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591 - Chapter 600

656 Chapters

제591화

“P시의 장씨 집안 아들은 실권이 없어 큰일 앞에서는 결정 하나 제대로 못 내리고, T시의 왕씨 집안 아들은 소문난 얼간이예요. 게다가 왕씨 집안 밖에는 재산을 노리는 혼외 자식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요.”“그 두 집안과 비교하면 H시 간씨 집안의 간승제 정도는 큰오빠와 견줄 만해요. 예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저를 나쁘지 않게 봤고, 실제로 혼담을 추진하면 성사될 가능성은 80%쯤 돼요.”구희라가 낮게 웃었다. “아빠가 가진 지분 5%를 내놓는 대신 앞으로 H시에서 간씨 집안의 자원을 함께 쓸 수 있다면, 아무리 따져도 아빠한테 남는 장사 아닌가요?”“물론 제가 간승제와 결혼하려면 그에 걸맞은 기반이 있어야 해요. 지분도 필요하고 그룹 핵심 업무에도 들어가야 하죠. 하나라도 빠지면 안 돼요. 간씨 집안에도 우리 쪽의 성의를 보여 줘야 하니까요.”구희라의 분석은 구호민의 마음을 어느 정도 흔들어 놓았다.딸은 쓸모가 없다고 여기던 생각도 오늘 밤 구희라가 보여 준 독기 앞에서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고작 그 정도가 전부였다.구호민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구희라를 가만히 훑어보았다.“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도 구씨 집안 사람이에요. 아빠 피를 물려받았고요. 큰오빠는 지금 반은 불구가 됐고, 작은오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탐탁지 않아 하시잖아요. 여자는 남자보다 못하다는 아빠의 생각이 가장 큰 착각이에요.”구희라는 시선을 거두었다. “나중에는 아빠가 얕잡아보시는 이 딸이 구씨 집안을 떠받치게 될지도 모르죠.”“너무 오래 소란을 피웠더니 피곤하네요. 저는 올라가서 쉴게요. 아빠도 일찍 주무세요. 연세도 있으신데 밤새우지 마시고 몸 잘 챙기셔야죠. 저는 아빠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거든요.”말을 마친 구희라는 구호민의 반응을 살피지도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구호민은 구희라가 한바탕 휘젓고 간 탓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거실 소파에 앉은 구호민은 어깨의 상처조차 손보지 않은 채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머릿속에서는 밤새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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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강이주가 눈을 떴을 때는 온몸이 무거운 것에 짓눌린 듯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고, 어디 하나 편한 데가 없었다.“깨어났어요! 대표님이 깨어났어요!”임설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자 강이주의 병상 주변으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눈시울이 붉어진 강서규와 장숙연이 동시에 물었다. “이주야, 어디 불편한 데 있어?”유예준과 배진호, 임설은 침대 반대편에 서 있었다.갑자기 많은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자 강이주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왜 병실에 자기가 누워있는지 이 상황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교통사고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고 나서야 흐릿하던 의식이 돌아왔다.강이주는 입술을 힘겹게 벌려 희미한 목소리를 냈다. “아파요...”온몸을 파고드는 통증이 견디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지금은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유예준은 강이주의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답했다. “많이 아프세요? 참기 힘드시면 간호사에게 진통제를 조금 더 투여해 달라고 할게요.”강이주의 부상이 워낙 심해 초반에는 진통제를 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다만 버틸 수 있는 정도라면 굳이 약의 용량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강이주는 눈을 깜빡이다가 걱정스러운 유예준의 시선과 마주쳤다. 입술을 달싹이며 답했다. “아... 아니요.”통증이 너무 심해 오히려 감각이 무뎌진 듯했다.유예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담당 교수님을 불러서 다시 한번 검사해 볼게요.”의식을 되찾았으면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유예준은 의사를 부르러 나가는 길에 강이주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구기빈에게 보냈다.물론 지금 구기빈은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아마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있을 터였다.그래도 착륙하고 나면 민서호가 먼저 메시지를 확인해 곧바로 구기빈에게 알려 줄 것이다.유예준은 구기빈이 돌아오자마자 자기 집안 재단 산하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미 파악했다.구호민은 더 전문적인 의료진을 따로 고용해 구씨 본가에서 기다리게 준비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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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구희도의 말이 맞았다.구희라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컵을 한쪽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봤어.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가 병원에 한 번 더 갈 거야.”“아버지가 보내는 거야?” 구희도가 미간을 찌푸렸다.구호민의 성격이라면 구희라가 주선하를 만나러 병원에 가도록 허락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어젯밤 자신이 고열로 정신을 잃은 뒤, 구희라와 아버지 사이에 자기가 모르는 일이 벌어진 걸까.이어진 구희라의 대답이 구희도의 의문을 풀어주었다.“아빠가 가라고 하셨어.” 구희라가 담담히 답했다. “얘기는 끝났어. 주선하와 이혼하고 아빠 뜻에 따라 H시 간승제와 정략결혼을 하기로 했어. 오후에 가서 그 애한테 확실히 말할 거야.”구희도가 흥분해 몸을 일으키려다가 상처가 당기자 낮게 신음했다.다시 엎드린 구희도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구희라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어도 이혼 못 한다고 버텼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한번 결정하면 누구도 돌려세우지 못하는 동생의 고집을 생각하면, 구희도가 구희라의 속내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전에는 일부러 튕긴 것뿐이야. 그래야 아빠와 조건을 협상할 수 있잖아.” 구희라가 웃으며 말했다. “작은오빠도 나도 구씨 집안에서 자랐는데, 이 정도 수를 못 알아챘다고 하지는 마.”“나는...”구희라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주선하는 원래 내가 변덕으로 곁에 두고 놀던 어린 애인이야. 재미있어서 혼인신고까지 해 본 것뿐이고, 혼전 계약서도 따로 썼어.”“아, 스폰서 계약서도 있어. 사본은 아빠한테도 이미 보여 드렸어.”차분한 목소리에는 감정이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구희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구희라를 살폈다. “어린애 기분 맞춰 주겠다고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희라야, 아버지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나도 못 믿겠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설득한 거야?”구희라가 미쳤거나, 자신이 모르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하지만 구희라는 대답하지 않은 채 구희도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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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구희라의 말대로 오후 두 시가 조금 지나자 구기빈이 탄 전용 헬기가 구씨 본가의 넓은 잔디밭에 착륙했다.구희도는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단정한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그 곁에 선 구희라는 아이보리색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원피스를 입었다.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의 굉음과 거센 바람이 주변을 뒤흔들었다.착륙이 끝나자 구희라와 구희도는 구호민의 뒤를 따라 기체 쪽으로 걸어갔다.객실 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둘이 먼저 내렸다. 두 사람은 기내에 남아 있던 다른 두 명과 힘을 합쳐 구기빈을 밖으로 옮겼다.이들은 구기빈을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구기빈의 뺨에는 상처가 여럿 남아 있었고, 창백한 안색은 보기에도 위태로웠다.기운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휠체어 등받이에 축 늘어져 있었다.뒤에서는 선글라스를 쓴 체격 좋은 남자가 무표정한 채 휠체어를 밀며 구호민 일행에게 다가왔다.돌아오는 길에 구기빈은 침을 맞아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조치해 둔 상태였다.휠체어를 미는 남자는 변장을 마친 민서호였다.지금 민서호의 신분은 구기빈이 고용한 24시간 전담 경호원, 가명은 ‘조일’이었다.구호민 일행은 대기 중이던 전문 의료진을 데리고 구기빈과 마주했다.“상태부터 확인해.” 구호민이 뒤에 선 의료진에게 지시했다.의료진 몇 명이 곧바로 다가와 민서호에게서 휠체어를 넘겨받으려 했다.민서호는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구호민을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 저는 구 대표님께서 직접 고용하신 24시간 전담 경호원 조일입니다. 대표님의 안전을 위해 언제나 곁을 지켜야 합니다.”구기빈은 휠체어에 기대어 있는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구호민이 시선을 보내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민서호의 말이 자기 뜻임을 알렸다.구호민은 물러서지 않고 휠체어를 붙든 경호원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민서호는 구호민과 시선을 맞춘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회장님, 구 대표님은 두 다리뿐 아니라 목도 심각하게 다치셨습니다.”“목이 회복될 때까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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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치료실이 넓기는 해도 사람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진료에 방해가 될 것이다.구희라와 구희도는 말없이 밖에서 기다렸다.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구호민뿐이었다.해외에서 받은 진단처럼 구기빈의 상태가 정말 심각한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구호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민서호는 구기빈의 옷을 벗기는 일을 도왔다.상반신 전체가 붕대로 감겨 있었고, 곳곳에는 피가 배어 나왔다.팔에도 넓은 찰과상이 여럿 있었으며 이미 딱지가 앉은 곳도 있었다.구호민이 눈짓하자 의사 몇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구기빈에게 각종 검사를 시작했다.구호민이 보는 앞에서 몸에 감은 붕대를 모두 풀었다.가려져 있던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살이 벌어져 피가 흐르는 부위도 있었다.실내에는 옅은 피비린내가 퍼졌고, 구호민은 그 냄새가 불쾌한 듯 미간을 좁혔다.눈을 가늘게 뜬 채 구기빈의 상처를 위아래로 훑었다.마지막으로 시선이 두 다리에 닿았다.허벅지와 종아리 역시 살이 터져 피가 배어 나왔고, 일부는 염증이 생겨 짓무른 것처럼 보였다.구호민은 역겨움을 감추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너희가 계속 검사해. 나는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구기빈의 온몸이 엉망으로 망가진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부상이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다만... 나가기 전, 구호민은 앞쪽에 선 담당 의사를 흘끗 바라보며 남은 검사에서도 계속 반응을 떠보라는 신호를 보냈다.의사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만족스럽게 방을 나섰다.구호민이 자리를 비웠어도 민서호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구기빈을 안아 진료대에 눕힌 뒤 각종 검사에 응하게 했다.곁눈질로 아무렇지 않은 척 실내를 살폈다.방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가 여러 대 설치돼 있었다.역시 구기빈은 준비가 철저했다.누구보다 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몸에 난 상처는 거금을 들여 일부러 실제처럼 만든 것이었다.처음 그 모습을 본 민서호조차 놀라 말을 잃었다.사정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구기빈이 정말 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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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구호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 뒤에도 검사 결과지는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구희라가 가장 먼저 손을 뻗어 결과지를 집어 들었다.끝까지 읽은 구희라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두 손이 가늘게 떨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혼잣말하는 사이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려졌다.구희라는 벌떡 일어섰다.“희라야.” 구희도가 손목을 붙잡았다. “내가 볼게. 일단 진정해.”구희도는 구희라에게서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현재 구기빈은 심각한 척추 손상을 입었으며, 평생 하반신이 마비될 가능성이 구십 퍼센트에 이른다고 적혀 있었다.구희도는 자신이 잘못 읽은 줄 알았다.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같은 문장을 확인한 뒤에야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손을 뿌리치려는 구희라를 다시 붙잡았다.“작은오빠, 이거 놔. 큰오빠 보러 갈 거야. 큰오빠한테 이런 일이 생길 리 없어. 분명히 어디선가 잘못된 거야.” 구희라의 목소리가 떨렸고, 온몸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아침만 해도 구희도 앞에서 구기빈이 평생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하지만 그 일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닥치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지금 당장 구기빈을 자기 눈으로 봐야 했다.손을 뿌리친 구희도의 뒤를 따라 구희라가 황급히 손님방으로 달려갔다.구기빈은 이미 침대에 누워 있었다.민서호는 구기빈의 바짓단을 걷어 올린 채 다리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짓무르고 망가진 두 다리를 본 구희라의 눈시울이 곧바로 붉어졌다.급히 다가가 큰오빠의 다리를 자세히 보려 했다.뒤따라온 구희도도 참혹한 상처를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민서호는 재빨리 이불을 끌어당겨 구기빈의 다리를 덮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설명했다. “구 대표님은 다친 자기 다리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이 놀랄까 걱정하십니다.”실제로 상처는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구희라는 눈을 감고 누운 구기빈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울먹였다. “큰오빠 다리가...”“의사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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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대개 아버지는 자식의 뒤에 서서 거대한 나무처럼 든든히 그늘을 내주는 존재라고 한다.하지만 구희라에게 구호민은 자식의 앞을 가로막고 숨통을 짓누르는 엄청난 쇠기둥에 가까웠다.구희라는 문을 두드린 뒤 서재 안으로 들어가 구호민에게 다가갔다.“방금 큰오빠를 보고 왔어요.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큰오빠를 병원으로 옮겨서 제대로 치료받게 하시는 게 좋겠어요.”본가에 마련된 의료 장비만으로는 구기빈의 다리를 치료하기에 분명 한계가 있었다.다른 감정이 어떻든 구희라는 구기빈이 몸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랐다.구호민이 몸을 돌려 구희라와 눈을 맞췄다. “네 큰오빠가 아직도 불쌍하냐? 그런 마음으로 RG그룹에서 자리를 잡겠다고? 그래서 내가 네가 순진하다고 하는 거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딸을 향한 실망이 묻어 있었다.권력을 차지하고 싶다며, 구씨 집안이 안겨주는 최고의 영광을 누리겠다고 먼저 말한 사람은 구희라였다.그런데 결과는 무엇일까?고작 이 정도인가?경쟁자에게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기업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구희라는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제가 지금 큰오빠 일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아빠가 의심하시지 않겠어요? 큰오빠는 오랫동안 저를 지켜 줬어요. 제가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어요.”구호민 앞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구호민이 다시 구희라를 훑어보았다. “네 큰오빠는 불구가 되더라도 그룹 안에 단단한 기반이 있다. 그 자리를 흔드는 건 쉽지 않을 거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방금 하신 말씀은 저도 알고 있어요.”구희라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덧붙였다. “큰오빠에게 기반이 있듯 저에게도 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구호민을 향해 옅게 웃었다. “염려하지 마세요. 아빠와 약속한 일은 반드시 처리할게요. 지금 당장 가서 주선하를 만나이 확실히 말하고 올게요.”“주선하는 돈 없는 애예요. 돈으로 정리하면 그만이에요. 저와 계약결혼을 한 덕분에 제 로펌의 자원과 지분까지 얻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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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약효가 가신 뒤 강이주가 다시 눈을 뜬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잠은 내내 불편하고 얕았다.몽롱한 채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반복해서 오갔다.정신이 맑아졌다가도 금세 흐려지기를 수차례.끝내 몸을 파고드는 통증에 강이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유예준이 마련한 VIP 병실은 아주 넓었지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지키고 있으면 오히려 강이주의 휴식을 방해할 수 있었다.강서규와 장숙연은 나이도 있는 만큼 무리하면 안 된다고 임설과 배진호가 번갈아 설득했다. 결국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낮에 다시 와서 임설 일행과 교대하기로 했다.현재 강이주의 상태에는 24시간 곁을 지킬 사람이 필요했다.간병을 위해 임설은 반드시 남아 있어야 했다.오후에는 유예준과 임설이 병실에서 강이주를 지켰다.그러다 유예준이 무슨 일인지 전화 한 통을 받은 뒤 급히 병실을 나갔다.곧 배진호가 찾아왔다.임설과 함께 오후 내내 자리를 지키던 배진호는 강이주가 깨어난 것을 보고 가장 먼저 소식을 전했다.“기빈이가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본가에 있고, 구 회장님께서 따로 의료진을 불러 집에서 진료받게 하고 있습니다.”구기빈이 무사히 구씨 본가에 도착했지만 아직 구호민의 감시 아래 있다는 뜻이었다.강이주는 눈을 한 번 깜빡여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강이주를 보자 배진호는 앞서 유예준이 당부한 말을 떠올렸다.당분간 구기빈에 관한 상세한 사정은 강이주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지금 강이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치료에 집중해 하루빨리 몸을 회복하는 일이었다.구기빈 쪽에도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이주는 계속 마음이 쓰였다.배진호는 그 속을 읽은 듯 핸드폰을 꺼내 대화창을 열었다.“사실 기빈이는 강 대표님을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감시가 워낙 심해서 빠져나올 기회를 찾으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배진호와 유예준은 강이주의 진료 기록과 영상을 여러 차례 찍어 구기빈에게 보냈다.영상 속 강이주는 숨조차 약했고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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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강이주는 웃음을 지으려 했지만 통증 때문에 포기했다.다시 입을 열었다. “아파요...”강이주는 원래 통증에 둔감한 편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배진호는 결국 담당 의사를 찾아가 진통제를 더 투여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진통제와 진정제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것도 몸에 좋지 않을까 걱정되기는 했다.배진호가 나가자마자 병실 문이 열렸다.누군가 비틀거리며 강이주 쪽으로 달려왔다.너무 빠르게 들이닥쳐 임설도 깜짝 놀랐다.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임설은 미간을 움찔했다. ‘큰일 났네. 제대로 사고 치겠는데...’‘오백현 그놈은 대체 뭘 한 거야? 사람 하나도 못 막고.’임설은 재빨리 앞을 막았다. “주선하 씨.”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는 뜻으로 눈짓을 거듭 보냈다.주선하도 임설의 의도를 알아챘지만 지금은 조금도 기다릴 수 없었다.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낸 주선하는 두 손으로 배를 누른 채 울먹였다. “강 대표님, 희라 누나와 연락이 안 돼요. 저를 차단했어요. 혹시 누나가 여기에 왔었나요?”단호하게 돌아서던 구희라의 뒷모습과 냉정한 말이 떠오르자 가슴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했다.불과 전날 밤 병실에 찾아왔을 때만 해도 구희라는 다정했다. 둘이 함께 도망가자는 달콤한 말까지 속삭였다.그런데 두 시간 전, 구희라는 다시 주선하의 병실을 찾았다.100억 원짜리 수표를 얼굴에 던지며 다음 날 아침 여덟 시에 가정법원으로 가서 이혼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주선하가 아무리 붙잡고 애원해도 구희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모욕적인 말만 퍼부었다.끝내 무릎까지 꿇었지만, 주선하는 심심할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일 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간승제의 사진까지 눈앞에 내밀며 자신의 정략결혼 상대는 간승제라고 선언했다.주선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구희라의 앞을 막고 나가지 못하게 했다.말다툼이 커지자 구희라는 불안정한 감정으로 주선하를 손가락질하며 험한 말과 모욕을 쏟아 냈다.급기야 손까지 댔고, 실수로 주선하의 배를 칼로 찔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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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임설은 주선하의 입을 막으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선하는 구희라가 자신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자신을 칼로 찌르기까지 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한꺼번에 쏟아 냈다.지금 주선하가 도움받기 위해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강이주뿐이었다.강이주와 구희라의 현재 관계가 어떻든 두 사람은 한때 누구보다 가까웠다.기댈 곳은 강이주밖에 없었다.주선하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침대에 누운 채 눈동자를 움직여 그를 살폈다.임설에게 가려져 있었지만 종이처럼 창백한 안색은 선명하게 보였다.배를 누른 손에도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주선하는 처참할 만큼 초라했고, 평소 밝고 쾌활하던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강이주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구희라가 이혼하겠다고 했다는 사실이었다.주선하와 억지로 이혼하기 위해 칼로 찌르기까지 했다.‘희라가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강이주는 붉게 충혈된 주선하의 두 눈과 마주한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임설이 옆에서 설명했다. “정말 오지 않았어요. 저희는 주선하 씨에게 거짓말할 이유도 없어요. 그래도 자기 몸을 이렇게 내버려두면 안 되죠. 목숨은 안 아까워요?”임설도 주선하의 복부를 넓게 적신 피를 보고 놀란 상태였다.이 일이 정리되고 나면 절에 찾아가 향이라도 여러 번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요즘은 피를 너무 많이 봤다.살아온 세월을 전부 합쳐도 최근 며칠 동안 본 피보다 적을 것 같았다.임설은 잠시 망설이다 주선하를 부축하려 다가갔다.주선하가 몸을 피했다. “괜찮아요. 이 정도로 죽지 않아요.”말하면서도 상처를 힘껏 눌렀다.피가 더 많이 솟아 나왔다.임설이 놀라 소리쳤다. “미쳤어요? 왜 상처를 후벼 파요? 다 큰 사람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방금 꿰맨 상처가 주선하의 행동 때문에 그대로 터졌다.그런데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손끝을 상처 안으로 밀어 넣었다.날카로운 아픔만이 주선하의 정신을 붙잡아줄 수 있었다.이대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난동을 부릴까 두려웠다.바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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