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Bab 271 - Bab 280

298 Bab

제271화

말을 하면서, 구기빈은 강이주에게 그 기록들을 캡처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강이주는 곧바로 핸드폰을 유예준에게 건넸다.유예준은 기록을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 보았다. 살피는 내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복용 기록을 모두 확인한 뒤, 유예준이 강이주에게 말했다.“제수씨, 기록상으로는 전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실제로 드신 약이 정말 이 기록과 같은 약이었는지가 문제죠.” “그래서 제가 제수씨한테 최대한 빨리 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에 오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그럼 내일 아침에 아버지 모시고 검사를 받으러 갈게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강이주는 유예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정보승을 믿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에 드러난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강이주는 이제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유예준이 웃으며 대답했다.“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야 기꺼이 하죠. 제수씨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검사 결과부터 보고 판단하죠.”지금 가장 중요한 건 검사였다.유예준의 따뜻한 위로를 듣자, 강이주의 눈빛에는 고마움이 역력했다.유예준은 할 말을 마치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예준은 굳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훼방꾼 노릇을 할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런 때야말로 구기빈이 나설 차례였다. 그래야 구기빈과 강이주 사이도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까.유예준에게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유예준이 떠난 뒤에도 강이주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강이주는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약물 문제라면, 심순남 쪽에서 저지를 만한 일이었다.강서규가 회복하지 못하거나 다시 뇌졸중으로 쓰러진다면,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심순남이니까.심순남의 탐욕을 떠올리자, 강이주는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런 더러운 수단까지 쓰면서도, 겉으로는 선한 척했다는 사실이 정말 역겨웠다.구기빈은 강이주 안에 들끓는 분노를 알아차렸다.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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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다음 날, 강이주는 강서규에게 정밀 검진 이야기를 꺼냈다.강서규는 딸이 자신의 몸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강이주를 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강서규는 결국 정밀 검진을 받겠다고 승낙했다.강이주는 유예준과 연락한 뒤, 강서규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후 여러 검사가 차례대로 진행됐다.검사가 진행되는 내내 유예준이 강이주의 곁에 있었다.원래는 구기빈도 오늘 함께 오려고 했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본가에서 급히 부르는 바람에 올 수가 없었다.대신 구기빈은 유예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강이주 곁에 있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강이주는 옆에서 아직 잠이 덜 깬 듯한 유예준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유 대표, 먼저 들어가서 쉬셔도 돼요.”강이주가 보기에도 유예준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유예준은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쓸어 넘겼다.“괜찮습니다. 그냥 제 생체 리듬이 이 시간에 맞춰져 있지 않아서 그래요.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게 좀 낯설 뿐입니다.”보통 유예준은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했다. 새벽 5시가 되기 전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그렇게 자면 오후 4시까지도 거뜬히 잤다.오랜 세월 동안 유예준의 생활 패턴은 그렇게 굳어졌고,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잠시 멈칫했다.“그래도 건강을 챙기셔야죠. 밤을 새우는 건 몸에 안 좋아요.”“알겠습니다, 제수씨.”유예준이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유예준이 매번 ‘제수씨’라고 부를 때마다, 강이주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유예준이 미리 병원 쪽에 말해 둔 덕분에, 강서규의 검사는 빠르게 진행됐다.15분 뒤, 검사 결과지가 전부 유예준의 손에 들어왔다.검사를 마친 뒤, 강이주는 장숙연에게 자신이 병원에 남아 검사 결과를 기다릴 테니까, 먼저 강서규를 데리고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유예준은 모든 결과지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했다. 마지막 장까지 살핀 뒤에야 강이주에게 입을 열었다.“혈액에서 확실히 그 두 가지 약물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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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강이주도 유예준의 말뜻을 당연히 알아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병원을 나온 뒤, 강이주는 혼자 차를 몰고 요양병원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임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어제 약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뒤, 강이주는 임설에게 정보승과 마동희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요양병원에서 평소 강서규에게 접근할 수 있는 직원들도 전부 걸러 보라고 했다.정보승 쪽에는 문제가 없었다.정보승은 처방을 바꿀 때마다 첫날에는 자신이 직접 와서 확인했다. 다만 업무의 특성상 정보승이 매번 현장에 있을 수는 없었다.그 틈이 누군가에게 기회가 된 셈이었다.더구나 강서규가 먹은 약들은 요양병원에서 조제한 게 아니었다.누군가 밖에서 약을 가져와 섞어 넣은 것이 분명했다.임설이 조사한 바로는, 마동희에게 매년 별도의 연말 장려금이 지급되고 있었다.그 돈은 요양병원과 한 재단이 공동으로 지급하는 형식이었다.공교롭게도 그 재단은 심순남과 관련이 있었다. 심씨 집안의 방계에서 만든 ‘어르신 생활돌봄재단’이었다.그 재단은 해마다 후원자들을 모아 기부금을 걷고, J시에서 가장 큰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투자하고 있었다.강이주가 지금 요양병원에 온 이유는 마동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기 위해서였다.마동희에게서 뭔가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요양병원 측은 강이주에게 마동희가 오늘 연차를 냈다고 말했다.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해야 한다며 올해 남은 연차 열흘을 전부 사용했고, 지금은 이미 요양병원에 없다고 했다.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곧바로 임설에게 마동희의 고향이 어디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강이주는 마동희가 정말 성묘하러 고향에 갔다고 믿지 않았다.아마 강이주가 강서규를 집으로 데려가자, 마동희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지금쯤 도망쳤을 가능성이 컸다.강이주는 속이 쓰렸다.‘내가 너무 방심했어.’‘어제 아빠를 모시고 돌아오자마자 요양병원 쪽에 사람을 붙였어야 했는데.’이미 마동희가 요양병원을 떠난 이상, 강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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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강이주가 보기엔, 눈앞의 이 중년 여성은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고, 가족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사실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다만 자신이 이 요양병원에 머문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듯했다.강이주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잠시 생각한 끝에, 일단 이 중년 여성을 요양병원으로 데려가기로 했다.이대로 자리를 떠서 여자를 지하주차장에 혼자 두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강이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데려다 드릴게요.”중년 여성이 강이주를 바라보았다.“집에?”강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중년 여성은 기쁜 듯 눈웃음을 지으며 웃었다.“집에. 집에 가자.”강이주가 중년 여성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중년 여성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강이주에게 말했다.“거긴 집에 가는 길 아니야. 저쪽이야.”중년 여성은 지하주차장 출구 쪽을 가리키면서, 더 이상 따라가려고 하지 않았다.그리고 화가 난 듯 강이주의 손을 뿌리쳤다.“거짓말을 했어. 거짓말쟁이야. 너 거짓말쟁이야.”중년 여성의 말을 듣고 난감해진 강이주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자신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중년 여성은 끝내 강이주를 따라오지 않겠다고 버텼다. 입으로는 계속 ‘거짓말쟁이’라고 중얼거리며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아주머니.”강이주는 서둘러 중년 여성의 뒤를 따라가며 막으려 했다.중년 여성은 강이주가 부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이 계속 앞으로만 걸었다. 강이주는 어쩔 수 없이 중년 여성의 뒤를 따라갔다.다행히 요양병원 직원들이 곧 찾아왔다.직원들이 중년 여성을 데려가려고 하자, 중년 여성은 강이주 뒤로 숨어 버렸다. 무슨 말을 해도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강이주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아가 찾으러 가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우리 저분들이랑 같이 아가 찾으러 가요. 괜찮죠?”중년 여성은 조금 전부터 계속 아가 찾으러 가야 한다고 반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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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하마터면 사람이 실종될 뻔했으니 요양병원 측의 관리가 소홀했던 건 분명했다.요양병원 직원들도 한동안 여자를 찾다가 결국 유천훈에게 연락한 상태였다.유천훈도 곧바로 강이주를 알아보았다.강이주가 자신의 어머니를 계속 따라가 준 덕분에 길을 잃는 걸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을 듣자, 유천훈은 강이주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누나, 감사합니다.”강이주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유천훈은 강이주를 한 번 바라보았다.“누나는 오늘도 강 회장님 뵈러 오신 거예요?”유천훈은 어제 강이주가 그렇게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강이주도 어제 유천훈과 마주쳤던 일을 떠올리고 사실대로 대답했다.“아버지는 이제 집으로 모셨어.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잠깐 온 거야.”“그렇군요.”유천훈은 강이주의 말을 들은 뒤, 무의식적으로 창가에 앉은 어머니 서연지를 바라보았다.“우리 엄마는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나지막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슬픔이 배어 있었다.강이주는 유씨 집안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강이주가 아는 건 유천훈이 유예준의 사촌동생이라는 정도였다. 어제 우연히 요양병원에서 유천훈을 마주치고 오늘 뜻밖에 유천훈의 어머니까지 만나지 않았다면, 강이주는 유씨 집안과 특별한 접점이 없었을 것이다.유천훈은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강이주를 보았다.“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계셔서 많은 걸 잊으셨어요.” “아버지는 늘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시고, 저는 학교에 다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이곳에 모시게 됐습니다.”강이주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묵직해졌다.‘그 큰 유씨 집안에서 사람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걸까?’분명히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했지만, 강이주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강이주는 유천훈의 시선을 따라 서연지를 바라보았다.강이주가 조용히 말했다.“아주머니가 계속 아가를 데리고 집에 가야 한다고 하셨어. 많은 걸 잊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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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내 생각엔 아주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건 침대 위에 있는 저 인형인 것 같은데.”강이주는 이불을 덮고 있는 침대 위 인형을 가리켰다.유천훈이 놀란 눈으로 강이주를 바라보았다.“그걸 어떻게 아셨어요?”강이주는 의미심장하게 유천훈을 한 번 보았다.“그 질문에 답을 해 줄 수는 있어. 그런데 그전에 나도 천훈 씨가 풀어줬으면 하는 의문이 하나 있어.”강이주의 말에 유천훈의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졌다.유천훈은 그저 강이주를 바라볼 뿐, 그 말에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그 모습을 보자, 강이주의 추측은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까워진 듯했다.강이주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그냥 천훈 씨가 ‘두루미’인지 알고 싶어.”강이주는 이제야 서연지의 병상에 있는 인형이 왜 낯이 익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그건 ‘두루미’ SNS에 올라왔던 그 추상적인 투즈키 키링 인형과 흡사했다.얼굴은 이불에 가려져 있었지만, 강이주의 머릿속에는 그 이미지가 또렷하게 스쳐 갔다.유천훈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강이주와 시선을 마주하면서 유천훈이 말했다.“누나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말을 마친 유천훈은 강이주에게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지난번 명각사에서도 기빈이 형이 은근히 떠보더니, 오늘은 누나까지 그러시네요.”“저는 정말 ‘두루미’라는 사람을 모릅니다.”유천훈은 담담한 얼굴로 모른다고 말했다.표정은 너무나 진지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유천훈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강이주도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유천훈이 인정했다면 강이주도 정식으로 제안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유천훈이 인정할 생각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더 말해 봐야 소용없었다.강이주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쉬어야 했다.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이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더 캐묻는 걸 포기했다.유천훈의 얼굴은 평온했다. 정체를 들킨 사람의 당황스러움은 어디에도 없었다.오히려 진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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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정보승 쪽에 문제가 없다는 건 이미 확인됐지만, 강이주는 본능적으로 더 믿을 수 있는 쪽을 선택했다.유예준은 구기빈의 절친한 친구다. 강이주 입장에서는 그쪽을 더 믿을 수밖에 없었다.강서규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 위에 천천히 글자를 입력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강이주 앞에 내밀었다.[정 선생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강서규는 몇 년 동안 회사 일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이 정도 낌새조차 눈치채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다.강이주는 잠시 생각했다. 결국 이런 골치 아픈 일로 부모님의 마음까지 어지럽히고 싶지 않아서,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빠, 유씨 집안이 원래 의료계 일을 하는 집안이잖아요. 유예준 대표가 먼저 도움을 주겠다고 했고요.”“유창그룹 계열 병원 재활센터도 유명하니까, 그쪽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강이주는 유창그룹을 선택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했다.물론 그 결정을 내린 데에는 약물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유창그룹의 의료 시스템이 실제로 믿을 만하다는 점이었다.강이주의 말을 들은 강서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규는 다시 핸드폰에 글자를 입력했다.[네가 알아서 해라. 네 판단에 맡기마.]강이주는 원래 아버지를 설득하려면 한참 설명해야 할 줄 알았다.그런데 강서규가 순순히 동의하자, 강이주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장숙연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그저 기분 좋게 꽃을 꽂고 있었다.꽃병 속 꽃다발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장숙연이 한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주야, 얼른 사진 좀 찍어 봐. 너 사진 잘 찍잖아. 이렇게 예쁜 꽃은 SNS에 올려야지.”강이주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장숙연에게 보내 주었다.사진을 다 보낸 뒤 핸드폰을 넣으려던 강이주의 시선이 채팅창 위에 멈췄다.눈에 들어온 건 구기빈의 이름이었다.강이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진 중 한 장을 골라 구기빈에게 보냈다.[꽃 예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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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강이주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접수처에 구기빈의 이름을 말했다.구기빈이 응급실에 있다는 말을 듣고, 강이주는 곧장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응급실 안의 구기빈은 제법 험한 꼴이었다. 입고 있던 흰 셔츠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왼쪽 소매는 잘려 나가 있었다. 드러난 팔에는 눈에 띄게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의사가 이미 소독을 마친 뒤, 국소마취를 하고 봉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기빈 씨.”강이주는 응급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진한 피 냄새를 맡았다. 너무 급하게 달려온 탓인지, 아니면 공기 중에 밴 피 냄새가 때문인지 속이 울렁거렸다.그녀는 빠르게 구기빈 앞으로 다가갔다. 왼팔에 번진 피와 깊은 상처를 보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어쩌다 교통사고가 난 거야?”구기빈은 강이주가 이곳에 나타날 줄 몰랐기에, 곧바로 걱정이 가득한 강이주의 눈을 마주했다.“어떻게 왔어?”“희라가 당신이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어. 연락이 안 된다고, 울면서 전화했어.”강이주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강이주의 시선은 여전히 구기빈의 왼팔에 고정되어 있었다.소독과 정리를 한 뒤였는데도 팔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상처 자체가 꽤 깊었다.강이주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강이주의 말을 듣고서야 구기빈은 자기 핸드폰이 차 바퀴에 깔려서 망가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배진호의 핸드폰도 망가진 듯했다. 아무리 해도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다만 구희라가 이 일을 어떻게 알았는지가 마음에 걸렸다.구기빈은 잠시 뒤 배진호가 수납을 마치고 돌아오면, 관련 소식부터 막으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능하면 집안 어른들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했다.구기빈이 강이주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자, 강이주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강이주는 구희라에게 전화를 걸면서 구기빈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희라한테 괜찮다고 말해 줘. 정말 많이 놀랐을 거야.”구기빈이 강이주의 핸드폰을 받아 들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동생의 다급하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이주야, 어떻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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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배진호가 병원비 수납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다가 마침 두 사람과 마주쳤다.배진호는 강이주를 보고 놀란 듯 멈춰 섰다.“제수씨.”그러면서 옆에서 벌어진 입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구기빈을 바라보았다. 배진호는 마음속으로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다.강이주는 배진호의 옷에도 먼지가 잔뜩 묻어 있는 걸 보고 조용히 물었다.“배 비서님도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배진호는 구기빈보다는 나아 보였지만... 사실 그렇게 멀쩡해 보이지도 않았다.옷에도 핏자국이 넓게 번져 있었다.강이주의 시선을 따라서, 배진호도 자신의 옷에 묻은 흔적을 확인하고 가볍게 헛기침만 했다.“저는 괜찮습니다. 살짝 긁힌 정도예요. 이 핏자국은 전부 대표님 겁니다.”배진호의 말은 사실이었다.당시 상황에서 구기빈은 다행히 빠르게 피했지만, 옆에 있던 물체에 팔이 긁히면서 길게 찢어졌다.문제는 다른 사람이었다.그쪽 상태는 꽤 좋지 않아 보였다.배진호의 표정에 걱정이 스쳤다.강이주는 한쪽에 얌전히 앉아 수액을 맞고 있는 구기빈을 바라보며 말을 망설였다.배진호는 강이주가 온 뒤에도 병원 안을 오가며 계속 일을 처리했다.강이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당신 본가에 갔다고 했잖아. 교통사고는...”구기빈이 강이주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본가에 간 건 맞아. 그러다 진호가 마동희가 도망치려 한다고 연락해서 바로 쫓아갔어.” “우리를 보고 겁을 먹은 마동희가 아무 데나 뛰기 시작했고, 결국 도로를 가로지르다가 차에 치였어.”“운전자가 그대로 도망치려고 차를 돌리다가 내 쪽으로도 달려들었고. 피하긴 했는데 왼팔을 부딪쳤어. 그 뒤에 옆에 있던 물건에 긁혀서 상처가 난 거야.”구기빈은 있는 그대로 강이주에게 설명했다.강이주는 놀란 눈으로 구기빈을 바라보았다.“마동희를 찾아갔던 거야?”구기빈이 말한 마동희는 바로 전에 요양병원에서 강서규의 식사와 생활을 돌보던 간호사였다.알고 보니 강이주가 약을 검사해 달라고 부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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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마동희 쪽은 아직 응급 수술 중인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아.”배진호는 막 수술실 쪽에 다녀온 참이었다.그리고 알아본 바로는, 마동희는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이미 생체 징후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의료진이 보호자에게 위중하다는 설명도 몇 차례나 한 상태였다.살아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았다.배진호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미간을 찌푸렸다.구기빈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시했다.“어쨌든 끝까지 지켜보자. 숨만 붙어 있어도 꼬리는 또 드러나게 돼.”마동희는 아직 수술 중이었다. 지금은 어떤 결론도 섣불리 내릴 수 없었다.물론 마동희가 살아난다면 가장 좋았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세상을 떠난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배진호는 병원에 오는 길에 이미 필요한 조치를 모두 해 둔 상태였다.마동희의 가족들도 지금 병원으로 오고 있었다.배진호는 수술실 쪽을 힐끗 바라본 뒤, 무표정하게 시선을 거두었다.강이주는 계속 구기빈 곁을 지켰다.구기빈이 수액을 맞는 동안, 배진호가 잠시 밖으로 나가서 구기빈이 갈아입을 깨끗한 옷을 가져왔다.수액을 다 맞은 뒤, 구기빈은 피와 먼지가 묻은 옷을 갈아입었다. 강이주는 구기빈을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그리고 손에는 구기빈이 먹어야 할 약 봉투도 들고 있었다.텅 빈 집 안을 둘러본 강이주가 구기빈에게 말했다.“혼자 밥 챙겨 먹기도 불편할 텐데. 가사도우미라도 부를래? 아니면...”“나는 낯선 사람이 집에 드나드는 거 싫어해.”구기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직접 밥을 해 먹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자신이 머무는 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배진호와 구희라 정도였다. 구 회장 부부조차 아들 집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구기빈은 자신의 공간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에.구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내 집을 청소하게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반드시 구기빈이 집에 없는 시간에 맞춰야 했다.강이주는 원래 가사도우미를 부르거나, 아예 상주 도우미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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