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681 - Chapter 690

752 Chapters

제681화

다행히 강이주는 오늘 검은색 롱 원피스를 입고 있어 커피 얼룩이 크게 티 나지는 않았다.다만 쏟아진 음료가 아이스커피인 데다 매장 안 냉방까지 강해서 조금 추웠다. 팔에는 어느새 소름이 돋아 있었다.강이주는 자신에게 커피를 쏟은 사람이 앳되고 귀여운 여자라는 걸 알아차렸다.어깨까지 내려오는 잔잔한 곱슬머리를 반묶음으로 올리고 검은색 크리스털 머리핀을 꽂고 있었다.옷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색 원피스였다.여자는 당황한 얼굴로 가방에서 급히 티슈를 꺼내더니 울상이 된 채 강이주의 옷에 묻은 커피를 닦기 시작했다.눈가까지 붉어진 여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혹시 이 옷 얼마인지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변상할게요.”여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강이주의 옷을 계속 닦았다.강이주는 그 손길에 오히려 당황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강이주는 여자가 건넨 티슈를 받아 들며 부드럽게 웃었다.고개를 숙여 옷을 닦던 강이주가 조용히 말했다. “검은색이라 크게 티도 안 나요. 집에 가서 세탁하면 돼요. 정말 괜찮아요.”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히 덧붙였다. “별일 아니에요.”그제야 여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다행이에요. 그래도 정말 죄송해요. 다시 한번 사과드릴게요.”말을 마친 여자는 강이주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강이주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 했다.그제야 강이주는 자신의 휠체어가 통로 쪽으로 조금 나와 있어 여자가 걸려 넘어진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강이주는 오히려 미안해졌다. “다 그쪽 잘못은 아닌 것 같아요. 제 휠체어가 너무 나와 있었네요. 다친 데는 없어요?”강이주의 걱정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네, 괜찮아요.”여자는 강이주의 휠체어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리를 많이 다치셨어요? 아까 제가 부딪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저는 양... ‘양한별’이에요. 반가워요.” 여자가 밝은 얼굴로 강이주에게 손을
Read more

제682화

병실로 돌아가는 길에 강이주는 유만정의 상태를 물었다.임설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대답했다. “크게 다친 건 없어요. 연세가 있으셔서 넘어지면 여기저기 아프실 수밖에 없죠. 집에 가서 파스 붙이고 쉬시면 될 것 같아요.”유만정이 부린 소란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임설은 진이 빠졌다.강이주에게 또 찾아가 시비를 걸까 봐 참은 것이지, 아니었다면 진작 인내심이 바닥났을 것이다.조금만 더 참았다가는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았다.불평이 가득한 임설의 말에 강이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설이 고생했네. 이번 달 월급 올려 줄게. 두 배로.”제 비서를 얼마나 들볶았으면 임설이 저 지경인가 싶었다.지금 임설의 급여는 구기빈 쪽에서 지급하고 있었지만, 급여를 더 챙겨 주는 정도는 강이주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민서호가 직접 내려온 것도 유만정이 강이주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구기빈이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구기빈이 직접 나서려 했지만 민서호가 말렸다.결국 민서호가 대신 내려왔다.막상 와 보니 강이주는 이미 일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였다.민서호는 임설과 함께 카페로 와서 강이주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갔다.병실에 도착한 뒤 강이주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양수은이 자신을 찾아왔던 일도 구기빈에게 그대로 이야기했다.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던 말까지 빠짐없이 전했다.민서호는 그 말이 양수은에게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낮게 물었다.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양수은답지 않은 행동이었다.G시에서 양수은의 수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괜히 ‘여장부’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다.양수은은 무슨 일을 하든 철저히 이해득실부터 따지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그런 사람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강이주를 돕겠다고 나선 건 아무래도 이상했다.강이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구기빈이 민서호를 바라봤다. “너 양은별이랑 약혼 얘기 있잖아. 양씨 집안 좀 알 거 아니야. 양수은이 왜 이러는 것 같아?”질문받은 민서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Read more

제683화

민서호의 아버지 민태산도 생전에 양인재 이야기를 자주 입에 올렸다.막내아들도 양인재처럼 속 썩이지 않고 반듯하게 컸으면 좋겠다고 한두 번 말한 게 아니었다.민서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구기빈을 바라봤다. “나 진짜 농담 아니야. 제수씨 같은 스타일이 딱 양수은 취향이야. 제수씨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건 확실해.”“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왜 저렇게까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겠어? 결국 제수씨가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 아니겠냐?”말하면 할수록 민서호는 제 추측이 꽤 그럴듯하다고 느꼈다.민서호는 제법 논리적인 척 설명을 이어 가며 혼자 고개까지 끄덕였다.결국 참다못한 구기빈의 팔꿈치가 민서호의 옆구리를 제대로 가격했다.민서호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배를 움켜쥐었다. “야, 친구를 죽이려고 하냐? 넌 양심도 없냐?”“입 닥쳐.” 구기빈이 싸늘하게 민서호를 훑어봤다.한마디만 더 마음에 안 드는 소리를 하면 정말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가 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민서호는 그 살벌한 시선을 알아차리고 바로 진지한 표정을 되찾았다.강이주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양인재는 왜 ‘양’ 씨 성을 쓰는 거야?”전에 양수은을 조사했을 때 데릴사위를 들였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았다.민서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양수은이 결혼할 때 데릴사위라고 공식적으로 정한 건 아니었는데, 결혼 뒤에는 부부가 계속 처가에서 살았대.”“그때 첫째 아이는 남편의 성을 따르고, 둘째는 양수은의 성을 따르기로 미리 합의했다더라.”G시 쪽에서는 제법 알려진 이야기였다.양수은은 남녀 쌍둥이를 낳았고 딸이 먼저 태어났다.딸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곧바로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고 했다.퇴원한 뒤에도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 자주 오갔다고 들었다.첫째 딸은 남편의 성을 따랐고, 아들 양인재는 양수은의 성을 따랐다.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큰딸 양희연은 세 살 때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양수은은 이후 양인재의 성을 아버지 쪽으
Read more

제684화

얼마 지나지 않아 G시의 두 유력 가문이 동시에 강이주가 가진 지분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다시 퍼졌다.강이주는 그 소식을 보고 또 한 번 어리둥절해졌다.옆에 있던 구기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이 흘린 소문이야?”상식적으로는 그럴 리가 없었다.구기빈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한 거 아니야.”이번 일은 정말 구기빈이 꾸민 게 아니었다.구기빈이 사람을 시켜 소식을 흘린 곳은 구호민 쪽뿐이었다.자신의 부상 상태에 관한 내용도 함께였다.구기빈은 척추를 심하게 다쳐 아직 수술 방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치료가 늦어질수록 회복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이야기가 함께 퍼졌다.지난 며칠 동안 구호민 쪽에서도 구기빈의 상태를 알아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구기빈은 이왕 시작한 연기를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했다.‘기빈 씨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낸 거지?’강이주가 의아해하던 그때였다.옆에 있던 민서호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양씨 집안 쪽.”민서호는 핸드폰을 내밀었다.화면에는 양수은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내용은 단순하고 직설적이었다. RG그룹 지분을 원하니 민서호가 지분을 손에 넣는다면 두 집안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강이주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돕겠다는 말이었다.구기빈은 메시지를 읽는 내내 속이 묘하게 불편했다.자꾸만 민서호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양수은이 아들 양인재의 짝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설마... 진짜 이주를 며느릿감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 건가?’그 가능성을 떠올리자 구기빈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못마땅한 시선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왜 그래?”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기빈이 핸드폰을 강이주에게 내밀었다.내용을 확인한 강이주도 다시 한번 놀랐다.이제야 구기빈이 왜 기분이 상했는지 알 것 같았다.‘양수은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우려는 건가?’강이주는 핸드폰을 민서호에게 돌려주며 농담처럼 말했다. “이쯤 되면 집에 가서 부모님께 제가 진짜
Read more

제685화

민서호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양수은은 우리 편이야. 최소한 적은 아니야.”양수은까지 끼어든 만큼 예상하지 못한 수확이 생길 수도 있었다.실제로 민서호의 예상대로 소문이 퍼지자 뜻밖의 반응이 바로 나타났다.이번에는 구호민이 강이주에게 직접 연락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강이주는 고민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대화를 원한다면서 태도는 여전히 위에서 내려다보듯 고압적이었다.강이주는 그런 태도까지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결국 구호민이 직접 강이주의 병실로 찾아왔다.구호민도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안색은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강이주와 구기빈이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걸 본 구호민은 콧방귀를 뀌었다. ‘꼴 좋군.’자신이 공들여 키운 후계자가 강이주 앞에서 저렇게 풀어진 모습을 보니 속이 뒤집혔다.당장 찾아가서 몇 대 때려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은 정도였다.구기빈도 구호민의 시선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침대에 여유롭게 기대 누운 채 아예 없는 사람 취급했다.강이주는 휠체어에 앉아 구기빈의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구호민을 본 강이주가 바로 물었다. “지분 때문에 오신 겁니까?”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구호민이 오늘 자신을 찾아온 이유는 지분 말고는 없었다.구호민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이주를 훑어봤다. “얼마에 넘길 거냐?”강이주가 먼저 본론을 꺼낸 만큼 구호민도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강이주는 담담하게 구호민을 바라봤다. “사업 이야기를 하시려면 최소한 성의는 보여 주셔야죠.”시선을 마주한 채 차분히 이어 말했다. “기빈 씨 다리를 치료할 의사들을 더는 막지 말아 주세요.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아도 아버지와 아들이잖아요.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강이주는 구호민 앞에서 첫 번째 조건을 분명히 밝혔다.구기빈이 크게 다쳤고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다리 회복이 더 어려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구호민은 의사들이 진료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자기
Read more

제686화

구호민의 얼굴이 굳어 가는 걸 보면서도 강이주는 사무적인 미소를 유지했다.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구호민도 강이주를 설득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차갑게 강이주를 한 번 훑어본 뒤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처음부터 끝까지 구기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구호민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구기빈이 강이주에게 말했다. “퇴사 처리는 할아버지 승인만 남았잖아. 구희도한테서는 아직 연락 안 왔어?”여기까지 일을 벌여 놓고도 구희도는 꽤 오래 버티고 있었다.강이주는 핸드폰을 구기빈에게 내밀었다. “K.T 쪽 실질적인 책임자가 계속 연락하고 있어.”며칠 전 구기빈과 민서호는 강이주에게 관련 자료를 한 번 건넨 적이 있었다.구희도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냈지만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뒤에서 여러 사업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그 투자처를 따라가면 곳곳에서 K.T라는 회사가 등장했다.K.T는 좀처럼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보유 자산은 상당했다.구희도는 흔적을 최대한 감춰 뒀고, 겉으로 보기에는 K.T의 대표이사와도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였다.하지만 실제로 K.T의 뒤에서 자금을 댄 사람은 구희도였다.K.T는 금융업을 중심으로 벤처 투자와 입찰에 강점이 있는 회사였다. J시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본사는 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 도시에 있었지만 그 지역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강이주는 RG그룹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소문을 흘린 때부터 숨어 있던 구희도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처음부터 구씨 집안의 방계 사람들에게 지분을 팔 생각은 없었다.구호민 역시 마찬가지였다.이렇게까지 판을 키운 이유는 줄곧 뒤에 숨어 있던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처음에는 강이주도 그 사람이 구호민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구기빈은 아니라고 했다.그 말을 듣자 강이주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구희도였다.구씨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철이 들 무렵부터 해외로 보내져 방치됐고, 본가로 돌아와 핵심 사업에 관여하는
Read more

제687화

나중에 강이주가 다시 사업을 시작하고 싶을 떄 그 돈이면 사업의 초기 자금으로 충분할 것이다.강이주가 구기빈과 눈을 맞췄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반대하셔?”구기빈이 회의 자리에서 퇴사를 선언하고 RG그룹을 떠난 뒤 구계배는 화가 나서 병원에도 오지 않았다.반면 이미수는 매일 한 번씩 전화를 걸어 구기빈의 상태를 묻고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라고 달랬다.구계배는 구기빈이 그룹을 떠나면 RG그룹의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손자들 가운데서도 구기빈을 가장 높이 평가했던 구계배의 눈에 그런 손자가 너무 쉽게 모든 걸 놓아 버리는 모습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구계배도 구기빈의 몸 상태로 계속 그룹에 남아 있으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아들 구호민까지 의도적으로 손자를 몰아붙이고 있었으니 구기빈이 짊어진 압박은 누구보다 컸다.구계배가 바란 건 손자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것이었다. 자책과 절망에 빠진 채 구호민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구기빈이 씁쓸하게 웃었다. “잘 말씀드려 볼게.”적어도 이미수만큼은 구기빈이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손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이미수는 지금도 고집 센 남편을 설득하고 있었다.구기빈의 이야기를 듣던 강이주의 머릿속에 두 노인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강이주는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한테 뭐라고도 못 하시잖아. 결국 혼자 삐쳐 계실걸.”구계배가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건 J시에서도 유명했다.‘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구계배가 자주 하던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했다.구기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할머니가 다 알아서 하실 거야.”실제로 구기빈의 말대로 구계배는 이미수에게 완전히 밀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원래부터 구기빈의 퇴사 문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구계배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화를 삭이고 있었다.처음에는 아내도 자
Read more

제688화

이미수의 고집에 결국 구계배도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왔다.구기빈이 강이주와 같은 병실을 쓰기 시작한 뒤로는 강이주의 발 상처 드레싱을 유예준이 직접 맡고 있었다.마침 유예준은 강이주의 상처를 소독하고 드레싱을 갈아주려던 참이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침대 옆에 서 있었다.그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리자 구기빈은 반사적으로 자기 침대로 돌아가 누웠고 이불까지 끌어당겨 덮었다.“들어오세요.”유예준이 문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간호사인 줄 알았던 유예준은 문을 열고 들어온 구계배와 이미수를 보자 웃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구기빈과 워낙 가까운 사이여서 유예준도 평소 두 사람을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불렀다.구기빈도 두 사람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할머니.”“그래.”구계배는 굳은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표정만 봐도 자진해서 온 건 아니라는 게 훤히 보였다.이미수가 구계배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나랑 네 할아버지는 너 걱정돼서 와 봤어.”이미수는 먼저 강이주 쪽으로 다가갔다.발목의 상처를 본 이미수는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고, 이주야. 고생 많았지.”강이주는 평소처럼 인사했다. “회장님, 사모님.”옆에서 유예준이 헛기침했다. “제수씨,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이제 당연히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셔야죠.”유예준은 강이주의 호칭을 바로잡아 줬다.강이주는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이미수가 얼른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네가 편한 대로 불러.”“게다가 우리도 이주가 정식으로 우리 손주며느리가 된 걸 축하해 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준비를 못 했잖아. 이래서는 우리 이주를 제대로 맞아 주지도 못한 것 같아서 내가 더 미안하지.”이미수는 생각할수록 아쉬웠다. 이제 강이주는 엄연히 구씨 집안의 사람인데 두 사람이 빈손으로 병원에 왔으니 괜히 정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강이주는 이미수의 말을 듣고 웃으며 호칭을 바꿨다. “할아버지, 할머니.”이미수는 기쁜 얼굴로 강이주의 손을 꼭 잡았다. 눈이 반달처럼 휘
Read more

제689화

유예준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강이주는 이미수의 말을 들을수록 더 미안해졌다.하지만 이미수는 곧 화제를 돌리며 유예준에게 얼른 강이주의 상처부터 봐 주라고 재촉했다.그러면서 강이주에게 아직도 상처가 아프냐고 다정하게 물었다.강이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제 안 아파요.”구계배는 강이주만 바라보는 손자를 곁눈질하다 콧방귀를 뀌었다. 목소리도 일부러 낮췄다. “네 할머니가 억지로 끌고 와서 온 거야. 아니었으면 나도 안 왔어.”구계배의 얼굴에는 괜한 심술이 묻어 있었다.구기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네, 네. 할머니 말씀이라면 꼼짝도 못 하시는 거 알아요. 할머니가 동쪽으로 가라면 서쪽은 쳐다보지도 못하시잖아요.”“쓸데없는 소리.” 구계배가 구기빈을 노려봤다. “아내한테 잘해야 집안이 잘되는 법이야. 네가 뭘 알아? 너도 앞으로 이주한테 잘해. 진심을 저버리면 벌받는 거야.”구기빈도 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들었다.구계배는 구호민처럼 집착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넌지시 경고하고 있었다.적어도 두 노인이 보기에는 구호민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성격 자체가 병이나 다름없었다.구계배는 예전에 아들에게 상담이라도 받아 보라고 권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구호민은 워낙 고집이 세서 말을 듣지 않았고, 오히려 부모인 구계배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지금도 그룹의 중요한 의사 결정권 일부가 구계배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면 구호민은 아버지까지 병원에 보내려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구기빈은 할아버지의 훈계를 들으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에요.”“그래서 할아버지께서 오늘 여기까지 오신 진짜 이유가 뭡니까? 하실 말씀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구기빈도 더는 모르는 척하지 않고 본론을 꺼냈다.구기빈은 구계배가 여전히 화가 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손자가 자신과 상의 한마디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RG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거기에 이제는 보유 지분까지 정리
Read more

제690화

구계배가 돌아간 뒤부터 구기빈의 표정은 줄곧 무거웠다.유예준이 그를 보며 헛기침했다. “할아버지가 뭔가 눈치채신 거 아니야?”아까 구계배와 구기빈이 나눈 대화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았다.구계배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었다.유예준의 말에 강이주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구기빈을 바라봤다.강이주 역시 같은 느낌을 받았다.구기빈이 유예준을 흘겨봤다. “할아버지가 지금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계실 뿐이지, 판단력이 흐려지신 건 아니야.”구계배도 한때는 손꼽히는 경영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RG그룹을 맡아 지금의 규모까지 키워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상황을 훤히 꿰뚫어 보는 사람이니 구기빈의 움직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그래서 구계배가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겉으로는 손자를 놓아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그런 방식으로 구기빈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있었다.구계배는 구기빈이 그 길로 가는 걸 바라지 않았다.구기빈도 자신의 계획이 왜 쉽게 실행되지 않는지 알아들으리라고 구계배는 믿었다.하지만 구기빈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자신이 선택한 방향을 끝까지 밀고 갈 생각이었다.유예준이 뒤늦게 감탄하며 이마를 쳤다. “아, 맞다. 내가 그걸 잊었네.”“네 할아버지가 괜히 노련하다는 소리 듣는 분이 아니잖아. 이 정도를 못 알아보실 리 없지.”유예준은 구계배가 한때 구씨 집안을 이끌며 사업을 크게 키운 중심 인물이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구계배가 사업판에서 거침없이 결정을 내리던 시절에는 유예준과 구기빈은 태어나지도 않았다.역시 가까운 사람의 일에는 판단이 흐려지는 법이었다.유예준의 말에 강이주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강이주는 구기빈을 바라봤다. “그럼... 할아버지가 결국 허락하실까?”‘할아버지가 계속 반대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기빈 씨는... 그래도 원안대로 밀고 갈 생각인 걸까?’강이주는 결국 구기빈의 생각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구기빈이 안심하라는
Read more
PREV
1
...
6768697071
...
7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