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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作者: 마루콩
구희도의 말이 맞았다.

구희라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컵을 한쪽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봤어.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가 병원에 한 번 더 갈 거야.”

“아버지가 보내는 거야?”

구희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구호민의 성격이라면 구희라가 주선하를 만나러 병원에 가도록 허락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젯밤 자신이 고열로 정신을 잃은 뒤, 구희라와 아버지 사이에 자기가 모르는 일이 벌어진 걸까.

이어진 구희라의 대답이 구희도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아빠가 가라고 하셨어.”

구희라가 담담히 답했다.

“얘기는 끝났어. 주선하와 이혼하고 아빠 뜻에 따라 H시 간승제와 정략결혼을 하기로 했어. 오후에 가서 그 애한테 확실히 말할 거야.”

구희도가 흥분해 몸을 일으키려다가 상처가 당기자 낮게 신음했다.

다시 엎드린 구희도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구희라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어도 이혼 못 한다고 버텼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한번 결정하면 누구도 돌려세우지 못하는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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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94화

    구희라의 말대로 오후 두 시가 조금 지나자 구기빈이 탄 전용 헬기가 구씨 본가의 넓은 잔디밭에 착륙했다.구희도는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단정한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그 곁에 선 구희라는 아이보리색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원피스를 입었다.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의 굉음과 거센 바람이 주변을 뒤흔들었다.착륙이 끝나자 구희라와 구희도는 구호민의 뒤를 따라 기체 쪽으로 걸어갔다.객실 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둘이 먼저 내렸다. 두 사람은 기내에 남아 있던 다른 두 명과 힘을 합쳐 구기빈을 밖으로 옮겼다.이들은 구기빈을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구기빈의 뺨에는 상처가 여럿 남아 있었고, 창백한 안색은 보기에도 위태로웠다.기운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휠체어 등받이에 축 늘어져 있었다.뒤에서는 선글라스를 쓴 체격 좋은 남자가 무표정한 채 휠체어를 밀며 구호민 일행에게 다가왔다.돌아오는 길에 구기빈은 침을 맞아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조치해 둔 상태였다.휠체어를 미는 남자는 변장을 마친 민서호였다.지금 민서호의 신분은 구기빈이 고용한 24시간 전담 경호원, 가명은 ‘조일’이었다.구호민 일행은 대기 중이던 전문 의료진을 데리고 구기빈과 마주했다.“상태부터 확인해.” 구호민이 뒤에 선 의료진에게 지시했다.의료진 몇 명이 곧바로 다가와 민서호에게서 휠체어를 넘겨받으려 했다.민서호는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구호민을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 저는 구 대표님께서 직접 고용하신 24시간 전담 경호원 조일입니다. 대표님의 안전을 위해 언제나 곁을 지켜야 합니다.”구기빈은 휠체어에 기대어 있는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구호민이 시선을 보내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민서호의 말이 자기 뜻임을 알렸다.구호민은 물러서지 않고 휠체어를 붙든 경호원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민서호는 구호민과 시선을 맞춘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회장님, 구 대표님은 두 다리뿐 아니라 목도 심각하게 다치셨습니다.”“목이 회복될 때까지 대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93화

    구희도의 말이 맞았다.구희라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컵을 한쪽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봤어.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가 병원에 한 번 더 갈 거야.”“아버지가 보내는 거야?” 구희도가 미간을 찌푸렸다.구호민의 성격이라면 구희라가 주선하를 만나러 병원에 가도록 허락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어젯밤 자신이 고열로 정신을 잃은 뒤, 구희라와 아버지 사이에 자기가 모르는 일이 벌어진 걸까.이어진 구희라의 대답이 구희도의 의문을 풀어주었다.“아빠가 가라고 하셨어.” 구희라가 담담히 답했다. “얘기는 끝났어. 주선하와 이혼하고 아빠 뜻에 따라 H시 간승제와 정략결혼을 하기로 했어. 오후에 가서 그 애한테 확실히 말할 거야.”구희도가 흥분해 몸을 일으키려다가 상처가 당기자 낮게 신음했다.다시 엎드린 구희도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구희라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어도 이혼 못 한다고 버텼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한번 결정하면 누구도 돌려세우지 못하는 동생의 고집을 생각하면, 구희도가 구희라의 속내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전에는 일부러 튕긴 것뿐이야. 그래야 아빠와 조건을 협상할 수 있잖아.” 구희라가 웃으며 말했다. “작은오빠도 나도 구씨 집안에서 자랐는데, 이 정도 수를 못 알아챘다고 하지는 마.”“나는...”구희라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주선하는 원래 내가 변덕으로 곁에 두고 놀던 어린 애인이야. 재미있어서 혼인신고까지 해 본 것뿐이고, 혼전 계약서도 따로 썼어.”“아, 스폰서 계약서도 있어. 사본은 아빠한테도 이미 보여 드렸어.”차분한 목소리에는 감정이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구희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구희라를 살폈다. “어린애 기분 맞춰 주겠다고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희라야, 아버지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나도 못 믿겠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설득한 거야?”구희라가 미쳤거나, 자신이 모르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하지만 구희라는 대답하지 않은 채 구희도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92화

    강이주가 눈을 떴을 때는 온몸이 무거운 것에 짓눌린 듯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고, 어디 하나 편한 데가 없었다.“깨어났어요! 대표님이 깨어났어요!”임설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자 강이주의 병상 주변으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눈시울이 붉어진 강서규와 장숙연이 동시에 물었다. “이주야, 어디 불편한 데 있어?”유예준과 배진호, 임설은 침대 반대편에 서 있었다.갑자기 많은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자 강이주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왜 병실에 자기가 누워있는지 이 상황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교통사고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고 나서야 흐릿하던 의식이 돌아왔다.강이주는 입술을 힘겹게 벌려 희미한 목소리를 냈다. “아파요...”온몸을 파고드는 통증이 견디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지금은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유예준은 강이주의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답했다. “많이 아프세요? 참기 힘드시면 간호사에게 진통제를 조금 더 투여해 달라고 할게요.”강이주의 부상이 워낙 심해 초반에는 진통제를 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다만 버틸 수 있는 정도라면 굳이 약의 용량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강이주는 눈을 깜빡이다가 걱정스러운 유예준의 시선과 마주쳤다. 입술을 달싹이며 답했다. “아... 아니요.”통증이 너무 심해 오히려 감각이 무뎌진 듯했다.유예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담당 교수님을 불러서 다시 한번 검사해 볼게요.”의식을 되찾았으면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유예준은 의사를 부르러 나가는 길에 강이주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구기빈에게 보냈다.물론 지금 구기빈은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아마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있을 터였다.그래도 착륙하고 나면 민서호가 먼저 메시지를 확인해 곧바로 구기빈에게 알려 줄 것이다.유예준은 구기빈이 돌아오자마자 자기 집안 재단 산하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미 파악했다.구호민은 더 전문적인 의료진을 따로 고용해 구씨 본가에서 기다리게 준비해 두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91화

    “P시의 장씨 집안 아들은 실권이 없어 큰일 앞에서는 결정 하나 제대로 못 내리고, T시의 왕씨 집안 아들은 소문난 얼간이예요. 게다가 왕씨 집안 밖에는 재산을 노리는 혼외 자식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요.”“그 두 집안과 비교하면 H시 간씨 집안의 간승제 정도는 큰오빠와 견줄 만해요. 예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저를 나쁘지 않게 봤고, 실제로 혼담을 추진하면 성사될 가능성은 80%쯤 돼요.”구희라가 낮게 웃었다. “아빠가 가진 지분 5%를 내놓는 대신 앞으로 H시에서 간씨 집안의 자원을 함께 쓸 수 있다면, 아무리 따져도 아빠한테 남는 장사 아닌가요?”“물론 제가 간승제와 결혼하려면 그에 걸맞은 기반이 있어야 해요. 지분도 필요하고 그룹 핵심 업무에도 들어가야 하죠. 하나라도 빠지면 안 돼요. 간씨 집안에도 우리 쪽의 성의를 보여 줘야 하니까요.”구희라의 분석은 구호민의 마음을 어느 정도 흔들어 놓았다.딸은 쓸모가 없다고 여기던 생각도 오늘 밤 구희라가 보여 준 독기 앞에서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고작 그 정도가 전부였다.구호민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구희라를 가만히 훑어보았다.“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도 구씨 집안 사람이에요. 아빠 피를 물려받았고요. 큰오빠는 지금 반은 불구가 됐고, 작은오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탐탁지 않아 하시잖아요. 여자는 남자보다 못하다는 아빠의 생각이 가장 큰 착각이에요.”구희라는 시선을 거두었다. “나중에는 아빠가 얕잡아보시는 이 딸이 구씨 집안을 떠받치게 될지도 모르죠.”“너무 오래 소란을 피웠더니 피곤하네요. 저는 올라가서 쉴게요. 아빠도 일찍 주무세요. 연세도 있으신데 밤새우지 마시고 몸 잘 챙기셔야죠. 저는 아빠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거든요.”말을 마친 구희라는 구호민의 반응을 살피지도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구호민은 구희라가 한바탕 휘젓고 간 탓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거실 소파에 앉은 구호민은 어깨의 상처조차 손보지 않은 채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머릿속에서는 밤새 구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90화

    구호민이 아무리 빠르게 반응해도 이번에는 구희라의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간신히 몸을 틀었다.칼끝이 어깨를 스치며 옷이 찢어졌고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구희라는 구호민의 어깨를 바라봤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피부와 살이 얕게 베인 정도였다.그 정도면 충분했다.구희라는 싸늘하게 웃으며 손에 든 과도를 바닥에 던졌다.손바닥에서는 계속 피가 떨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구호민은 당장이라도 구희라를 집어삼킬 듯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구희라가 웃었다. “제가 아빠를 죽일 배짱까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큰오빠랑 작은오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저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구희라는 손바닥을 펼쳐 가득 묻은 피를 내려다봤다.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평소와 달리 어딘가 위태롭고 광기 어린 기색이 묻어났다.구호민도 그 변화를 알아챘다.눈앞의 구희라는 구호민이 알던 딸과 너무 달라 보였다.구호민이 자신을 살피는 시선을 느낀 구희라가 피 묻은 손을 펼쳐 보였다.“제 몸에도 아빠 피가 흘러요. 저도 아빠의 유전자를 가졌다고요.”구호민은 어깨 상처를 한번 흘겨본 뒤 매섭게 물었다. “무슨 뜻이야?”구희라가 옅게 웃었다. “작은오빠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다리를 크게 다쳤고, 마비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어요. 어쨌든 당분간은 휠체어를 타야 하는 거죠?”구호민은 대답하지 않았다.구희라가 계속 말했다.“작은오빠가 아빠 말은 잘 듣지만 엄마도 그렇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작은오빠가 RG그룹 안으로 들어오는 걸 그다지 원하지 않잖아요.”“저 사실 궁금한 게 있어요. 밖에서는 작은오빠가 아빠 친아들이 아니라는 말이 돌던데, 사실이에요?”구호민의 눈이 서늘하게 굳었다. “누가 희도가 내 아들이 아니래? 희도는 네 작은오빠야. 친오빠라고.”구희라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 그래요.”구호민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구희라는 손바닥의 상처를 눌렀지만 피는 손가락 사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89화

    구호민은 이제야 구희라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예전에는 딸은 별 쓸모가 없다고 여겨 모든 관심을 장남 구기빈에게 쏟았다.구기빈을 후계자로 기르기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은 가리지 않았다.물론 구호민에게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었다.둘째 아들 구희도였다.어린 시절 집 밖으로 보내진 구희도에게도 구기빈과 똑같이 혹독한 기준을 들이밀었다.구호민이 두 아들에게 바란 건 차갑고 무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감정 없이 명령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만들고 싶었다.구호민에게 필요한 건 아들이 아니었다. 말 잘 듣는 냉정한 도구였다.구희라는 달랐다.딸인 구희라에게서 구호민이 원하는 것은 오직 사업적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가치뿐이었다.지나치게 똑똑할 필요도 없었다. 스스로 판단할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곱게 키운 뒤, 구호민이 골라 놓은 유력한 집안으로 시집보내면 됐다.생각 없는 딸 하나를 내주고 더 큰 이익을 얻는 것.그게 구호민이 구희라에게 부여한 가치였다.어머니 유만정을 길들였던 것처럼 구희라도 통제한 채 필요한 이익만 가져다주게 만들면 그뿐이었다.하지만 지금 구호민은 한 가지를 새삼 깨달았다.아무리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생각 없는 아이로 길러 내려 해도 구희라의 몸에는 결국 구호민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어떤 면에서는 구희라 역시 구호민과 닮은 구석이 있을지도 몰랐다.구희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가에는 가식적인 미소가 걸렸다. “그럼 저는요, 아빠? 저랑 작은오빠는 아빠한테 뭐예요? 쓸모없는 존재예요? 그런 사람은 자기 생각 같은 건 가지면 안 되고, 아빠한테 이익만 만들어 주면 되는 거죠?”구희라의 말에 다시 타오르려던 구호민의 분노가 오히려 서서히 가라앉았다.눈을 가늘게 뜬 채 눈앞의 구희라를 뚫어지게 살폈다.구희라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아빠는 한 번도 생각 안 해 보셨어요? 쓸모없다고 여긴 사람이 언젠가는 자기 발로 일어설 수도 있다는 거요.”말이 끝나자 구희라는 빠르게 구호민 앞으로 다가갔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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