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최상의 포식자의 장난감: Chapter 51 - Chapter 60

133 Chapters

[제50화] 양면의 진실

지안의 표정이 의문으로 일그러졌다.태리가 보낸 메시지 속에는 사진 몇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별이와 그런 별이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다정하게 걷고 있는 시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뭐, 어차피 저 자식은 게이인데…” 지안은 담담하게 넘기려 애썼다.시우가 별이를 지키기 위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시우와 별이가 마주 잡은 저 손,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시우의 눈빛이 사진 너머로도 지독하게 신경 쓰였다. “하… 묘하게 거슬린단 말이야, 저 눈빛.” 지안은 생각이 많아진 듯 벨트를 풀다 말고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렸다.천장을 응시하는 그의 눈에 차가운 불꽃이 일었다. ***“선배!! 선배가 오고 싶다는 곳이 야구장이었어요?” “응!! 스트레스 쌓일 때 여기에 오면 기분이 풀리거든. 오늘은 마음껏 소리 질러도 돼, 별아!” 야구장의 열기는 뜨거웠다.관중들의 함성과 응원가가 섞여 별이의 귓가를 울렸다.별이는 필드를 내려다보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게요~ 이렇게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가슴이 뻥 뚫리네요!! 만족해요, 선배!” “그렇지? 좋지? 별이가 웃으니까 나도 좋다.” 시우의 표정이 별이의 미소를 따라 덩달아 밝아졌다.시우는 티켓팅한 자리로 향하며 자연스럽게 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그 순간,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띠리리릭-.발신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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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유배

“보호하라며. 그래서 내가 한 별의 심적 상태도 보호해 주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건가?” “!!!” 야구장의 함성 사이로 시우의 목소리가 지안의 귓가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 “어? 천 지안, 대답이 없네? 이게 문제가 되는 거야?” 시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당당한 목소리로 지안에게 되물었다.지안은 수만 마일 떨어진 미국 땅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이 자식이 왜 이렇게 당당한 거지? 지안은 시우의 예상을 뛰어넘는 태도에 다소 당황했지만 천지그룹의 후계자다운 냉정함을 필사적으로 유지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모든 게 순수하게 보호 차원이라는 거지? 감정 섞인 데이트가 아니라.” “뭐.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시우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지안의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했다.단순한 질투를 넘어선 소유물을 침범당한 포식자의 본능적인 불쾌감이었다. “윤 시우, 대답 똑바로 해. 장난칠 기분 아니니까.”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건데? 천하의 천 지안께서 뭐가 그리 겁이 나냐 이 말이야. 내가 별이 손이라도 잡으면 네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해?” “겁 같은 거 안 나. 착각하지 마.” 지안은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하지만 시우는 지안의 흔들리는 호흡을 이미 눈치챈 듯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그래? 그럼 말고. 그런데 지안아… 네가 나에 대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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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진지하다 못해 살기까지 띠는 지안의 눈빛과 달리 심 집사는 손가락 사이로 지안을 흘깃 보며태평하게 대꾸했다. “음… 어렵긴 하네요. 회장님 허락도 있어야 하고…” 지안은 실망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심 집사에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오만했던 포식자의 모습은 간데없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왜!! 심 집사는 이곳에서 어릴 적부터 살았잖아. 인맥 좋은 거 내가 다 안다고! 나 좀 도와줘, 응?” “글쎄요?” “고민이 있으면 말하라며! 해결해 주겠다는 뜻 아니었어?” “고민을 말씀하시란 거지, 해결해 드리겠다는 약속은 안 드린 걸로 아는데요.” 심 집사는 지안의 간절함에도 단호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지안의 변화가 흥미롭다는 듯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띄었다. “아… 진짜!! 심 집사 이러기야? 나 한국 가야 한다고!” “우선 알았으니까요, 도련님. 그 옷을 입으시든지 아니면 마저 벗고 씻으시든지… 하나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보는 제가 다 민망해서.” “아!! 정말~ 이건 내가 알아서 할게!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란 말이야! 대학 졸업까지 힘들면 경영 수업만이라도 1년 안에 끝내는 걸로 알아봐 줘. 제발, 심 집사!!!!” 지안의 처절한 외침에 심 집사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우선 들어가서 쉬세요. 이른 시일 내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아볼게요.” “고마워!! 나 진짜 심 집사만 믿는다? 나 들어간다?” 지안은 그제야 멋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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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천지안이라는 위대한 벽

보롬의 폭탄선언이 떨어지자 시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캘리포니아. 그곳은 지안의 영지이자 별이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이가 있는 곳이다. 어쩌면 별이가 지안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간신히 자신에게 열리려던 그녀의 마음이 또다시 지안을 향해 쏠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시우의 가슴을 짓눌렀다. “네!! 잘하면 지안 선배랑 별이랑 둘이 만나게 될 수도 있다고요!! 꺄~ 내가 다 설레네!!” 보롬은 눈치도 없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환호했다. 별이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웅얼거렸다. “야아… 너무 들뜨지 마.” “뭐!! 너도 좋잖아!! 솔직히 말해봐, 한 별!” “뭐… 좋기야 한데… 지안 선배랑 연락도 안 되고… 워낙 넓은 곳이라 정말 만날 수 있을지 걱정도 돼.” 별이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보롬은 별이의 어깨를 툭 치며 호기기 있게 외쳤다. “걱정 마!! 이 언니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꼭 만나게 해줄 테니까!!” 그녀들의 들뜬 대화를 듣고 있던 시우는 말문이 턱 막힌 채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안의 명령으로 시작된 보호였지만 어느새 진심이 되어버린 마음은 지안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비참하게 꺾이고 있었다. “…그럼 난 가볼게.” 평소답지 않게 힘 빠진 시우의 인사에 보롬이 의아한 듯 물었다. “어? 선배,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가요?” “어? 어~ 공부할 게 좀 있어서. 그럼 간다!!” 시우는 보롬의 시선을 피하며 다급한 발걸음으로 교실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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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흙수저

시우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졌다. “응~ 그건 그렇지만… 너도 알다시피 난 수급자잖아. 흙수저 중에 대표 흙수저. 이 학교야 지안이 덕분에 오게 되었지만 미국 갈 돈 같은 게 어디 있겠냐.” 씁쓸해진 시우의 목소리에 율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시우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10년 전, 시우의 기억은 화려한 사무실에서 시작된다. “이 세상에서 우리 아빠가 제일 멋져요!” “허허. 그래 그래~ 아빠도 우리 시우가 제일 멋지구나.” 어린 시우는 아빠의 무릎에 앉아 환하게 웃었다. 윤기석 회장. 그는 부유한 이들에게만 접근해 거액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희대의 사기꾼이었지만 어린 시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아버지였다. “난 나중에 커서 꼭 아빠처럼 될 거예요!” “우리 시우는 아빠처럼 말고…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 “왜요? 아빠는 멋진 사장님이잖아요.” “아빠는 말이다… 사실…” 윤 회장은 아들을 바라보며 괴로워했다. 사기로 벌어들인 돈으로 풍족한 삶을 선물했지만 이 나쁜 유전자가 아들에게 대물림되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그는 시우의 키에 맞춰 무릎을 굽히고 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빠는 말이야… 시우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야. 아빠는…” 그때, 회장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윤기석!! 꼼짝 마!!!” 이미 예상했다는 듯 윤 회장은 무덤덤하게 손을 올렸다. 아홉 살 시우는 겁에 질려 아버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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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정면충돌

태평양을 건너온 비행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했을 때 별이와 보롬은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낯선 공기의 냄새와 시차로 인한 나른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예약된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아… 죽겠다. 보롬아, 율이 선배한테 도착했다고 연락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별이가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이며 묻자, 보롬은 이미 휴대전화를 붙잡고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메시지 남겼더니 호텔 이름이 뭐냐고 묻더라고. 지금 막 대답해 주던 참이야.” “호텔 이름은 왜?” “그러게. 이 호텔에 아는 사람이 있나? 그나저나 별아, 너도 그러지 말고 지안 선배한테 연락해 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잠만 잘 거야?” 별이는 선뜻 휴대전화에 손이 가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그토록 닿지 않았던 연락이었다. “… 그럴까? 괜히 공부하는 데 방해하는 것 같아서….” “에이~ 지안 선배 성격에 너랑 연락되면 공부가 더 잘 되면 잘 됐지 방해될 리가 있냐? 얼른!” 보롬의 장난 섞인 응원에 별이의 마음이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안이 떠난 뒤로 가슴 한구석에 뚫려 있던 커다란 구멍이 이곳 캘리포니아의 밤하늘을 보니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내일 오후에 두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니까 지안 선배랑 연락해서 그때라도 봐. 응?” “그럴까…?” 어쩌면 지안도 자신을 이토록 보고 싶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별이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선배, 저 왔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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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보고싶었어, 한 별.

“어? 천 지안!!” 율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완벽한 수트 차림의 지안이 특유의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안은 시우를 벌레 보듯 힐끗 쳐다보며 율 앞에 다가섰다. “이 새끼야! 보고 싶었다!” 율이 반가움에 달려들었지만, 지안은 차갑게 밀쳐냈다. “지X. 보고 싶다는 새끼가 캘리포니아에 왔다는 말도 없고 도착하자마자 강 보롬부터 만나러 오냐?” “급하게 오느라 경황이 없었어.” “그런데 이 자식은 왜 달고 왔냐?” 지안은 시우를 가리키며 율에게 물었다. 시우 역시 지안의 눈을 피하지 않고 차갑게 마주 보았다. “시우가 2학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서 같이 왔지! 어떤 놈인지 궁금하지 않냐?” 지안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저 새끼가 노리는 게 바로 한 별이다. 미친 율아. 지안은 기가 차는지 혀를 차며 시우에게 선전포고를 날렸다. “됐고. 한 별은 나랑 만나야 하니까 너희는 강 보롬만 만나.” 시우도 지지 않고 지안의 말을 받아쳤다. “… 그러든가. 네 마음대로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 지안아, 별이랑 오랜만에 만났는데 좋은 시간 보내고! 시우야, 우린 방부터 잡으러 가자.” 율은 시우를 데리고 호텔 정문으로 향했다. 지안은 멀어지는 시우의 뒷모습을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윤 시우. 넌 내 상대가 안 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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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꿈보다 달콤한 현실

“… 보고 싶었어. 한 별.” 지안의 낮은 중저음이 귓가를 울리는 순간 별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목소리, 그토록 그리워했던 이름. 지안의 한마디에 둑이 터진 듯 눈물이 별의 볼을 타고 쉼 없이 흘러내렸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서 견뎌왔던 외로움과 원망, 그리고 안도감이 눈물 속에 뒤섞여 있었다. “흐윽… 흐윽… 흐윽…” 별이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자 지안은 그녀를 안았던 팔을 조심스레 풀었다. 그리고는 커다란 두 손바닥으로 별의 젖은 얼굴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지안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따지고 싶은 일도 산더미 같았는데. 막상 그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하자 별의 머릿속은 하얀 안개가 낀 듯 새하얘졌다. “미안해. 말없이 떠나 버려서.” 지안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후회와 애틋함이 묻어났다. 별은 지안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한 채, 바닥의 카펫 무늬만 응시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스스로가 바보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의 체온이 느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럼 나 좀 봐줘.” “못 보겠어요…” “왜?” 지안이 다정하게 묻자, 별이 젖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배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날까 봐서요… 바보같이 보일까 봐.” “그럼 울면 되잖아. 내 앞인데 뭐 어때.” “내가 자꾸 울면 선배가 나한테 미안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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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자극

지안의 저택. 세련된 인테리어와 높은 층고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실 안으로 별이 들어섰다. 별은 이곳이 낯설고 어색한지 지안의 소매 끝을 꼭 붙잡은 채 쭈뼛거렸다. 그때, 거실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심 집사가 방에서 나왔다. “도련님. 어디 다녀오세요? 이 늦은 시간에.” “어. 심 집사, 아까 소개해 달라고 했지? 날 변하게 한 사람.” 지안은 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심 집사에게 소개했다. “얘야. 별아… 인사해. 날 이곳에서 케어해주는 심 집사야. 어릴 적부터 내 곁에 있어서 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야.” 별은 당황한 듯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너무 미인이시네요. 도련님, 그런데 제가 소개해 달라고 말씀은 드렸었지만… 그래도 이 시간에… 이렇게 예고도 없이 데려오시면 어떡합니까?” 심 집사는 놀란 눈치였지만 곧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 별이가 캘리포니아로 수학 여행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서 급하게 데리고 왔어. 잠시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지안의 거침없는 표현에 별이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별은 쭈뼛거리며 심 집사의 눈치를 보았다. “죄송해요… 밤늦게 실례가 많았죠.”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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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버팀목

낯선 남자를 따라 호텔 밖으로 나온 시우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아까 제 심장을 겨누었던 권총의 차가운 금속성을 떠올리며 아무 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호텔 앞 도로는 한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채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시우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청소년 보호법이니 경찰이니 하는 것들은 지금 이 순간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법은 단 한 번도 시우의 편이었던 적이 없었다. 굶주린 할머니와 자신을 방치했던 세상에서 아버지가 남긴 피 묻은 빚은 국가의 제도보다 훨씬 더 가깝고 잔인한 실존적 위협이었다. 고급 승용차 앞에 멈춰 선 낯선 남자가 뒷좌석 창문을 조심스레 두드리자 짙은 선팅이 된 창문이 기계적인 소음을 내며 천천히 내려갔다. “데리고 왔습니다.” 조직원의 말에 그들의 오너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고 조직원은 뒷좌석의 문을 열고 시우를 거칠게 밀어 넣었다. 가죽 시트의 묵직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영문도 모른 채 어둠이 가득한 자동차에 탄 시우는 옆자리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오너를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 “누구신데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네가… 윤기석의 아들이 맞다는 거지?”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시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험악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저 낯선 남자의 입에서 10년 전 죽은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시우는 잠시 멈칫했다. “저… 저희 아버지를 아시나요?” “네 아버지인 윤기석이 나와 같이 일을 하다가 내 돈 200억 원으로 작업을 하다 죽어버렸어.” “네? 200억 원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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