난 에블린 이모 옆에 있을 거야.”성시하는 오늘 하루가 정말 좋았다. 아린 언니에게는 엄마가 있었고, 자기에게도 에블린 이모가 곁에 있어 줬다. 그래서 더 오래, 아니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차는 그대로 오션 빌리지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성시하는 연지아의 품에 기대 잠이 들었다.오는 동안, 연지아는 성유원이 서안성에게 전화를 받는 소리를 들었다. 저녁에 시간 되면 술 마시러 가자고 묻는 내용이었다. 성유원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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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성유원은 시선을 거두고 그대로 차를 몰아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연지아는 차를 몰고 성민우와 함께 별장을 떠났다.성민우는 연지아를 보며 물었다.“너는 형이 네 정체 눈치챘다고 생각해?”연지아는 앞만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럼 그냥 아무도 모르는 걸로 두면 되지.”오늘 추민정조차 조금 의심하는 눈치였다. 하물며 성유원처럼 눈치 빠른 사람이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도 성유원은 확실히 성시하를 끔찍하게 아꼈다. 적어도 성유원의 마음속에서는 안연청보다 성시하가 훨씬 앞에 있었다.지금 성시하가 연지아를 좋아하고, 성유원도 그걸 굳이 막지 않았다. 연지아로서는 앞으로도 성시하를 보고 곁에 있어 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성민우는 더 묻지 않았다. 어차피 연지아도 다 생각이 있을 테니까.“혹시 내일 오후 시간 돼?”성민우가 물었다.연지아가 말했다.“두 시 넘어서 별일 없으면 괜찮을 것 같아.”성민우가 바로 말했다.“좋아. 그럼 스카이다이빙하러 가자.”연지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안 될 것 같아. 내일 시하랑 같이 놀아 주기로 했거든. 시하가 연 날리고 싶대.”성민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남호 공원 가서 연 날리면 되겠네.”“좋아.”다음 날.연지아는 오전에 일을 마치고 먼저 성시하에게 연락했다.차를 몰고 별장 앞으로 가자, 성시하는 벌써 작은 책가방까지 메고 다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성유원은 성시하를 별장 문 앞까지 데려다주며 연지아에게 말했다.“간식 한 통이랑 과일은 챙겨 놨어요. 보온병에는 오늘 시하가 마셔야 할 물 양 맞춰 담아 놨고요. 너무 많이 먹이지는 마세요. 아이스크림은 안 되고, 음료도 안 됩니다.”성시하는 바로 투덜거렸다.“아빠 나빠. 아이스크림 못 먹게 해.”연지아는 성시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주었다. 그리고 성유원이 한 말도 전부 마음속에 새겨 뒀다.성유원이 다시 말했다.“일곱 시 전에는 데려다줘요.”연지아는 눈을 들어 성유원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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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배우진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민우 씨랑 둘이 시하를 데리고 나간 거야?”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덧붙였다.“그 사람은 이제 제 정체를 거의 다 알 거예요. 다만 시하 때문에 그냥 모른 척하는 것 같아요.”원래 연지아는 성유원과 이혼하고 난 뒤에야 어떻게 사실을 밝힐지 생각해 보려 했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성시하와 너무 자주 마주쳤다. 이제 와서 끝까지 숨기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무엇보다 성시하가 그렇게 자기를 좋아하고 의지할 줄은 연지아도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성시하가 그린 그림을 봤을 때, 늘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완전히 풀려 버렸다.성시하만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성유원이 자신을 알아봐도 이제는 그리 두렵지 않았다.강진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근데 이미 발견했으면 왜 굳이 모르는 척하지?”연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나랑 그 사람은 그냥 남이나 다름없으니까. 굳이 들춰낼 것도 없는 거지.”강진연은 갑자기 분통이 터진 듯 말했다.“네 예비 전남편은 진짜 조경주보다도 더 별로야.”조경주는 강진연의 전남편이었다.강현수와 강진연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사흘 뒤.연지아는 강현수와 함께 크루즈 만찬에 참석했다. 크루즈는 2박 3일 동안 항해하는 일정이었다.그날 밤 그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은 국내외 재계의 핵심 인사들이었다.강현수와 연지아가 그 자리에 간 목적 역시 결국 협업 논의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상대 쪽에서 강현수를 찾은 것이었다.상대는 명한 그룹 이사 중 한 명이자 대표인 안홍걸이었다. 안 회장 친동생이자, 안연청에게는 친삼촌인 사람이었다.요 몇 년 사이 명한 그룹 내부는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세력 다툼과 권력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송나겸은 그 내부 권력 싸움 속에서 조금씩 안 회장의 권한을 잠식해 왔다. 지금 안 회장은 이미 송나겸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고, 겉으로만 간신히 평온한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송나겸은 어려서부터 송정미를 따라 안씨 가문에 들어왔지만, 결국 안씨 가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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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성유원은 차가운 눈으로 연지아를 내려다봤고, 입가에는 문득 비웃는 기색이 번졌다. 연지아는 그 눈빛 속 조롱을 읽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대체 저게 무슨 뜻이지?’그 순간 안연청이 성유원의 곁으로 와 자연스럽게 팔에 매달렸다.“유원 오빠, 뭐 봐?”안연청은 눈길을 내리다 강현수와 에블린을 발견했고, 얼굴빛이 금세 굳었다.연지아는 시선을 내리며 바로 눈길을 거뒀다. 강현수가 말했다.“가자.”연지아는 작게 응한 뒤 강현수와 함께 앞쪽으로 걸어갔다. 곧이어 또 다른 지인이 다가와 말을 붙였다.안연청은 성유원과 팔짱을 낀 채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오늘 안연청은 몸에 꼭 맞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올려 묶었고, 진주 장식까지 더해져 청초하고 흠잡을 데 없는 분위기였다. 그 곁의 남자는 와인빛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잘생긴 얼굴에 서늘하고도 치명적인 기운이 더해져 사람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겼다.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잘 어울렸다.연회장 안 사람들 역시 두 사람을 보며, 자연스럽게 강현수와 그의 파트너와 비교하게 됐다.두 쌍 모두 외모와 분위기만 놓고 보면 최상급이었다.게다가 이 두 쌍이 한자리에 함께 나타났으니, 주위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조차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성유원을 발견한 사람들이 하나둘 술잔을 들고 다가와 말을 붙였다.연지아와 강현수는 성유원과 안연청 쪽에서 꽤 떨어져 있었고, 거의 서로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였다.연지아를 놀라게 한 건 그다음이었다. 예전에 해외에서 함께 박사 과정을 밟던 동기 데이비드를 마주친 것이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전형적인 미남이었다.예전 해외에 있을 때, 데이비드는 연지아를 꽤 열렬하게 좋아했었다. 하지만 연지아는 그때 아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그렇다고 데이비드가 연지아에게 앙심을 품은 건 아니었다. 다만 자존심이 좀 상했을 뿐이었다.“에블린, 날 거절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그래도 난 여전히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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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성유원은 손에 든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다가 고개를 조금 젖혀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못 꼬시는 여자도 있네.”데이비드는 시선을 곧게 연지아에게 둔 채 푸른 눈동자에 감춰지지 않는 호감을 담고 말했다.“에블린은 날 처음으로 거절한 여자야. 난 정말 걔가 좋아. 아직도 계속 생각나.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다시 한번 보려고 온 거야.”성유원은 데이비드 시선을 따라 연지아를 바라봤다. 깊고 검은 눈빛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네 주변에 걔보다 예쁜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까지 못 잊는 게, 너를 거절해서 승부욕 같은 게 생긴 거 아니야?”데이비드는 다시 성유원을 보며 웃었다.“외모 때문만은 아니야. 걔한테는 진짜 특별한 분위기가 있어. 사람을 깊게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다고. 너는 걔가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다는 거 못 느꼈어?”성유원은 담담하게 입꼬리만 올렸다. 눈빛은 한없이 무심했다.“난 걔가 다른 여자랑 뭐가 다른지 전혀 모르겠는데.”데이비드는 웃으며 말했다.“그건 네 옆에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 연청 씨도 예쁘잖아.”안연청은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마친 뒤 이쪽으로 걸어왔다.“유원 오빠, 우리 춤추러 가자.”성유원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지나가던 직원에게 넘기고 데이비드에게 말했다.“먼저 가볼게.”안연청은 성유원과 팔짱을 끼고 무도회장으로 들어갔다.데이비드는 제자리에서 한동안 연지아가 춤추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문득 바깥바람을 좀 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먼저 자리를 떴다.성유원은 안연청의 손과 허리를 잡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발을 옮겼다.연지아는 몸을 돌리다 마침 두 사람을 보게 됐다. 그리고 성유원과도 잠깐 눈이 마주쳤다.정말 보지 않으려 해도, 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연지아에게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일으켰다.강현수가 연지아의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먼저 나갈까?”연지아는 강현수를 올려다봤다가 다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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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날카로운 비명이 연회장 전체를 찢듯 울렸다.성유원의 얼굴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고, 온몸에서는 사람 숨을 막히게 할 만큼 험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연지아는 안연청의 머리채를 틀어쥔 채, 다른 손으로는 팔을 잡아끌고 그대로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안연청처럼 곱게만 자란 여자가 꾸준히 몸을 단련해 온 연지아의 힘을 당해낼 리 없었다.주변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얼어붙은 채 쳐다보기만 했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악! 이년아, 놔! 유원 오빠, 유원 오빠!”강현수는 곧바로 앞으로 나가 성유원을 막아섰다. 위험할 만큼 차갑고 검은 눈과 정면으로 마주한 채 낮게 말했다.“성 대표, 여자들 일은 여자들끼리 풀게 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대표는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성유원은 칠흑 같은 눈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뼛속까지 서늘한 냉기가 맺혀 있었다.순간 연회장 전체 공기가 뚝 떨어진 것처럼 얼어붙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강 대표, 정말 나와 맞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남자의 목소리에는 차갑고도 날 선 조롱이 실려 있었다.강현수도 물러서지 않았다.“그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저도 한번 알고 싶군요.”안연청의 비명은 계속 이어졌다.연지아는 안연청을 그대로 술 테이블 쪽으로 끌고 가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술병을 집어 들고 그녀에게 들이부었다.성유원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강현수가 다시 막아섰다. 성유원의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고,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불거져 있었다.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주최 측 사람들이 다급히 달려와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소란을 듣고서야 안홍걸도 자기 조카가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눈앞 광경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가 급히 앞으로 나가 연지아를 막았다. 보안 요원들도 뒤늦게 달려와 연지아를 붙잡았다.연지아는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온몸이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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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강현수가 말했다.“그 말, 허황된 약속은 아니었으면 좋겠네.”그때였다.연지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자 화면을 보지 않아도 누가 건 전화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시하 전화야?”연지아는 작게 응했다.강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까, 통화 끝나면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푹 쉬어.”연지아도 대답했다.“네.”강현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침실 밖으로 나갔다.연지아는 감정을 가다듬고 성시하의 전화를 받았다.“에블린 이모!”딸의 앳되고 환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연지아는 온몸이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이는 것 같았다.“시하야.”두 사람은 그렇게 또 20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성시하는 지금 성씨 가문 본가에 머무르고 있었고, 집에는 사촌 오빠들도 함께 있어 주고 있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연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치고 잠옷 가운까지 입고 나온 순간,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연지아는 문을 열었다가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데이비드?”데이비드는 연지아를 바라보며 위아래로 훑어본 뒤 물었다.“에블린, 괜찮아?”연지아는 웃으며 답했다.“응, 괜찮아.”아무래도 데이비드는 뭔가 들은 모양이었다.데이비드가 다시 물었다.“에블린, 너 성유원 여자친구랑 무슨 일 있었어?”연지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할 때 아니지.”데이비드는 웃었다.“알겠어. 그럼 방해 안 할게. 내일 아침에 보자.”연지아는 작게 응했다.데이비드는 몸을 돌려 떠났다.연지아는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태블릿을 들어 조금 더 일할 생각이었지만, 머릿속이 이상하게 뒤숭숭해서 화면에 뜬 영어 문장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결국 연지아는 태블릿을 꺼 버리고 불도 끈 채 그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하지만 그날 밤도 연지아는 결국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강현수에게서 온 전화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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