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해남 바다 위엔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다.바람이 멈추자, 어제 내린 비의 냄새가 남았다.수진은 그 냄새를 맡으며 눈을 떴다.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다.이상하게, 가슴이 불편했다. 꿈 때문이었다.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불렀다.‘린자오밍’낯익고도, 잊혀야만 하는 이름.그녀는 손끝으로 이마를 짚었다.“이름 하나가 이렇게 무겁다니.”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피곤에 젖어 있었다.거울을 보며 머리를 묶었다.눈동자 속엔 결심 같은 것이 있었다.“오늘부터는, 다시 나답게.”가게 문을 열자 가게 앞에 누군가 놓고 간 검은 상자가 있었다.전날 밤과 똑같은 상자였다.그녀는 미간을 좁혔다.“또 이거야….”상자 안에는 새 메모가 들어 있었다.“피어나는 건 너의 의지지만, 시드는 건 우리의 명령이다.”그녀의 손끝이 굳었다.“흑거미, 날 시험하는 거네.”그녀는 상자를 닫고 뒤편 창고의 철문을 열었다.그 안에는 평소엔 닫아 두었던 금속 케이스가 있었다.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내부에서 ‘틱’ 소리가 났다.케이스 안에는 정교한 송신기, 인공 위조기, 해킹용 단말기,그리고 은색 권총 한 자루가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총을 꺼내 들었다.손끝에 닿는 냉기. 그건, 과거의 기억이었다.“린자오밍이 다시 필요하단 말이지.”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좋아.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한편, 국정원 서울 본부에서는 배신구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그의 손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꽃집 앞에서 웃고 있는 김수진.“이 여자가 그 여자의 동생이라?”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스쳤다.“하긴, 자매란 게 닮기 마련이지.”그는 사진을 돌려 책상 위에 던졌다.“흑거미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 자매 중 하나는 아직 내 손아귀에 있지.”그의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옮겨졌다.그곳엔 서여진이 서 있었다.그녀의 눈빛은 굳게 닫혀 있었다.“여진 씨.”“예, 국장님.”“그 남자, 강혁. 아직 그녀 곁에 있나?”“예.”“좋아. 그 둘을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3-14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