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희도의 말이 맞았다.구희라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컵을 한쪽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봤어.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가 병원에 한 번 더 갈 거야.”“아버지가 보내는 거야?” 구희도가 미간을 찌푸렸다.구호민의 성격이라면 구희라가 주선하를 만나러 병원에 가도록 허락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어젯밤 자신이 고열로 정신을 잃은 뒤, 구희라와 아버지 사이에 자기가 모르는 일이 벌어진 걸까.이어진 구희라의 대답이 구희도의 의문을 풀어주었다.“아빠가 가라고 하셨어.” 구희라가 담담히 답했다. “얘기는 끝났어. 주선하와 이혼하고 아빠 뜻에 따라 H시 간승제와 정략결혼을 하기로 했어. 오후에 가서 그 애한테 확실히 말할 거야.”구희도가 흥분해 몸을 일으키려다가 상처가 당기자 낮게 신음했다.다시 엎드린 구희도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구희라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어도 이혼 못 한다고 버텼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한번 결정하면 누구도 돌려세우지 못하는 동생의 고집을 생각하면, 구희도가 구희라의 속내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전에는 일부러 튕긴 것뿐이야. 그래야 아빠와 조건을 협상할 수 있잖아.” 구희라가 웃으며 말했다. “작은오빠도 나도 구씨 집안에서 자랐는데, 이 정도 수를 못 알아챘다고 하지는 마.”“나는...”구희라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주선하는 원래 내가 변덕으로 곁에 두고 놀던 어린 애인이야. 재미있어서 혼인신고까지 해 본 것뿐이고, 혼전 계약서도 따로 썼어.”“아, 스폰서 계약서도 있어. 사본은 아빠한테도 이미 보여 드렸어.”차분한 목소리에는 감정이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구희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구희라를 살폈다. “어린애 기분 맞춰 주겠다고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희라야, 아버지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나도 못 믿겠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설득한 거야?”구희라가 미쳤거나, 자신이 모르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하지만 구희라는 대답하지 않은 채 구희도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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