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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Penulis: 눈빛 속의 약속
"어머니께서 유덕전과 왕래가 있었다고?"

강유영은 서유의 말을 듣고 퍼뜩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면 한씨가 구해온 은자는 유덕전에게서 빌린 것이 틀림없었다.

"예."

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풍씨 어멈과 다른 시녀 한 명이 요 며칠 수시로 밖을 드나들었습니다. 시장을 한 바퀴 도는 척하다가 몰래 유덕전에게 가서 국공 부인의 물건과 말을 전했습니다."

강유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유덕전이 굴리는 고리대금은 이자가 괜찮은 편이니?"

"아니요. 엄청난 이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유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강유영은 혀를 내둘렀다. 내심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심이 바짝 섰다.

한씨가 이번에야말로 사생결단을 낼 작정인 듯했다. 고리대금까지 겁 없이 끌어다 쓴 것을 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당포를 빼앗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녀는 눈앞에 쌓인 두꺼운 장부들을 힐끗 보고는, 장부 한 권을 펼치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전당포는 이미 그녀의 명의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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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48화

    "말도 마라. 방금 네 어머니가 와서 이 일을 묻더구나. 내 솔직하게 대답하지는 않았다. 우선 들어가서 앉자. 짐은 다 꾸렸니?"진 부인은 강유영의 손을 이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강유영이 한씨를 보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차라리 선수를 쳐서 다녀간 사실을 털어놓기로 했다.이러면 강유영이 보았더라도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그분에게 말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떠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니까요. 이곳엔 어쩐 일로 왔습니까?"강유영은 마음속 의심을 거두었다.진 부인이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다면 먼저 한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와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니? 그저 네 소식을 캐물어 득을 보려는 속셈이겠지. 우리는 이제 막 서로를 알아본 처지라 네 일에 함부로 나설 수 없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둘러댔다."진 부인은 손을 저으며 해명했다."얼굴은 좀 어떠십니까? 흉터가 남았네요. 제가 그동안 바빠서 와보지도 못했습니다."강유영은 그제야 진 부인의 얼굴에 독벌이 남긴 상처를 살폈다. 붉은 기는 가라앉았지만 갈색 흉터가 점점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가슴 한편이 찔렸다. 어머니를 의심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벌 독이 조금만 더 퍼졌어도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괜찮다. 의원 말로는 약을 바르고 시일이 지나면 옅어질 거라고 하더구나. 와서 앉거라."진 부인은 강유영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혔다."내 생각은 이렇다. 네 준비가 끝났다면 모레 출발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좋습니다."강유영은 흔쾌히 대답했다."내가 널 위해 머리 장신구를 한 벌 마련했다. 나중에 외가에 도착하면 단장할 때 쓰렴. 알다시피 내 수중에 은자가 넉넉지 않아 그리 귀한 것은 아니니 언짢게 생각하지 말거라."진 부인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 정교한 나무 상자를 하나 꺼내 왔다. 강유영 앞으로 다가와 뚜껑을 열었다."이 장신구는 결코 싼 물건이 아닙니다. 저는 받을 수 없으니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십시오."강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47화

    청란은 대답을 주저하지 않았다.강유영은 눈매를 휘며 웃었다."좋아. 그럼 지금 묻겠다. 널 데리고 경성을 떠날 생각인데, 나와 함께 가겠느냐?"청란은 아주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기꺼이 따르겠습니다."강유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지켜보았다.청란 역시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서서 그녀의 시선을 받았다."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 것이냐?"강유영이 다시 물었다."제 본분은 아씨를 호위하는 것입니다. 아씨께서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르겠습니다."청란은 고개를 숙이고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좋아."강유영은 안도했다."그럼 짐을 꾸려두거라. 며칠 뒤에 출발할 것이다."그녀는 깊은 눈으로 청란을 주시했다.적어도 이번에는 멈칫하며 조원철에게 알리지 않느냐고 물을 줄 알았다.하지만 청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짧게 대답하고 돌아섰다.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려 문을 열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정말 몰래 알리지 않을까?"강유영은 서유를 돌아보며 물었다."아씨, 안심하십시오. 세자의 수하들은 모두 믿을 만합니다. 못 믿으시겠거든 저를 보십시오."서유는 제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그래, 알겠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유는 확실히 믿음직한 심복이었다."가서 유 낭자에게 밀린 품삯을 치러주고 전당포에 내보내거라. 앞으로는 나올 필요 없다고 전해."장부는 이미 낱낱이 훑어보았으나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한씨도 다녀간 마당에 유 낭자를 곁에 두어 봐야 아무 쓸모가 없었다. 일찌감치 내보내는 편이 전당포를 위해서도 이로웠다."아씨께서 드디어 결단을 내리셨군요."서유가 웃음을 터뜨렸다."당장 다녀오겠습니다. 헌데 아씨 혼자 계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저 앞을 다녀오는 것뿐인데, 그 짧은 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느냐?"강유영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다녀오거라. 돌아오면 거리에 나가 물건을 좀 사고 어머니를 뵈러 가자꾸나.""예!"서유가 흔쾌히 대답하고 달려 나갔다."아씨, 저기 국공 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46화

    한씨는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물었다.강유영이 죽으면 전당포는 자연히 한씨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유덕전에게 진 빚을 갚는 것쯤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정 안 되면 전당포를 담보로 잡히면 그만이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진 부인이 강유영을 데리고 병주로 가는 데만 제법 시일이 걸렸다. 일을 처리하는 데 한두 달은 걸릴 테니, 상황을 수습할 여유도 남겨두어야 했다.석 달이면 충분할 듯했다.유덕전은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이자는 예전대로 하겠소?""당연하지."한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그럼 부인을 한 번 더 믿어보겠소."유덕전은 그녀가 요구한 기한을 승낙했다."그리고 유 점주가 나를 보호할 사람을 몇 명 내어주었으면 하오. 품삯은 후하게 쳐주겠소."한씨가 덧붙였다.앞으로는 그자들이 자신에게서 은자를 마음대로 뜯어가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광을 소유하고 있어도 그들의 배를 불리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구체적으로 무슨 일이오? 사람을 죽이거나 불을 지르는 일은 가벼이 맡지 않소."유덕전은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물론 그런 일은 아니오. 그저 그자의 입을 막거나,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가두어두기만 하면 되오."한씨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상대는 그녀의 목숨과도 직결된 비밀을 쥐고 있었다. 절대 그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게 두어서는 안 되었다. 사실 가능하다면 큰돈을 들여서라도 배후의 주동자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찾아내기가 무척 까다로웠다."좋소."유덕전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한씨는 뒤돌아 보흥 전당포의 간판을 올려다보며 손수건을 다시 거세게 쥐어짰다.우선 강유영이 이 전당포를 차지했다고 믿게 며칠간 기쁨을 누리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었다. 어차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었다.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청란이 반걸음 물러서더니 재빠른 걸음으로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45화

    강유영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매를 곱게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이토록 공을 들여 유덕전과 담판을 지은 것은 전당포의 모든 일을 확실히 매듭지어 두기 위함이었다.자신이 떠난 뒤 유덕전이 다시 사람을 끌고 와 소란을 피우면 밖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어찌 되었든 제 눈에는 아씨가 제일 대단하십니다."서유는 그런 복잡한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유영의 팔을 껴안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강유영은 가볍게 웃고는 문가에 선 청란을 향해 손짓했다."이리 오거라.""아씨."청란이 다시 서재로 들어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밖으로 나가 한씨와 유덕전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오거라.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고."강유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청란에게 명했다.그녀의 짐작대로라면 방금 유덕전에게 던진 말들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유덕전이 한씨의 말을 따른 이유는 오로지 은자 때문이었다. 이쪽에서는 은자는커녕 아무런 득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녀의 예상일 뿐, 유덕전이 어찌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청란을 시켜 상황을 알아봐야 마음이 놓일 듯했다."예."청란은 짧게 대답하고 서재를 빠져나갔다.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유 점주, 저쪽에 찻집이 있으니 들어가서 이야기하게."보흥 전당포를 나선 한씨가 걸음을 멈추고 유덕전에게 권했다."필요 없소. 할 말이 있다면 여기서 합시다."유덕전의 태도는 아까와 판이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차갑게 돌변해 있었다."유 점주, 그 애가 대체 무슨 말을 했소? 그 아이는 이간질에 능하니 절대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되오. 무슨 말이든 툭 터놓고 이야기해 봅시다."한씨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가장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유덕전이 강유영의 말에 넘어간 것이다. 강유영은 이제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영악해졌다."그 처자가 차용증이 가짜라는 것을 눈치챘소."유덕전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한씨가 미간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44화

    "처자가 이 빚을 인정하지 않겠다면, 이건 나와 처자의 어머니 사이의 일이오. 굳이 이 차용증의 흠집을 들춰낼 필요가 있었소?"유덕전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고리대금을 업으로 삼는 그들에게 차용증 위조가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장사에 치명적이었다.강유영이 정말 영악하다면 굳이 들춰내지 말았어야 했다.그가 갑자기 격분하여 해코지라도 할까 두렵지도 않은 걸까."오늘 이후로 제 전당포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다면, 일꾼들을 시켜 주동자를 붙잡아 관아에 넘길 겁니다. 무리 중 몇몇을 몰래 매수해 배후를 캐낼 수도 있겠지요. 밖의 제 수하들을 보셨습니까? 그들을 교대로 전당포 앞에 세워두면 감히 소란을 피울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백삼십만 냥에 관한 일은 아버지께서 아직 모르고 계십니다. 제가 이 일을 아버지께 알리면, 분명 어머니를 가만두지 않으시겠지요."강유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조리 있는 말투와 태연한 행동거지에는 흔들림이 없었다.마치 유덕전을 상대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나 굳이 다 꺼내놓지 않았다는 태도였다.유덕전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안색이 어둡게 굳어졌다.그는 한참 동안 강유영을 살피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오늘 일은 우리가 무례했소.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테니, 강 점주가 이해해 주길 바라오."세상 물정에 밝은 그는 강유영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부드러운 말투로 험한 말 한마디 쓰지 않고도, 그가 꼬투리를 잡고 나설 핑계를 철저히 막아버렸다.그를 상대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경고였다.겁이 많은 자는 아니나 관아와 엮이는 것은 확실히 성가신 일이었다.게다가 강유영의 뒤에는 만만치 않은 뒷배가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니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이 바닥에서 오랜 구른 자일수록 이해득실 계산이 빨랐다. 내어준 은자는 한씨에게서 원금과 이자를 받아내면 그만이었다. 굳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강유영과 얽혀 스스로 골칫거리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유 점주, 별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43화

    유덕전은 강유영을 바라보며 잠시 주저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소."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자였다. 강유영 뒤에 버티고 있는 자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쯤은 바로 알아차렸다.우선 강유영의 말을 들어본 뒤에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하기로 했다."어머니는 먼저 나가주십시오."강유영은 한씨를 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이 일이 끝나면 한씨와는 두 번 다시 엮일 일이 없었다. 굳이 체면을 차려줄 필요도 없었다.한씨는 안색이 굳어진 채 유덕전을 한 번 힐끗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손에 쥔 손수건을 거세게 움켜쥐었다.유덕전은 분명 자신이 부른 사람인데 지금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강유영의 편에 서려는 듯했다.하지만 상관없었다.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었다.강유영이 끝내 은자를 내놓지 않는다면, 전당포를 고스란히 그녀에게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멀리 처마 밑의 나한송을 바라보았다. 눈가에 살기가 스쳤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요?"유덕전은 의자 손잡이를 짚은 채 강유영을 살피듯 바라보았다."이 차용증은 가짜입니다."강유영은 그의 앞에 놓인 차용증을 가져와 탁자 한가운데 놓고 손끝으로 종이를 가리켰다.그녀는 유덕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담담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확신에 찬 어조였다."강 점주, 나는 이곳에 와서 이미 여러 번 양보를 했소. 허튼소리를 하려면 증거를 대시오."유덕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강유영을 노려보았다."유 점주, 서두르지 말고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지요. 이 차용증의 종이는 오래된 것이나, 그 위에 적힌 글씨는 새것입니다. 점주께서 인정하지 않으시고 관아로 가져가 검수를 받게 한다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얼마나 확신하십니까?"강유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여유롭게 물었다.그녀는 이 차용증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글씨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이것 말고도 증거는 더 있었다. 유덕전이 발뺌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유덕전은 얼굴이 차갑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화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화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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