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해남의 바다는 검은 비단처럼 눌려 있었다.바람이 잠들고, 파도만이 희미한 숨을 토해냈다.수진은 불을 끄지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창문 밖의 달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어 그녀의 얼굴 한쪽을 희미하게 비췄다.책상 위에는 오래된 휴대용 녹음기가 있었다.테이프 위에는 희미하게 번진 글씨.‘수민 / 캄보디아 작전.’그녀는 손끝으로 녹음기를 쓸었다.플레이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숨을 들이켰다.“이걸… 정말 들어야 해?”스스로에게 묻는 말이었다.하지만,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찰칵. 기계음이 흐르고, 지직거리는 노이즈 사이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렸다.“자오밍… 듣고 있니?”“이걸 네가 듣는다는 건, 내가 더 이상 거기 없다는 뜻이겠지.”그녀는 손을 떨었다.언니의 목소리였다.연변식 억양이 남아 있었지만, 어딘가 피곤하고, 다정했다.“난 지금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에 있어. 여기 공기가 이상하게 뜨거워.마치 무언가 끝을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노이즈가 섞이며 숨소리가 이어졌다.“네가 그랬잖아. 언니, 우리 그냥 떠나자고. 하지만 난 떠날 수 없었어.누군가는 이 지옥의 끝을 봐야 하니까.”수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언니… 그만, 그만 말해….”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 사람 있지, 강혁 씨. 처음엔 믿을 수 없었어.국정원 요원이라니, 우리 같은 사람을 믿는다는 게 말이 돼?”“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나를 사람으로 봐줬어.”수진은 고개를 들었다.언니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웠다.“자오밍, 그가 너를 만나면… 아마 나를 떠올릴 거야.”“그러니까, 부탁이야. 그를 미워하지 마.”“그도 나처럼, 누군가를 지키려다 무너진 사람이야.”테이프는 거기서 멈췄다.띠~소리와 함께 기계가 멈췄다.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끝이 차가웠다.눈물이 떨어져 테이프 위를 적셨다.그녀는 고개를 숙였다.“언니, 난 아직 그를 미워해야 해.”“그게… 내가 살아 있는 이유니까.”하지만 그 말은 스스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3-13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